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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2020년 ‘석유 대박’ 가이아나…마차 대신 벤츠 끌까?
입력 2020.01.03 (07:01) 특파원 리포트
2020년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나라보다 큰 곳이 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남미 북동쪽에 위치한 가이아나라는 곳이다. 한반도 면적에 인구는 경기도 화성시 정도의 78만 명. 이 작은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5년 전 해상에서 발견된 유전에서 원유 생산이 시작돼 국민들은 큰 축복을 받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인당 매장량으로 따져보면 세계 최대인 데다 인구가 적다 보니 발견된 매장량만 해도 전 국민에게 1인당 무려 5억 3천만 원씩 나눠줄 수 있는 양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4천5백 달러에 불과한 이 가난한 나라의 운명이 원유 생산으로 바뀔지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원유 생산에 따른 세수가 제대로 나라 발전을 위해 쓰일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인도와 아프리카 문화, 사탕수수와 쌀

가이아나는 네덜란드와 영국 등 열강들의 식민지였다가 50여 년 전 독립한 남미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소국이다. 오른쪽으로는 수리남과 프랑스령 기아나가 차례로 자리 잡고 있다. 식민지 시절 노동인력으로 유입된 아프리카 흑인과 인도인들이 인구 대부분을 차지한다.

거리에서는 인도 전통 음악과 더불어 아프리카 음악이 섞인 중미 레게 리듬을 쉽게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남미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쓰는 나라로 인도와 아프리카 흑인들의 발음이 섞이며 특유의 말투를 사용한다.

수도 조지타운 외곽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사탕수수와 쌀농사를 짓는 농가를 볼 수 있다. 길가에는 사탕수수 줄기를 짜 주스를 만들어 파는 노점상들을 만날 수 있다. 사탕수수와 쌀은 이 나라의 주 생산물이다. 농경 국가와 다름없는 이 작은 나라에 석유 생산의 행운이 찾아왔다.


지난 연말 해상서 석유 첫 생산..."성탄 선물"

5년 전 발견된 대서양 유전에서 첫 원유를 뽑아낸 건 지난해 12월 20일이었다. 가이아나 해안에서 200km 떨어진 해상 유전에서 미 대형석유업체 엑손모빌(지분 45%)과 중국 해양석유총공사(지분 20%)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예상보다 석 달 빠르게 원유를 생산하고 육상으로 운반을 시작했다.

가이아나 데이비드 그랜저 대통령은 이날 밤 긴급하게 이 소식을 전했다. 대통령은 20일을 '국가 석유의 날'로 선포하고 석유 생산은 가이아나의 경제발전을 위한 변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다음날 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가이아나에 큰 축복이 찾아왔다, 앞으로 인생이 바뀔 것"이라며 원유 생산에 대한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차가 운반수단...매장량 배분하면 1인당 5억 3천만 원

가이아나의 1인당 국민소득은 4천5백 달러로 남미에서 가난한 나라로 꼽힌다. 거리에는 마차가 목재 등을 실어나르며 운반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엑손모빌사가 밝힌 해상 유전 원유 매장 추정량은 60억 배럴이다. 더욱이, 인근 베네수엘라의 황 성분이 섞인 중질유와 달리 경제성이 높은 경질유다. 국민 1인당 매장량은 7천6백 배럴로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양이다.

국제원유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질유 배럴당 가격과 가이아나 78만 명 인구를 감안해 환산해보면 국민 1인당 5억 3천만 원씩 나눠 가질 수 있는 매장량이다. 특히, 유전 인근에서 또 다른 유전 탐사가 진행 중으로 원유 생산 유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 86%, 5년 뒤 GDP 4배 성장

국제통화기금 IMF는 가이아나의 2020년 올해 경제성장률을 무려 86%로 전망했다. 세계 최고치로 기록적인 성장률이다. 현재 36억 달러인 GDP는 5년 뒤 4배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야말로 '석유 대박'이란 표현이 맞을 듯하다.

산유국 대열에 합류한 가이아나의 도심은 변하고 있다. 곳곳에 오래된 다리를 새로 건설하고 도로를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있다. 한때 번화했던 조지타운 '쉐리프 거리'에도 부흥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존 건물을 증축하거나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20년 된 한 건물의 관리인은 "가이아나 기름이 생산되고 투자자가 몰리면 예전처럼 24시간 잠들지 않는 거리로 살아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택가 골목마다 헌 집을 뜯어고치는 공사도 흔하게 목격된다.

