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 준비하고 서서 기다린 일본…규제 170일, 무슨 일이?

입력 2019.12.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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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일 수출관리 대화에 '에비앙' 준비한 일본
악수조차 없었던 과장급 협의 때와 달라져
6월 30일 수출규제 보도부터 170일
일왕 즉위식 무렵부터 대화 분위기 조성
여행 자제·불매운동에 일본 타격

오늘 오전 일본 도쿄에서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열렸다. 일본 측 대표단은 손을 모으고 한국 대표단을 기다렸다.

오늘 오전 일본 도쿄에서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열렸다. 일본 측 대표단은 손을 모으고 한국 대표단을 기다렸다.

일본이 기습적으로 수출 규제를 발표한 뒤 한일 과장급 회의가 열렸다. 회의장소는 썰렁한 사무실이었고 흔한 악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마찬가지로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회의가 열렸지만 회의 장소는 장관도 사용한다는 심의회장이었다. 에비앙 생수와 커피, 얼음 등 마실 것도 준비됐다. 뿐만 아니라 일본 측 대표들은 우리 측 대표들이 오기를 두 손을 모으고 서서 기다렸다. '환대'라고 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섯 달 전 과장급 회의와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표한 것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직후였다. 6월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을 깜짝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세계의 눈이 판문점에 쏠린 그날, 일본 산케이 신문은 단독보도로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틀 전 아베 총리는 G20에서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무역을 외교 갈등을 푸는 무기로 사용한 것이다.

강대 강으로 격화되던 갈등은 10월 22일 일왕즉위식 무렵부터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강대 강으로 격화되던 갈등은 10월 22일 일왕즉위식 무렵부터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이후 우리나라는 즉각 일본을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우리 요청으로 과장급 회의도 열렸지만 일본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반도체 3개 품목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자국 내 수출관리 방법의 변화"라면서 아예 협의대상도 아니라고 했다. 일본 내각은 우리나라를 백색국가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우리 정부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민간에서는 혐한 방송으로 논란을 일으킨 일본 화장품회사 DHC 등에 대한 불매운동이 번졌다. 일본 맥주에 대한 불매운동은 결국 수입량을 0으로 만들었고 일본 관광객도 1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광복절인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대화를 제의하는 발언을 했지만 일본은 이에 화답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일본과의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했다. 이후 예고했던대로 일본을 WTO에 제소했다.

강대 강으로 치닫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10월 22일 일왕의 즉위식 무렵이었다. 우리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특사로 파견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결정한 배경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서는 양국 정계에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이후 11월 22일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를 조건부 연장하기로 하고 일본은 수출규제에 대한 국장급 대화를 약속하면서 일단은 소강 국면을 맞았다.

오늘 국장급 협의를 거쳐 다음주 24일 예정대로 한일 정상이 만난다면 양국 간 어떤 내용의 협의를 이루어낼지 주목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우리나라의 수출 관리 미숙이나 통상 갈등이 아니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눈에 보이는 국장급 협의보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양국 입장차 등에 대한 보이지 않는 막후 논의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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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비앙’ 준비하고 서서 기다린 일본…규제 170일, 무슨 일이?
    • 입력 2019-12-16 17:49:16
    취재K
한일 수출관리 대화에 '에비앙' 준비한 일본 <br />악수조차 없었던 과장급 협의 때와 달라져 <br />6월 30일 수출규제 보도부터 170일 <br />일왕 즉위식 무렵부터 대화 분위기 조성 <br />여행 자제·불매운동에 일본 타격

오늘 오전 일본 도쿄에서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열렸다. 일본 측 대표단은 손을 모으고 한국 대표단을 기다렸다.

일본이 기습적으로 수출 규제를 발표한 뒤 한일 과장급 회의가 열렸다. 회의장소는 썰렁한 사무실이었고 흔한 악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마찬가지로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회의가 열렸지만 회의 장소는 장관도 사용한다는 심의회장이었다. 에비앙 생수와 커피, 얼음 등 마실 것도 준비됐다. 뿐만 아니라 일본 측 대표들은 우리 측 대표들이 오기를 두 손을 모으고 서서 기다렸다. '환대'라고 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섯 달 전 과장급 회의와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표한 것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직후였다. 6월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을 깜짝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세계의 눈이 판문점에 쏠린 그날, 일본 산케이 신문은 단독보도로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틀 전 아베 총리는 G20에서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무역을 외교 갈등을 푸는 무기로 사용한 것이다.

강대 강으로 격화되던 갈등은 10월 22일 일왕즉위식 무렵부터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이후 우리나라는 즉각 일본을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우리 요청으로 과장급 회의도 열렸지만 일본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반도체 3개 품목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자국 내 수출관리 방법의 변화"라면서 아예 협의대상도 아니라고 했다. 일본 내각은 우리나라를 백색국가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우리 정부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민간에서는 혐한 방송으로 논란을 일으킨 일본 화장품회사 DHC 등에 대한 불매운동이 번졌다. 일본 맥주에 대한 불매운동은 결국 수입량을 0으로 만들었고 일본 관광객도 1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광복절인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대화를 제의하는 발언을 했지만 일본은 이에 화답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일본과의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했다. 이후 예고했던대로 일본을 WTO에 제소했다.

강대 강으로 치닫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10월 22일 일왕의 즉위식 무렵이었다. 우리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특사로 파견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결정한 배경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서는 양국 정계에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이후 11월 22일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를 조건부 연장하기로 하고 일본은 수출규제에 대한 국장급 대화를 약속하면서 일단은 소강 국면을 맞았다.

오늘 국장급 협의를 거쳐 다음주 24일 예정대로 한일 정상이 만난다면 양국 간 어떤 내용의 협의를 이루어낼지 주목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우리나라의 수출 관리 미숙이나 통상 갈등이 아니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눈에 보이는 국장급 협의보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양국 입장차 등에 대한 보이지 않는 막후 논의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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