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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과 혐오①] 우리 엄마는 맞고 너희는 틀리다?
입력 2020.01.03 (07:01) 수정 2020.01.03 (07:02) 취재K
지난해에도 '대림동 여경 사건', '곰탕집 성추행 사건 판결' 등 여성과 관련된 이슈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한 뒤, 여성이 사회에서 받는 차별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면서 온라인에서도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댓글 가운데에는 악의적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아래와 같은 댓글들입니다.


"82kg 김지영이 여자로서 할 일은 안 하고 온통 남자와 사회 탓만 하는 내용.ㅋㅋ"
"김지영 82kg 특징.....어릴 땐 아빠, 젊어서는 남친, 남편 늙어서는 아들 등골 빼 먹음...."


한두 개가 아닙니다. 수백 수천 개였습니다. 이런 댓글들은 수천 개의 '공감'도 받았습니다. 또 일정한 논리 구조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댓글을 분석해 이 구조를 자세히 뜯어보는 한편, 왜 이러한 생각이 퍼지게 됐는지 알아봤습니다.

[연관 기사] ‘82년생 김지영’ 댓글 분석…‘여성혐오’ 논리 구조를 보다 (2019.12.30. KBS1TV ‘뉴스9’)

어떻게 분석했고, 분석 결과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KBS 데이터 저널리즘팀의 도움을 받아, 2015년부터 올해까지 네이버 모바일 뉴스에서 하루 동안 사람들이 많이 본 뉴스 30개 가운데 소설이나 영화 '김지영'이 언급된 기사를 추렸습니다. 중복과 삭제된 기사를 빼니 65개였습니다.

여기에 달린 댓글은 모두 7만 3천여 개. 이 가운데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 30개를 추렸더니, 1,950개가 나왔습니다. 이 댓글들이 받은 공감 수만 다 더해도 73만 3천여 회입니다.

각 댓글에 쓰인 명사들의 빈도수를 확인했더니 '차별', '사회', '세대', '페미' 등이 나왔습니다. 댓글에 이 단어들이 많이 나왔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댓글 작성자들은 '김지영' 관련 기사를 보고 이 단어들을 생각하고, 말하고 싶었다는 의미입니다. 댓글 작성자들은 공통적으로 '김지영' 이야기를 사회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였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 빈도수가 특히 높게 나온 단어인 '세대', '차별', '페미'와 함께 언급된 명사들 간의 연관성을 체크해 의미망을 그렸습니다.

같은 색 단어들은 같은 '그룹'인데요,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색이 달라도 비슷한 위치에 몰려 있는 단어들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 등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자, 그럼 분석 결과로 나타난 온라인 속 '여성 혐오' 논리를 살펴볼까요?

① "52년생 김숙자면 인정…82년생은 아니다"

'52년생 김숙자', '김삼순', '김말자' 등……. 수도 없이 '여성 어르신의 전형적인 이름'들이 언급됐습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세대'를 중심으로 한 분석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쪽 '년대'를 중심으로 '혜택'과 '어머니', '고생', '희생'이 한곳에 모여 있습니다. 색깔을 보니 이 단어들은 같거나 비슷한 키워드 그룹이네요. 그 위에 있는 키워드 그룹을 볼까요? '페미', '빠순이', '된장녀', '카페'와 같은 단어들이 또 한 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둘은 서로 다른 색으로 키워드 그룹도 다를뿐더러 위치도 정반대입니다. 다시 말해, 댓글 작성자들은 '어머니'와 '빠순이/된장녀'를 명백히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댓글을 살펴볼까요?


"52년생 62년생이면 아무 말도 안해. 82년생년들이 뭘 그렇게 손해 보고 피해봤다고 이 ○○이야? 빠순이 - 된장녀 - 맘충 테크타는 사회의 암 같은 ○들이?"
"80년대 여자가 얼마나 고생을 했다고 어머니 세대도 아니고"


'빠순이', '된장녀'들은 어머니 세대가 아닌 여성들을 수식하는 말들입니다. 이를 통해 댓글 작성자들의 지금 젊은 세대 여성들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지요.

정리하면, 고생과 차별을 겪은 건 희생한 어머니 세대고 지금 세대 여성들은 아니라는 겁니다.

② "남자가 더 차별받는다"

지금 세대 여성은 차별을 받지 않고 있다는 인식은, '지금은 남성이 더 차별받는다'는 논리로도 이어집니다.

'차별'을 중심으로 한 분석 결과를 볼까요?


