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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새해 교육, ‘해현경장(解弦更張)’ 내세우지만 실제론 ‘완화’
입력 2019.12.31 (15:51) 수정 2020.01.09 (14:20) 취재K
"거문고의 줄을 다시 고쳐 매겠습니다"

선비 3명이 마루에 앉아있고, 한 선비가 양반다리를 한 채 연주 중인 악기, 거문고입니다.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의 줄을 다시 바꿔 맨다는 뜻인데요.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정치·사회적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말하죠.

서울교육청은 이 '해현경장'을 새해 교육의 화두로 삼겠다고 합니다.


"혁신에 혁신을 더하여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과거의 낡은 교육을 혁신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향해 새로운 혁신을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도 새롭게 바꾸겠다는 교육계.

2020년 경자년 새해 교육부문에서 과연 어떤 새로운 내용들이 있는지, '해현경장'처럼 사자성어화(化)해보겠습니다.

키워드1: 편해편해(編解篇解: 엮인 것을 풀고, 책도 푼다)

엮을 편 풀 해, 책 편 풀 해... 내년에는 우선 겉보기에 규제가 완화되거나 풀리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편해편해'로 이름 지어봤는데요.

우선 같은 학교에 같은 수업으로 묶였던 현행 교육제도에 변화가 시작됩니다. '고교학점제'가 일부 학교에서 시범 시행되는 건데요.

지금까지 고등학생들은 주어진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들었지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자신의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만 선택해서 듣게 됩니다. 또 기존에는 출석 일수로 졸업 여부가 결정된 반면에 고교학점제는 누적된 과목 이수 학점이 졸업 기준에 충족하면 졸업이 가능해집니다.

이 제도는 2025년에 전면 시행될 예정인데요, 내년에는 '마이스터고'를 대상으로 원하는 교과목을 선택해 듣는 교고학점제가 우선 적용됩니다.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과도기 과정의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데요.

서울교육청은 '공유캠퍼스'라는 개념으로 학교마다 수업을 바꿔서 들을 수 있는 사업을 새해부터 시작합니다.

공모 결과 서울 강서교육지원청 산하에 강서고·대일고·영일고,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산하 당곡고·수도여고·영등포고, 마지막으로 중부교육지원청 산하에 신광여고·중경고·환일고가 공유캠퍼스 대상입니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각 교육지원청 권역에 함께 묶인 다른 학교에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건데요. 가령 강서고 학생이 대일고 수업을, 수도여고 학생이 영등포고 수업을 듣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내년은 시행 초기이다 보니 1교시부터 7교시까지의 정규수업은 아직 바꿔 들을 수 없는 대신, 방과 후나 주말 심화학습 등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이미 영일고의 경우는 가정통신문 안내까지 나간 상태로,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정규시간에 수업을 공유하진 못해도 방과 후나 주말에 정규수업 과목을 공유할 수는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1년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2021년부터는 1교시부터 7교시까지의 정규 수업도 원하는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년 3월부터는 이렇게 학교 수업뿐 아니라 학교에 입고 다니는 복장도 풀립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후드나 반소매, 반바지처럼 아예 생활복 차림으로 등교하는 학교에서부터 기존 교복에서 넥타이만 풀도록 하는 학교 등으로 교복 형태가 바뀌게 되는 건데요.

내년 2월까지 학교 구성원이 참여한 공론화를 추진해서 이 결과에 따라 학교 규칙이 제·개정되면 교복 형태가 바뀌게 되는 겁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입니다.

앞서 제목 붙인 편해(篇解). 교과서를 펴내는 데 있어서도 규제가 풀립니다.


먼저, 교과서가 발행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국정·검정·인정.

국정 교과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갖는 형태, 검정은 출판사나 집필진이 만든 후 교육과정평가원이 심사하는 개념이고요. 인정은 교육감이나 출판사가 저작권을 갖지만, 교육감이 심의하는 개념입니다.

인정 교과서의 경우 지금은 심사에 대략 9달 넘는 기간이 필요한데요, 앞으로는 일부 과목의 경우 공통기준 준수 여부만 확인되면 교과서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초조사나 교과별 심사를 받지 않게 됩니다.

