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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1~2일은 맞는 날”…지옥이 된 기숙사
입력 2019.12.16 (15:47) 수정 2019.12.16 (16:30) 취재K
국가인권위원회는 초중고 운동선수들의 인권 실태와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소속 실업 선수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연관 기사]
“코치님이 저를 때렸고, 부모님은 그걸 보고 우셨습니다” (2019.11.7.)
“오늘은 어떻게 혼날지 무섭습니다”…성인 선수도 일상화된 ‘폭력’ (2019.11.26.)


인권위는 오늘(16일) 총 102개 대학의 7,031명의 운동선수에 대한 인권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응답률은 71%로 4,924명의 선수가 참여했습니다.

3명 중 1명은 구타 등 폭행...욕설 등 언어폭력도 만연

"저희 기숙사가 4인실이거든요. 그런데 4학년이 한 명씩은 꼭 끼어있어요. 운동도 엄청 힘들게 하고 기숙사에 왔는데 선배들 눈치보고, 가끔씩 폭력이 있으면 그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죠."

"선배에게 라이터·옷걸이·전기 파리채로 맞습니다."

"1학년 때 샤워실에 선배가 후배들을 단체로 집합한 채로 욕설을 들었습니다."



성인이 됐지만, 폭행의 빈도는 미성년자일 때보다 훨씬 심해졌습니다. 응답자 중 1,613명인 33%가 구타 등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중 255명인 15.8%가 일주일에 1~2회 이상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다고도 했습니다. 지난 2010년 인권위가 조사한 '대학생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상습적으로 폭행당한다고 답한 11.6%보다 증가한 수치입니다.

욕이나 비난, 협박 등 언어폭력도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응답자 중 1,514명인 31%가 언어폭력을 들으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해자는 남녀 선수 가릴 것 없이 선배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코치와 감독 순이었습니다. 폭행이 일어나는 장소는 경기장과 숙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종일 붙어 지내면서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돼있는 겁니다.

10명 중 1명은 성폭력 경험...동성 간도 빈번

"남자 감독님이 여자 선수들에게 지도할 때 터치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움직여봐, 라고 할 때도 굳이 손을 잡는다거나..."

"빨리 오라고 손목을 잡고 가거나, 생리 주기 물어보면서 생리할 때 기분이 어떠냐? 생리 뒤로 좀 미룰 수 없냐? 운동하다가 좀 안 좋아 보이면 생리 하느냐고 한다거나..."



특히, 초중고 선수 피해실태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조사된 것은 성폭력 피해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특정 신체 부위나 몸매 등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남자 3%, 여자 9.2%)', '운동 중 불필요한 신체접촉 행위(남 2.2%, 여 3.3%)'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여학생은 상대적으로 언어적 성희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남학생의 경우 마사지를 시켜 신체 일부를 만지는 행위(176명) 등 신체적 성폭력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가해자는 여자 선수의 경우 주로 남자 선배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고, 남자 선수의 경우도 남자 선배, 남차 코치, 남자 감독 순으로 나타나 동성 간 성희롱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권위는 동성의 선배와 함께 거주하는 구조에서 위계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신체 부위를 몰래 혹은 강제로 촬영한 경우(0.7%)도 있었고, 강제로 성행위를 당하는 성폭행 피해도 2명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허락 없이 나갈 수 없는 '기숙사'...모든 것이 '통제'

"합숙소에서 나가는 건 다 허락을 받아야 해요. 아파서 병원 가려고 할 때도 허락을 받고 나가야 해요. 다 큰 성인이 이게 뭔가 싶죠."

"(선배가) 잔심부름, 물 떠와라, 아니면 휴지 가져오라고 하거나 빨래시켜요. 왜 시키느냐고 물어보면 너희도 크면 후배한테 시킨다고, 나도 이렇게 했다고...빨래, 수선 맡기는 것 무조건 1학년이 다 해요."


성인이지만, 대학 운동선수들은 외출과 외박 제한, 복장 제한, 통금시간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통제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응답자 중 4,184명인 84%가 기숙사나 합숙소 등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권위는 합숙 생활은 효과적으로 선수를 관리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으며, 운동 시간 외에 저녁이나 주말에도 자유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권위 설명대로 합숙 생활은 위계 문화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학교들은 관리라는 명목으로 학년을 섞어서 방을 배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 중 29%인 1,173명이 원하지 않는 각종 심부름, 빨래, 청소를 대신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저학년 선수들이 고학년 선수들의 잔심부름 등을 도맡아 하게 되고, 1~2년 뒤에는 새로 들어오는 후배에게 대물림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겁니다.

이뿐 아니라 외출과 외박을 제한받는가 하면 머리스타일, 화장, 옷차림에도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인권위는 "이런 통제와 여러 규칙들이 상호합의 된 게 아니라 팀워크 증진이나 정신무장 등의 불합리한 이유로 지속되고 있다"며 "'전통'으로 포장돼 대물림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권위 "대학생 선수가 피해 가장 심각..숙소 운영방식 바꿔야"

인권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초중고 학생보다 오히려 성인인 대학생 선수들의 폭력과 통제가 더욱 심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이규일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대학교 학생 선수들의 자기결정권이 억압받고 있다"며 "성인으로서 누려야 하는 자율 대신에 관리라는 명목으로 통제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운동 중심의 운동부 문화 해체 △자율 중심의 생활로의 전환 △일반학생과 함께 생활하는 통합형 기숙사 운영 방식으로 전환 등의 개선안을 제시했습니다.

