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이 살아 남는다…“사회적 가치 지켜야”

입력 2019.12.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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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를 넘어 '정의로운 소비'로

언제부턴가 '착한 소비' 바람이 불었습니다.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것이죠. 환경도 살리고, 동물들도 지키고, 노동자와 농민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소비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소비자들이 또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쪽입니다. 바로 '정의로운 소비'입니다. 먼저 옳지 않게 돈을 버는 회사 즉 협력업체를 착취하는 회사, 직원을 괴롭히는 주인이 버티고 있는 회사, 윤리와 도덕이 없는 회사를 벌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벌하느냐고요? 바로 '불매운동'입니다. 반대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회사,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회사, 직원을 가족같이 여기는 회사,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회사를 혼내주는(?) 겁니다. 어떻게요? 그 회사를 애용해서 힘들게 하는 겁니다. 물건을 만들다가, 배송하다가, 돈을 세다가 쓰러질 만큼 혼내주는 거죠.

착한 기업을 '혼내주겠다'?

올봄 강원도에 산불이 났을 때 먼 길 마다치 않고 달려와 준 소방관들이 있었는데, 이들에게 강원도 춘천의 한 닭갈비 업체가 닭갈비를 보내 화제가 됐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택배 배송 상자를 보고 네티즌 수사대가 나서서 결국 해당 업체를 검거(?)했습니다. 곧 네티즌들의 행동이 시작됐습니다. 혼내주기로 한 거죠. 해당 업체 대표는 밀려드는 주문에 제때 배송하지 못해 난감해 하는 일까지 빚어졌습니다. 최근 업체 대표와 통화해 봤습니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다. 더 좋은 일을 하신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국민의 관심이 과분할 따름이다"라며 말씀을 아끼셨습니다.


'못난이 감자' 화제…"나라님도 못한 일을"

최근 화제의 주인공은 '못난이 감자'였습니다. 한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가 유통업계 큰손(?)에게 판로가 막힌 '자잘한 감자'를 사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본 소비자들은 온라인몰로, 대형마트로 달려갔습니다. 결국 이틀 만에 30톤이 팔렸습니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백종원 씨와 '큰 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칭찬하는 글이 잇따랐습니다. 해당 프로그램 덕분에 해당 마트는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또 감자를 사러 가셨던 분들이 다른 물건도 사오셨겠죠?


기업 사회공헌활동 증가…'아동·청소년', '환경 보전' 관심

사실 기업들은 적지 않은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이 내놓은 '2019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500대 기업(실제 206개 업체)의 사회공헌 비용은 2조 6,06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규모는 2017년보다는 4% 정도 감소했지만, 2016년보다 24% 증가한 수준입니다. 분야별로는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지출 비중이 37.6%로 가장 높았고, 이어 '교육·학교·학술' 14.7%, '문화예술·체육' 11.0%, '창업 지원' 10.9% 순이었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새로 시작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35.5%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관심 분야에 '환경 보전'이 11%나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아동과 청소년은 소비시장에서 보면 '입문' 단계이면서 향후 소비시장의 '대세'로 자랄 새싹입니다. 이른바 미래 세대에 대한 사회 공헌이 앞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소비로 이끌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또 기업의 사회 공헌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으로 떠올리기 쉬운데, '환경' 문제가 포함됐다는 것도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환경을 포기할 경우, 기업의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렸기 때문입니다.

'착한 기업'·'불매 기업' 리스트까지

소비자들은 활동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능동적으로 소비할 대상을 고른다는 겁니다. 인터넷상에는 이른바 '착한 기업' 리스트가 올라와 있습니다. 호불호가 나뉘겠지만, 이 업체들을 선정한 개인이나 단체별로 기준은 있습니다. 환경 보전과 장애인 채용, 납세의 의무 준수, 독립운동 후원 등 제각각입니다. 반대로 '불매 기업' 리스트도 있습니다. 그 이유 역시 역사 날조와 직원 폭행, 하청업체 갑질, 정경유착, 일감 몰아주기 등 다양합니다.


