[저리톡] 검·경 마케팅에 활용되는 언론의 쓸모

입력 2019.12.14 (08: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검·경, 진흙탕 점입가경'. 검찰과 경찰, 청와대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등장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시장 비위 의심 문건'이 청와대에 전달된 의혹의 관련자들을 연이어 소환하고 있고, 핵심 인물들의 수사 상황이 보도되는 형국이다.

2년 전 울산지방경찰청에 부임한 황운하 청장이 토착 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강조한 것이 사건의 시발점이라 볼 수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들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3가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방선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김 시장 측과 한국당은 ‘정치 수사’라며 반발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 청장과 검찰의 기싸움, 검·경 수사권 갈등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검찰은 결과적으로 3가지 사건 중 2가지인 ①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특정 레미콘 업체 선정을 강요한 혐의 ②김 전 시장 동생이 30억원 용역계약서를 작성한 뒤 사업에 부당 개입한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례적인 불기소 결정서"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J)는 검찰이 비서실장 박 모씨가 특정 레미콘 업체 선정을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작성한 ‘99쪽짜리 불기소 결정서’를 확보해 들여다봤다. 검찰은 99쪽에 달하는 결정서에 울산경찰청이 검찰의 5차례나 되는 보완 수사 지휘를 무시했고, 경찰이 무리하게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조목조목 적었다.

검찰의 불기소결정서는 양에 있어서만 이례적인 건 아니었다. 불기소 사유 안에 경찰이 언론 보도를 활용한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하며, 피의사실공표죄와 명예훼손, 경찰의 입을 빌어 보도한 언론에는 손해배상책임까지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J는 불기소결정서에 등장하는 '언론'에 주목해 이를 분석해봤다.


'J '패널로 출연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김남근 변호사는 "불기소 결정서에는 보통 '검찰이 수사를 해보니 결국 증거가 없고, 다른 법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죄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무혐의처리한다’ 내용이 들어가는데 많아야 7~8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어차피 기소를 안할 것인데 자세하게 쓸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실제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이 증거 없는 수사를 바득바득 우겨 가면서 계속 밀어붙였다. 결정서를 90페이지 넘게 쓴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

"99쪽짜리 불기소 결정서, 언론 보도 의식하고 만든 것"

해당 결정서는 실제로 불기소 결정 사유를 적은 분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데 반해, ‘검찰이 사건 초기부터 논란이 있는 내용에 대해 경찰에 재수사를 지휘했지만 경찰이 따르지 않았다'는 내용에 3분의 2 가량을 할애했다. 여기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는 내용들이 등장한다. 불기소 결정서 일부를 들여다보자.

“경찰 수사 단계별 주요 조치 내용과 구체적인 내용이 언론에 공표되는 한편,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울산지방경찰청은 수차례 보완 수사 지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중략) 재지휘 건의까지 하는 등 그 진행 과정이 매우 이례적이었는 바, 이와 같은 특수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범죄 혐의 의무 판단과 아울러 이 사건 관련 언론 보도 내용을 포함해 그 제반 진행 상황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J' 패널인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정준희 겸임교수는 “불기소 결정서의 작성 목적, 다시 말하면 청자와 독자가 누구냐라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결국 이 결정서를 입수해 보도해 줄 언론이거나 검찰의 해명, 또는 검찰에 대한 정당한 우위를 찾으려고 여론화 시키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 보고서에 다른 목적에 있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J' 패널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일종의 서사가 없어서는 99쪽 분량이 나올 수 없다. ‘경찰이 남용하고 있다' '경찰이 고집을 부렸다' '검찰의 수사 지휘에 불응했다’는 이야기들로 진행되는데 겉으로 보면 피해자 서사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경찰이 어떤 면에서 법을 잘 모르고, 어떤 점에서 수사에 부당하게 반발했는지 세세하게 지적한다. 검찰이 일종의 '피해자 서사’를 하고 있으나 전혀 내용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불기소 결정서로 본 '피의사실 공표'

