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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패스트트랙’ 법안 마무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국회 앞 성탄
입력 2019.12.26 (07:01) 수정 2019.12.26 (07:07) 취재K
성탄절, 노숙 농성 778일째

지난달 29일 낮,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지붕 위에서 단식하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50)씨가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단식 24일째였습니다. '과거사법'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할 거라 기대했던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과거사법은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날치기로 넘어온 법안이라며, 한국당은 협상을 다시 하자고 했습니다. 당 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설상가상 자유한국당이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며 본회의도 무산됐습니다.

성탄절인 어제, 최 씨를 국회 앞에서 만났습니다. 노숙 농성 778일째라고 했습니다. 농성장으로 쓰는 천막 한쪽을 뜯고 있었습니다. 높이 1m짜리 철골 지지대가 드러났습니다. 철거일까? 아닙니다. 천막을 옆으로 50~60cm 늘이는 '확장공사' 중입니다. 기존 천막은 성인 어른 한 명이 눕기도 어려운 크기였습니다. 불편해서, 고치기로 했습니다. 계획보다 더 오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철거할 줄 알았는데, 확장 공사를 하게 됐네요."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왼쪽)이 고공농성중인 최승우씨와 면담했다. 다음날 법사위가 열렸지만, 과거사법은 상정되지 않았다. (사진출처:최승우씨 페이스북)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왼쪽)이 고공농성중인 최승우씨와 면담했다. 다음날 법사위가 열렸지만, 과거사법은 상정되지 않았다. (사진출처:최승우씨 페이스북)

19대 국회서 폐기, 이번에도?

쓰러지기 이틀 전, 최 씨는 지붕 위 농성장에서 고소작업차(스카이차)를 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홍 의원은, 과거사법이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올라갈 예정이니 이제 농성을 그만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는 "본회의 통과되면 내려가겠다"고 답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현재, 법안은 여전히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법안 통과가 눈앞에서 안 돼 버리니까, 더 조바심이 나고 화도 나고….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4년 전에도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당시에도, 최 씨는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 중이었습니다. 과거사법(당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법) 대표발의자였던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찾아와 "곧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을 것"며 단식을 만류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정부가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다고 반대하면서, 결국 법안은 상임위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됐습니다.

지난 3월27일 형제복지원생존자모임, 한국전쟁유족회 등 10개 단체가 국회 정론관에서 과거사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연합뉴스)지난 3월27일 형제복지원생존자모임, 한국전쟁유족회 등 10개 단체가 국회 정론관에서 과거사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여야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둘러싸고 맞불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며 대치 중입니다. 1월 중순 이후부터는 완전히 총선 체제로 돌입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여의도를 떠나, 지역구에 상주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을 시작합니다. 선거일까지 법안 통과를 위한 법사위, 본회의 개의가 사실상 어려운 이유입니다.

과거사 피해자들은 일단 다음 달 초 통과를 목표로, 국회를 설득 중입니다. 1기 과거사위원회 조사팀장을 지낸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이후, 1월에 여야가 숨 고르기를 하는 시기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희망은 20대 국회 임기만료 직전, 5월에 열리는 임시국회입니다. 이른바 '땡처리 국회'라고 불리는데, 총선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임시회를 열어 법안들을 처리합니다. 이 시기도 놓치면, 내년 5월 29일 20대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과거사법은 자동 폐기됩니다.


2015년 6월 2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에게,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과거사법 필요성을 물었습니다.

▶진선미 의원 :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해 내야 역사의 진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십니까?"

▶황교안 총리 :
"잘못된 부분은 고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그로부터 4년 후,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은 과거사법 처리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까요?

국회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어제 본회의 필리버스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사법이 어렵게 어렵게 법사위까지 가 있습니다만, 법사위에서 자유한국당 반대로 지금 무작정 보류돼 있습니다…형제복지원을 비롯해 국가 권력에 불법적으로 끌려가서 희생당하고 폭행을 당했던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명예 회복과 진실을 밝히려는 과거사정리기본법에 그 어떤 정치적 이유가 있을까요.

