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꼭 봐요”…“성추행범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입력 2019.12.26 (07:06) 수정 2019.12.2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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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했는데 어느 날 상대방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요.

심지어 만나자는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연락처를 검찰이 제공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방준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여성 A 씨는 지하철을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순간, 누군가 신체를 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남성이 지나치면서 신체 부위를 만졌다는 겁니다.

당황한 A 씨, 지하철 경찰대에 신고했고 얼마 뒤 해당 남성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렇게 좋지 않은 기억이 사라질 줄 알았던 A 씨 하지만 몇 달 뒤 한 통의 문자가 날아들면서 A 씨의 악몽은 다시 살아났습니다.

'날 추운데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요. 올해가 가기 전에 얼굴 한 번 꼭 봐요~^^'

얼마 뒤 전화까지 왔는데 알고 보니 성추행범으로 기소된 B 씨였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소름 돋고 무섭고. 일단은 언제 또 그 사람이 찾아올지 모르니까. 그거에 대해 지금 제가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큰 상황이에요."]

"화가 나서 연락을 했다". "가방으로 스친 것뿐 성추행은 없었다"는 B 씨.

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

B 씨는 재판 준비를 위해 검찰에서 수사자료를 받아왔는데, A 씨의 전화번호를 가린 부분이 자연스럽게 지워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필기구로 피해자의 연락처를 가렸으나 피의자가 지운 부분을 긁어내어 다시 볼 수도 있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이미 카카오톡이나 사진이 다 노출된 거잖아요. 결국에는 제가 피해자인데, 제가 다 감당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해 피해자의 인적 사항 등이 수사기관을 통해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명확하게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개인 정보를 가려야 한다는 기준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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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6 07:08:00
    • 수정2019-12-26 07: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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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했는데 어느 날 상대방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요.

심지어 만나자는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연락처를 검찰이 제공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방준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여성 A 씨는 지하철을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순간, 누군가 신체를 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남성이 지나치면서 신체 부위를 만졌다는 겁니다.

당황한 A 씨, 지하철 경찰대에 신고했고 얼마 뒤 해당 남성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렇게 좋지 않은 기억이 사라질 줄 알았던 A 씨 하지만 몇 달 뒤 한 통의 문자가 날아들면서 A 씨의 악몽은 다시 살아났습니다.

'날 추운데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요. 올해가 가기 전에 얼굴 한 번 꼭 봐요~^^'

얼마 뒤 전화까지 왔는데 알고 보니 성추행범으로 기소된 B 씨였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소름 돋고 무섭고. 일단은 언제 또 그 사람이 찾아올지 모르니까. 그거에 대해 지금 제가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큰 상황이에요."]

"화가 나서 연락을 했다". "가방으로 스친 것뿐 성추행은 없었다"는 B 씨.

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

B 씨는 재판 준비를 위해 검찰에서 수사자료를 받아왔는데, A 씨의 전화번호를 가린 부분이 자연스럽게 지워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필기구로 피해자의 연락처를 가렸으나 피의자가 지운 부분을 긁어내어 다시 볼 수도 있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이미 카카오톡이나 사진이 다 노출된 거잖아요. 결국에는 제가 피해자인데, 제가 다 감당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해 피해자의 인적 사항 등이 수사기관을 통해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명확하게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개인 정보를 가려야 한다는 기준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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