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삼겹살과 치킨’…항생제 걱정 없이 먹어도 될까?

입력 2019.12.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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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삼겹살과 수육, '치느님'이란 애칭의 치킨과 보양용 삼계탕, 그리고 마음껏 호사를 부려보고플 때나 먹는 소고기까지….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고기는 과연 안전할까요. '항생제 내성'으로부터 말입니다. 항생제는 세균의 번식을 막기 위해 만든 약제이고, 내성이란 세균이 항생제에 저항해 이겨내는 현상입니다.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은 우리 몸에 항생제 내성을 키워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닭, 돼지, 소는 어떨까요?

축산물·수산물용 항생제 연간 960여 톤 사용 추정…선진국들 사용량보다 많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서 축산물과 수산물용으로 판매되는 항생제가 연간 960여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는 유럽과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들보다 많은 양입니다. 우리가 먹는 축산물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이유는 동물의 감염병을 막기 위해서인데 이런 동물들에서도 항생제 내성은 나타납니다.

식약처가 축산물에서 분리한 대장균의 항생제 내성을 조사했더니, 닭고기와 돼지고기에서 증가세가 뚜렷했습니다. 항생제에 내성(페니콜계)을 나타내는 세균의 비율이 닭고기는 2009년 35%에서 2018년 55%로, 돼지고기는 2009년 33%에서 2018년 54%로 증가했습니다.


국내산 닭·돼지고기 항생제 내성 증가 추세…한국에서 특별한 국제회의 열려

문제는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고 있는 돼지와 닭을 우리가 먹는다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축산물에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는 현상에 국제사회가 함께 대응하기 위한 특별한 회의가 한국에서 열렸습니다.

세계 188개국, 219개 국제기구가 가입된 UN 산하 정부간 기구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12월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강원도 평창에서 열렸습니다. ▲사람과 동물 식품 분야의 항생제 내성 통합 해소와 ▲축산물의 항생제 사용량 최소화 ▲항생제 사용량에 대한 모니터 강화 ▲수의사와 축산물 생산자들의 인식 개선 ▲내성균 치료제 개발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 한국 회의에서 항생제 내성 관리 첫 초안 마련

이번 회의에서는 식품에서 유래하는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최초의 국제 규범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는 항생제 내성과 관련해 이해 관계자에 있는 사람을 가축 사육자와 동물용 의약품 업계, 수의사 등으로 규정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식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 등 공급망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인물들까지로 확대됐습니다.

또 각국 정부가 식품 유래 항생제 내성을 통합 감시할 수 있는 지침도 제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에 나온 최초의 규범은 일종의 초안으로 이를 바탕으로 내년까지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지키지 않았을 때 응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취지의 연장선에서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이슈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이를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항생제 내성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특정 국가의 축산물의 수출이나 수입에 제동을 걸지 말자는 것입니다.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공통의 과제이지, 무역 분쟁의 도구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입니다.

사진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 2019년 12월 7일부터 13일까지 평창에서 개최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회의사진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 2019년 12월 7일부터 13일까지 평창에서 개최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회의

과학계에서는 2050년이면 항생제 내성으로 전 세계에서 3초마다 1명씩 사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이 있는 축산물을 식품으로 섭취한 인간에게 어떤 해로움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인과 관계가 설명된 자료를 찾긴 어렵습니다만,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인체에 해롭다고 설명합니다.

식품에서 유래하는 항생제 내성을 막기 위한 국제 규범 탄생까지는 1년이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우리 농수축산물 업계는, 그리고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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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사랑 ‘삼겹살과 치킨’…항생제 걱정 없이 먹어도 될까?
    • 입력 2019-12-14 11:35:41
    취재K
한국인이 사랑하는 삼겹살과 수육, '치느님'이란 애칭의 치킨과 보양용 삼계탕, 그리고 마음껏 호사를 부려보고플 때나 먹는 소고기까지….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고기는 과연 안전할까요. '항생제 내성'으로부터 말입니다. 항생제는 세균의 번식을 막기 위해 만든 약제이고, 내성이란 세균이 항생제에 저항해 이겨내는 현상입니다.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은 우리 몸에 항생제 내성을 키워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닭, 돼지, 소는 어떨까요?

축산물·수산물용 항생제 연간 960여 톤 사용 추정…선진국들 사용량보다 많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서 축산물과 수산물용으로 판매되는 항생제가 연간 960여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는 유럽과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들보다 많은 양입니다. 우리가 먹는 축산물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이유는 동물의 감염병을 막기 위해서인데 이런 동물들에서도 항생제 내성은 나타납니다.

식약처가 축산물에서 분리한 대장균의 항생제 내성을 조사했더니, 닭고기와 돼지고기에서 증가세가 뚜렷했습니다. 항생제에 내성(페니콜계)을 나타내는 세균의 비율이 닭고기는 2009년 35%에서 2018년 55%로, 돼지고기는 2009년 33%에서 2018년 54%로 증가했습니다.


국내산 닭·돼지고기 항생제 내성 증가 추세…한국에서 특별한 국제회의 열려

문제는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고 있는 돼지와 닭을 우리가 먹는다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축산물에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는 현상에 국제사회가 함께 대응하기 위한 특별한 회의가 한국에서 열렸습니다.

세계 188개국, 219개 국제기구가 가입된 UN 산하 정부간 기구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12월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강원도 평창에서 열렸습니다. ▲사람과 동물 식품 분야의 항생제 내성 통합 해소와 ▲축산물의 항생제 사용량 최소화 ▲항생제 사용량에 대한 모니터 강화 ▲수의사와 축산물 생산자들의 인식 개선 ▲내성균 치료제 개발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 한국 회의에서 항생제 내성 관리 첫 초안 마련

이번 회의에서는 식품에서 유래하는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최초의 국제 규범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는 항생제 내성과 관련해 이해 관계자에 있는 사람을 가축 사육자와 동물용 의약품 업계, 수의사 등으로 규정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식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 등 공급망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인물들까지로 확대됐습니다.

또 각국 정부가 식품 유래 항생제 내성을 통합 감시할 수 있는 지침도 제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에 나온 최초의 규범은 일종의 초안으로 이를 바탕으로 내년까지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지키지 않았을 때 응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취지의 연장선에서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이슈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이를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항생제 내성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특정 국가의 축산물의 수출이나 수입에 제동을 걸지 말자는 것입니다.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공통의 과제이지, 무역 분쟁의 도구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입니다.

사진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 2019년 12월 7일부터 13일까지 평창에서 개최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회의
과학계에서는 2050년이면 항생제 내성으로 전 세계에서 3초마다 1명씩 사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이 있는 축산물을 식품으로 섭취한 인간에게 어떤 해로움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인과 관계가 설명된 자료를 찾긴 어렵습니다만,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인체에 해롭다고 설명합니다.

식품에서 유래하는 항생제 내성을 막기 위한 국제 규범 탄생까지는 1년이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우리 농수축산물 업계는, 그리고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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