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더 일하라” 프랑스 연금 개편…17일 반대 총파업

입력 2019.12.16 (18:07) 수정 2019.12.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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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됐던 '노란 조끼' 시위 1년여 만에 프랑스가 또다시 대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번에는 '연금' 때문이라는데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노조의 총파업이 벌써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요?

[답변]

네. 지난 11일 2차 총파업 이후에는 일반 시민들도 가세하면서 시위가 더 확산하는 모양새인데요.

수도 파리 도심은 사실상 마비 상태입니다.

현재 파리는 말 그대로 '교통지옥'입니다.

이번 파업 여파로 파리 지하철 16개 노선 가운데 2개 노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멈춰 섰고요.

열차의 경우 운행률이 25%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파리 시민 : "사람들이 기다리는데도 열차가 오지 않아요. 모든 것이 엉망인 상황이에요."]

이번 파업에 정유 노조도 참여하면서 물류 대란까지 예상되고 있는데요.

학교와 병원, 공공시설 등이 모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연금 개편안의 핵심이 뭔가요?

[답변]

프랑스 정부는 기존의 복잡한 연금 체계를 단일화하고, 보편적인 제도로 바꾸겠다는 계획인데요.

프랑스 총리의 발언을 직접 들어보시죠.

[에두아르 필리프/프랑스 총리/지난 11일 :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정부의 (연금) 보편성을 위한 노력은 사회 정의를 위한 것입니다."]

이번 연금 개편안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현재 직종별로 상이한 42개의 퇴직 연금 체계를 하나로 통합합니다.

그리고 연금은 일한 만큼 받는 구조로 바뀌는데요.

매달 내는 연금 보험료를 포인트로 쌓는 방식입니다.

[앵커]

요약하면, 연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이, 오래 일해야 한다는 거네요?

[답변]

그렇습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연금 책정 기준이 직업군에 따라 달라지다 보니 누구는 많이 받고 다른 누군가는 덜 받는, 형평성 논란이 있었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차별을 없애겠다는 입장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대신 전업으로 일하다 중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요.

한 달에 최소 1,000유로(약 132만 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군인과 소방관, 경찰 등 특수 공무원의 경우에는 일찍 그만두더라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연금을 줄 방침입니다.

[앵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도 논란이 되고 있던데요?

[답변]

퇴직 연령은 현행 62세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는데요.

문제는 연금 수급 나이입니다.

(62세부터 받을 수는 있는데) 내가 낸 돈을 연금으로 모두 돌려받으려면 64세가 지나야 합니다.

BBC에 따르면, 64세까지 일한 사람은 63세에 은퇴한 사람보다 연금을 5% 더 받습니다.

그리고 65세까지 1년 더 일할 경우에는 매달 받는 연금이 오히려 5% 증액됩니다.

결국 오래 일할수록 연금을 많이 받게 되는 구조로, 사실상 '정년 연장'을 유도한 개혁안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연금은 노후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국민들이 정말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요.

노동계 입장은 뭔가요?

[답변]

노동계는 이번 연금 개혁안이 "더 많이 일하고 덜 받는" '개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가 각 직종의 특수성을 배려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혁안을 둘러싸고 특히, 국영 철도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에 따라 52세에 은퇴하면 연금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62세까지 일해야 합니다.

연금도 줄어듭니다.

[필리프 마르티네즈/프랑스 노동 총동맹 위원장 : "수많은 근로자가 일자리 불안과 실업, 강제 계약직 등의 문제를 겪게 될 것이며, (연금 보험료를) 적게 낼 수밖에 없거나 아예 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교사, 선생님들 같은 경우에는 최근 6개월을 기준으로 연금을 산정했는데요.

앞으로 임금에 연동되면 연금 실수령액이 많이 줄어들어 노후 생활을 위협받을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 교사들의 평균 연봉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이웃 국가인 영국, 독일과 비교하면 많게는 2만 유로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요.

이마저도 매년 삭감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파업이 노란 조끼 시위처럼 장기화하지는 않을지 우려가 큽니다.

내일 3차 총파업도 예고돼 있는데요.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개혁을 강행하는 이유, 짚어보죠.

[답변]

네. 프랑스가 연금 개혁 카드를 꺼내 든 건, 그만큼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현재 프랑스는 연금으로 인한 재정 적자가 연간 100억 유로, 우리 돈 13조 원에 육박합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 인구 수 감소와 고령화 속 국민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현재 연금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연금 체계는 1975년 이후 출생자부터 적용하겠다고 하는 등 한발 물러서며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이번 연금 개편에 대한 프랑스 내 여론입니다.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76%가 현행 연금 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는데요.

그런데, 이번 개편안을 반대하는 국민도 64%에 달했습니다.