'피해', '피해자'가 남성과 같은 색깔의 같은 단어 그룹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들과 함께 있는 단어들을 보면, 왜 남성을 피해자로 생각하는지 보입니다. '군대'와 '할당', '주차장'과 '여대', '전용'. 여성전용주차장, 여자대학교, 여성할당제 같은 정책이 오히려 남성에게 역차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댓글 작성자들은 이를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방책이 아니라 여성이 누리는 '혜택'이라고도 봤습니다.


"군면제, 여자전용대학교, 동일임금 차별노동, 여자할당제, 결혼비용 부담 사회적인식, 양형기준 등등 과거에나 통용되어야 할만한 혜택들이 지금도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재에 페미니즘이 가당키나 한가? ㅋㅋ"


하지만 댓글 작성자들의 의식이 나타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성' 바로 위를 보면 '결혼'과 '육아'가 붙어 있는 게 보이죠? 이 분석뿐 아니라, 다른 단어 분석 결과에도 '여성'과 '결혼', '육아'는 대체로 비슷한 위치에 모여 있습니다. 내용은 크게 셋으로 나뉘는데요. '여성은 결혼·육아한다며 남성에게 빌붙는다', '여성이 결혼·육아로 일을 덜 하게 되는 만큼의 차별은 어쩔 수 없다', '나도 여성인데 결혼 뒤 육아가 힘들다' 등입니다.

이런 댓글이 가능한 것은 아직도 결혼 후 육아를 책임지는 건 주로 여성이라는 관념과 현실이 배경에 있기 때문이라는 추정도 가능하겠죠. 그렇다면 이 또한 아직까지 남아있는 차별적인 현상이 아닐까요?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한 혐오 표현"

전문가들은 이 발언들이 모두 '혐오 표현'이지만, 전과는 양상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혐오 표현 연구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더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은밀한 방식의 여성 혐오'라 했습니다. "그 수위 자체는 약간 낮아지지 않았나 생각하는데요, 오히려 이제 어떤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많은 사람이 혐오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도 "(차별이라는) 본질은 비슷한데, 이제 '능력'이나 '경쟁', '공정성'을 활용해 한 단계를 거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그건 맞는 말인 것 같다', '논리적인 것 같다'는 식으로 가게 되는 것 같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 차별은 존재한다'는 게 이들뿐 아니라 여러 학자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과의 괴리는 왜 생겨난 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취재팀의 분석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어딘지…… 다음 기사에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82년생 김지영’과 혐오②] ‘쿵쾅이’와 ‘김치훈’을 아시나요?
  • [‘82년생 김지영’과 혐오①] 우리 엄마는 맞고 너희는 틀리다?
    • 입력 2020-01-03 07:01:44
    • 수정2020-01-03 07:02:19
    취재K
지난해에도 '대림동 여경 사건', '곰탕집 성추행 사건 판결' 등 여성과 관련된 이슈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한 뒤, 여성이 사회에서 받는 차별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면서 온라인에서도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댓글 가운데에는 악의적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아래와 같은 댓글들입니다.


"82kg 김지영이 여자로서 할 일은 안 하고 온통 남자와 사회 탓만 하는 내용.ㅋㅋ"
"김지영 82kg 특징.....어릴 땐 아빠, 젊어서는 남친, 남편 늙어서는 아들 등골 빼 먹음...."


한두 개가 아닙니다. 수백 수천 개였습니다. 이런 댓글들은 수천 개의 '공감'도 받았습니다. 또 일정한 논리 구조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댓글을 분석해 이 구조를 자세히 뜯어보는 한편, 왜 이러한 생각이 퍼지게 됐는지 알아봤습니다.

[연관 기사] ‘82년생 김지영’ 댓글 분석…‘여성혐오’ 논리 구조를 보다 (2019.12.30. KBS1TV ‘뉴스9’)

어떻게 분석했고, 분석 결과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KBS 데이터 저널리즘팀의 도움을 받아, 2015년부터 올해까지 네이버 모바일 뉴스에서 하루 동안 사람들이 많이 본 뉴스 30개 가운데 소설이나 영화 '김지영'이 언급된 기사를 추렸습니다. 중복과 삭제된 기사를 빼니 65개였습니다.

여기에 달린 댓글은 모두 7만 3천여 개. 이 가운데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 30개를 추렸더니, 1,950개가 나왔습니다. 이 댓글들이 받은 공감 수만 다 더해도 73만 3천여 회입니다.

각 댓글에 쓰인 명사들의 빈도수를 확인했더니 '차별', '사회', '세대', '페미' 등이 나왔습니다. 댓글에 이 단어들이 많이 나왔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댓글 작성자들은 '김지영' 관련 기사를 보고 이 단어들을 생각하고, 말하고 싶었다는 의미입니다. 댓글 작성자들은 공통적으로 '김지영' 이야기를 사회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였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 빈도수가 특히 높게 나온 단어인 '세대', '차별', '페미'와 함께 언급된 명사들 간의 연관성을 체크해 의미망을 그렸습니다.

