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도 이렇게는 안 할 겁니다”…‘쓰레기장’ 된 빌라

입력 2020.01.03 (16:33) 수정 2020.01.03 (22: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거실에 쓰레기가 산더미 ..싱크대엔 벌레, 세면대는 흙으로 막혀

지난달 29일 제주시 노형동의 한 빌라에서 만난 최구상 씨는 세를 내어준 3층 집을 가리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거실과 방 한 칸, 화장실, 베란다로 이뤄진 30㎡ 남짓한 공간은 그야말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거실과 방에는 캔과 페트병, 음식 포장 용기 등이 산처럼 쌓여 있고, 싱크대엔 벌레가 득실거렸습니다. 화장실 세면대는 흙으로 막혀있고, 변기는 아예 쓸 수 없을 지경인 데다 옆에는 휴지가 잔뜩 쌓여 있어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벽과 가구는 니코틴 찌든 때로 누렇게 변해있었습니다.

집주인 최 씨에 따르면, 이 집 세입자는 건설노동자인 40대 A씨로, 2년여 전부터 이곳에 거주하다 두 달 전쯤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경찰과 함께 집에 들어온 최 씨는 난장판이 된 집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최 씨는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라 짐승이 사는 집으로 착각할 정도였다"며 "짐승도 이렇게는 안 하고 갈 거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어 "집세가 없으면 집주인하고 타협해야 할 거 아니냐"며 "보증금 100만 원을 받았지만 월세에 공과금까지 밀린 데다 원상 복구 비용까지 충당하려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모두 열어놓자 1층 식당에서 민원이 들어올 정도로 악취가 심했던 상황. 최 씨는 결국 자비로 청소대행업체를 불러 청소에 나섰는데, 1톤 트럭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지난달에만 6건 의뢰…잠적한 세입자들은 건설노동자나 외국인"

양심 불량 세입자로 인한 피해는 비단 최 씨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주도 내 한 청소업체는 지난달만 비슷한 사례를 6건이나 의뢰받았는데, 잠적한 세입자들은 대부분 건설노동자나 외국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축 붐 때문에 제주에 온 건설노동자나 외국인들이 최근 건축 경기가 시들해지면서 뒷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떠나버린다는 겁니다.

한승우 00 청소업체 대표는 "제주도가 한동안 건축 붐이 일어났다가 요즘 일들이 없어지니까 건설노동자들이 올라가 버리는 것 같다"며 "치우고 가기엔 부담이 만만찮으니 귀중품만 챙기고 나머지는 놓고 도망가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는 이어 "시켜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부터 지저분한 이불, 고장 난 가전제품 등 쓰지도 못하는 물건들을 그대로 놓고 가는 식"이라며 "중국인 등 외국인들은 한 집에 열 명 가까이 함께 사는 경우도 있는데 단체로 떠나버리면 폐기물량이 장난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원상 복구는 고스란히 집주인 몫 .. 배상 받기도 쉽지 않아"

양심 불량 세입자들이 잠적하고 나면 원상 복구는 고스란히 집주인의 몫입니다.

고창덕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도지부장은 "보증금 이상 손해를 끼쳐도 형사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세입자를 상대로 배상 청구 소송을 내서 재산을 압류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받기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짐승도 이렇게는 안 할 겁니다”…‘쓰레기장’ 된 빌라
    • 입력 2020-01-03 16:33:04
    • 수정2020-01-03 22:23:31
    취재K
거실에 쓰레기가 산더미 ..싱크대엔 벌레, 세면대는 흙으로 막혀

지난달 29일 제주시 노형동의 한 빌라에서 만난 최구상 씨는 세를 내어준 3층 집을 가리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거실과 방 한 칸, 화장실, 베란다로 이뤄진 30㎡ 남짓한 공간은 그야말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거실과 방에는 캔과 페트병, 음식 포장 용기 등이 산처럼 쌓여 있고, 싱크대엔 벌레가 득실거렸습니다. 화장실 세면대는 흙으로 막혀있고, 변기는 아예 쓸 수 없을 지경인 데다 옆에는 휴지가 잔뜩 쌓여 있어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벽과 가구는 니코틴 찌든 때로 누렇게 변해있었습니다.

집주인 최 씨에 따르면, 이 집 세입자는 건설노동자인 40대 A씨로, 2년여 전부터 이곳에 거주하다 두 달 전쯤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경찰과 함께 집에 들어온 최 씨는 난장판이 된 집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최 씨는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라 짐승이 사는 집으로 착각할 정도였다"며 "짐승도 이렇게는 안 하고 갈 거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어 "집세가 없으면 집주인하고 타협해야 할 거 아니냐"며 "보증금 100만 원을 받았지만 월세에 공과금까지 밀린 데다 원상 복구 비용까지 충당하려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모두 열어놓자 1층 식당에서 민원이 들어올 정도로 악취가 심했던 상황. 최 씨는 결국 자비로 청소대행업체를 불러 청소에 나섰는데, 1톤 트럭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지난달에만 6건 의뢰…잠적한 세입자들은 건설노동자나 외국인"

양심 불량 세입자로 인한 피해는 비단 최 씨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주도 내 한 청소업체는 지난달만 비슷한 사례를 6건이나 의뢰받았는데, 잠적한 세입자들은 대부분 건설노동자나 외국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축 붐 때문에 제주에 온 건설노동자나 외국인들이 최근 건축 경기가 시들해지면서 뒷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떠나버린다는 겁니다.

한승우 00 청소업체 대표는 "제주도가 한동안 건축 붐이 일어났다가 요즘 일들이 없어지니까 건설노동자들이 올라가 버리는 것 같다"며 "치우고 가기엔 부담이 만만찮으니 귀중품만 챙기고 나머지는 놓고 도망가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는 이어 "시켜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부터 지저분한 이불, 고장 난 가전제품 등 쓰지도 못하는 물건들을 그대로 놓고 가는 식"이라며 "중국인 등 외국인들은 한 집에 열 명 가까이 함께 사는 경우도 있는데 단체로 떠나버리면 폐기물량이 장난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원상 복구는 고스란히 집주인 몫 .. 배상 받기도 쉽지 않아"

양심 불량 세입자들이 잠적하고 나면 원상 복구는 고스란히 집주인의 몫입니다.

고창덕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도지부장은 "보증금 이상 손해를 끼쳐도 형사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세입자를 상대로 배상 청구 소송을 내서 재산을 압류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받기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