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성향 지자체장’ 지칭은 명예훼손…“800만원 배상”

입력 2019.12.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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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서울시 노원구청장이었던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이라고 표현했던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800만 원을 물어주게 됐습니다. 그러나 정 전 아나운서는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18년 작고해 이 채무는 상속인인 가족들이 물어주게 됐습니다.

대법원 제2부는 김 의원이 '정 전 아나운서가 작성한 트위터 게시물이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2013년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오늘(22일)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앞서 김 의원이 노원구청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노원구청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노원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매주 인문학 특강을 여는 '사진으로 보는 한국근현대사' 행사의 수강생을 모집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노원구 주민들과 보수 성향 단체들은 한홍구 교수를 '김일성 찬양론자'라고 주장하면서 한 교수를 공공행사에 강사로 섭외한 노원구청의 정책을 비판하고, 노원구청 앞에서 강의 취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정 전 아나운서는 2013년 1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서울시장, 성남시장, 노원구청장 외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 모두 기억해서 내년에 있을 지방 선거에서 반드시 퇴출해야 한다"면서 "국익에 반하는 행동, 헌법에 저촉되는 활동하는 자들, 김일성 사상을 퍼뜨리고, 왜곡된 역사를 확산시켜 사회 혼란을 만드는 자들을 모두 최고형으로 엄벌하고 국외 추방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공인으로써 정씨가 사회적 책임감을 망각한 채, 대중 다수의 소통공간에 전혀 근거 없이 노원구청장을 '종북 성향'으로 몰아가는 것은 개인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고, 노원구민 전체에 대한 폄하"라며 정 전 아나운서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하급심에선 정 전 아나운서의 배상 책임이 그대로 인정됐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종북 또는 종북 성향이라는 용어는 과거 민주노동당의 평등파가 당의 정책이나 이념적 방향에 관련하여 북한에 대한 독자성과 자주성이 없다는 취지로 자주파를 비판한 이래,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으로서 주사파와 같은 계열에 둘 수 있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여 형사처벌의 대상도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다는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그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며 명예훼손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어 '종북 성향'으로 지목되는 경우도 다르지 않다고 봤습니다.

종북 성향이라는 표현이 경우에 따라서 단순한 의견 또는 논평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정 전 아나운서처럼 아무런 전후 설명 없이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으로 지칭하는 글을 게시했다면 이는 해당 지자체장에게 '종북 성향'이 있다는 사실, 즉 해당 지자체장이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사실을 묵시적으로 포함한 표현이고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한단 겁니다.

정 전 아나운서 측은 당시 노원구청장은 공인이고, 종북 성향임을 사실로 믿을 만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공적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성에 관한 입증의 부담을 완화하더라도, 정 전 아나운서의 사실적시에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단 것이었습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상고이유와 같이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 위법성조각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대법원 판례를 위반하는 등 잘못이 없다"며 정 전 아나운서 측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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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2 09:01:15
    사회
당시 서울시 노원구청장이었던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이라고 표현했던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800만 원을 물어주게 됐습니다. 그러나 정 전 아나운서는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18년 작고해 이 채무는 상속인인 가족들이 물어주게 됐습니다.

대법원 제2부는 김 의원이 '정 전 아나운서가 작성한 트위터 게시물이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2013년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오늘(22일)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앞서 김 의원이 노원구청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노원구청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노원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매주 인문학 특강을 여는 '사진으로 보는 한국근현대사' 행사의 수강생을 모집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노원구 주민들과 보수 성향 단체들은 한홍구 교수를 '김일성 찬양론자'라고 주장하면서 한 교수를 공공행사에 강사로 섭외한 노원구청의 정책을 비판하고, 노원구청 앞에서 강의 취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정 전 아나운서는 2013년 1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서울시장, 성남시장, 노원구청장 외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 모두 기억해서 내년에 있을 지방 선거에서 반드시 퇴출해야 한다"면서 "국익에 반하는 행동, 헌법에 저촉되는 활동하는 자들, 김일성 사상을 퍼뜨리고, 왜곡된 역사를 확산시켜 사회 혼란을 만드는 자들을 모두 최고형으로 엄벌하고 국외 추방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공인으로써 정씨가 사회적 책임감을 망각한 채, 대중 다수의 소통공간에 전혀 근거 없이 노원구청장을 '종북 성향'으로 몰아가는 것은 개인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고, 노원구민 전체에 대한 폄하"라며 정 전 아나운서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하급심에선 정 전 아나운서의 배상 책임이 그대로 인정됐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종북 또는 종북 성향이라는 용어는 과거 민주노동당의 평등파가 당의 정책이나 이념적 방향에 관련하여 북한에 대한 독자성과 자주성이 없다는 취지로 자주파를 비판한 이래,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으로서 주사파와 같은 계열에 둘 수 있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여 형사처벌의 대상도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다는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그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며 명예훼손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어 '종북 성향'으로 지목되는 경우도 다르지 않다고 봤습니다.

종북 성향이라는 표현이 경우에 따라서 단순한 의견 또는 논평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정 전 아나운서처럼 아무런 전후 설명 없이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으로 지칭하는 글을 게시했다면 이는 해당 지자체장에게 '종북 성향'이 있다는 사실, 즉 해당 지자체장이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사실을 묵시적으로 포함한 표현이고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한단 겁니다.

정 전 아나운서 측은 당시 노원구청장은 공인이고, 종북 성향임을 사실로 믿을 만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공적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성에 관한 입증의 부담을 완화하더라도, 정 전 아나운서의 사실적시에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단 것이었습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상고이유와 같이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 위법성조각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대법원 판례를 위반하는 등 잘못이 없다"며 정 전 아나운서 측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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