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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야심] 한국당, 의원 총사퇴?…유승민 “국민이 마음 줄 정치, 해왔나”
입력 2019.12.31 (18:23) 여심야심
어제(30일) 자유한국당 의원 108명이 총사퇴를 결의했습니다. 과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4+1 협의체'가 내년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공수처법까지 처리하자, 초강경 수를 뒀습니다.

한국당에서 '의원직 총사퇴'는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당시에도, 11월 황교안 대표가 노숙 단식농성을 할 때에도 당내에선 "총사퇴를 불사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총사퇴,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문제는 총사퇴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국회법상 본회의 의결이나 국회의장 허가가 없으면 사퇴를 하고 싶어도 못 합니다. 한국당 의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 공수처법 처리로 당내 분위기는 격앙돼 있지만, 회의론도 적지 않습니다. 말뿐인 총사퇴 결의가 부각되는 게 오히려 여론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보여주기식' 사퇴 결의는 진정성이 떨어져 보일 것이라며 의원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고 했습니다. 4선 중진 의원은 의총 논의 내용이 다소 과장돼 전달됐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의원 전원이 사퇴서를 작성할 정도로 분노해있다, 앞으로의 투쟁 계획을 원내대표에게 위임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당 핵심 당직자는 "문희상의 국회를 거부하고, 문재인 정부에 항거한다는 의미에서 의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봐 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총사퇴가 실제로 받아들여지면 한국당 입장은 더 난감합니다.

일단 '기호 2번'을 잃을 가능성 높습니다. 의원 108명이 모두 사퇴한다면 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원 17명만 남는 원외 소수정당이 됩니다. (비례대표 의원 사퇴 시, 후순위 순번이 의원직을 승계받습니다) 선관위는 소속 현역의원 규모대로 정당 기호를 부여하는데, 이렇게 되면 '기호 2번'을 바른미래당이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연간 130억 원대 정당보조금, 국회 본청 사무공간도 대부분 반납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의총에서 2시간 이상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결국 황교안 대표가 나서서 "원내대표가 차후 여야 협상에서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일단 소속 의원 모두 사퇴서를 제출해달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수도권 3선 의원은 "나는 총사퇴에는 찬성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더라"라고 전했습니다.

원외 반응 싸늘…민주당, 무반응

한국당이 진정성을 인정해달라고 거듭 호소하고 있지만, 댓글엔 '정말 사퇴하는지 두고 보겠다'는 힐난이 줄이었습니다. 원외 당원 시선도 곱지만은 않습니다.

정원석 한국당 강남을 당협위원장은 SNS에 "많은 당원들은 의원직 총사퇴를 희생이나 자기신념의 확신으로 보지 않는다"며 "사퇴를 할 생각이었다면 진즉에 했어야 했고, 도리어 지금의 총사퇴 카드는 패스트트랙 국면에서의 책임론을 면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고 일침을 놨습니다. 한국당의 '무전략'을 연일 성토 중인 홍준표 전 대표는 "쇼만 하는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통합 비대위나 구성하라"고 강력 비난했습니다.


무엇보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 무반응입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정례회의에서 한국당의 총사퇴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어제 큰 충돌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연말연시 분주한 국민 마음을 헤아려 극단적 충돌을 자제한 한국당 지도부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오늘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본회의 표결을 한다거나 의장이 허락하지 않을 거라서, 총사퇴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박 최고위원은 "좀 독하게 말씀드리면 (한국당은) 협상도 안 했고 표결에도 참여를 거의 안 했기 때문에, 설령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해도 지금과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은 내년 1월 초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입니다.


"총사퇴가 아니라 보수통합이 진짜 투쟁"

이렇듯 총사퇴 결의가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당에서 또 다른 돌파구로 다시 떠오른 카드가 '보수 통합'입니다. '4+1 협의체' 수적 우위에 무기력과 굴욕을 연달아 맛본 만큼, 몸집 불리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결론입니다.

실제로 어제 의원총회에선 총사퇴와 함께 보수 통합이 비중 있게 논의됐습니다. 황교안 대표도 통합 논의에 방점을 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남권 3선 의원은 "결국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은 오늘 SNS에 "비호감 1위 정당 소속 의원들의 사퇴는 모두를 행복하게 할 뿐"이라며 "지금 가장 강한 투쟁은 통합"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합세했습니다. "결국엔 '쪽수(머릿수)'로 당했으니 함께 맞설 '쪽수'를 만드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보수를 뛰어넘는, 중도의 길을 향한 그 길에 우선 오욕의 간판을 미련없이 내리자"고 제안했습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총사퇴 결의의 한계를 체감한 듯, 오늘 오전 국회에서 열린 지도부 회의에서 "대통합의 길을 열겠다"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누구와 어떻게 통합?

그러나 보수통합은 여전히 구호만 있을 뿐, 통합의 대상도 방법도 여전히 모호합니다. 지난달 11월 초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 논의기구 설치를 제안하고 유승민 의원이 이에 '통합 3원칙'을 제시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 의원은 오늘 새로운보수당 회의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의원직에서 총사퇴한들, 잘못 가고 있는 정치를 바꿀 수 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당을 향해 "양극화하지 않은 중간에 계시는 국민들께서 야당에, 한국당에 마음을 줄 수 있는 정치를 해왔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지난 28일에는 각 당이 공천을 시작하는 2월 초까지가 보수 통합 시한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도로 친박당' 상태인 한국당과 현재로썬 통합할 수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한국당은 내년 1월 3일 광화문집회를 시작으로 장외투쟁을 강화하면서, 총선 준비와 연초 보수통합 성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올해 원내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되며 제1야당으로 체면을 구겼던 한국당, 신년엔 유의미한 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 [여심야심] 한국당, 의원 총사퇴?…유승민 “국민이 마음 줄 정치, 해왔나”
    • 입력 2019-12-31 18:23:51
    여심야심
어제(30일) 자유한국당 의원 108명이 총사퇴를 결의했습니다. 과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4+1 협의체'가 내년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공수처법까지 처리하자, 초강경 수를 뒀습니다.