그럼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들도 힘들 겁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소비자들 눈치까지 봐야 하니까요. 하지만 소비자들 움직임을 살펴야 합니다. 소비자들도 기업들을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소비자들 눈 밖에 나는 순간 바로 그렇게 신경 써 오던 매출이 반 토막 날 수도 있으니까요.

잘 아시는 것처럼 갑질 논란 등 오너 리스크(Owner Risk)의 장본인들은 줄줄이 포토 라인(Photo Line) 앞에 섰습니다. 크든 작은 법의 심판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해당 기업 대신 대체재를 공급하는 기업 쪽으로 매출이 옮겨 갔습니다. 심지어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거나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기업을 매각하는 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소비자들과 직원들, 하청업체를 '을'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일반 국민들이 지켜봤습니다. 경쟁사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도 보고 있습니다.

'착한 기업'·'ESG', 중요한 '투자 지표'

ESG.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라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적인 성과만 보고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와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바로 비재무적 요소, ESG를 반영하는 겁니다. 이 같은 방식은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게 돕고, 기업의 행동이 사회에 이익이 될 수 있게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정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과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고, UN도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문제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16일부터 코스닥 시장의 지배구조 우수 기업들로 구성된 '코스닥 150 거버넌스 지수'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첫 ESG 관련 지수입니다. 한국거래소의 ESG 지수는 이제 6개까지 늘어났습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주주 환원과 활발한 이사회·감사위원회 운영, 불성실공시 개선 등 지배구조부문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SG를 중시하는 투자에 대한 관심에 국내 사회책임투자 펀드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한 와중에도 사회책임투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그 시장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달에는 삼성자산운용은 '코스피200 ESG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200ESG' ETF를 상장하는 등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해외 투자 유치를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ESG를 간과해서는 안 될 상황입니다.

"사회적 가치 지키면서 이윤 창출해야!"

우리 기업들, 국민들 눈치 많이 봅니다.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하고 캠페인도 신경 씁니다. 국민들은 기업들 욕도 하지만, 그 기업들이 망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기업들이 망해서도 안 됩니다. 열심히 물건을 만들고 돈도 많이 벌어서 세금도 내야죠. 그래야 일자리도 계속 만들어내고 각 가정이 유지될 수 있고 우리 경제가 돌아가니까요.


얼마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에게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고 하는 것은 '생존 문제가 달려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포스코에서 마련한 '기업, 시민이 되다'하는 행사의 하나로 마련된 강연회 자리였습니다. 최 회장은 이어서 말합니다, "왜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냐, 기업 시민이 되는 게 중요하냐고 했을 때, 이제는 살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다음 얘기를 들어보면 기업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난 여태껏 돈 벌던 대로 돈을 벌 거야' 이게 이제는 통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거죠."


"경제 가치 창출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재혁 고려대 교수의 얘기입니다. 이 교수는 이어 "갑질, 환경오염 같은 악행을 통해서 기업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는 더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경제 가치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게 최근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최태원 회장의 얘기와 이재혁 교수의 얘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사업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악행을 덜 저질렀나, 혹은 얼마나 사회적인 기여를 했나를 봅니다. 즉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 사회에 얼마나 융합하느냐가 중요한 점이기 때문에 이제는 ESG 자체가 재무성과 이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때 중요한 지표로 등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고 하면 사회공헌 활동 또는 자선활동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이재혁 교수는 이와 관련해 "CSR의 본질은 기업이 하는 경제 가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환경과 사회적 가치,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를 지켜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선택이 아닌 '필수'

기업들은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고 합니다. 70~80년대 경제 성장률은 개발도상국 시절 즉 '개발 독재 시대'의 산물입니다. 더이상 인권을 무시하면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더이상 노동자를 착취할 수 없습니다. 더이상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면서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없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습니다. 그렇다면 저성장의 시대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도 기회는 있습니다. 이 저성장의 시대를 돌파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말이죠.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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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기업이 살아 남는다…“사회적 가치 지켜야”
    • 입력 2019-12-24 17:10:46
    취재K
'착한 소비'를 넘어 '정의로운 소비'로