초인플레이션·부정부패가 복병

가이아나의 근로자 월 최저임금은 40만 원 정도다. 하지만 낮은 임금에도 물가는 높게 형성돼 있다. 웬만한 점심 한 끼가 7천 원에서 1만 원 정도이고 버거킹 햄버거 기본 세트 가격이 8천 원, 이동통신사 유심칩 4기가바이트 정도 가격이 5만 원에 이른다. 안전한 지역의 여관급 숙박시설 가격은 10만 원 이상이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야말로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수준이다.

원유로 벌어들인 돈이 나라에 풀렸을 때, 현재의 높은 물가를 더 끌어올릴 우려가 크다. 바로 옆 나라 베네수엘라의 경우, 자원만 믿다가 초인플레이션을 겪으며 경제가 붕괴한 사례가 있다.

특히 해상 유전에서 얼마나 원유를 생산하고 수출하는지와 가이아나 정부가 생산 수익을 얼마나 받는지도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실정이다. 올해 하루 원유 생산량은 12만 배럴, 2025년에는 75만 배럴 이상이 생산될 예정이라고 엑손모빌 측이 밝힌 게 전부다.

가이아나에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파우드 씨는 "시민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시민들에게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석유 관련한 모든 정보가 감춰져 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연간 6조 원가량의 원유 세수를 적립해 기간 시설과 교육 등에 투자하겠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더욱이 내년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경제 정책의 지속성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가이아나 성인 문맹률은 86%에 달해 무지한 국민이 정부와 정치인들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택시운전사에게 택시 요금에 대한 영수증 작성을 요구했지만, 택시 운전사는 글을 쓸 줄 모를 정도였다.

치안 불안

가이아나 수도 조지타운에서 해가 진 뒤에 길을 걷기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가로등이 없는 곳이 많고 그나마 가로등이 있는 거리도 불빛이 어두워 사람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현지언론은 71살의 캐나다 이민자의 살해사건을 크게 보도했다. 나파티라는 리조트 경영자가 고문을 당한 뒤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다.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가이아나를 찾았지만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가이아나의 인구 10만 명당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18.4명 (세계은행 2019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20번째로 높다. 경찰의 공신력도 떨어져 시민들은 사건이 일어나도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현지 언론은 불안한 치안을 비판하고 있다.

이런 여러 불안감을 딛고 '오일 머니'가 정부의 계획대로 교육과 복지정책의 성공을 거둬 국가를 발전시킬지 아니면 부패와 인플레이션에 무릎을 꿇고 제2의 베네수엘라가 될지 주목된다.
  • [특파원리포트] 2020년 ‘석유 대박’ 가이아나…마차 대신 벤츠 끌까?
    • 입력 2020-01-03 07:01:45
    특파원 리포트
2020년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나라보다 큰 곳이 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남미 북동쪽에 위치한 가이아나라는 곳이다. 한반도 면적에 인구는 경기도 화성시 정도의 78만 명. 이 작은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5년 전 해상에서 발견된 유전에서 원유 생산이 시작돼 국민들은 큰 축복을 받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인당 매장량으로 따져보면 세계 최대인 데다 인구가 적다 보니 발견된 매장량만 해도 전 국민에게 1인당 무려 5억 3천만 원씩 나눠줄 수 있는 양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4천5백 달러에 불과한 이 가난한 나라의 운명이 원유 생산으로 바뀔지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원유 생산에 따른 세수가 제대로 나라 발전을 위해 쓰일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인도와 아프리카 문화, 사탕수수와 쌀

가이아나는 네덜란드와 영국 등 열강들의 식민지였다가 50여 년 전 독립한 남미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소국이다. 오른쪽으로는 수리남과 프랑스령 기아나가 차례로 자리 잡고 있다. 식민지 시절 노동인력으로 유입된 아프리카 흑인과 인도인들이 인구 대부분을 차지한다.

거리에서는 인도 전통 음악과 더불어 아프리카 음악이 섞인 중미 레게 리듬을 쉽게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남미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쓰는 나라로 인도와 아프리카 흑인들의 발음이 섞이며 특유의 말투를 사용한다.

수도 조지타운 외곽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사탕수수와 쌀농사를 짓는 농가를 볼 수 있다. 길가에는 사탕수수 줄기를 짜 주스를 만들어 파는 노점상들을 만날 수 있다. 사탕수수와 쌀은 이 나라의 주 생산물이다. 농경 국가와 다름없는 이 작은 나라에 석유 생산의 행운이 찾아왔다.


지난 연말 해상서 석유 첫 생산..."성탄 선물"

5년 전 발견된 대서양 유전에서 첫 원유를 뽑아낸 건 지난해 12월 20일이었다. 가이아나 해안에서 200km 떨어진 해상 유전에서 미 대형석유업체 엑손모빌(지분 45%)과 중국 해양석유총공사(지분 20%)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예상보다 석 달 빠르게 원유를 생산하고 육상으로 운반을 시작했다.

