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먹튀 사기 기승…피해자들이 ‘1원 송금’ 나선 이유

입력 2019.12.20 (19:21) 수정 2019.12.2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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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온라인에서 유명 가전제품 특가 할인 메시지를 보고 돈을 보냈다가, 사기를 당해 물건은 못받고 돈만 날리는 일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들만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으로 범인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다못한 피해자들이 범인이 알려준 입금계좌로 1원씩 송금하면서 '보이스피싱이다, 경찰서에가라'는 문구를 적어 뿌리고 있었습니다.

김혜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터넷 맘카페에 게시된 가전제품 할인판매 홍보 메시지입니다.

30대 여성 하 모씨는 유명 가전사의 공식 판매처인 것처럼 안내하는 메시지를 믿고, 청소기와 공기청정기를 고른뒤, 판매자가 알려준 계좌로 156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하○○/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블로그에 댓글들이 많이 달려 있었고 (댓글들을 봤을 때) '믿을 수 있는 데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연락을 해서..."]

하지만 판매자는 이후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의심한 하 씨가 환불을 요구하자, 갑자기 하 씨의 통장에 1원씩 수차례 입금되면서 '정신차려' '경찰서로 가세요' 등의 문구가 찍혔습니다.

[하○○/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너무 화가 났죠. 너가 신고해봤자 나는 잡히지 않는다. 이런 느낌?"]

이 문구를 보낸 사람, 알고보니 범인이 아니라 또다른 피해자였습니다.

이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어, 돈을 입금했던 그 계좌 주인에게 경고메시지를 보냈던 겁니다.

[A 씨/피해자 대표 : "경찰이 얘네를 잡을 수 없다면 우리가 그 계좌를 쫓아서 여기서 돈이 이체되는 걸 다 끊어서 막아버리자. 이걸 저희가 하고 있는 거죠. (근데 왜 1원이에요?) 금액이 부담이 없으니까. 저희가 메시지는 남겨야 하는데..."]

피해자들은 사기범이 확보한 입금 계좌들로 하 씨같은 피해자들의 돈을 받은 뒤 이를 빼내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기범은 이를 눈치 채고, 피해 막기에 나선 사람들에게 '너네 놀리는 거 재미있다'고 조롱하는 메시지까지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 비슷한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이 모인 카톡방에는 5백 명 넘게 등록된 상태입니다.

이들은 3년 전에 이미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직 사기범을 잡았다는 통지를 못받았다며 하소연합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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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먹튀 사기 기승…피해자들이 ‘1원 송금’ 나선 이유
    • 입력 2019-12-20 19:24:17
    • 수정2019-12-20 19:51:51
    뉴스 7
[앵커]

온라인에서 유명 가전제품 특가 할인 메시지를 보고 돈을 보냈다가, 사기를 당해 물건은 못받고 돈만 날리는 일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들만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으로 범인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다못한 피해자들이 범인이 알려준 입금계좌로 1원씩 송금하면서 '보이스피싱이다, 경찰서에가라'는 문구를 적어 뿌리고 있었습니다.

김혜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터넷 맘카페에 게시된 가전제품 할인판매 홍보 메시지입니다.

30대 여성 하 모씨는 유명 가전사의 공식 판매처인 것처럼 안내하는 메시지를 믿고, 청소기와 공기청정기를 고른뒤, 판매자가 알려준 계좌로 156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하○○/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블로그에 댓글들이 많이 달려 있었고 (댓글들을 봤을 때) '믿을 수 있는 데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연락을 해서..."]

하지만 판매자는 이후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의심한 하 씨가 환불을 요구하자, 갑자기 하 씨의 통장에 1원씩 수차례 입금되면서 '정신차려' '경찰서로 가세요' 등의 문구가 찍혔습니다.

[하○○/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너무 화가 났죠. 너가 신고해봤자 나는 잡히지 않는다. 이런 느낌?"]

이 문구를 보낸 사람, 알고보니 범인이 아니라 또다른 피해자였습니다.

이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어, 돈을 입금했던 그 계좌 주인에게 경고메시지를 보냈던 겁니다.

[A 씨/피해자 대표 : "경찰이 얘네를 잡을 수 없다면 우리가 그 계좌를 쫓아서 여기서 돈이 이체되는 걸 다 끊어서 막아버리자. 이걸 저희가 하고 있는 거죠. (근데 왜 1원이에요?) 금액이 부담이 없으니까. 저희가 메시지는 남겨야 하는데..."]

피해자들은 사기범이 확보한 입금 계좌들로 하 씨같은 피해자들의 돈을 받은 뒤 이를 빼내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기범은 이를 눈치 채고, 피해 막기에 나선 사람들에게 '너네 놀리는 거 재미있다'고 조롱하는 메시지까지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 비슷한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이 모인 카톡방에는 5백 명 넘게 등록된 상태입니다.

이들은 3년 전에 이미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직 사기범을 잡았다는 통지를 못받았다며 하소연합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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