언제부턴가 '착한 소비' 바람이 불었습니다.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것이죠. 환경도 살리고, 동물들도 지키고, 노동자와 농민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소비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소비자들이 또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쪽입니다. 바로 '정의로운 소비'입니다. 먼저 옳지 않게 돈을 버는 회사 즉 협력업체를 착취하는 회사, 직원을 괴롭히는 주인이 버티고 있는 회사, 윤리와 도덕이 없는 회사를 벌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벌하느냐고요? 바로 '불매운동'입니다. 반대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회사,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회사, 직원을 가족같이 여기는 회사,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회사를 혼내주는(?) 겁니다. 어떻게요? 그 회사를 애용해서 힘들게 하는 겁니다. 물건을 만들다가, 배송하다가, 돈을 세다가 쓰러질 만큼 혼내주는 거죠.

착한 기업을 '혼내주겠다'?

올봄 강원도에 산불이 났을 때 먼 길 마다치 않고 달려와 준 소방관들이 있었는데, 이들에게 강원도 춘천의 한 닭갈비 업체가 닭갈비를 보내 화제가 됐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택배 배송 상자를 보고 네티즌 수사대가 나서서 결국 해당 업체를 검거(?)했습니다. 곧 네티즌들의 행동이 시작됐습니다. 혼내주기로 한 거죠. 해당 업체 대표는 밀려드는 주문에 제때 배송하지 못해 난감해 하는 일까지 빚어졌습니다. 최근 업체 대표와 통화해 봤습니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다. 더 좋은 일을 하신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국민의 관심이 과분할 따름이다"라며 말씀을 아끼셨습니다.


'못난이 감자' 화제…"나라님도 못한 일을"

최근 화제의 주인공은 '못난이 감자'였습니다. 한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가 유통업계 큰손(?)에게 판로가 막힌 '자잘한 감자'를 사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본 소비자들은 온라인몰로, 대형마트로 달려갔습니다. 결국 이틀 만에 30톤이 팔렸습니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백종원 씨와 '큰 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칭찬하는 글이 잇따랐습니다. 해당 프로그램 덕분에 해당 마트는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또 감자를 사러 가셨던 분들이 다른 물건도 사오셨겠죠?


기업 사회공헌활동 증가…'아동·청소년', '환경 보전' 관심

사실 기업들은 적지 않은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이 내놓은 '2019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500대 기업(실제 206개 업체)의 사회공헌 비용은 2조 6,06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규모는 2017년보다는 4% 정도 감소했지만, 2016년보다 24% 증가한 수준입니다. 분야별로는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지출 비중이 37.6%로 가장 높았고, 이어 '교육·학교·학술' 14.7%, '문화예술·체육' 11.0%, '창업 지원' 10.9% 순이었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새로 시작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35.5%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관심 분야에 '환경 보전'이 11%나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아동과 청소년은 소비시장에서 보면 '입문' 단계이면서 향후 소비시장의 '대세'로 자랄 새싹입니다. 이른바 미래 세대에 대한 사회 공헌이 앞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소비로 이끌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또 기업의 사회 공헌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으로 떠올리기 쉬운데, '환경' 문제가 포함됐다는 것도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환경을 포기할 경우, 기업의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렸기 때문입니다.

'착한 기업'·'불매 기업' 리스트까지

소비자들은 활동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능동적으로 소비할 대상을 고른다는 겁니다. 인터넷상에는 이른바 '착한 기업' 리스트가 올라와 있습니다. 호불호가 나뉘겠지만, 이 업체들을 선정한 개인이나 단체별로 기준은 있습니다. 환경 보전과 장애인 채용, 납세의 의무 준수, 독립운동 후원 등 제각각입니다. 반대로 '불매 기업' 리스트도 있습니다. 그 이유 역시 역사 날조와 직원 폭행, 하청업체 갑질, 정경유착, 일감 몰아주기 등 다양합니다.