이 때문에 기존에 9개월에서 3개월로 심사기간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 건데요.

이 제도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열 고등학교의 전문교과 부분과 학교장이 만든 과목의 교과서에 적용됩니다. 보통 교과나 수능 출제 교과 등에 이 제도가 제외된다고는 하지만, 헌법 정신이나 교육 중립성 등을 잘 유지하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키워드2: 오만가지(五萬跏指: 5만 개의 책상다리가 찍는다)

다섯 오, 일만 만. 책상다리 가, 손가락 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교육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것 같습니다. 내년 총선부터 만 18세도 투표권이 생긴 건데요.

전체 만 18세 중 고3 학생은 약 5만 명... 5만 명의 고3 학생들이 손으로 누군가를 찍게 됩니다.

이 때문에 당장 교육 당국이 바빠졌습니다.

서울교육청은 총선을 앞두고 관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내년 초에 공직선거법 교육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교육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논의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교육할지 방안을 정할 예정입니다. 아무리 늦어도 2월까지는 방안을 확정해서 3월에는 교육을 할 방침인데요.

이에 앞서 이미 서울교육청은 내년 총선 모의선거 실천학교 40곳을 선정했습니다. 물론 이번 선거법 교육이 이와 별개로 추진되고는 있었지만 두 사업의 연관성은 분명 있어 보입니다.

모의선거를 치를 학교는 초등학교 10곳, 중학교 11곳, 고등학교 19곳 등 총 40개교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영산대학교 성심교양대학 장은주 교수가 총괄 단장을 맡았고,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징검다리 교육공동체가 함께 교육자료 제작과 교원 연수 실무에 동참할 예정인데요.

하지만 기대만큼 반발도 큰 게 사실입니다. 한국교총과 서울교총 등 교원단체는 모의선거 교육 추진 중단을 촉구하면서 이번 선거법 개정안 통과로 교실이 정치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대통령 특사로 사면 복권되긴 했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2012년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고 교육감직을 잃은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이사장을 맡은 단체가 선거 교육 관련 사업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도 있고요.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모의선거나 선거법 교육 방안 검토뿐 아니라 내년에는 사회현안 논쟁형 프로젝트 학습 활성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교실에서 정치와 선거 그리고 쟁점화된 사회 문제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야기 나누겠다는 교육 당국의 의지가 내년부터 새롭게 시행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오만가지의 이야기가 나눠질 것인 만큼, 일각의 우려처럼 교실의 정치판이나 정치편향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네요.

키워드3: 고마운대(苦摩云貸: 괴로움을 덜어줘서 고마운데, 무상 맞나?)

괴로울 고, 갈마. 이를 운, 빌릴 대...괴로움을 갈아 으깨줘서 고맙긴 한데, 재정을 어디서 빌리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뜻으로 이름 붙어봤습니다.

내년에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주머니 사정을 덜어줄 정책이 참 많이 시행되는데요.

우선 새해에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무상으로 교육을 받게 됩니다.

정부를 비롯해 시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가 입학금을 비롯해 수업료나 학교 운영지원비, 교과서비를 전면 국고로 지원하게 된 건데요.

내년 예산에서 증액교부금인 6,594억 원이 약 88만 명에 달하는 2020년 고2와 고3 학생들의 무상교육에 쓰이도록 편성된 겁니다.

새해에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학생들도 2021년부터 수혜 대상이 된다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만 3살부터 5살의 유아에게 공통으로 제공하는 교육과 보육 과정을 일컫는 누리과정 지원비도 7년 만에 인상돼, 기존 22만 원에서 24만 원으로 늘어난 겁니다.

이 비용은 1월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살부터 5살의 모든 유아 약 119만 9천 명을 대상으로 일괄 적용된다고 합니다.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위해서도 정부가 곳간을 풉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의 경우 기존에는 대출금이나 이자 상환을 연체했을 땐, 무조건 연체 금액의 6%를 매기는 단일 금리를 적용했었는데요. 내년부터는 학생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4.5%로 연체 금리를 매기도록 했습니다.

