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고독사 제로’…日 오야마단지의 비결은?

입력 2019.12.26 (12:35) 수정 2019.12.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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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무연고자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일본 정부도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 작은 마을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쿄 황현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천여 명이 거주하는 도쿄 오야마 단지.

주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입니다.

점심 무렵, 주민들이 하나 둘 회관으로 모여듭니다.

한 쪽에선 전통 춤을 배우고, 다른 방에선 노래 연습이 한창입니다.

꽃꽃이와 서예 등 주민 스스로 만든 소모임만 180여 개.

1년 내내 각종 행사가 끊이질 않습니다.

[신야 에이코/87살 : "어제 병원에 갔더니 다들 전화가 와서 '어때?', '괜찮아?'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이 친구들이 소중한 거죠. (외롭지 않습니까?) 아니. 전혀요."]

이걸 가능케 하는 원동력, 바로 마을 자치회입니다.

주민들의 자치회 가입률은 무려 100%, 일본 평균의 두 배입니다.

주차장 관리나 공원 청소 등도 시의 위탁을 받아 모두 주민 스스로 해결합니다.

고령자 입장에선 집 밖으로 나와 용돈과 건강을 챙기고 친구까지 만드니, '1석 3조'입니다.

[미나가와 료헤이/88살 :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 젊은이들하고 교류도 가능하고, 일을 하는 도중에 입이 움직이죠? 손도 발도 움직이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른바 '가까운 이웃집' 작전.

이렇게 이웃에 우편물이 쌓이는 등 이상한 점이 감지되면 반드시 자치회에 연락하도록 한 시스템입니다.

신문 배달원이나 수도·가스 검침원들의 협조도 받습니다.

그 결과, 지난 10여 년 동안 쓸쓸한 죽음, 즉 고독사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사토 요시코/오야마 자치회 상담역 : "한 명, 한 명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진짜 마을이라고 할 수 없어요. 아무도 어려움을 겪지 않는 '공동체 만들기'가 목표였어요."]

고독사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던 비결, 정부의 거창한 대책이 아닌 바로 옆 이웃들이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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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6 12:37:06
    • 수정2019-12-26 12: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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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무연고자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일본 정부도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 작은 마을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쿄 황현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천여 명이 거주하는 도쿄 오야마 단지.

주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입니다.

점심 무렵, 주민들이 하나 둘 회관으로 모여듭니다.

한 쪽에선 전통 춤을 배우고, 다른 방에선 노래 연습이 한창입니다.

꽃꽃이와 서예 등 주민 스스로 만든 소모임만 180여 개.

1년 내내 각종 행사가 끊이질 않습니다.

[신야 에이코/87살 : "어제 병원에 갔더니 다들 전화가 와서 '어때?', '괜찮아?'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이 친구들이 소중한 거죠. (외롭지 않습니까?) 아니. 전혀요."]

이걸 가능케 하는 원동력, 바로 마을 자치회입니다.

주민들의 자치회 가입률은 무려 100%, 일본 평균의 두 배입니다.

주차장 관리나 공원 청소 등도 시의 위탁을 받아 모두 주민 스스로 해결합니다.

고령자 입장에선 집 밖으로 나와 용돈과 건강을 챙기고 친구까지 만드니, '1석 3조'입니다.

[미나가와 료헤이/88살 :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 젊은이들하고 교류도 가능하고, 일을 하는 도중에 입이 움직이죠? 손도 발도 움직이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른바 '가까운 이웃집' 작전.

이렇게 이웃에 우편물이 쌓이는 등 이상한 점이 감지되면 반드시 자치회에 연락하도록 한 시스템입니다.

신문 배달원이나 수도·가스 검침원들의 협조도 받습니다.

그 결과, 지난 10여 년 동안 쓸쓸한 죽음, 즉 고독사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사토 요시코/오야마 자치회 상담역 : "한 명, 한 명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진짜 마을이라고 할 수 없어요. 아무도 어려움을 겪지 않는 '공동체 만들기'가 목표였어요."]

고독사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던 비결, 정부의 거창한 대책이 아닌 바로 옆 이웃들이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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