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빛과소금, 33년만 동창회…“태관을 기리며”

입력 2019.12.27 (18:29) 수정 2019.12.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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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만에 스튜디오에서 만났을 때 그 기분은…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김종진)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음악을 시작한 김종진(기타)과 장기호(베이스), 박성식(건반), 전태관(드럼), 유재하(건반). 33년이 지난 지금, 김현식을 비롯한 원년 멤버 6명 중 3명은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 없다. 요절한 김현식과 유재하에 이어 지난해에는 전태관이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그간 나름의 길을 걸어왔던 김종진(57)과 장기호(58)·박성식(58)이 더는 무대에 함께할 수 없는 친구들을 그리며 '동창회'를 열었다.

이들이 27일 정오 발매한 미니앨범 '봄여름가을겨울 리유니언(Re:union) 빛과소금' 얘기다. 전태관이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 되는 날 선보인 앨범이다.

마포구 '더노라 스테이지와이'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들은 오전에 전태관이 잠든 용인 평온의 숲에 다녀왔다고 했다.

김종진은 "태관을 기리는 무언가를 남길 수 있다면 한번 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했다"며 "아무래도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 결국 음악으로 발표된 것 같다"고 전했다.

1986년 김현식 3집 발매 후 밴드 활동이 중단되자 김종진과 전태관은 2인조 봄여름가을겨울로 독립했고, 장기호와 박성식은 빛과소금을 꾸려 활동했다. 이들 3명이 한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하기 위해 만난 것은 그 이후 처음이라고.

장기호는 "태관이에 대한 생각도 있고, 하늘에 있는 현식이 형이나 재하에게도 ''우리 아직 음악 하고 있어, 너희 생각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성식은 전태관의 부재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만약 전태관 씨가 이 작업에 참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며 "객원 드러머를 써야 했는데 작업하는 내내 마음 한켠에서 서운하고, 보고 싶고,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젊었을 땐 아웅다웅했다"는 이들은 30여년간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 대중음악계 큰 나무가 됐다. 김종진은 전태관과 봄여름가을겨울 활동으로 숱한 히트곡을 냈고 장기호와 박성식은 빛과소금으로 한국 퓨전재즈를 개척한 뒤 교육자로서 후대 양성에도 힘썼다.

셋은 이날도 오랜 친구답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치켜세웠다. '동창회'라는 뜻의 앨범 이름이 꼭 맞았다.

"수십 년 음악 생활을 거치며 각자 자기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는데, 그런 걸 서로 존중했어요. 나만의 음악적 아집에 갇히기보다 타인의 음악을 받아들이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죠."(장기호)

"전태관 씨가 졸업한 학교(서강대) 앞에 있는 스튜디오를 잡아서 처음에 무턱대고 연주를 해봤는데 33년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33년 전 우리가 연주한 그 느낌 그대로 뭔가 정말 잘 맞아떨어졌죠."(김종진)

이번 앨범 다섯 트랙에는 인생 후반에서 이들이 느끼는 감성이 솔직하게 담겼다.

김종진은 자신이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동창회'에 대해 "(과거 히트곡)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삶에 대한 노래였다면 동창회는 죽음에 대한 노래라고 할 정도로 반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소리쳐 부르자 추억의 노래를/ 보석보다 찬란한 그 시간을/ 영원히 함께하길 바라며/ 우리 또 만나기를/ 한명도 빠지지 않기/ 약속해…'('동창회' 중)

이들은 젊은 날을 함께 한 김현식에 대한 추억도 떠올렸다.

"현식이 형이 동부이촌동 방에 우리를 불러놓고 '너희는 음악 그렇게 하면 안 돼, 음악이 수학인 줄 아냐' 하면서 기타를 막 대충 치는 거예요. 형이 떠나고 15년쯤 지나고 나서 태관이와 '현식이 형이 말한 게 뭔지 좀 감이 온다'고 얘기했었어요. 현식 형은 30대에 세상을 떠났는데, 50대 뮤지션이 돼서야 깨달을 수 있었던 걸 다 알고 알려주셨던 거죠."(김종진)

최근 음악에선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아날로그 감성'이 짙다는 것도 이번 앨범의 특징이다. 이들이 통과해온 시대의 음악적 요소들이 오롯이 담겨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박성식은 "지금 20, 30대 뮤지션들이나 학생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감성의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게 저희의 큰 장점"이라고 자부했다.