가이아나 데이비드 그랜저 대통령은 이날 밤 긴급하게 이 소식을 전했다. 대통령은 20일을 '국가 석유의 날'로 선포하고 석유 생산은 가이아나의 경제발전을 위한 변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다음날 길에서 만난 시민들은 "가이아나에 큰 축복이 찾아왔다, 앞으로 인생이 바뀔 것"이라며 원유 생산에 대한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차가 운반수단...매장량 배분하면 1인당 5억 3천만 원

가이아나의 1인당 국민소득은 4천5백 달러로 남미에서 가난한 나라로 꼽힌다. 거리에는 마차가 목재 등을 실어나르며 운반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엑손모빌사가 밝힌 해상 유전 원유 매장 추정량은 60억 배럴이다. 더욱이, 인근 베네수엘라의 황 성분이 섞인 중질유와 달리 경제성이 높은 경질유다. 국민 1인당 매장량은 7천6백 배럴로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양이다.

국제원유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질유 배럴당 가격과 가이아나 78만 명 인구를 감안해 환산해보면 국민 1인당 5억 3천만 원씩 나눠 가질 수 있는 매장량이다. 특히, 유전 인근에서 또 다른 유전 탐사가 진행 중으로 원유 생산 유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 86%, 5년 뒤 GDP 4배 성장

국제통화기금 IMF는 가이아나의 2020년 올해 경제성장률을 무려 86%로 전망했다. 세계 최고치로 기록적인 성장률이다. 현재 36억 달러인 GDP는 5년 뒤 4배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야말로 '석유 대박'이란 표현이 맞을 듯하다.

산유국 대열에 합류한 가이아나의 도심은 변하고 있다. 곳곳에 오래된 다리를 새로 건설하고 도로를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있다. 한때 번화했던 조지타운 '쉐리프 거리'에도 부흥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존 건물을 증축하거나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20년 된 한 건물의 관리인은 "가이아나 기름이 생산되고 투자자가 몰리면 예전처럼 24시간 잠들지 않는 거리로 살아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택가 골목마다 헌 집을 뜯어고치는 공사도 흔하게 목격된다.

초인플레이션·부정부패가 복병

가이아나의 근로자 월 최저임금은 40만 원 정도다. 하지만 낮은 임금에도 물가는 높게 형성돼 있다. 웬만한 점심 한 끼가 7천 원에서 1만 원 정도이고 버거킹 햄버거 기본 세트 가격이 8천 원, 이동통신사 유심칩 4기가바이트 정도 가격이 5만 원에 이른다. 안전한 지역의 여관급 숙박시설 가격은 10만 원 이상이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야말로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수준이다.

원유로 벌어들인 돈이 나라에 풀렸을 때, 현재의 높은 물가를 더 끌어올릴 우려가 크다. 바로 옆 나라 베네수엘라의 경우, 자원만 믿다가 초인플레이션을 겪으며 경제가 붕괴한 사례가 있다.

특히 해상 유전에서 얼마나 원유를 생산하고 수출하는지와 가이아나 정부가 생산 수익을 얼마나 받는지도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실정이다. 올해 하루 원유 생산량은 12만 배럴, 2025년에는 75만 배럴 이상이 생산될 예정이라고 엑손모빌 측이 밝힌 게 전부다.

가이아나에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파우드 씨는 "시민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시민들에게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석유 관련한 모든 정보가 감춰져 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연간 6조 원가량의 원유 세수를 적립해 기간 시설과 교육 등에 투자하겠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더욱이 내년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경제 정책의 지속성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가이아나 성인 문맹률은 86%에 달해 무지한 국민이 정부와 정치인들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택시운전사에게 택시 요금에 대한 영수증 작성을 요구했지만, 택시 운전사는 글을 쓸 줄 모를 정도였다.

치안 불안

가이아나 수도 조지타운에서 해가 진 뒤에 길을 걷기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가로등이 없는 곳이 많고 그나마 가로등이 있는 거리도 불빛이 어두워 사람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현지언론은 71살의 캐나다 이민자의 살해사건을 크게 보도했다. 나파티라는 리조트 경영자가 고문을 당한 뒤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다.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가이아나를 찾았지만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가이아나의 인구 10만 명당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18.4명 (세계은행 2019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20번째로 높다. 경찰의 공신력도 떨어져 시민들은 사건이 일어나도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현지 언론은 불안한 치안을 비판하고 있다.

이런 여러 불안감을 딛고 '오일 머니'가 정부의 계획대로 교육과 복지정책의 성공을 거둬 국가를 발전시킬지 아니면 부패와 인플레이션에 무릎을 꿇고 제2의 베네수엘라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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