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법안 ‘찬성’ 의원 필리버스터 안된다?

입력 2019.12.24 (17:57) 수정 2019.12.2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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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어제에 이어 이틀째 진행중입니다. 이번 필리버스터에는 법안 처리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참여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따져봤습니다.

'무제한 토론'…찬반 토론 안 막아

현행 국회법 제106조를 보면 무제한 토론의 시작과 종료, 토론자 선정 방식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안 통과 찬성 측의 참여가 안된다는 규정은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필리버스터는 (안건에) 반대하는 사람이 행사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말한 것도 명확한 근거에 따른 주장은 아닙니다.

국회사무처가 2016년에 발간한 국회법 해설서를 보면 본회의 무제한 토론제의 의의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안건을 최종적으로 의결하기 전에 소수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다수당과 소수당이 타협하도록 하여 안건이 합의를 통하여 처리되도록 유도하려는 것"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법은 토론의 찬반 취지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실제 의사진행 방해의 합법적인 수단이라는 취지로 볼 때는 찬성 토론이 맞지 않다는 주장은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2012년 5월 2일 국회선진화법 본회의 통과 전 필리버스터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찬반토론'으로 규정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심 의원은 "찬반토론 5분으로 잡아서 만일 100명이 등장해서 작심하고 한다고 합시다. 500분입니다. 그러면 최소한 9시간 이상을 잡아낼 수가 있습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필리버스터가 법안 처리 지연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찬성과 반대측 모두가 참여 가능하다는 전제를 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2016년, 새누리당은 왜 참여 안했나

2016년 2월 민주당 의원 108명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바 있습니다. 38명이 참여해 9일 동안 192시간 25분을 소요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11일까지 16일 동안 토론을 지속해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수도 있었지만 국회법 처리 등을 이유로 9일 만에 스스로 종료를 선택했습니다.

새누리당은 2016년 4·13 총선 패배 원인 등을 담은 국민 백서에 관련 내용을 담았습니다. 여기에는 새누리당도 테러방지법 통과를 찬성하는 내용으로 무제한 토론에 참가했어야 했다는 유권자 등의 평가가 담겼습니다.

"정부⋅ 여당이 정말 테러방지법 통과를 간절히 원했다면 최소한 몇 명 정도는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가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당당히 설명했어야 했다." (새누리당 국민백서 267쪽, 2016년 7월 발간)

회기 종료를 이틀가량 앞두고 시작된 이번 필리버스터는 내일(25일) 자정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필리버스터 참여에 대한 부담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여야 의원들 모두 찬반 의견을 표명하는 자리로 필리버스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필리버스터 도중 화장실행…금지 조항은 없지만

이번 필리버스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의장의 허락을 구해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국회법에는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다만, 국회 사무처가 발간한 국회법 해설서에 따르면 "의원이 스스로 발언대에서 내려오는 경우"를 무제한 토론중인 의원의 발언이 종료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에도 '스스로 발언대에서 내려오는 것'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없습니다. 이에 따라 2016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이석현 부의장의 허락을 구해 3분간 화장실에 다녀왔던 것이 유일한 선례가 된 셈입니다.

미국의 경우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의원이 연단에서 벗어나면 발언 종료로 보고 있어 화장실에도 다녀오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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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4 17:57:38
    • 수정2019-12-24 18:26:24
    팩트체크K
현재 국회에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어제에 이어 이틀째 진행중입니다. 이번 필리버스터에는 법안 처리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참여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따져봤습니다.

'무제한 토론'…찬반 토론 안 막아

현행 국회법 제106조를 보면 무제한 토론의 시작과 종료, 토론자 선정 방식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안 통과 찬성 측의 참여가 안된다는 규정은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필리버스터는 (안건에) 반대하는 사람이 행사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말한 것도 명확한 근거에 따른 주장은 아닙니다.

국회사무처가 2016년에 발간한 국회법 해설서를 보면 본회의 무제한 토론제의 의의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안건을 최종적으로 의결하기 전에 소수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다수당과 소수당이 타협하도록 하여 안건이 합의를 통하여 처리되도록 유도하려는 것"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법은 토론의 찬반 취지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실제 의사진행 방해의 합법적인 수단이라는 취지로 볼 때는 찬성 토론이 맞지 않다는 주장은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2012년 5월 2일 국회선진화법 본회의 통과 전 필리버스터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찬반토론'으로 규정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심 의원은 "찬반토론 5분으로 잡아서 만일 100명이 등장해서 작심하고 한다고 합시다. 500분입니다. 그러면 최소한 9시간 이상을 잡아낼 수가 있습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필리버스터가 법안 처리 지연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찬성과 반대측 모두가 참여 가능하다는 전제를 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2016년, 새누리당은 왜 참여 안했나

2016년 2월 민주당 의원 108명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바 있습니다. 38명이 참여해 9일 동안 192시간 25분을 소요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11일까지 16일 동안 토론을 지속해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수도 있었지만 국회법 처리 등을 이유로 9일 만에 스스로 종료를 선택했습니다.

새누리당은 2016년 4·13 총선 패배 원인 등을 담은 국민 백서에 관련 내용을 담았습니다. 여기에는 새누리당도 테러방지법 통과를 찬성하는 내용으로 무제한 토론에 참가했어야 했다는 유권자 등의 평가가 담겼습니다.

"정부⋅ 여당이 정말 테러방지법 통과를 간절히 원했다면 최소한 몇 명 정도는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가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당당히 설명했어야 했다." (새누리당 국민백서 267쪽, 2016년 7월 발간)

회기 종료를 이틀가량 앞두고 시작된 이번 필리버스터는 내일(25일) 자정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필리버스터 참여에 대한 부담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여야 의원들 모두 찬반 의견을 표명하는 자리로 필리버스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필리버스터 도중 화장실행…금지 조항은 없지만

이번 필리버스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의장의 허락을 구해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국회법에는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다만, 국회 사무처가 발간한 국회법 해설서에 따르면 "의원이 스스로 발언대에서 내려오는 경우"를 무제한 토론중인 의원의 발언이 종료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에도 '스스로 발언대에서 내려오는 것'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없습니다. 이에 따라 2016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이석현 부의장의 허락을 구해 3분간 화장실에 다녀왔던 것이 유일한 선례가 된 셈입니다.

미국의 경우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의원이 연단에서 벗어나면 발언 종료로 보고 있어 화장실에도 다녀오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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