정말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께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과거사법은 꼭 통과시켜주시기 바랍니다."
  •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국회 앞 성탄
    • 입력 2019-12-26 07:01:51
    • 수정2019-12-26 07:07:30
    취재K
성탄절, 노숙 농성 778일째

지난달 29일 낮,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지붕 위에서 단식하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50)씨가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단식 24일째였습니다. '과거사법'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할 거라 기대했던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과거사법은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날치기로 넘어온 법안이라며, 한국당은 협상을 다시 하자고 했습니다. 당 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설상가상 자유한국당이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며 본회의도 무산됐습니다.

성탄절인 어제, 최 씨를 국회 앞에서 만났습니다. 노숙 농성 778일째라고 했습니다. 농성장으로 쓰는 천막 한쪽을 뜯고 있었습니다. 높이 1m짜리 철골 지지대가 드러났습니다. 철거일까? 아닙니다. 천막을 옆으로 50~60cm 늘이는 '확장공사' 중입니다. 기존 천막은 성인 어른 한 명이 눕기도 어려운 크기였습니다. 불편해서, 고치기로 했습니다. 계획보다 더 오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철거할 줄 알았는데, 확장 공사를 하게 됐네요."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왼쪽)이 고공농성중인 최승우씨와 면담했다. 다음날 법사위가 열렸지만, 과거사법은 상정되지 않았다. (사진출처:최승우씨 페이스북)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왼쪽)이 고공농성중인 최승우씨와 면담했다. 다음날 법사위가 열렸지만, 과거사법은 상정되지 않았다. (사진출처:최승우씨 페이스북)

19대 국회서 폐기, 이번에도?

쓰러지기 이틀 전, 최 씨는 지붕 위 농성장에서 고소작업차(스카이차)를 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홍 의원은, 과거사법이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올라갈 예정이니 이제 농성을 그만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는 "본회의 통과되면 내려가겠다"고 답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현재, 법안은 여전히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법안 통과가 눈앞에서 안 돼 버리니까, 더 조바심이 나고 화도 나고….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4년 전에도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당시에도, 최 씨는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 중이었습니다. 과거사법(당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법) 대표발의자였던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찾아와 "곧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을 것"며 단식을 만류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정부가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다고 반대하면서, 결국 법안은 상임위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됐습니다.

지난 3월27일 형제복지원생존자모임, 한국전쟁유족회 등 10개 단체가 국회 정론관에서 과거사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연합뉴스)지난 3월27일 형제복지원생존자모임, 한국전쟁유족회 등 10개 단체가 국회 정론관에서 과거사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여야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둘러싸고 맞불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며 대치 중입니다. 1월 중순 이후부터는 완전히 총선 체제로 돌입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여의도를 떠나, 지역구에 상주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을 시작합니다. 선거일까지 법안 통과를 위한 법사위, 본회의 개의가 사실상 어려운 이유입니다.

과거사 피해자들은 일단 다음 달 초 통과를 목표로, 국회를 설득 중입니다. 1기 과거사위원회 조사팀장을 지낸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이후, 1월에 여야가 숨 고르기를 하는 시기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희망은 20대 국회 임기만료 직전, 5월에 열리는 임시국회입니다. 이른바 '땡처리 국회'라고 불리는데, 총선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임시회를 열어 법안들을 처리합니다. 이 시기도 놓치면, 내년 5월 29일 20대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과거사법은 자동 폐기됩니다.


2015년 6월 2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에게,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과거사법 필요성을 물었습니다.

▶진선미 의원 :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해 내야 역사의 진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십니까?"

▶황교안 총리 :
"잘못된 부분은 고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그로부터 4년 후,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은 과거사법 처리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까요?

국회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어제 본회의 필리버스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사법이 어렵게 어렵게 법사위까지 가 있습니다만, 법사위에서 자유한국당 반대로 지금 무작정 보류돼 있습니다…형제복지원을 비롯해 국가 권력에 불법적으로 끌려가서 희생당하고 폭행을 당했던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명예 회복과 진실을 밝히려는 과거사정리기본법에 그 어떤 정치적 이유가 있을까요.

정말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께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과거사법은 꼭 통과시켜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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