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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빈손’ 귀국 비건…북한, 크리스마스 선물 보내나?
입력 2019.12.20 (17:05) 특파원 리포트
결국, 북한 접촉 못 하고..'빈손 귀국'

2019년 12월 20일 13시 35분 CA 121편. 오늘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평양으로 가는 유일한 비행기다. 출발이 30분 연기돼 오늘 오후 2시 평양으로 출발했다. 베이징과 평양 간에는 주중 6차례 왕복 비행편이 운항한다. 화·목·토는 북한 고려항공, 월·수·금은 중국 에어차이나가 다닌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급거 중국을 찾은 미 국무부 비건 대북 특별대표가 평양으로 들어가려면 이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러나 비건 대표는 이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북한과 직접 접촉을 할 마지막 방안이었던 평양 방문이 무위로 끝난 것이다. "우리는 여기 있다"며 '만나자'고 공개 요청을 하고, 한국과 일본을 거쳐 중국까지 왔지만, 북한 접촉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비건 대표는 중국 시각 20일(오늘) 18시 25분 UA 808편으로 워싱턴으로 돌아간다.

중국 출장 중 국무부 부장관 인준안이 90대 3으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는 낭보도 날아왔지만, 정작 15일부터 한·중·일 세 나라를 돌며 대북 협상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시도는 실패했다. 더구나 중국의 어깃장에 앞으로 협상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도 어깃장 .. '제재 완화'는 최선의 방안?

비건 대표는 어제 오후 베이징에서 중국 외교부 뤄자오후이(羅照輝) 부부장과 회담했다. 뤄 부부장이 중국의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로 임명되고 첫 자리다.

비건 대표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중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가 어젯밤 자정 공개한 '보도문'을 보면 중국 역시 지금 상황을 엄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엔 반가운 일이다.

"중국은 미·북이 조속히 대화 접촉을 재개하고, 상호 신뢰를 쌓고 이견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중국 외교부 보도문, 19일 밤 자정 발표)

그러나 실제 미·중협상에서 뤄 부부장이 비건 대표와 나눈 대화의 핵심은 보도문 제일 아랫줄, 이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의 단계적, 동시다발적 추진과 평화체제 구축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소통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중국 외교부 보도문)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요구해온 북핵 해법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출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담긴 '제재 완화' 역시 이 논리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북한이 핵 실험장을 폐기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자제하고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맞조치로 대북 제재도 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는 제재 완화가 어렵다는 미국의 일괄타결 방안과는 호흡이 다른 해법이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제재 압박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하였다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대북 제재 전선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위 중국 외교부 보도문을 보면, 미국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에서 '제재 완화'가 최선의 방안이라는 중국의 주장을 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 대북 공조가 삐걱댈 상황에 놓인 것이다. 뤄자오후이 부부장은 19일, 다음 주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제재 완화'와 '6자 회담'을 최선의 북핵 해법으로 제시했다.

"중-러가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해결의 중요성, 특히 6자회담 재개, 유엔 제재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현 정세에서 한반도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이라 생각합니다."(뤄자오후이 부부장, 19일 한·중·일 정상회의 관련 기자회견 발언)


어르고 달래도 안되는 북한….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 보내나?

이달 3일 김정은 위원장은 박정천 군 총참모장 등 군 고위 간부를 대동하고,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 김 위원장이 2012년 공식 집권한 이후 백두산과 백두산을 행정구역으로 하는 삼지연군을 방문한 건 모두 9차례다.

하지만 군부 인사를 대동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같은 날 북한은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담화에서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인지를 두고 정치적 행위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외교안보전문가 중국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또는 위성을 발사하거나, 북미 대화 공식 중단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무엇이 됐든 실제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는 순간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건 분명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 6자 회담 재개를 요구하는 것도 북핵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협상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또 한반도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가 이뤄지는 것에 동의해 공식적으론 유엔 제재에도 동참해 왔다.

