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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댓글 분석…‘여성혐오’ 논리 구조를 보다
입력 2019.12.30 (21:22) 수정 2019.12.30 (22:20)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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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한해도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혐오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과거 '일베' 같은 극우 커뮤니티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편향된 표현들이 이제는 '온라인 전체'로 퍼져가고 있는데요.

KBS 취재팀이 이 가운데 격렬한 사회적 논쟁을 불러왔던 '82년생 김지영'을 가지고 인터넷 여성 혐오 문제를 분석했습니다.

우한솔, 김지숙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82kg 김지영' '페미니즘은 정신병'.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82년생 김지영' 관련 기사에서 흔히 보이는 댓글입니다.

수백, 수천 개의 공감을 받기도 해 또 '여성 비하 댓글이네' 하며 지나치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저희 취재진은 여성을 혐오하는 생각의 뿌리를 키워드 분석기법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소설이 출간된 2016년부터 3년 동안 모바일에서 많이 읽힌 관련 기사 65개에 달린 댓글 7만 4천여개를 살펴봤습니다.

이중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 1950개를 추려 분석했습니다.

자주 언급된 단어들을 볼까요?

238차례 언급된 '세대'라는 단어를 축으로 함께 쓰인 단어들을 보면, 희생, 고생,가정 그리고 어머니입니다.

댓글을 통해 확인해 볼까요.

"52년생 김숙자, 이런 거면 (희생한 거) 인정해 주겠다"

"80년대 여자가 얼마나 고생을 했다고 어머니세대도 아니고"

52년생 여성, 그러니까 어머니 세대의 고생과 차별은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단어군을 보면 카페, 맘충, 된장녀, 빠순이, 최악이란 말이 몰려 있습니다.

댓글 볼까요?

지금 시대 여성을 '차별은 커녕 고생은 모르고, 생각없이 살고 있다' 이렇게 규정짓고 있습니다.

214번 언급된 '차별'을 보면 동시대 여성에 대한 삐뚤어진 의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성'은 피해자, 착취, 불평등과 함께 쓰였는데, '여성'은 징징, 페미, 여대, 주차장 등이 붙어 나옵니다.

내용을 보면, 여성은 징징거리며 특권만 누리는 사이, 남성들이 차별받는다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이같은 피해의식은 '페미'라는 단어를 분석하면 보다 선명해집니다.

남성 혐오, 극단, 정신병, 피해 의식 등 부정적인 단어가 줄줄이 연결됩니다.

종합하면, 어머니 세대는 차별 받았지만, 지금 세대 여성은 오히려 특권을 누리고 있고, 페미니즘의 공격을 받는 남성들만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속 여성 혐오 논리는 이렇게 완성됩니다.

그렇다면 댓글 속 주장, 사실일까요?

여성 인권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가혹합니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여성의 20% 수준, 아이를 키우는 건 아직도 여성의 몫입니다.

여성 임금이 수십년 째 같은 일을 하는 남성의 70%에도 미치지 못해 성차별이 여전하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여성 차별은 상존하는데, 남성도 차별받고 있다는 느끼는 현실,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여성혐오’, 전문가에게 듣는다

'여성 차별은 끝났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물었습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 "(과거엔) 노골적인 차별이 있었다면, 지금젊은 세대가 겪는 성차별은 훨씬 더 교묘하고 은밀하고"]

[류영재/춘천지법 판사 : "(법정에서 나올 때 저한테) 어린 아가씨가 정말 말씀도 잘하신다. 이런 식의 반응들이 나오는데, 칭찬이죠. (그런데) 나랑 똑같은 나이의 남자 판사가 들어갔을 때 젊은 총각이 정말로, 어린 총각이 말도 잘하네요 이런 말을 할까?"]

실제로 경력 단절을 겪지 않은 20대 여성도 같은 연차의 남성보다 월급을 20% 가까이 적게 받았습니다.

임신, 출산과 무관하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 시장에서 차별받는 겁니다.

성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의 원인 역시 여성 차별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류영재/춘천지법 판사 : "(여성은) '권력적으로도 약자다' 이런 인식들이 있기 때문에 (여성을) 같은 학우, 같은 학생, 같은 직장동료로 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거든요."]

'남성도 차별 받는다'는 피해 의식만으론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

[홍성수/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 "누가 더 힘드냐를 가지고 경쟁이 되는 것은 사실은 굉장히 부당한 대립이고 실속이 없는, 남는 게 없는 구도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대립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류영재/춘천지법 판사 : "성차별 구조를 해체하다 보면 분명히 남성이 지고 있는 부당한 부담들을 덜게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우리가 동등해지기 위한 과정 아닌가 (생각해요.)"]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 ‘82년생 김지영’ 댓글 분석…‘여성혐오’ 논리 구조를 보다
    • 입력 2019-12-30 21:28:15
    • 수정2019-12-30 22:20:14
    뉴스 9
[앵커]

올 한해도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혐오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과거 '일베' 같은 극우 커뮤니티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편향된 표현들이 이제는 '온라인 전체'로 퍼져가고 있는데요.