인권위는 오늘(16일) 전문가와 진행한 '정책 간담회' 내용을 토대로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권고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 “일주일에 1~2일은 맞는 날”…지옥이 된 기숙사
    • 입력 2019-12-16 15:47:52
    • 수정2019-12-16 16:30:38
    취재K
국가인권위원회는 초중고 운동선수들의 인권 실태와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소속 실업 선수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연관 기사]
“코치님이 저를 때렸고, 부모님은 그걸 보고 우셨습니다” (2019.11.7.)
“오늘은 어떻게 혼날지 무섭습니다”…성인 선수도 일상화된 ‘폭력’ (2019.11.26.)


인권위는 오늘(16일) 총 102개 대학의 7,031명의 운동선수에 대한 인권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응답률은 71%로 4,924명의 선수가 참여했습니다.

3명 중 1명은 구타 등 폭행...욕설 등 언어폭력도 만연

"저희 기숙사가 4인실이거든요. 그런데 4학년이 한 명씩은 꼭 끼어있어요. 운동도 엄청 힘들게 하고 기숙사에 왔는데 선배들 눈치보고, 가끔씩 폭력이 있으면 그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죠."

"선배에게 라이터·옷걸이·전기 파리채로 맞습니다."

"1학년 때 샤워실에 선배가 후배들을 단체로 집합한 채로 욕설을 들었습니다."



성인이 됐지만, 폭행의 빈도는 미성년자일 때보다 훨씬 심해졌습니다. 응답자 중 1,613명인 33%가 구타 등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중 255명인 15.8%가 일주일에 1~2회 이상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다고도 했습니다. 지난 2010년 인권위가 조사한 '대학생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상습적으로 폭행당한다고 답한 11.6%보다 증가한 수치입니다.

욕이나 비난, 협박 등 언어폭력도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응답자 중 1,514명인 31%가 언어폭력을 들으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해자는 남녀 선수 가릴 것 없이 선배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코치와 감독 순이었습니다. 폭행이 일어나는 장소는 경기장과 숙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종일 붙어 지내면서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돼있는 겁니다.

10명 중 1명은 성폭력 경험...동성 간도 빈번

"남자 감독님이 여자 선수들에게 지도할 때 터치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움직여봐, 라고 할 때도 굳이 손을 잡는다거나..."

"빨리 오라고 손목을 잡고 가거나, 생리 주기 물어보면서 생리할 때 기분이 어떠냐? 생리 뒤로 좀 미룰 수 없냐? 운동하다가 좀 안 좋아 보이면 생리 하느냐고 한다거나..."



특히, 초중고 선수 피해실태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조사된 것은 성폭력 피해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특정 신체 부위나 몸매 등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남자 3%, 여자 9.2%)', '운동 중 불필요한 신체접촉 행위(남 2.2%, 여 3.3%)'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여학생은 상대적으로 언어적 성희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남학생의 경우 마사지를 시켜 신체 일부를 만지는 행위(176명) 등 신체적 성폭력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가해자는 여자 선수의 경우 주로 남자 선배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고, 남자 선수의 경우도 남자 선배, 남차 코치, 남자 감독 순으로 나타나 동성 간 성희롱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권위는 동성의 선배와 함께 거주하는 구조에서 위계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신체 부위를 몰래 혹은 강제로 촬영한 경우(0.7%)도 있었고, 강제로 성행위를 당하는 성폭행 피해도 2명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허락 없이 나갈 수 없는 '기숙사'...모든 것이 '통제'

"합숙소에서 나가는 건 다 허락을 받아야 해요. 아파서 병원 가려고 할 때도 허락을 받고 나가야 해요. 다 큰 성인이 이게 뭔가 싶죠."

"(선배가) 잔심부름, 물 떠와라, 아니면 휴지 가져오라고 하거나 빨래시켜요. 왜 시키느냐고 물어보면 너희도 크면 후배한테 시킨다고, 나도 이렇게 했다고...빨래, 수선 맡기는 것 무조건 1학년이 다 해요."


성인이지만, 대학 운동선수들은 외출과 외박 제한, 복장 제한, 통금시간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통제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응답자 중 4,184명인 84%가 기숙사나 합숙소 등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권위는 합숙 생활은 효과적으로 선수를 관리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으며, 운동 시간 외에 저녁이나 주말에도 자유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권위 설명대로 합숙 생활은 위계 문화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학교들은 관리라는 명목으로 학년을 섞어서 방을 배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 중 29%인 1,173명이 원하지 않는 각종 심부름, 빨래, 청소를 대신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저학년 선수들이 고학년 선수들의 잔심부름 등을 도맡아 하게 되고, 1~2년 뒤에는 새로 들어오는 후배에게 대물림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겁니다.

이뿐 아니라 외출과 외박을 제한받는가 하면 머리스타일, 화장, 옷차림에도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인권위는 "이런 통제와 여러 규칙들이 상호합의 된 게 아니라 팀워크 증진이나 정신무장 등의 불합리한 이유로 지속되고 있다"며 "'전통'으로 포장돼 대물림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권위 "대학생 선수가 피해 가장 심각..숙소 운영방식 바꿔야"

인권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초중고 학생보다 오히려 성인인 대학생 선수들의 폭력과 통제가 더욱 심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이규일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대학교 학생 선수들의 자기결정권이 억압받고 있다"며 "성인으로서 누려야 하는 자율 대신에 관리라는 명목으로 통제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운동 중심의 운동부 문화 해체 △자율 중심의 생활로의 전환 △일반학생과 함께 생활하는 통합형 기숙사 운영 방식으로 전환 등의 개선안을 제시했습니다.

인권위는 오늘(16일) 전문가와 진행한 '정책 간담회' 내용을 토대로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권고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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