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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과 혐오②] ‘쿵쾅이’와 ‘김치훈’을 아시나요?
입력 2020.01.03 (07:01) 수정 2020.01.03 (07:02) 취재K
'못생기고 시끄러운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한다"?

세상에 페미들은 얼마나 멍청하면 이걸 자기들 깐다고 생각하고 쿵쾅대냐.

쿵쾅의들의 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진실


온라인 게시물과 댓글 등을 좀 보신 분들이라면 '쿵쾅이', '쿵쾅댄다'가 무슨 뜻인지 아실 수도 있을 겁니다. 주로 '성(性)'과 관련된 게시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들이죠. 이 두 단어는 '뚱뚱한 여성'을 뜻하는 맥락으로 댓글 등에서 많이 언급됩니다. 뚱뚱한 여성이 '시끄럽게 군다'는 이야긴데요. 댓글을 살펴보면 이른바 '못생긴 여성'이 '페미니즘을 이야기한다'는 맥락으로 쓰입니다.

이 같은 표현에 여성들(으로 추정되는 댓글러)도 참지 않습니다.

이미 여자들 보고 쿵쾅이라고 하는 것부터 여자들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준다

비만 비율은 남자가 더 높은데 왜 여자들한테 쿵쾅이라고 해?


KBS 취재진은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관련된 기사 65개, 댓글 7만 4천여 개를 분석했습니다. 댓글에 자주 등장한 단어들과 주요 의미망의 관계를 우선 분석해 보도해드렸는데요.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키워드와 댓글, 그리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이어서 설명해드리려 합니다.


'82kg 김지영' vs '91톤 김치훈'…'혐오 vs 혐오' 양상

'김지훈', '김치훈', '김숙자' '김철수' 등 일반 이름들도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영화 제목이 '82년생 김지영'인 만큼 이에 대응되는 말들이 댓글 속에는 많이 등장합니다.

'김숙자'는 '52년생 김숙자'에서, 즉 어머니 세대의 고생을 이야기할 때 쓰인다는 건 앞서 설명드렸습니다.

'김지훈'과 '김철수'는 80년대생 여성에 대응되는, 80년대생 남성을 대변합니다. 주로, '남성도 피해자다'라는 맥락으로 쓰인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82년생 김지훈 한번 만들어줘? 대충 써놔도 김지영보다 방대할 것 같은데?

이른바 '82kg 김지영'이라는 혐오 발언에는 '91톤 김치훈'이 대응해 등장했습니다. 역으로 사회적으로 '도태'되고 외모적으로 뒤떨어지는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여성들을 모욕한다고 비난하는 겁니다. 혐오에 혐오로 대응하는 양상으로, 이른바 '미러링'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세대론', '차별 호소' 등 댓글에 많은 공감

그렇다면 기사에 달린 전체 댓글(7만 4천여 개)과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1천950개)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 발언은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전체 댓글에 등장하는 키워드를 빈도수 순위로 정리해 보면, 여성(3만 2천973차례)-남성(2만 7천408차례)-페미(만 천265차례) 순으로 등장합니다. 빈도수 순위로 보면 '차별(4천310차례)'은 8번째, '세대(3천532차례)'는 12번째로 많이 언급됐는데요.

공감 상위 댓글을 분석했을 때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세대'가 238차례로 5번째인데 '페미'(253차례)와 크게 언급 횟수에서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차별'은 214차례로 뒤를 이었습니다.

관련해서 단어들이 쓰인 맥락을 보면, 페미니즘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인 평가보다는 '어머니 세대가 더 힘들었다' 등 세대론과 이른바 '역차별' 등의 논리가 온라인 상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젠더 갈등' 대신 '진짜 문제'에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혐오 표현'을 '차별적인 인식에 근거한 발언'으로 규정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쿵쾅이'의 경우, 여성의 외모와 태도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에 기반해 탄생된 단어라면 혐오 표현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혐오 표현을 연구하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혐오 표현은) 발화됐을 때 이를 정당한 것처럼 비춰지게 하고, 그러한 생각이 강하게 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혐오 표현 규제를 주장해 온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 역시 "혐오 표현으로 인해 소수자가 발언권을 잃게 된다면, 오히려 그들의 표현의 자유를 뺏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무한정 보장해 주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누가 더 힘드냐'를 두고 하는 게임은 '실속이 없는 구도'라고 진단했습니다. 남성과 여성 간의 젠더 갈등이 아닌, '진짜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겁니다. '군대, 취업, 육아, 결혼 임금..' 각자가 '힘들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다양합니다. 다만 서로에게 향한 시선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로 돌려야 좀 더 실속 있는 문제 제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습니다.