물론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 UN 결의안 초안을 제출함에 따라 대북 제재 '국제 공조'에 흠집이 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중국이 의장국으로 주도권을 갖는 '6자 회담'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중국의 말대로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정은 위원장조차 6자 회담은 실패한 회담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한국 역시 6자 회담이 재개되면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자임했던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실타래처럼 꼬인 북핵 문제. 북한이 밝힌 연말 시한은 이제 11일, 크리스마스까지는 닷새 남았다.
  • [특파원리포트] ‘빈손’ 귀국 비건…북한, 크리스마스 선물 보내나?
    • 입력 2019-12-20 17:05:28
    특파원 리포트
결국, 북한 접촉 못 하고..'빈손 귀국'

2019년 12월 20일 13시 35분 CA 121편. 오늘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평양으로 가는 유일한 비행기다. 출발이 30분 연기돼 오늘 오후 2시 평양으로 출발했다. 베이징과 평양 간에는 주중 6차례 왕복 비행편이 운항한다. 화·목·토는 북한 고려항공, 월·수·금은 중국 에어차이나가 다닌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급거 중국을 찾은 미 국무부 비건 대북 특별대표가 평양으로 들어가려면 이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러나 비건 대표는 이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북한과 직접 접촉을 할 마지막 방안이었던 평양 방문이 무위로 끝난 것이다. "우리는 여기 있다"며 '만나자'고 공개 요청을 하고, 한국과 일본을 거쳐 중국까지 왔지만, 북한 접촉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비건 대표는 중국 시각 20일(오늘) 18시 25분 UA 808편으로 워싱턴으로 돌아간다.

중국 출장 중 국무부 부장관 인준안이 90대 3으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는 낭보도 날아왔지만, 정작 15일부터 한·중·일 세 나라를 돌며 대북 협상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시도는 실패했다. 더구나 중국의 어깃장에 앞으로 협상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도 어깃장 .. '제재 완화'는 최선의 방안?

비건 대표는 어제 오후 베이징에서 중국 외교부 뤄자오후이(羅照輝) 부부장과 회담했다. 뤄 부부장이 중국의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로 임명되고 첫 자리다.

비건 대표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중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가 어젯밤 자정 공개한 '보도문'을 보면 중국 역시 지금 상황을 엄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엔 반가운 일이다.

"중국은 미·북이 조속히 대화 접촉을 재개하고, 상호 신뢰를 쌓고 이견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중국 외교부 보도문, 19일 밤 자정 발표)

그러나 실제 미·중협상에서 뤄 부부장이 비건 대표와 나눈 대화의 핵심은 보도문 제일 아랫줄, 이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의 단계적, 동시다발적 추진과 평화체제 구축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소통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중국 외교부 보도문)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요구해온 북핵 해법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출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담긴 '제재 완화' 역시 이 논리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북한이 핵 실험장을 폐기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자제하고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맞조치로 대북 제재도 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는 제재 완화가 어렵다는 미국의 일괄타결 방안과는 호흡이 다른 해법이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제재 압박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하였다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대북 제재 전선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위 중국 외교부 보도문을 보면, 미국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에서 '제재 완화'가 최선의 방안이라는 중국의 주장을 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 대북 공조가 삐걱댈 상황에 놓인 것이다. 뤄자오후이 부부장은 19일, 다음 주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제재 완화'와 '6자 회담'을 최선의 북핵 해법으로 제시했다.

"중-러가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해결의 중요성, 특히 6자회담 재개, 유엔 제재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현 정세에서 한반도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이라 생각합니다."(뤄자오후이 부부장, 19일 한·중·일 정상회의 관련 기자회견 발언)


어르고 달래도 안되는 북한….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 보내나?

이달 3일 김정은 위원장은 박정천 군 총참모장 등 군 고위 간부를 대동하고,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 김 위원장이 2012년 공식 집권한 이후 백두산과 백두산을 행정구역으로 하는 삼지연군을 방문한 건 모두 9차례다.

하지만 군부 인사를 대동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같은 날 북한은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담화에서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인지를 두고 정치적 행위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외교안보전문가 중국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또는 위성을 발사하거나, 북미 대화 공식 중단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무엇이 됐든 실제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는 순간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건 분명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 6자 회담 재개를 요구하는 것도 북핵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협상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또 한반도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가 이뤄지는 것에 동의해 공식적으론 유엔 제재에도 동참해 왔다.

물론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 UN 결의안 초안을 제출함에 따라 대북 제재 '국제 공조'에 흠집이 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중국이 의장국으로 주도권을 갖는 '6자 회담'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중국의 말대로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정은 위원장조차 6자 회담은 실패한 회담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한국 역시 6자 회담이 재개되면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자임했던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실타래처럼 꼬인 북핵 문제. 북한이 밝힌 연말 시한은 이제 11일, 크리스마스까지는 닷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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