또 학자금 대출을 받은 이후에 해당 학생이 사망했거나 중증장애인 등으로 심신장애인이 되면 남은 채무를 감면하거나 아예 면제해줄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뀝니다.

우리나라 금융체계는 채무도 상속하도록 돼 있죠. 하지만 일정 수준의 상속재산이나 잡힌 소득이 없다는 가정하에 앞서 언급한 상황이 오면 감면이나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기존에 없었던 전문대 학생 대상 우수 장학금도 신설됩니다. '취업역량 개발 노력 우수 전문대생 등록금·생활비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교육부가 추진한 건데요.

각 전문대에 재학생이 이 부문의 장학금을 신청하면 해당 학교가 점수를 매겨 등록금 전액이나 등록금 전액 외에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는 제도가 생긴 겁니다.

국·공립대학교는 이미 시행한 입학금 폐지가 내년부터는 사이버대에도 확대됩니다.

2023년부터는 모든 4년제 사립대학교가 평균 50만 원대에서 70만 원대로 받던 입학금을 받을 수 없게 되고요, 사이버대도 이에 발맞춰서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줄여 2023년부터는 입학금을 받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학생과 학부모의 가계 부담을 경감해줘서 고맙긴 한데, 결국은 세금으로 채워지는 부분이다 보니 정부의 부담은 있을 겁니다.

키워드 마지막: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 줄을 다시 바꿔 매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게 한다는 교육 당국의 해현경장이 비로소 나오네요. 그런데 많지가 않습니다.

학생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해주자는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학원일요휴무제'. 일요일에는 학원을 못 가게 하자는 것으로 서울교육청이 추진 중인데요.

지난 11월에는 62.6%가 이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 수렴 결과 발표까지 있었습니다.

새해 2월까지 정책연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바탕으로 이번 의견 수렴 결과 발표와 함께 종합적으로 추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데요.

이에 대해 서울 학원이 쉬면 서울 주변 학원이나, 학원업이 아닌 곳에서 학원 수업이 강행되는 등 풍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자율적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비판 여론이 있습니다.

때문에 서울교육청도 신중한 입장으로 아직 어떠한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 못한 상태로 '추진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 내년 초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 숙제로 불리는 이른바 '과제형 수행평가'가 내년부터는 학교에서만 시행할 수 있게 됩니다.

교육부가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일부 개정령안 최근 행정예고 하면서 수행평가 용어 정의를 바꾼 건데요.

기존 지침에 나온 수행평가 용어 정의에 '교과 수업시간에'라는 문구를 추가한 겁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수행평가란 '교과 담당교사가 교과 수업시간에 학습자들의 학습과제 수행 과정 및 결과를 직접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평가 방법'이겠지요.

또, 정규교육 과정 외에 학생이 수행한 결과물에 점수를 부여하는 '과제형 수행평가는 실시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추가돼 새 학기부터 적용될 방침입니다.

마지막으로, 내년 새 학기부터 모든 사립유치원의 예산/자금 활용에 대해 교육 당국이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교육부가 앞서 언급한 내용이 담긴 '사립유치원 K-에듀파인'이라는 시스템을 3월 1일부터 개통합니다.

개별 사립유치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회계를 처리해오면서,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치원 돈으로 개인용품을 구입하거나 자녀 유학비에 쓰는 등 유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제도가 내년부터 의무화된 겁니다.

에듀파인 도입으로 교육 당국이 실시간으로 유치원 돈 흐름을 확인할 수 있어 횡령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적 재산을 국가가 감시한다는 입장을 두고 반대도 컸었죠.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 굉장히 흔히 쓰이는 말입니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부터 수능 정시확대 방안 발표, 외고와 자사고 폐지까지.
올 한해는 그 어느 때보다 교육을 둘러싼 진통과 수많은 정책 변화가 있었습니다.