한국당에서 '의원직 총사퇴'는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당시에도, 11월 황교안 대표가 노숙 단식농성을 할 때에도 당내에선 "총사퇴를 불사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총사퇴,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문제는 총사퇴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국회법상 본회의 의결이나 국회의장 허가가 없으면 사퇴를 하고 싶어도 못 합니다. 한국당 의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 공수처법 처리로 당내 분위기는 격앙돼 있지만, 회의론도 적지 않습니다. 말뿐인 총사퇴 결의가 부각되는 게 오히려 여론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보여주기식' 사퇴 결의는 진정성이 떨어져 보일 것이라며 의원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고 했습니다. 4선 중진 의원은 의총 논의 내용이 다소 과장돼 전달됐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의원 전원이 사퇴서를 작성할 정도로 분노해있다, 앞으로의 투쟁 계획을 원내대표에게 위임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당 핵심 당직자는 "문희상의 국회를 거부하고, 문재인 정부에 항거한다는 의미에서 의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봐 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총사퇴가 실제로 받아들여지면 한국당 입장은 더 난감합니다.

일단 '기호 2번'을 잃을 가능성 높습니다. 의원 108명이 모두 사퇴한다면 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원 17명만 남는 원외 소수정당이 됩니다. (비례대표 의원 사퇴 시, 후순위 순번이 의원직을 승계받습니다) 선관위는 소속 현역의원 규모대로 정당 기호를 부여하는데, 이렇게 되면 '기호 2번'을 바른미래당이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연간 130억 원대 정당보조금, 국회 본청 사무공간도 대부분 반납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의총에서 2시간 이상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결국 황교안 대표가 나서서 "원내대표가 차후 여야 협상에서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일단 소속 의원 모두 사퇴서를 제출해달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수도권 3선 의원은 "나는 총사퇴에는 찬성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더라"라고 전했습니다.

원외 반응 싸늘…민주당, 무반응

한국당이 진정성을 인정해달라고 거듭 호소하고 있지만, 댓글엔 '정말 사퇴하는지 두고 보겠다'는 힐난이 줄이었습니다. 원외 당원 시선도 곱지만은 않습니다.

정원석 한국당 강남을 당협위원장은 SNS에 "많은 당원들은 의원직 총사퇴를 희생이나 자기신념의 확신으로 보지 않는다"며 "사퇴를 할 생각이었다면 진즉에 했어야 했고, 도리어 지금의 총사퇴 카드는 패스트트랙 국면에서의 책임론을 면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고 일침을 놨습니다. 한국당의 '무전략'을 연일 성토 중인 홍준표 전 대표는 "쇼만 하는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통합 비대위나 구성하라"고 강력 비난했습니다.


무엇보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 무반응입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정례회의에서 한국당의 총사퇴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어제 큰 충돌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연말연시 분주한 국민 마음을 헤아려 극단적 충돌을 자제한 한국당 지도부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오늘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본회의 표결을 한다거나 의장이 허락하지 않을 거라서, 총사퇴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박 최고위원은 "좀 독하게 말씀드리면 (한국당은) 협상도 안 했고 표결에도 참여를 거의 안 했기 때문에, 설령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해도 지금과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은 내년 1월 초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입니다.


"총사퇴가 아니라 보수통합이 진짜 투쟁"

이렇듯 총사퇴 결의가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당에서 또 다른 돌파구로 다시 떠오른 카드가 '보수 통합'입니다. '4+1 협의체' 수적 우위에 무기력과 굴욕을 연달아 맛본 만큼, 몸집 불리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결론입니다.

실제로 어제 의원총회에선 총사퇴와 함께 보수 통합이 비중 있게 논의됐습니다. 황교안 대표도 통합 논의에 방점을 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남권 3선 의원은 "결국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은 오늘 SNS에 "비호감 1위 정당 소속 의원들의 사퇴는 모두를 행복하게 할 뿐"이라며 "지금 가장 강한 투쟁은 통합"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합세했습니다. "결국엔 '쪽수(머릿수)'로 당했으니 함께 맞설 '쪽수'를 만드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보수를 뛰어넘는, 중도의 길을 향한 그 길에 우선 오욕의 간판을 미련없이 내리자"고 제안했습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총사퇴 결의의 한계를 체감한 듯, 오늘 오전 국회에서 열린 지도부 회의에서 "대통합의 길을 열겠다"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누구와 어떻게 통합?

그러나 보수통합은 여전히 구호만 있을 뿐, 통합의 대상도 방법도 여전히 모호합니다. 지난달 11월 초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 논의기구 설치를 제안하고 유승민 의원이 이에 '통합 3원칙'을 제시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 의원은 오늘 새로운보수당 회의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의원직에서 총사퇴한들, 잘못 가고 있는 정치를 바꿀 수 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당을 향해 "양극화하지 않은 중간에 계시는 국민들께서 야당에, 한국당에 마음을 줄 수 있는 정치를 해왔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지난 28일에는 각 당이 공천을 시작하는 2월 초까지가 보수 통합 시한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도로 친박당' 상태인 한국당과 현재로썬 통합할 수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한국당은 내년 1월 3일 광화문집회를 시작으로 장외투쟁을 강화하면서, 총선 준비와 연초 보수통합 성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올해 원내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되며 제1야당으로 체면을 구겼던 한국당, 신년엔 유의미한 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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