김종진은 뮤지션을 '음악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에 비유하며 "육지에 계신 여러분이 잃어버린 아날로그 감성, 레트로 감성을 우리는 아직도 갖고 있다. 그걸 전해드린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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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7 18:29:39
    • 수정2019-12-27 18: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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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만에 스튜디오에서 만났을 때 그 기분은…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김종진)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음악을 시작한 김종진(기타)과 장기호(베이스), 박성식(건반), 전태관(드럼), 유재하(건반). 33년이 지난 지금, 김현식을 비롯한 원년 멤버 6명 중 3명은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 없다. 요절한 김현식과 유재하에 이어 지난해에는 전태관이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그간 나름의 길을 걸어왔던 김종진(57)과 장기호(58)·박성식(58)이 더는 무대에 함께할 수 없는 친구들을 그리며 '동창회'를 열었다.

이들이 27일 정오 발매한 미니앨범 '봄여름가을겨울 리유니언(Re:union) 빛과소금' 얘기다. 전태관이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 되는 날 선보인 앨범이다.

마포구 '더노라 스테이지와이'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들은 오전에 전태관이 잠든 용인 평온의 숲에 다녀왔다고 했다.

김종진은 "태관을 기리는 무언가를 남길 수 있다면 한번 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했다"며 "아무래도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 결국 음악으로 발표된 것 같다"고 전했다.

1986년 김현식 3집 발매 후 밴드 활동이 중단되자 김종진과 전태관은 2인조 봄여름가을겨울로 독립했고, 장기호와 박성식은 빛과소금을 꾸려 활동했다. 이들 3명이 한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하기 위해 만난 것은 그 이후 처음이라고.

장기호는 "태관이에 대한 생각도 있고, 하늘에 있는 현식이 형이나 재하에게도 ''우리 아직 음악 하고 있어, 너희 생각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성식은 전태관의 부재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만약 전태관 씨가 이 작업에 참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며 "객원 드러머를 써야 했는데 작업하는 내내 마음 한켠에서 서운하고, 보고 싶고,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젊었을 땐 아웅다웅했다"는 이들은 30여년간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 대중음악계 큰 나무가 됐다. 김종진은 전태관과 봄여름가을겨울 활동으로 숱한 히트곡을 냈고 장기호와 박성식은 빛과소금으로 한국 퓨전재즈를 개척한 뒤 교육자로서 후대 양성에도 힘썼다.

셋은 이날도 오랜 친구답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치켜세웠다. '동창회'라는 뜻의 앨범 이름이 꼭 맞았다.

"수십 년 음악 생활을 거치며 각자 자기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는데, 그런 걸 서로 존중했어요. 나만의 음악적 아집에 갇히기보다 타인의 음악을 받아들이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죠."(장기호)

"전태관 씨가 졸업한 학교(서강대) 앞에 있는 스튜디오를 잡아서 처음에 무턱대고 연주를 해봤는데 33년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33년 전 우리가 연주한 그 느낌 그대로 뭔가 정말 잘 맞아떨어졌죠."(김종진)

이번 앨범 다섯 트랙에는 인생 후반에서 이들이 느끼는 감성이 솔직하게 담겼다.

김종진은 자신이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동창회'에 대해 "(과거 히트곡)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삶에 대한 노래였다면 동창회는 죽음에 대한 노래라고 할 정도로 반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소리쳐 부르자 추억의 노래를/ 보석보다 찬란한 그 시간을/ 영원히 함께하길 바라며/ 우리 또 만나기를/ 한명도 빠지지 않기/ 약속해…'('동창회' 중)

이들은 젊은 날을 함께 한 김현식에 대한 추억도 떠올렸다.

"현식이 형이 동부이촌동 방에 우리를 불러놓고 '너희는 음악 그렇게 하면 안 돼, 음악이 수학인 줄 아냐' 하면서 기타를 막 대충 치는 거예요. 형이 떠나고 15년쯤 지나고 나서 태관이와 '현식이 형이 말한 게 뭔지 좀 감이 온다'고 얘기했었어요. 현식 형은 30대에 세상을 떠났는데, 50대 뮤지션이 돼서야 깨달을 수 있었던 걸 다 알고 알려주셨던 거죠."(김종진)

최근 음악에선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아날로그 감성'이 짙다는 것도 이번 앨범의 특징이다. 이들이 통과해온 시대의 음악적 요소들이 오롯이 담겨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박성식은 "지금 20, 30대 뮤지션들이나 학생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감성의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게 저희의 큰 장점"이라고 자부했다.

김종진은 뮤지션을 '음악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에 비유하며 "육지에 계신 여러분이 잃어버린 아날로그 감성, 레트로 감성을 우리는 아직도 갖고 있다. 그걸 전해드린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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