해현경장이라는 교육 당국의 의지가 잘 발현돼, 이제 줄을 풀거나 묶는 게 아니라 올곧은 거문고 연주를 들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바뀌는 새해 교육, ‘해현경장(解弦更張)’ 내세우지만 실제론 ‘완화’
    • 입력 2019-12-31 15:51:02
    • 수정2020-01-09 14:20:23
    취재K
"거문고의 줄을 다시 고쳐 매겠습니다"

선비 3명이 마루에 앉아있고, 한 선비가 양반다리를 한 채 연주 중인 악기, 거문고입니다.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의 줄을 다시 바꿔 맨다는 뜻인데요.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정치·사회적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말하죠.

서울교육청은 이 '해현경장'을 새해 교육의 화두로 삼겠다고 합니다.


"혁신에 혁신을 더하여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과거의 낡은 교육을 혁신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향해 새로운 혁신을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도 새롭게 바꾸겠다는 교육계.

2020년 경자년 새해 교육부문에서 과연 어떤 새로운 내용들이 있는지, '해현경장'처럼 사자성어화(化)해보겠습니다.

키워드1: 편해편해(編解篇解: 엮인 것을 풀고, 책도 푼다)

엮을 편 풀 해, 책 편 풀 해... 내년에는 우선 겉보기에 규제가 완화되거나 풀리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편해편해'로 이름 지어봤는데요.

우선 같은 학교에 같은 수업으로 묶였던 현행 교육제도에 변화가 시작됩니다. '고교학점제'가 일부 학교에서 시범 시행되는 건데요.

지금까지 고등학생들은 주어진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들었지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자신의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만 선택해서 듣게 됩니다. 또 기존에는 출석 일수로 졸업 여부가 결정된 반면에 고교학점제는 누적된 과목 이수 학점이 졸업 기준에 충족하면 졸업이 가능해집니다.

이 제도는 2025년에 전면 시행될 예정인데요, 내년에는 '마이스터고'를 대상으로 원하는 교과목을 선택해 듣는 교고학점제가 우선 적용됩니다.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과도기 과정의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데요.

서울교육청은 '공유캠퍼스'라는 개념으로 학교마다 수업을 바꿔서 들을 수 있는 사업을 새해부터 시작합니다.

공모 결과 서울 강서교육지원청 산하에 강서고·대일고·영일고,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산하 당곡고·수도여고·영등포고, 마지막으로 중부교육지원청 산하에 신광여고·중경고·환일고가 공유캠퍼스 대상입니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각 교육지원청 권역에 함께 묶인 다른 학교에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건데요. 가령 강서고 학생이 대일고 수업을, 수도여고 학생이 영등포고 수업을 듣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내년은 시행 초기이다 보니 1교시부터 7교시까지의 정규수업은 아직 바꿔 들을 수 없는 대신, 방과 후나 주말 심화학습 등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이미 영일고의 경우는 가정통신문 안내까지 나간 상태로,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정규시간에 수업을 공유하진 못해도 방과 후나 주말에 정규수업 과목을 공유할 수는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1년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2021년부터는 1교시부터 7교시까지의 정규 수업도 원하는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년 3월부터는 이렇게 학교 수업뿐 아니라 학교에 입고 다니는 복장도 풀립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후드나 반소매, 반바지처럼 아예 생활복 차림으로 등교하는 학교에서부터 기존 교복에서 넥타이만 풀도록 하는 학교 등으로 교복 형태가 바뀌게 되는 건데요.

내년 2월까지 학교 구성원이 참여한 공론화를 추진해서 이 결과에 따라 학교 규칙이 제·개정되면 교복 형태가 바뀌게 되는 겁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입니다.

앞서 제목 붙인 편해(篇解). 교과서를 펴내는 데 있어서도 규제가 풀립니다.


먼저, 교과서가 발행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국정·검정·인정.

국정 교과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갖는 형태, 검정은 출판사나 집필진이 만든 후 교육과정평가원이 심사하는 개념이고요. 인정은 교육감이나 출판사가 저작권을 갖지만, 교육감이 심의하는 개념입니다.

인정 교과서의 경우 지금은 심사에 대략 9달 넘는 기간이 필요한데요, 앞으로는 일부 과목의 경우 공통기준 준수 여부만 확인되면 교과서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초조사나 교과별 심사를 받지 않게 됩니다.