같은 색 단어들은 같은 '그룹'인데요,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색이 달라도 비슷한 위치에 몰려 있는 단어들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 등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자, 그럼 분석 결과로 나타난 온라인 속 '여성 혐오' 논리를 살펴볼까요?

① "52년생 김숙자면 인정…82년생은 아니다"

'52년생 김숙자', '김삼순', '김말자' 등……. 수도 없이 '여성 어르신의 전형적인 이름'들이 언급됐습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세대'를 중심으로 한 분석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쪽 '년대'를 중심으로 '혜택'과 '어머니', '고생', '희생'이 한곳에 모여 있습니다. 색깔을 보니 이 단어들은 같거나 비슷한 키워드 그룹이네요. 그 위에 있는 키워드 그룹을 볼까요? '페미', '빠순이', '된장녀', '카페'와 같은 단어들이 또 한 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둘은 서로 다른 색으로 키워드 그룹도 다를뿐더러 위치도 정반대입니다. 다시 말해, 댓글 작성자들은 '어머니'와 '빠순이/된장녀'를 명백히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댓글을 살펴볼까요?


"52년생 62년생이면 아무 말도 안해. 82년생년들이 뭘 그렇게 손해 보고 피해봤다고 이 ○○이야? 빠순이 - 된장녀 - 맘충 테크타는 사회의 암 같은 ○들이?"
"80년대 여자가 얼마나 고생을 했다고 어머니 세대도 아니고"


'빠순이', '된장녀'들은 어머니 세대가 아닌 여성들을 수식하는 말들입니다. 이를 통해 댓글 작성자들의 지금 젊은 세대 여성들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지요.

정리하면, 고생과 차별을 겪은 건 희생한 어머니 세대고 지금 세대 여성들은 아니라는 겁니다.

② "남자가 더 차별받는다"

지금 세대 여성은 차별을 받지 않고 있다는 인식은, '지금은 남성이 더 차별받는다'는 논리로도 이어집니다.

'차별'을 중심으로 한 분석 결과를 볼까요?


'피해', '피해자'가 남성과 같은 색깔의 같은 단어 그룹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들과 함께 있는 단어들을 보면, 왜 남성을 피해자로 생각하는지 보입니다. '군대'와 '할당', '주차장'과 '여대', '전용'. 여성전용주차장, 여자대학교, 여성할당제 같은 정책이 오히려 남성에게 역차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댓글 작성자들은 이를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방책이 아니라 여성이 누리는 '혜택'이라고도 봤습니다.


"군면제, 여자전용대학교, 동일임금 차별노동, 여자할당제, 결혼비용 부담 사회적인식, 양형기준 등등 과거에나 통용되어야 할만한 혜택들이 지금도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재에 페미니즘이 가당키나 한가? ㅋㅋ"


하지만 댓글 작성자들의 의식이 나타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성' 바로 위를 보면 '결혼'과 '육아'가 붙어 있는 게 보이죠? 이 분석뿐 아니라, 다른 단어 분석 결과에도 '여성'과 '결혼', '육아'는 대체로 비슷한 위치에 모여 있습니다. 내용은 크게 셋으로 나뉘는데요. '여성은 결혼·육아한다며 남성에게 빌붙는다', '여성이 결혼·육아로 일을 덜 하게 되는 만큼의 차별은 어쩔 수 없다', '나도 여성인데 결혼 뒤 육아가 힘들다' 등입니다.

이런 댓글이 가능한 것은 아직도 결혼 후 육아를 책임지는 건 주로 여성이라는 관념과 현실이 배경에 있기 때문이라는 추정도 가능하겠죠. 그렇다면 이 또한 아직까지 남아있는 차별적인 현상이 아닐까요?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한 혐오 표현"

전문가들은 이 발언들이 모두 '혐오 표현'이지만, 전과는 양상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혐오 표현 연구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더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은밀한 방식의 여성 혐오'라 했습니다. "그 수위 자체는 약간 낮아지지 않았나 생각하는데요, 오히려 이제 어떤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많은 사람이 혐오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도 "(차별이라는) 본질은 비슷한데, 이제 '능력'이나 '경쟁', '공정성'을 활용해 한 단계를 거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그건 맞는 말인 것 같다', '논리적인 것 같다'는 식으로 가게 되는 것 같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 차별은 존재한다'는 게 이들뿐 아니라 여러 학자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과의 괴리는 왜 생겨난 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취재팀의 분석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어딘지…… 다음 기사에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82년생 김지영’과 혐오②] ‘쿵쾅이’와 ‘김치훈’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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