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최민식 “순수한 장영실 보여주고 싶었다”

입력 2019.12.1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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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과학자 장영실. 그 이름과 업적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기록이 부족해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어땠을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배우 최민식(57)은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장영실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만들어냈다. 최민식의 장영실은 아기처럼 순진하고 순수하며 때로는 귀엽기까지 한 '세종 바라기'였다.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최민식은 "공상하고 꿈속에 사는 것 같은 그런 순수함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가 해왔던 선이 굵은 연기와는 다르다는 말에 "항상 새로운 시도는 재밌다"며 "통통해서 호빵맨 같다고들 한다"고 크게 웃었다.

영화 속에서 장영실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세계는 세종과 세종이 이루고자 하는 뜻에 맞춰 돌아간다. 때문에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가 '브로맨스'를 넘어 멜로로까지 읽히는 순간이 있다.

최민식은 "큰 뜻을 품은 세종에 매미처럼 붙어서 돕는 장영실의 여러 감정이 좀 더 자세하게 표현되길 바랐다"고 돌아봤다.

"우리가 이미 아는 역사가 (영화 속에서) 반복된다는 것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잖아요. 두 사람이 한 주제에 대해 격론을 벌이고 농담도 주고받고 의견대립도 했겠죠.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그리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사극과 차별화되는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미묘하고 치열하고 서글프고 애잔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죠."

'장영실이 감독한 안여(安輿·임금이 타는 가마)가 튼튼하지 못해 부서져 의금부에 내려 국문하게 했다'는 세종실록의 역사 이후에는 장영실에 대한 기록이 없다. 감독과 배우가 상상력으로 빈 곳을 채워나갔다.

최민식은 "역사 속 인물을 성역화하는 것이 내 취향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사로운 감정이 있는데, 그걸 극복하고 큰 뜻을 이뤄냈을 때가 더 인간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명량'(2014)을 위해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를 읽었을 때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충무공이 욕도 잘하시는 등의 인간적인 부분을 봤을 때였어요. 제가 생각한 장영실은 정치적인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창작자의 자존심만 있는 사람이에요. 나를 알아주는 임금과 그 사람 옆에서 내 능력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지만 생각하는 사람요."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브로맨스가 완성되는 삼십년지기 최민식과 한석규의 연기 호흡이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이며 '쉬리' 이후 20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 한석규에 관해 말할 때 최민식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석규는 정말 학교 다닐 때랑 똑같아요. 테이프 늘어진 것 같은 그 목소리도 그렇고요. (웃음) 충무로에서는 흔치 않은 직계 '쫄따구'죠. 우리가 함께했던 '넘버3'이나 '쉬리'를 보통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시작이라고 하잖아요. 그 당시에 다양한 색깔의 감독과 작품들이 나왔죠. 그렇지만 추억에 취해서 살지는 않아요. 우린 아직 젊거든요."

최민식은 '천문'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두 배우에게 "배역을 알아서 정하라"라고 했다는 후문도 전했다.

최민식은 "한석규가 '세종 할게요'라고 해서 내가 장영실을 하겠다고 했다"며 "나는 '천문'이 아니어도 한석규랑 작업했을 거다. 같이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최민식은 2014년 '명량'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명량'이 세운 최고 관객 수 1천761만명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후 출연했던 세 작품 '대호'(2015), '특별시민'(2017), '침묵'(2017)은 부진했다.

최민식은 "영화 흥행의 '흥망성쇠'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명량'의 성공은 다 잊었어요. 이후 세 작품이 다 잘 안 돼서…. (웃음) 영화 흥행 신경 쓰면서는 못 살아요. 스코어 좋게 나왔을 때 기분이 안 좋을 리는 없지만, 그거에 연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가급적 생각 안 하고 작품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최근 영화 시장에 대해서도 쓴소리와 바람을 함께 전했다.