이 때문에 기존에 9개월에서 3개월로 심사기간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 건데요.

이 제도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열 고등학교의 전문교과 부분과 학교장이 만든 과목의 교과서에 적용됩니다. 보통 교과나 수능 출제 교과 등에 이 제도가 제외된다고는 하지만, 헌법 정신이나 교육 중립성 등을 잘 유지하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키워드2: 오만가지(五萬跏指: 5만 개의 책상다리가 찍는다)

다섯 오, 일만 만. 책상다리 가, 손가락 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교육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것 같습니다. 내년 총선부터 만 18세도 투표권이 생긴 건데요.

전체 만 18세 중 고3 학생은 약 5만 명... 5만 명의 고3 학생들이 손으로 누군가를 찍게 됩니다.

이 때문에 당장 교육 당국이 바빠졌습니다.

서울교육청은 총선을 앞두고 관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내년 초에 공직선거법 교육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교육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논의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교육할지 방안을 정할 예정입니다. 아무리 늦어도 2월까지는 방안을 확정해서 3월에는 교육을 할 방침인데요.

이에 앞서 이미 서울교육청은 내년 총선 모의선거 실천학교 40곳을 선정했습니다. 물론 이번 선거법 교육이 이와 별개로 추진되고는 있었지만 두 사업의 연관성은 분명 있어 보입니다.

모의선거를 치를 학교는 초등학교 10곳, 중학교 11곳, 고등학교 19곳 등 총 40개교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영산대학교 성심교양대학 장은주 교수가 총괄 단장을 맡았고,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징검다리 교육공동체가 함께 교육자료 제작과 교원 연수 실무에 동참할 예정인데요.

하지만 기대만큼 반발도 큰 게 사실입니다. 한국교총과 서울교총 등 교원단체는 모의선거 교육 추진 중단을 촉구하면서 이번 선거법 개정안 통과로 교실이 정치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대통령 특사로 사면 복권되긴 했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2012년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고 교육감직을 잃은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이사장을 맡은 단체가 선거 교육 관련 사업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도 있고요.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모의선거나 선거법 교육 방안 검토뿐 아니라 내년에는 사회현안 논쟁형 프로젝트 학습 활성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교실에서 정치와 선거 그리고 쟁점화된 사회 문제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야기 나누겠다는 교육 당국의 의지가 내년부터 새롭게 시행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오만가지의 이야기가 나눠질 것인 만큼, 일각의 우려처럼 교실의 정치판이나 정치편향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네요.

키워드3: 고마운대(苦摩云貸: 괴로움을 덜어줘서 고마운데, 무상 맞나?)

괴로울 고, 갈마. 이를 운, 빌릴 대...괴로움을 갈아 으깨줘서 고맙긴 한데, 재정을 어디서 빌리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뜻으로 이름 붙어봤습니다.

내년에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주머니 사정을 덜어줄 정책이 참 많이 시행되는데요.

우선 새해에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무상으로 교육을 받게 됩니다.

정부를 비롯해 시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가 입학금을 비롯해 수업료나 학교 운영지원비, 교과서비를 전면 국고로 지원하게 된 건데요.

내년 예산에서 증액교부금인 6,594억 원이 약 88만 명에 달하는 2020년 고2와 고3 학생들의 무상교육에 쓰이도록 편성된 겁니다.

새해에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학생들도 2021년부터 수혜 대상이 된다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만 3살부터 5살의 유아에게 공통으로 제공하는 교육과 보육 과정을 일컫는 누리과정 지원비도 7년 만에 인상돼, 기존 22만 원에서 24만 원으로 늘어난 겁니다.

이 비용은 1월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살부터 5살의 모든 유아 약 119만 9천 명을 대상으로 일괄 적용된다고 합니다.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위해서도 정부가 곳간을 풉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의 경우 기존에는 대출금이나 이자 상환을 연체했을 땐, 무조건 연체 금액의 6%를 매기는 단일 금리를 적용했었는데요. 내년부터는 학생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4.5%로 연체 금리를 매기도록 했습니다.