경찰이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 공표를 했다고 지적하며, 이를 범죄사실로 명백하게 적시한 부분도 눈에 띈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으나 검사가 불기소하거나 판사가 무죄를 선고한 경우 해당 기사를 보도한 언론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가 되고, 그 보도가 수사기관의 자료 제공에 기초했다면 자료를 건넨 수사의 종사자에게는 손해배상 책임과 별도로 피의사실공표죄 및 명예훼손죄가 각 성립될 수 있는 바, 본 건은 경찰이 충분한 수사 없이 기소 의견으로 그 피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으나 증거가 부족하다는 검사의 수사 지휘 결과 객관적 반대 증거가 현출돼 경찰이 다시 혐의 없음 의견으로 재송치한 것으로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의해 뒤늦게 억울함이 밝혀졌다”
“울산지방경찰청의 의견서 기재 피의사실과 피의사실이 유죄인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었으며 (중략) 수사팀과 그 지휘부만 알고 있어야 할 정치후원금 단서에 대해서도 경찰이 여지의 수사 예정이라는 내용으로 언론에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김남근 변호사는 “검찰 지적도 일리가 있다. 언론이 수사 단계마다 수사 내용을 보도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배심 재판을 주로 하는 미국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피의사실을 흘려서 마치 유죄인 것처럼 보도가 되면 배심원들이 유죄의 심증을 갖고 재판에 임할수 있기 때문에 무죄 판결을 내린 사례들이 있다. 보도는 재판 단계에서 이뤄진다. 재판 단계로 가면 피의자 쪽에서도 검찰이 무슨 증거로 조사를 해서 어떤 혐의로 기소했는지 알고 방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과 변호인 측 주장의 공방을 보도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결론은 전혀 달라질 수 있는데 수사 단계에서 확인해주는 내용으로 보도하게 되는 현재의 보도는 결국 ‘의혹 보도’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은 지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한 가지, 경찰에게도 면책 정도를 짐작해 볼수 있는 지점도 있다. 경찰이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비위 수사를 했는데 검찰이 지속적으로 훼방을 놓으니, 여론을 통해 검찰 수사 압박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하는 것이라면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당시 검경 갈등이 있다하더라도 언론의 힘을 빌려 부당함을 알려야하는 상황이라고는 느껴지지는 않는다. 비록 검찰의 수사 방해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경찰이 여론 활동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국 사태' 이후 형사사건 공개금지 시행...검찰발 언론은 달라졌나?

장문의 불기소 결정서를 통해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강하게 지적한 검찰, 검찰 스스로는 이달 1일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따르고 있을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거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던 기존 준칙을 강화했다. '전문공보관 제도'를 만들어 언론 취재 창구를 단일화하는 등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을 흘려주고 언론이 이를 받아 보도하는 관계를 원천 차단하려는 것이 핵심으로 읽힌다. 청와대와 경찰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과,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는 바뀌었을까. J패널들은 '검찰발 보도'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유정 교수는 "검찰과 경찰의 싸움에 언론이 휘둘리는 형국이다. 양쪽을 취재해서 짚어보는 것이 아니라, 검찰도, 경찰도 ‘의혹’을 흘릴 때마다 언론이 여전히 몰려간다. 수사기관에서의 사건관계인의 진술이나, 증언 거부 등의 사실은 모두 공개가 금지된 정보인데 몇 가지 파편화 된 ‘단독’으로 나오고 있다”고 봤다.

정준희 교수는 “검찰이 소환 조사했다, 압수 수색했다, 의혹을 포착했다고 중계 보도하는 것도 그대로다. 방송사들이 돌아가며 검찰발 단독 보도를 조금씩 하고 있는 형국인데, 검찰이 조각조각 전달한 정보의 의도성을 탐색해야함에도 그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언론이 이른바 '김기현 사태'에서 외부 압력이나 갈등으로 제대로 수사도, 기소도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포착했다면, 내부 고발자를 끄집어 내거나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취재력을 발휘해야 것이다. 정당한 취재를 하는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계속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이나, 공보관 문제 등에 집착하고 있는 점은 반성할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만약 검찰이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수사의 내용을 공표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면 공개 브리핑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공개 브리핑을 하게 되면 언론끼리도 서로 경쟁적으로 검증을 할 수 있게 되고체계적으로 이야기가 전달되니까 단순 의혹 보도로 흐르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공개 브리핑식이 아니라 특정 언론에게 살짝 정보를 흘려주는 식이라면, 마이너 신문보다는 메이저 신문이, 신문보다는 더 영향력 큰 방송에 정보가 더 많이 갈수 밖에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72회는 〈검·경 마케팅에 활용되는 언론의 쓸모〉 라는 주제로 오는 24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남근 변호사, KBS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이 출연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저리톡] 검·경 마케팅에 활용되는 언론의 쓸모
    • 입력 2019-12-14 08:01:40
    저널리즘 토크쇼 J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검·경, 진흙탕 점입가경'. 검찰과 경찰, 청와대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등장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시장 비위 의심 문건'이 청와대에 전달된 의혹의 관련자들을 연이어 소환하고 있고, 핵심 인물들의 수사 상황이 보도되는 형국이다.