[‘82년생 김지영’과 혐오①] 우리 엄마는 맞고 너희는 틀리다?
  • [‘82년생 김지영’과 혐오②] ‘쿵쾅이’와 ‘김치훈’을 아시나요?
    • 입력 2020-01-03 07:01:43
    • 수정2020-01-03 07:02:19
    취재K
'못생기고 시끄러운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한다"?

세상에 페미들은 얼마나 멍청하면 이걸 자기들 깐다고 생각하고 쿵쾅대냐.

쿵쾅의들의 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진실


온라인 게시물과 댓글 등을 좀 보신 분들이라면 '쿵쾅이', '쿵쾅댄다'가 무슨 뜻인지 아실 수도 있을 겁니다. 주로 '성(性)'과 관련된 게시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들이죠. 이 두 단어는 '뚱뚱한 여성'을 뜻하는 맥락으로 댓글 등에서 많이 언급됩니다. 뚱뚱한 여성이 '시끄럽게 군다'는 이야긴데요. 댓글을 살펴보면 이른바 '못생긴 여성'이 '페미니즘을 이야기한다'는 맥락으로 쓰입니다.

이 같은 표현에 여성들(으로 추정되는 댓글러)도 참지 않습니다.

이미 여자들 보고 쿵쾅이라고 하는 것부터 여자들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준다

비만 비율은 남자가 더 높은데 왜 여자들한테 쿵쾅이라고 해?


KBS 취재진은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관련된 기사 65개, 댓글 7만 4천여 개를 분석했습니다. 댓글에 자주 등장한 단어들과 주요 의미망의 관계를 우선 분석해 보도해드렸는데요.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키워드와 댓글, 그리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이어서 설명해드리려 합니다.


'82kg 김지영' vs '91톤 김치훈'…'혐오 vs 혐오' 양상

'김지훈', '김치훈', '김숙자' '김철수' 등 일반 이름들도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영화 제목이 '82년생 김지영'인 만큼 이에 대응되는 말들이 댓글 속에는 많이 등장합니다.

'김숙자'는 '52년생 김숙자'에서, 즉 어머니 세대의 고생을 이야기할 때 쓰인다는 건 앞서 설명드렸습니다.

'김지훈'과 '김철수'는 80년대생 여성에 대응되는, 80년대생 남성을 대변합니다. 주로, '남성도 피해자다'라는 맥락으로 쓰인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82년생 김지훈 한번 만들어줘? 대충 써놔도 김지영보다 방대할 것 같은데?

이른바 '82kg 김지영'이라는 혐오 발언에는 '91톤 김치훈'이 대응해 등장했습니다. 역으로 사회적으로 '도태'되고 외모적으로 뒤떨어지는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여성들을 모욕한다고 비난하는 겁니다. 혐오에 혐오로 대응하는 양상으로, 이른바 '미러링'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세대론', '차별 호소' 등 댓글에 많은 공감

그렇다면 기사에 달린 전체 댓글(7만 4천여 개)과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1천950개)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 발언은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전체 댓글에 등장하는 키워드를 빈도수 순위로 정리해 보면, 여성(3만 2천973차례)-남성(2만 7천408차례)-페미(만 천265차례) 순으로 등장합니다. 빈도수 순위로 보면 '차별(4천310차례)'은 8번째, '세대(3천532차례)'는 12번째로 많이 언급됐는데요.

공감 상위 댓글을 분석했을 때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세대'가 238차례로 5번째인데 '페미'(253차례)와 크게 언급 횟수에서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차별'은 214차례로 뒤를 이었습니다.

관련해서 단어들이 쓰인 맥락을 보면, 페미니즘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인 평가보다는 '어머니 세대가 더 힘들었다' 등 세대론과 이른바 '역차별' 등의 논리가 온라인 상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젠더 갈등' 대신 '진짜 문제'에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혐오 표현'을 '차별적인 인식에 근거한 발언'으로 규정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쿵쾅이'의 경우, 여성의 외모와 태도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에 기반해 탄생된 단어라면 혐오 표현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혐오 표현을 연구하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혐오 표현은) 발화됐을 때 이를 정당한 것처럼 비춰지게 하고, 그러한 생각이 강하게 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혐오 표현 규제를 주장해 온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 역시 "혐오 표현으로 인해 소수자가 발언권을 잃게 된다면, 오히려 그들의 표현의 자유를 뺏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무한정 보장해 주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누가 더 힘드냐'를 두고 하는 게임은 '실속이 없는 구도'라고 진단했습니다. 남성과 여성 간의 젠더 갈등이 아닌, '진짜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겁니다. '군대, 취업, 육아, 결혼 임금..' 각자가 '힘들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다양합니다. 다만 서로에게 향한 시선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로 돌려야 좀 더 실속 있는 문제 제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습니다.

[‘82년생 김지영’과 혐오①] 우리 엄마는 맞고 너희는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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