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자동화’가 목표라더니…연동 안되는 박격포에 2천억 원

입력 2019.12.14 (09:01) 수정 2019.12.14 (09: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군이 노후화된 박격포를 대체해 신형 81mm 박격포를 전력화하고 있습니다. 총 사업비는 2,772억 원으로 2014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내년부터 초도 양산에 들어갑니다. 구형 81mm 박격포가 수명주기 25년이 지나 교체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구형 박격포는 계산병이 직접 사격 표적의 좌표를 입력해야 해서 사격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를 자동화해서 즉각적인 사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박격포 신형화 사업의 맹점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업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취재했습니다.

다기능 관측경다기능 관측경

연동 안 되는 관측경...비효율적인 사업 진행

육군 전력 신형화의 핵심은 타 체계와의 자동 연동입니다. 그래서 군은 120mm 자주포와 105mm 곡사포는 같은 관측장비 '다기능 관측경'으로 연동되도록 개발했습니다. 최전방에서 적군을 관측한 부대가 '다기능 관측경'을 통해 사격할 표적을 관측하기만 하면, 디지털 표적정보가 자동으로 산출돼 수 km 떨어진 후방 사격진지까지 한 번에 전달됩니다.

이를 통해 적군을 관측한 즉시 즉각 포 사격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기능 관측경'은 전투지휘체계장비인 'B2CS'와도 연동돼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등 지휘관은 다기능 관측경으로부터 받은 표적정보를 B2CS 장비를 통해 사격 명령을 내리고 포 사격병은 디지털 정보를 전달받아 포 사격을 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내후년(2021년)부터 전력화가 본격화되는 신형 81mm 박격포는 실시간 데이터 연동을 표방하면서도 '다기능 관측경'이나 'B2CS'와는 연동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기능 관측경' 등을 통해 표적정보나 사격요청 데이터를 전송하더라도 박격포 사격진지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받을 수 없습니다. 관측병은 지휘관에게, 지휘관은 박격포 사격진지의 포 사격병에게 무전통신을 통해 표적정보를 다시 전달해야 하고 손으로 일일이 입력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81mm 박격포에서 데이터 연동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박격포 전용 관측경과 관측제원입출력기라는 전용장비가 따로 있어야 합니다. 동일한 기능을 하는 다기능 관측경과 B2CS를 놔두고 박격포 전용 장비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 것입니다.

박격포 전용 관측경박격포 전용 관측경

지휘체계와 연동 안 돼...무전으로 "쏠까요? 말까요?" 물어야

육군이 박격포 전용 관측경을 따로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표적정보와 사격요청은 다기능 관측경과 B2CS 등 주 체계를 통해 전송되기 때문에 이와 연동되지 않는 81mm 박격포는 여전히 음성통신과 수동입력을 통해 사격해야 합니다. 다른 120mm 자주포와 105mm 곡사포는 자동 연동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지만 81mm 박격포는 이게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박격포 전용 관측경을 통해 산출된 표적정보를 사격진지의 포 사격병이 받는다고 하더라도 사격 여부를 결정하는 지휘체계와는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포 사격병은 지휘부에 연락해 "쏠까요? 말까요?"를 물어봐야 하는 상황까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자동 연동은 표적 관측부터 의사결정, 포사격까지의 모든 과정을 데이터화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격한다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81mm 박격포는 자동 연동을 목표로 개발해 놓고도 육군의 주요 데이터 연동 체계와는 연동되지 않도록 개발해 결국 구식 방식을 써야 하는 장비가 돼버렸습니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식이 되는 건데 군은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입장입니다.


탐지거리는 다기능 관측경의 '절반'에 불과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박격포 전용 관측경의 탐지거리는 다기능 관측경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다기능 관측경은 4km까지 탐지할 수 있지만, 박격포 전용 관측경은 2km입니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건데 가격은 비슷합니다. 다기능 관측경과 박격포 전용 관측경 모두 대당 가격은 3천만 원 선입니다.

성능이 떨어지는데도 비싼 가격에 사야 하는 이유는 박격포 전용 관측경의 납품 구조 때문입니다. 박격포 자체와 박격포 전용 관측경을 제작하는 업체는 각기 다른 업체입니다. 방위사업청은 박격포 제작업체로부터는 박격포만, 관측경 제작업체로부터는 관측경만 각각 분리하여 구매할 수 있는데도, 박격포 제작업체가 관측경을 1차로 납품받은 다음 박격포 체계 세트를 2차로 방위사업청에 다시 납품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관측경 제작업체는 경쟁입찰이 아닌 독점 납품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박격포 제작업체에 1차 납품에 대한 유통비용과 관리비용을 추가로 지급해야 합니다. 물론 그 돈은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갑니다.

