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베테랑’ 정세균 후보자의 대응법…“아는 사람이 더해”

입력 2020.01.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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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참여만 '11번' … 청문회 베테랑 정세균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참가한 횟수는 무려 11번입니다. 1996년 국회 입성 이후 24년 간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10명의 후보자를 검증했고, 2006년엔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 참석했습니다. 공수(攻守) 모두를 경험한 자타공인 '청문회 베테랑'입니다.


더군다나 정 후보자는 지난해까지 2년 동안 국회를 대표했던 국회의장 출신. 인사청문회 취지와 기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수월한 인사청문회가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지금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위원을 중심으로 청문회 보이콧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정 후보자 측의 '부실한 자료 제출'입니다.

국회의장 출신 후보자의 '자료 부실 제출'

물론 자료를 하나라도 더 받아 내려는 야당 측 위원과 자료 제출을 최소화하려는 후보자 사이 기 싸움은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늘상 벌어지는 일입니다.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를 야당 측 위원들이 만족한 경우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고, 때때로 일부 위원들은 무리하게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더라도 정 후보자 측이 인사청문회에 대응 태도가 지나치게 불성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어제(2일) 정 후보자 측이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에게 제공한 자료입니다.












답변은 두루뭉술 … 질문 달라도 '붙여넣기'

여야 가리지 않고 기부금을 어디에 냈는지 내역을 요구했지만 정 후보자 측은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답변했습니다. 위 표에서 정 후보자는 '정치자금 기부금' 항목에서 후원금과 당비를 냈다고 했는데 어디에 후원금을 냈는지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특위 위원별로 기부금 내용에 대한 질문이 조금씩 달랐지만 정 후보자 측 답변은 모두 같았습니다. 답변 하나만 작성해 질문 내용에 맞추지 않고 '붙여넣기'를 한 겁니다. 자료를 받은 야당 측 특위 위원실에선 "청문회 준비를 하기 힘들 정도로 자료 제출이 부실한 건 처음이다. 국회를 잘 아는 후보자가 오히려 국회를 더 무시한다"는 하소연까지 나옵니다.

기부금 내역이 중요한 이유는?

기부금 내역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특위 위원들이 요청하는 기본 자료 중 하나입니다. 더구나 특위 위원들이 정 후보자 기부금 내역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정 후보자가 낸 기부금은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총 2억 5천 7백여만 원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정 후보자 연간 소득은 9천 9백만 원에서 1억 7천여만 원으로, 이를 고려해도 상당히 많은 금액입니다. 물론 이렇게 많은 기부는 쉽지 않은 일이고 존경 받을 만한 행동입니다. 다만 정치인들의 기부금은 '가진 것을 나눈다'는 상식에서 벗어나 이따금 부적절한 '정치적 후원' 용도로 쓰여지기도 하고 기부금 처리 과정에서 탈세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기부금 내역에 총리 후보자의 법적·도덕적 흠결이 숨어 있을 수 있는 만큼 정치인 출신 후보자의 중요한 검증 대상입니다.

정 후보자 측 "청문회 당일에 설명"

정 후보자 측에 기부금 관련 세부 내역을 질문하자 "필요한 부분은 청문회 과정에서 설명하려고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의문점에 대해선 추가 자료를 제공하기 보다 인사청문회 당일 구두로 답변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문회 당일 제대로 된 질의가 나오기 힘듭니다. 이 때문에 야당 측 특위 위원들이 보이콧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검토하고 있는 겁니다.

정 후보자가 2008년 2월 한승수 국무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인사청문특위 위원장 자격으로 한 말입니다.