그럼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들도 힘들 겁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소비자들 눈치까지 봐야 하니까요. 하지만 소비자들 움직임을 살펴야 합니다. 소비자들도 기업들을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소비자들 눈 밖에 나는 순간 바로 그렇게 신경 써 오던 매출이 반 토막 날 수도 있으니까요.

잘 아시는 것처럼 갑질 논란 등 오너 리스크(Owner Risk)의 장본인들은 줄줄이 포토 라인(Photo Line) 앞에 섰습니다. 크든 작은 법의 심판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해당 기업 대신 대체재를 공급하는 기업 쪽으로 매출이 옮겨 갔습니다. 심지어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거나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기업을 매각하는 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소비자들과 직원들, 하청업체를 '을'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일반 국민들이 지켜봤습니다. 경쟁사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도 보고 있습니다.

'착한 기업'·'ESG', 중요한 '투자 지표'

ESG.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라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적인 성과만 보고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와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바로 비재무적 요소, ESG를 반영하는 겁니다. 이 같은 방식은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게 돕고, 기업의 행동이 사회에 이익이 될 수 있게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정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과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고, UN도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문제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16일부터 코스닥 시장의 지배구조 우수 기업들로 구성된 '코스닥 150 거버넌스 지수'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첫 ESG 관련 지수입니다. 한국거래소의 ESG 지수는 이제 6개까지 늘어났습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주주 환원과 활발한 이사회·감사위원회 운영, 불성실공시 개선 등 지배구조부문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SG를 중시하는 투자에 대한 관심에 국내 사회책임투자 펀드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한 와중에도 사회책임투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그 시장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달에는 삼성자산운용은 '코스피200 ESG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200ESG' ETF를 상장하는 등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해외 투자 유치를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ESG를 간과해서는 안 될 상황입니다.

"사회적 가치 지키면서 이윤 창출해야!"

우리 기업들, 국민들 눈치 많이 봅니다.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하고 캠페인도 신경 씁니다. 국민들은 기업들 욕도 하지만, 그 기업들이 망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기업들이 망해서도 안 됩니다. 열심히 물건을 만들고 돈도 많이 벌어서 세금도 내야죠. 그래야 일자리도 계속 만들어내고 각 가정이 유지될 수 있고 우리 경제가 돌아가니까요.


얼마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에게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고 하는 것은 '생존 문제가 달려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포스코에서 마련한 '기업, 시민이 되다'하는 행사의 하나로 마련된 강연회 자리였습니다. 최 회장은 이어서 말합니다, "왜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냐, 기업 시민이 되는 게 중요하냐고 했을 때, 이제는 살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다음 얘기를 들어보면 기업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난 여태껏 돈 벌던 대로 돈을 벌 거야' 이게 이제는 통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거죠."


"경제 가치 창출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재혁 고려대 교수의 얘기입니다. 이 교수는 이어 "갑질, 환경오염 같은 악행을 통해서 기업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는 더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경제 가치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게 최근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최태원 회장의 얘기와 이재혁 교수의 얘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사업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악행을 덜 저질렀나, 혹은 얼마나 사회적인 기여를 했나를 봅니다. 즉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 사회에 얼마나 융합하느냐가 중요한 점이기 때문에 이제는 ESG 자체가 재무성과 이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때 중요한 지표로 등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고 하면 사회공헌 활동 또는 자선활동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이재혁 교수는 이와 관련해 "CSR의 본질은 기업이 하는 경제 가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환경과 사회적 가치,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를 지켜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선택이 아닌 '필수'

기업들은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고 합니다. 70~80년대 경제 성장률은 개발도상국 시절 즉 '개발 독재 시대'의 산물입니다. 더이상 인권을 무시하면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더이상 노동자를 착취할 수 없습니다. 더이상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면서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없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습니다. 그렇다면 저성장의 시대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도 기회는 있습니다. 이 저성장의 시대를 돌파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말이죠.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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