산업 구조 변화 속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프랑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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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6 18:11:32
    • 수정2019-12-16 18:33:34
    통합뉴스룸ET
[앵커]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됐던 '노란 조끼' 시위 1년여 만에 프랑스가 또다시 대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번에는 '연금' 때문이라는데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노조의 총파업이 벌써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요?

[답변]

네. 지난 11일 2차 총파업 이후에는 일반 시민들도 가세하면서 시위가 더 확산하는 모양새인데요.

수도 파리 도심은 사실상 마비 상태입니다.

현재 파리는 말 그대로 '교통지옥'입니다.

이번 파업 여파로 파리 지하철 16개 노선 가운데 2개 노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멈춰 섰고요.

열차의 경우 운행률이 25%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파리 시민 : "사람들이 기다리는데도 열차가 오지 않아요. 모든 것이 엉망인 상황이에요."]

이번 파업에 정유 노조도 참여하면서 물류 대란까지 예상되고 있는데요.

학교와 병원, 공공시설 등이 모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연금 개편안의 핵심이 뭔가요?

[답변]

프랑스 정부는 기존의 복잡한 연금 체계를 단일화하고, 보편적인 제도로 바꾸겠다는 계획인데요.

프랑스 총리의 발언을 직접 들어보시죠.

[에두아르 필리프/프랑스 총리/지난 11일 :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정부의 (연금) 보편성을 위한 노력은 사회 정의를 위한 것입니다."]

이번 연금 개편안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현재 직종별로 상이한 42개의 퇴직 연금 체계를 하나로 통합합니다.

그리고 연금은 일한 만큼 받는 구조로 바뀌는데요.

매달 내는 연금 보험료를 포인트로 쌓는 방식입니다.

[앵커]

요약하면, 연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이, 오래 일해야 한다는 거네요?

[답변]

그렇습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연금 책정 기준이 직업군에 따라 달라지다 보니 누구는 많이 받고 다른 누군가는 덜 받는, 형평성 논란이 있었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차별을 없애겠다는 입장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대신 전업으로 일하다 중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요.

한 달에 최소 1,000유로(약 132만 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군인과 소방관, 경찰 등 특수 공무원의 경우에는 일찍 그만두더라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연금을 줄 방침입니다.

[앵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도 논란이 되고 있던데요?

[답변]

퇴직 연령은 현행 62세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는데요.

문제는 연금 수급 나이입니다.

(62세부터 받을 수는 있는데) 내가 낸 돈을 연금으로 모두 돌려받으려면 64세가 지나야 합니다.

BBC에 따르면, 64세까지 일한 사람은 63세에 은퇴한 사람보다 연금을 5% 더 받습니다.

그리고 65세까지 1년 더 일할 경우에는 매달 받는 연금이 오히려 5% 증액됩니다.

결국 오래 일할수록 연금을 많이 받게 되는 구조로, 사실상 '정년 연장'을 유도한 개혁안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연금은 노후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국민들이 정말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요.

노동계 입장은 뭔가요?

[답변]

노동계는 이번 연금 개혁안이 "더 많이 일하고 덜 받는" '개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가 각 직종의 특수성을 배려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혁안을 둘러싸고 특히, 국영 철도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에 따라 52세에 은퇴하면 연금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62세까지 일해야 합니다.

연금도 줄어듭니다.

[필리프 마르티네즈/프랑스 노동 총동맹 위원장 : "수많은 근로자가 일자리 불안과 실업, 강제 계약직 등의 문제를 겪게 될 것이며, (연금 보험료를) 적게 낼 수밖에 없거나 아예 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교사, 선생님들 같은 경우에는 최근 6개월을 기준으로 연금을 산정했는데요.

앞으로 임금에 연동되면 연금 실수령액이 많이 줄어들어 노후 생활을 위협받을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 교사들의 평균 연봉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이웃 국가인 영국, 독일과 비교하면 많게는 2만 유로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요.

이마저도 매년 삭감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파업이 노란 조끼 시위처럼 장기화하지는 않을지 우려가 큽니다.

내일 3차 총파업도 예고돼 있는데요.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개혁을 강행하는 이유, 짚어보죠.

[답변]

네. 프랑스가 연금 개혁 카드를 꺼내 든 건, 그만큼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현재 프랑스는 연금으로 인한 재정 적자가 연간 100억 유로, 우리 돈 13조 원에 육박합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 인구 수 감소와 고령화 속 국민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현재 연금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연금 체계는 1975년 이후 출생자부터 적용하겠다고 하는 등 한발 물러서며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이번 연금 개편에 대한 프랑스 내 여론입니다.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76%가 현행 연금 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는데요.

그런데, 이번 개편안을 반대하는 국민도 64%에 달했습니다.

산업 구조 변화 속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프랑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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