이 박격포 사업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미 내년 예산으로 110억 원이 정해졌고 군은 내후년인 2021년까지 이 사업을 마무리해 전력화할 계획입니다.

책임 미루는 육군·합참·방위사업청

육군은 최근 박격포 전용 관측경과 거의 유사한 저격용 소총 관측경을 야전에서 운용 시험했습니다. 시험해봤더니 육군은 "다기능관측경과 박격포 전용 관측경, 그리고 저격용 소총 관측경을 통합 운용할 수 있음에도 사업별로 상이하게 적용하여 시험이 누락되거나 장비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결과의 원인을 "각 사업부서 별로 사업을 진행해 유사 장비임에도 시험하는 방법을 다르게 계획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박격포 체계를 따로 사업을 진행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자인한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문제가 드러난 박격포 사업은 누가 계획했을까요? 육군은 81mm 신형 박격포는 필요성과 운영 개념에 따라 소요가 결정됐고 전용 관측경은 박격포 사격에 필요한 각종 제원을 관측해 사격지휘소로 전송하는데 적합하도록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타 체계와 연동이 되지 않는 부분은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합동참모본부도 타 체계와 연동이 되지 않는 부분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방위사업청은 군에서 소요가 결정된 것이고 그 내용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다며 타 체계와 연동되지 않는 부분은 방위사업청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세 기관이 모두 결정에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육군에서 박격포 체계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해서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으로 구성된 합동참모회의(2012년 10월)에서 최종 승인한 것입니다.

다만 육군은 기술발전 추세를 반영해 무기체계 성능 개량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박격포 체계와 B2CS의 연동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업을 추진할 당시에는 연동 필요성을 고려하지 못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문제가 있으니 추후에 연동 가능하도록 성능을 개량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연동 가능하도록 체계가 개선될지 의문인 데다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그 개선 사업에 또 다른 막대한 세금이 들어갈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K] ‘자동화’가 목표라더니…연동 안되는 박격포에 2천억 원
    • 입력 2019-12-14 09:01:34
    • 수정2019-12-14 09:09:24
    취재K
군이 노후화된 박격포를 대체해 신형 81mm 박격포를 전력화하고 있습니다. 총 사업비는 2,772억 원으로 2014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 내년부터 초도 양산에 들어갑니다. 구형 81mm 박격포가 수명주기 25년이 지나 교체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구형 박격포는 계산병이 직접 사격 표적의 좌표를 입력해야 해서 사격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를 자동화해서 즉각적인 사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박격포 신형화 사업의 맹점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업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취재했습니다.

다기능 관측경
연동 안 되는 관측경...비효율적인 사업 진행

육군 전력 신형화의 핵심은 타 체계와의 자동 연동입니다. 그래서 군은 120mm 자주포와 105mm 곡사포는 같은 관측장비 '다기능 관측경'으로 연동되도록 개발했습니다. 최전방에서 적군을 관측한 부대가 '다기능 관측경'을 통해 사격할 표적을 관측하기만 하면, 디지털 표적정보가 자동으로 산출돼 수 km 떨어진 후방 사격진지까지 한 번에 전달됩니다.

이를 통해 적군을 관측한 즉시 즉각 포 사격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기능 관측경'은 전투지휘체계장비인 'B2CS'와도 연동돼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등 지휘관은 다기능 관측경으로부터 받은 표적정보를 B2CS 장비를 통해 사격 명령을 내리고 포 사격병은 디지털 정보를 전달받아 포 사격을 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내후년(2021년)부터 전력화가 본격화되는 신형 81mm 박격포는 실시간 데이터 연동을 표방하면서도 '다기능 관측경'이나 'B2CS'와는 연동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기능 관측경' 등을 통해 표적정보나 사격요청 데이터를 전송하더라도 박격포 사격진지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받을 수 없습니다. 관측병은 지휘관에게, 지휘관은 박격포 사격진지의 포 사격병에게 무전통신을 통해 표적정보를 다시 전달해야 하고 손으로 일일이 입력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81mm 박격포에서 데이터 연동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박격포 전용 관측경과 관측제원입출력기라는 전용장비가 따로 있어야 합니다. 동일한 기능을 하는 다기능 관측경과 B2CS를 놔두고 박격포 전용 장비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 것입니다.