KBS 취재팀이 이 가운데 격렬한 사회적 논쟁을 불러왔던 '82년생 김지영'을 가지고 인터넷 여성 혐오 문제를 분석했습니다.

우한솔, 김지숙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82kg 김지영' '페미니즘은 정신병'.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82년생 김지영' 관련 기사에서 흔히 보이는 댓글입니다.

수백, 수천 개의 공감을 받기도 해 또 '여성 비하 댓글이네' 하며 지나치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저희 취재진은 여성을 혐오하는 생각의 뿌리를 키워드 분석기법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소설이 출간된 2016년부터 3년 동안 모바일에서 많이 읽힌 관련 기사 65개에 달린 댓글 7만 4천여개를 살펴봤습니다.

이중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 1950개를 추려 분석했습니다.

자주 언급된 단어들을 볼까요?

238차례 언급된 '세대'라는 단어를 축으로 함께 쓰인 단어들을 보면, 희생, 고생,가정 그리고 어머니입니다.

댓글을 통해 확인해 볼까요.

"52년생 김숙자, 이런 거면 (희생한 거) 인정해 주겠다"

"80년대 여자가 얼마나 고생을 했다고 어머니세대도 아니고"

52년생 여성, 그러니까 어머니 세대의 고생과 차별은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단어군을 보면 카페, 맘충, 된장녀, 빠순이, 최악이란 말이 몰려 있습니다.

댓글 볼까요?

지금 시대 여성을 '차별은 커녕 고생은 모르고, 생각없이 살고 있다' 이렇게 규정짓고 있습니다.

214번 언급된 '차별'을 보면 동시대 여성에 대한 삐뚤어진 의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성'은 피해자, 착취, 불평등과 함께 쓰였는데, '여성'은 징징, 페미, 여대, 주차장 등이 붙어 나옵니다.

내용을 보면, 여성은 징징거리며 특권만 누리는 사이, 남성들이 차별받는다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이같은 피해의식은 '페미'라는 단어를 분석하면 보다 선명해집니다.

남성 혐오, 극단, 정신병, 피해 의식 등 부정적인 단어가 줄줄이 연결됩니다.

종합하면, 어머니 세대는 차별 받았지만, 지금 세대 여성은 오히려 특권을 누리고 있고, 페미니즘의 공격을 받는 남성들만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속 여성 혐오 논리는 이렇게 완성됩니다.

그렇다면 댓글 속 주장, 사실일까요?

여성 인권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가혹합니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여성의 20% 수준, 아이를 키우는 건 아직도 여성의 몫입니다.

여성 임금이 수십년 째 같은 일을 하는 남성의 70%에도 미치지 못해 성차별이 여전하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여성 차별은 상존하는데, 남성도 차별받고 있다는 느끼는 현실,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여성혐오’, 전문가에게 듣는다

'여성 차별은 끝났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물었습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 "(과거엔) 노골적인 차별이 있었다면, 지금젊은 세대가 겪는 성차별은 훨씬 더 교묘하고 은밀하고"]

[류영재/춘천지법 판사 : "(법정에서 나올 때 저한테) 어린 아가씨가 정말 말씀도 잘하신다. 이런 식의 반응들이 나오는데, 칭찬이죠. (그런데) 나랑 똑같은 나이의 남자 판사가 들어갔을 때 젊은 총각이 정말로, 어린 총각이 말도 잘하네요 이런 말을 할까?"]

실제로 경력 단절을 겪지 않은 20대 여성도 같은 연차의 남성보다 월급을 20% 가까이 적게 받았습니다.

임신, 출산과 무관하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 시장에서 차별받는 겁니다.

성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의 원인 역시 여성 차별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류영재/춘천지법 판사 : "(여성은) '권력적으로도 약자다' 이런 인식들이 있기 때문에 (여성을) 같은 학우, 같은 학생, 같은 직장동료로 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거든요."]

'남성도 차별 받는다'는 피해 의식만으론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

[홍성수/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 "누가 더 힘드냐를 가지고 경쟁이 되는 것은 사실은 굉장히 부당한 대립이고 실속이 없는, 남는 게 없는 구도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대립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류영재/춘천지법 판사 : "성차별 구조를 해체하다 보면 분명히 남성이 지고 있는 부당한 부담들을 덜게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우리가 동등해지기 위한 과정 아닌가 (생각해요.)"]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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