'부실 자료 제출' 전략은 어쩌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일 겁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고 국회 역할을 축소하는 악수(惡手)이기도 합니다. 국회의장까지 지낸 정 후보자가 12번째 청문회를 맞아 보여줘야 할 것은 노장의 노련함이 아니라 베테랑의 품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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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문회 베테랑’ 정세균 후보자의 대응법…“아는 사람이 더해”
    • 입력 2020-01-03 17:11:40
    취재K
청문회 참여만 '11번' … 청문회 베테랑 정세균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참가한 횟수는 무려 11번입니다. 1996년 국회 입성 이후 24년 간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10명의 후보자를 검증했고, 2006년엔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 참석했습니다. 공수(攻守) 모두를 경험한 자타공인 '청문회 베테랑'입니다.


더군다나 정 후보자는 지난해까지 2년 동안 국회를 대표했던 국회의장 출신. 인사청문회 취지와 기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수월한 인사청문회가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지금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위원을 중심으로 청문회 보이콧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정 후보자 측의 '부실한 자료 제출'입니다.

국회의장 출신 후보자의 '자료 부실 제출'

물론 자료를 하나라도 더 받아 내려는 야당 측 위원과 자료 제출을 최소화하려는 후보자 사이 기 싸움은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늘상 벌어지는 일입니다.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를 야당 측 위원들이 만족한 경우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고, 때때로 일부 위원들은 무리하게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더라도 정 후보자 측이 인사청문회에 대응 태도가 지나치게 불성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어제(2일) 정 후보자 측이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에게 제공한 자료입니다.












답변은 두루뭉술 … 질문 달라도 '붙여넣기'

여야 가리지 않고 기부금을 어디에 냈는지 내역을 요구했지만 정 후보자 측은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답변했습니다. 위 표에서 정 후보자는 '정치자금 기부금' 항목에서 후원금과 당비를 냈다고 했는데 어디에 후원금을 냈는지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특위 위원별로 기부금 내용에 대한 질문이 조금씩 달랐지만 정 후보자 측 답변은 모두 같았습니다. 답변 하나만 작성해 질문 내용에 맞추지 않고 '붙여넣기'를 한 겁니다. 자료를 받은 야당 측 특위 위원실에선 "청문회 준비를 하기 힘들 정도로 자료 제출이 부실한 건 처음이다. 국회를 잘 아는 후보자가 오히려 국회를 더 무시한다"는 하소연까지 나옵니다.

기부금 내역이 중요한 이유는?

기부금 내역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특위 위원들이 요청하는 기본 자료 중 하나입니다. 더구나 특위 위원들이 정 후보자 기부금 내역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정 후보자가 낸 기부금은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총 2억 5천 7백여만 원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정 후보자 연간 소득은 9천 9백만 원에서 1억 7천여만 원으로, 이를 고려해도 상당히 많은 금액입니다. 물론 이렇게 많은 기부는 쉽지 않은 일이고 존경 받을 만한 행동입니다. 다만 정치인들의 기부금은 '가진 것을 나눈다'는 상식에서 벗어나 이따금 부적절한 '정치적 후원' 용도로 쓰여지기도 하고 기부금 처리 과정에서 탈세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기부금 내역에 총리 후보자의 법적·도덕적 흠결이 숨어 있을 수 있는 만큼 정치인 출신 후보자의 중요한 검증 대상입니다.

정 후보자 측 "청문회 당일에 설명"

정 후보자 측에 기부금 관련 세부 내역을 질문하자 "필요한 부분은 청문회 과정에서 설명하려고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의문점에 대해선 추가 자료를 제공하기 보다 인사청문회 당일 구두로 답변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문회 당일 제대로 된 질의가 나오기 힘듭니다. 이 때문에 야당 측 특위 위원들이 보이콧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검토하고 있는 겁니다.

정 후보자가 2008년 2월 한승수 국무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인사청문특위 위원장 자격으로 한 말입니다.


'부실 자료 제출' 전략은 어쩌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일 겁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고 국회 역할을 축소하는 악수(惡手)이기도 합니다. 국회의장까지 지낸 정 후보자가 12번째 청문회를 맞아 보여줘야 할 것은 노장의 노련함이 아니라 베테랑의 품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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