박격포 전용 관측경
지휘체계와 연동 안 돼...무전으로 "쏠까요? 말까요?" 물어야

육군이 박격포 전용 관측경을 따로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표적정보와 사격요청은 다기능 관측경과 B2CS 등 주 체계를 통해 전송되기 때문에 이와 연동되지 않는 81mm 박격포는 여전히 음성통신과 수동입력을 통해 사격해야 합니다. 다른 120mm 자주포와 105mm 곡사포는 자동 연동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지만 81mm 박격포는 이게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박격포 전용 관측경을 통해 산출된 표적정보를 사격진지의 포 사격병이 받는다고 하더라도 사격 여부를 결정하는 지휘체계와는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포 사격병은 지휘부에 연락해 "쏠까요? 말까요?"를 물어봐야 하는 상황까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자동 연동은 표적 관측부터 의사결정, 포사격까지의 모든 과정을 데이터화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격한다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81mm 박격포는 자동 연동을 목표로 개발해 놓고도 육군의 주요 데이터 연동 체계와는 연동되지 않도록 개발해 결국 구식 방식을 써야 하는 장비가 돼버렸습니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식이 되는 건데 군은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입장입니다.


탐지거리는 다기능 관측경의 '절반'에 불과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박격포 전용 관측경의 탐지거리는 다기능 관측경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다기능 관측경은 4km까지 탐지할 수 있지만, 박격포 전용 관측경은 2km입니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건데 가격은 비슷합니다. 다기능 관측경과 박격포 전용 관측경 모두 대당 가격은 3천만 원 선입니다.

성능이 떨어지는데도 비싼 가격에 사야 하는 이유는 박격포 전용 관측경의 납품 구조 때문입니다. 박격포 자체와 박격포 전용 관측경을 제작하는 업체는 각기 다른 업체입니다. 방위사업청은 박격포 제작업체로부터는 박격포만, 관측경 제작업체로부터는 관측경만 각각 분리하여 구매할 수 있는데도, 박격포 제작업체가 관측경을 1차로 납품받은 다음 박격포 체계 세트를 2차로 방위사업청에 다시 납품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관측경 제작업체는 경쟁입찰이 아닌 독점 납품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박격포 제작업체에 1차 납품에 대한 유통비용과 관리비용을 추가로 지급해야 합니다. 물론 그 돈은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갑니다.

이 박격포 사업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미 내년 예산으로 110억 원이 정해졌고 군은 내후년인 2021년까지 이 사업을 마무리해 전력화할 계획입니다.

책임 미루는 육군·합참·방위사업청

육군은 최근 박격포 전용 관측경과 거의 유사한 저격용 소총 관측경을 야전에서 운용 시험했습니다. 시험해봤더니 육군은 "다기능관측경과 박격포 전용 관측경, 그리고 저격용 소총 관측경을 통합 운용할 수 있음에도 사업별로 상이하게 적용하여 시험이 누락되거나 장비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결과의 원인을 "각 사업부서 별로 사업을 진행해 유사 장비임에도 시험하는 방법을 다르게 계획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박격포 체계를 따로 사업을 진행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자인한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문제가 드러난 박격포 사업은 누가 계획했을까요? 육군은 81mm 신형 박격포는 필요성과 운영 개념에 따라 소요가 결정됐고 전용 관측경은 박격포 사격에 필요한 각종 제원을 관측해 사격지휘소로 전송하는데 적합하도록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타 체계와 연동이 되지 않는 부분은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합동참모본부도 타 체계와 연동이 되지 않는 부분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방위사업청은 군에서 소요가 결정된 것이고 그 내용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다며 타 체계와 연동되지 않는 부분은 방위사업청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세 기관이 모두 결정에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육군에서 박격포 체계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해서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으로 구성된 합동참모회의(2012년 10월)에서 최종 승인한 것입니다.

다만 육군은 기술발전 추세를 반영해 무기체계 성능 개량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박격포 체계와 B2CS의 연동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업을 추진할 당시에는 연동 필요성을 고려하지 못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문제가 있으니 추후에 연동 가능하도록 성능을 개량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연동 가능하도록 체계가 개선될지 의문인 데다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그 개선 사업에 또 다른 막대한 세금이 들어갈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