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물건이 알짜 매물로…부동산 허위 매물 급증

입력 2019.12.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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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 리가 84㎡, 8억 1천만 원, 알짜아파트 저렴한 매수 기회'

지난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가 부동산정보사이트에 올린 매물입니다. 당시 시세는 이미 최저가가 9억 원을 넘어 이 가격에 매물을 찾아보긴 힘들었습니다.

저렴한 매수 기회였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물을 확인한 결과 경매에 나온 집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7월 조사관 20여 명을 투입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7개 부동산 중개소를 현장 조사했습니다. 당시 주춤하던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허위 매물로 의심되는 사례가 많았고, 관련 신고도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 조사결과 위에 언급한 사례처럼 경매 물건을 매물로 올린 중개업소는 한, 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경매 물건이 매물로 둔갑?‥아예 없는 매물이 올라오기도

공정위가 적발한 부동산 중소업소의 허위매물공정위가 적발한 부동산 중소업소의 허위매물

7개 업소가 올린 허위매물은 모두 10건. 강남 3구 외에 분당, 광교, 용인 동백, 서울 염창동 등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수도권의 매물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이수역 리가' 사례처럼 경매 물건을 시세보다 10% 이상 싸게 올려둔 식이었습니다. 공정위는 문제 중개업소가 경매 물건을 속여 올린 네이버, 다음 등 부동산사이트는 '경매' 광고를 따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은 일반 매물인 것처럼 올려 소비자를 오인하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예 없는 집을 올린 중개업소도 있었습니다. 강남구 한 중개업소가 올린 '도곡렉슬 59㎡ 13억 1천만 원, 확인물건 입주 협의 내부 상태 특A급' 광고는 현장조사를 해 보니 매물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같은 면적의 실거래가가 이미 14억 원을 넘어가고 있었는데,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미끼를 던진 것입니다.

공정위는 최근 이들 7개 업소에 '심사관 전결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부풀린 광고로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쳐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입니다.

하지만 '경고'는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위의 제재입니다.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중개업소에 현장조사까지 나갔는데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경고' 처분에 그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정위는 심사관 의견에서 "허위매물 광고는 추후 계약 등에서 사실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어 오인성이 적고, 문제 업소들이 현재 광고를 중단해 시정조치의 실익이 없다"며 경고에 그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이번 조사는 제재보다는 시장의 거래 행태에 대한 경고에 방점이 찍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경직되면서 올해 상반기 거래량과 가격 상승 모두 줄었는데 6~7월은 분위기가 다소 바뀌어 시장이 다시 꿈틀대던 시점입니다.

그럼 공정위 조사가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을까요? 한, 두 달은 시장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 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7월 1만 건을 넘었던 허위매물 의심 신고는 8월과 9월 각각 7천686건과 6천225건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다시 신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허위·미끼 매물 또다시 활개‥공정위, '면죄부' 준 셈?


지난달 KISO에 들어온 허위매물 신고는 1만 4천333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습니다. 부동산 열풍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8·9월에 이어 세 번째로 많고, 신고 건수가 급증했던 올해 7월(1만 590건)에 비해서도 1.4배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센터 조사 결과 허위성이 밝혀진 매물도 7천870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습니다.

공정위 조사로 시장에 보낸 경고 신호가 4개월 만에 빛이 바랜 셈입니다. 허위·미끼 매물 관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공정위 조사까지 받았는데 별다른 제재는 받지 않으면서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만 공인중개사법이 개정되면서 내년 8월부터 허위 매물을 올리거나 과장·거짓광고를 올리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됩니다. 당국은 개정 법안이 시행되면 거짓광고 관행을 지금보다는 쉽게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허위매물에 대한 처벌 규정이 시행됐던 중고차업계에서도 허위·과장광고 관행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면허 정지·취소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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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매 물건이 알짜 매물로…부동산 허위 매물 급증
    • 입력 2019-12-14 09:01:34
    취재K
'이수역 리가 84㎡, 8억 1천만 원, 알짜아파트 저렴한 매수 기회'

지난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가 부동산정보사이트에 올린 매물입니다. 당시 시세는 이미 최저가가 9억 원을 넘어 이 가격에 매물을 찾아보긴 힘들었습니다.

저렴한 매수 기회였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물을 확인한 결과 경매에 나온 집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7월 조사관 20여 명을 투입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7개 부동산 중개소를 현장 조사했습니다. 당시 주춤하던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허위 매물로 의심되는 사례가 많았고, 관련 신고도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 조사결과 위에 언급한 사례처럼 경매 물건을 매물로 올린 중개업소는 한, 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경매 물건이 매물로 둔갑?‥아예 없는 매물이 올라오기도

공정위가 적발한 부동산 중소업소의 허위매물
7개 업소가 올린 허위매물은 모두 10건. 강남 3구 외에 분당, 광교, 용인 동백, 서울 염창동 등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수도권의 매물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이수역 리가' 사례처럼 경매 물건을 시세보다 10% 이상 싸게 올려둔 식이었습니다. 공정위는 문제 중개업소가 경매 물건을 속여 올린 네이버, 다음 등 부동산사이트는 '경매' 광고를 따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은 일반 매물인 것처럼 올려 소비자를 오인하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예 없는 집을 올린 중개업소도 있었습니다. 강남구 한 중개업소가 올린 '도곡렉슬 59㎡ 13억 1천만 원, 확인물건 입주 협의 내부 상태 특A급' 광고는 현장조사를 해 보니 매물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같은 면적의 실거래가가 이미 14억 원을 넘어가고 있었는데,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미끼를 던진 것입니다.

공정위는 최근 이들 7개 업소에 '심사관 전결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부풀린 광고로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쳐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입니다.

하지만 '경고'는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위의 제재입니다.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중개업소에 현장조사까지 나갔는데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경고' 처분에 그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정위는 심사관 의견에서 "허위매물 광고는 추후 계약 등에서 사실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어 오인성이 적고, 문제 업소들이 현재 광고를 중단해 시정조치의 실익이 없다"며 경고에 그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이번 조사는 제재보다는 시장의 거래 행태에 대한 경고에 방점이 찍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경직되면서 올해 상반기 거래량과 가격 상승 모두 줄었는데 6~7월은 분위기가 다소 바뀌어 시장이 다시 꿈틀대던 시점입니다.

그럼 공정위 조사가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을까요? 한, 두 달은 시장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 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7월 1만 건을 넘었던 허위매물 의심 신고는 8월과 9월 각각 7천686건과 6천225건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다시 신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허위·미끼 매물 또다시 활개‥공정위, '면죄부' 준 셈?


지난달 KISO에 들어온 허위매물 신고는 1만 4천333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습니다. 부동산 열풍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8·9월에 이어 세 번째로 많고, 신고 건수가 급증했던 올해 7월(1만 590건)에 비해서도 1.4배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센터 조사 결과 허위성이 밝혀진 매물도 7천870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습니다.

공정위 조사로 시장에 보낸 경고 신호가 4개월 만에 빛이 바랜 셈입니다. 허위·미끼 매물 관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공정위 조사까지 받았는데 별다른 제재는 받지 않으면서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만 공인중개사법이 개정되면서 내년 8월부터 허위 매물을 올리거나 과장·거짓광고를 올리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됩니다. 당국은 개정 법안이 시행되면 거짓광고 관행을 지금보다는 쉽게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허위매물에 대한 처벌 규정이 시행됐던 중고차업계에서도 허위·과장광고 관행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면허 정지·취소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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