2년 전 울산지방경찰청에 부임한 황운하 청장이 토착 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강조한 것이 사건의 시발점이라 볼 수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들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3가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방선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김 시장 측과 한국당은 ‘정치 수사’라며 반발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 청장과 검찰의 기싸움, 검·경 수사권 갈등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검찰은 결과적으로 3가지 사건 중 2가지인 ①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특정 레미콘 업체 선정을 강요한 혐의 ②김 전 시장 동생이 30억원 용역계약서를 작성한 뒤 사업에 부당 개입한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례적인 불기소 결정서"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J)는 검찰이 비서실장 박 모씨가 특정 레미콘 업체 선정을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작성한 ‘99쪽짜리 불기소 결정서’를 확보해 들여다봤다. 검찰은 99쪽에 달하는 결정서에 울산경찰청이 검찰의 5차례나 되는 보완 수사 지휘를 무시했고, 경찰이 무리하게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조목조목 적었다.

검찰의 불기소결정서는 양에 있어서만 이례적인 건 아니었다. 불기소 사유 안에 경찰이 언론 보도를 활용한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하며, 피의사실공표죄와 명예훼손, 경찰의 입을 빌어 보도한 언론에는 손해배상책임까지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J는 불기소결정서에 등장하는 '언론'에 주목해 이를 분석해봤다.


'J '패널로 출연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김남근 변호사는 "불기소 결정서에는 보통 '검찰이 수사를 해보니 결국 증거가 없고, 다른 법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죄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무혐의처리한다’ 내용이 들어가는데 많아야 7~8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어차피 기소를 안할 것인데 자세하게 쓸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실제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이 증거 없는 수사를 바득바득 우겨 가면서 계속 밀어붙였다. 결정서를 90페이지 넘게 쓴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

"99쪽짜리 불기소 결정서, 언론 보도 의식하고 만든 것"

해당 결정서는 실제로 불기소 결정 사유를 적은 분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데 반해, ‘검찰이 사건 초기부터 논란이 있는 내용에 대해 경찰에 재수사를 지휘했지만 경찰이 따르지 않았다'는 내용에 3분의 2 가량을 할애했다. 여기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는 내용들이 등장한다. 불기소 결정서 일부를 들여다보자.

“경찰 수사 단계별 주요 조치 내용과 구체적인 내용이 언론에 공표되는 한편,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울산지방경찰청은 수차례 보완 수사 지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중략) 재지휘 건의까지 하는 등 그 진행 과정이 매우 이례적이었는 바, 이와 같은 특수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범죄 혐의 의무 판단과 아울러 이 사건 관련 언론 보도 내용을 포함해 그 제반 진행 상황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J' 패널인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정준희 겸임교수는 “불기소 결정서의 작성 목적, 다시 말하면 청자와 독자가 누구냐라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결국 이 결정서를 입수해 보도해 줄 언론이거나 검찰의 해명, 또는 검찰에 대한 정당한 우위를 찾으려고 여론화 시키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 보고서에 다른 목적에 있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J' 패널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일종의 서사가 없어서는 99쪽 분량이 나올 수 없다. ‘경찰이 남용하고 있다' '경찰이 고집을 부렸다' '검찰의 수사 지휘에 불응했다’는 이야기들로 진행되는데 겉으로 보면 피해자 서사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경찰이 어떤 면에서 법을 잘 모르고, 어떤 점에서 수사에 부당하게 반발했는지 세세하게 지적한다. 검찰이 일종의 '피해자 서사’를 하고 있으나 전혀 내용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불기소 결정서로 본 '피의사실 공표'