또 학자금 대출을 받은 이후에 해당 학생이 사망했거나 중증장애인 등으로 심신장애인이 되면 남은 채무를 감면하거나 아예 면제해줄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뀝니다.

우리나라 금융체계는 채무도 상속하도록 돼 있죠. 하지만 일정 수준의 상속재산이나 잡힌 소득이 없다는 가정하에 앞서 언급한 상황이 오면 감면이나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기존에 없었던 전문대 학생 대상 우수 장학금도 신설됩니다. '취업역량 개발 노력 우수 전문대생 등록금·생활비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교육부가 추진한 건데요.

각 전문대에 재학생이 이 부문의 장학금을 신청하면 해당 학교가 점수를 매겨 등록금 전액이나 등록금 전액 외에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는 제도가 생긴 겁니다.

국·공립대학교는 이미 시행한 입학금 폐지가 내년부터는 사이버대에도 확대됩니다.

2023년부터는 모든 4년제 사립대학교가 평균 50만 원대에서 70만 원대로 받던 입학금을 받을 수 없게 되고요, 사이버대도 이에 발맞춰서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줄여 2023년부터는 입학금을 받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학생과 학부모의 가계 부담을 경감해줘서 고맙긴 한데, 결국은 세금으로 채워지는 부분이다 보니 정부의 부담은 있을 겁니다.

키워드 마지막: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 줄을 다시 바꿔 매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게 한다는 교육 당국의 해현경장이 비로소 나오네요. 그런데 많지가 않습니다.

학생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해주자는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학원일요휴무제'. 일요일에는 학원을 못 가게 하자는 것으로 서울교육청이 추진 중인데요.

지난 11월에는 62.6%가 이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 수렴 결과 발표까지 있었습니다.

새해 2월까지 정책연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바탕으로 이번 의견 수렴 결과 발표와 함께 종합적으로 추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데요.

이에 대해 서울 학원이 쉬면 서울 주변 학원이나, 학원업이 아닌 곳에서 학원 수업이 강행되는 등 풍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자율적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비판 여론이 있습니다.

때문에 서울교육청도 신중한 입장으로 아직 어떠한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 못한 상태로 '추진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 내년 초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 숙제로 불리는 이른바 '과제형 수행평가'가 내년부터는 학교에서만 시행할 수 있게 됩니다.

교육부가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일부 개정령안 최근 행정예고 하면서 수행평가 용어 정의를 바꾼 건데요.

기존 지침에 나온 수행평가 용어 정의에 '교과 수업시간에'라는 문구를 추가한 겁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수행평가란 '교과 담당교사가 교과 수업시간에 학습자들의 학습과제 수행 과정 및 결과를 직접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평가 방법'이겠지요.

또, 정규교육 과정 외에 학생이 수행한 결과물에 점수를 부여하는 '과제형 수행평가는 실시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추가돼 새 학기부터 적용될 방침입니다.

마지막으로, 내년 새 학기부터 모든 사립유치원의 예산/자금 활용에 대해 교육 당국이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교육부가 앞서 언급한 내용이 담긴 '사립유치원 K-에듀파인'이라는 시스템을 3월 1일부터 개통합니다.

개별 사립유치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회계를 처리해오면서,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치원 돈으로 개인용품을 구입하거나 자녀 유학비에 쓰는 등 유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제도가 내년부터 의무화된 겁니다.

에듀파인 도입으로 교육 당국이 실시간으로 유치원 돈 흐름을 확인할 수 있어 횡령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적 재산을 국가가 감시한다는 입장을 두고 반대도 컸었죠.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 굉장히 흔히 쓰이는 말입니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부터 수능 정시확대 방안 발표, 외고와 자사고 폐지까지.
올 한해는 그 어느 때보다 교육을 둘러싼 진통과 수많은 정책 변화가 있었습니다.

해현경장이라는 교육 당국의 의지가 잘 발현돼, 이제 줄을 풀거나 묶는 게 아니라 올곧은 거문고 연주를 들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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