"석규랑도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주도적으로 다양한 장르에 뛰어 들어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몇 개의 투자배급사가 (영화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분들 입장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양성이라는 부분에서 이분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죠. 블록버스터보다는 작지만 단단한 이야기들을 내놓고 신뢰를 얻어 공생할 수 있는 작업을 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나이 먹기 전에 따끈따끈한 멜로나 한석규와 함께 코미디를 꼭 해보고 싶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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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문’ 최민식 “순수한 장영실 보여주고 싶었다”
    • 입력 2019-12-18 13:23:16
    연합뉴스
조선의 과학자 장영실. 그 이름과 업적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기록이 부족해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어땠을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배우 최민식(57)은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장영실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만들어냈다. 최민식의 장영실은 아기처럼 순진하고 순수하며 때로는 귀엽기까지 한 '세종 바라기'였다.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최민식은 "공상하고 꿈속에 사는 것 같은 그런 순수함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가 해왔던 선이 굵은 연기와는 다르다는 말에 "항상 새로운 시도는 재밌다"며 "통통해서 호빵맨 같다고들 한다"고 크게 웃었다.

영화 속에서 장영실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세계는 세종과 세종이 이루고자 하는 뜻에 맞춰 돌아간다. 때문에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가 '브로맨스'를 넘어 멜로로까지 읽히는 순간이 있다.

최민식은 "큰 뜻을 품은 세종에 매미처럼 붙어서 돕는 장영실의 여러 감정이 좀 더 자세하게 표현되길 바랐다"고 돌아봤다.

"우리가 이미 아는 역사가 (영화 속에서) 반복된다는 것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잖아요. 두 사람이 한 주제에 대해 격론을 벌이고 농담도 주고받고 의견대립도 했겠죠.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그리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사극과 차별화되는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미묘하고 치열하고 서글프고 애잔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죠."

'장영실이 감독한 안여(安輿·임금이 타는 가마)가 튼튼하지 못해 부서져 의금부에 내려 국문하게 했다'는 세종실록의 역사 이후에는 장영실에 대한 기록이 없다. 감독과 배우가 상상력으로 빈 곳을 채워나갔다.

최민식은 "역사 속 인물을 성역화하는 것이 내 취향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사로운 감정이 있는데, 그걸 극복하고 큰 뜻을 이뤄냈을 때가 더 인간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명량'(2014)을 위해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를 읽었을 때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충무공이 욕도 잘하시는 등의 인간적인 부분을 봤을 때였어요. 제가 생각한 장영실은 정치적인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창작자의 자존심만 있는 사람이에요. 나를 알아주는 임금과 그 사람 옆에서 내 능력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지만 생각하는 사람요."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브로맨스가 완성되는 삼십년지기 최민식과 한석규의 연기 호흡이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이며 '쉬리' 이후 20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 한석규에 관해 말할 때 최민식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석규는 정말 학교 다닐 때랑 똑같아요. 테이프 늘어진 것 같은 그 목소리도 그렇고요. (웃음) 충무로에서는 흔치 않은 직계 '쫄따구'죠. 우리가 함께했던 '넘버3'이나 '쉬리'를 보통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시작이라고 하잖아요. 그 당시에 다양한 색깔의 감독과 작품들이 나왔죠. 그렇지만 추억에 취해서 살지는 않아요. 우린 아직 젊거든요."

최민식은 '천문'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두 배우에게 "배역을 알아서 정하라"라고 했다는 후문도 전했다.

최민식은 "한석규가 '세종 할게요'라고 해서 내가 장영실을 하겠다고 했다"며 "나는 '천문'이 아니어도 한석규랑 작업했을 거다. 같이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최민식은 2014년 '명량'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명량'이 세운 최고 관객 수 1천761만명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후 출연했던 세 작품 '대호'(2015), '특별시민'(2017), '침묵'(2017)은 부진했다.

최민식은 "영화 흥행의 '흥망성쇠'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명량'의 성공은 다 잊었어요. 이후 세 작품이 다 잘 안 돼서…. (웃음) 영화 흥행 신경 쓰면서는 못 살아요. 스코어 좋게 나왔을 때 기분이 안 좋을 리는 없지만, 그거에 연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가급적 생각 안 하고 작품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최근 영화 시장에 대해서도 쓴소리와 바람을 함께 전했다.

"석규랑도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주도적으로 다양한 장르에 뛰어 들어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몇 개의 투자배급사가 (영화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분들 입장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양성이라는 부분에서 이분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죠. 블록버스터보다는 작지만 단단한 이야기들을 내놓고 신뢰를 얻어 공생할 수 있는 작업을 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나이 먹기 전에 따끈따끈한 멜로나 한석규와 함께 코미디를 꼭 해보고 싶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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