경찰이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 공표를 했다고 지적하며, 이를 범죄사실로 명백하게 적시한 부분도 눈에 띈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으나 검사가 불기소하거나 판사가 무죄를 선고한 경우 해당 기사를 보도한 언론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가 되고, 그 보도가 수사기관의 자료 제공에 기초했다면 자료를 건넨 수사의 종사자에게는 손해배상 책임과 별도로 피의사실공표죄 및 명예훼손죄가 각 성립될 수 있는 바, 본 건은 경찰이 충분한 수사 없이 기소 의견으로 그 피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으나 증거가 부족하다는 검사의 수사 지휘 결과 객관적 반대 증거가 현출돼 경찰이 다시 혐의 없음 의견으로 재송치한 것으로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의해 뒤늦게 억울함이 밝혀졌다”
“울산지방경찰청의 의견서 기재 피의사실과 피의사실이 유죄인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었으며 (중략) 수사팀과 그 지휘부만 알고 있어야 할 정치후원금 단서에 대해서도 경찰이 여지의 수사 예정이라는 내용으로 언론에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김남근 변호사는 “검찰 지적도 일리가 있다. 언론이 수사 단계마다 수사 내용을 보도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배심 재판을 주로 하는 미국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피의사실을 흘려서 마치 유죄인 것처럼 보도가 되면 배심원들이 유죄의 심증을 갖고 재판에 임할수 있기 때문에 무죄 판결을 내린 사례들이 있다. 보도는 재판 단계에서 이뤄진다. 재판 단계로 가면 피의자 쪽에서도 검찰이 무슨 증거로 조사를 해서 어떤 혐의로 기소했는지 알고 방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과 변호인 측 주장의 공방을 보도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결론은 전혀 달라질 수 있는데 수사 단계에서 확인해주는 내용으로 보도하게 되는 현재의 보도는 결국 ‘의혹 보도’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은 지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한 가지, 경찰에게도 면책 정도를 짐작해 볼수 있는 지점도 있다. 경찰이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비위 수사를 했는데 검찰이 지속적으로 훼방을 놓으니, 여론을 통해 검찰 수사 압박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하는 것이라면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당시 검경 갈등이 있다하더라도 언론의 힘을 빌려 부당함을 알려야하는 상황이라고는 느껴지지는 않는다. 비록 검찰의 수사 방해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경찰이 여론 활동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국 사태' 이후 형사사건 공개금지 시행...검찰발 언론은 달라졌나?

장문의 불기소 결정서를 통해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강하게 지적한 검찰, 검찰 스스로는 이달 1일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따르고 있을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거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던 기존 준칙을 강화했다. '전문공보관 제도'를 만들어 언론 취재 창구를 단일화하는 등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을 흘려주고 언론이 이를 받아 보도하는 관계를 원천 차단하려는 것이 핵심으로 읽힌다. 청와대와 경찰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과,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는 바뀌었을까. J패널들은 '검찰발 보도'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유정 교수는 "검찰과 경찰의 싸움에 언론이 휘둘리는 형국이다. 양쪽을 취재해서 짚어보는 것이 아니라, 검찰도, 경찰도 ‘의혹’을 흘릴 때마다 언론이 여전히 몰려간다. 수사기관에서의 사건관계인의 진술이나, 증언 거부 등의 사실은 모두 공개가 금지된 정보인데 몇 가지 파편화 된 ‘단독’으로 나오고 있다”고 봤다.

정준희 교수는 “검찰이 소환 조사했다, 압수 수색했다, 의혹을 포착했다고 중계 보도하는 것도 그대로다. 방송사들이 돌아가며 검찰발 단독 보도를 조금씩 하고 있는 형국인데, 검찰이 조각조각 전달한 정보의 의도성을 탐색해야함에도 그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언론이 이른바 '김기현 사태'에서 외부 압력이나 갈등으로 제대로 수사도, 기소도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포착했다면, 내부 고발자를 끄집어 내거나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취재력을 발휘해야 것이다. 정당한 취재를 하는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계속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이나, 공보관 문제 등에 집착하고 있는 점은 반성할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만약 검찰이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수사의 내용을 공표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면 공개 브리핑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공개 브리핑을 하게 되면 언론끼리도 서로 경쟁적으로 검증을 할 수 있게 되고체계적으로 이야기가 전달되니까 단순 의혹 보도로 흐르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공개 브리핑식이 아니라 특정 언론에게 살짝 정보를 흘려주는 식이라면, 마이너 신문보다는 메이저 신문이, 신문보다는 더 영향력 큰 방송에 정보가 더 많이 갈수 밖에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72회는 〈검·경 마케팅에 활용되는 언론의 쓸모〉 라는 주제로 오는 24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남근 변호사, KBS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이 출연한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