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규제 없는 질주, 초고층의 경고

입력 2020.01.03 (21:38) 수정 2020.01.0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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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완공된 부산의 초고층 건물 '엘시티'입니다.

높이 410미터, 101층 규모로 부산에서 가장 높고, 서울 롯데월드타워 다음으로, 전국에서 2번째로 높습니다.

세계 초고층 건축학회는 50층 이상, 높이 200미터 이상을 '초고층'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곳은 부산입니다.

전국 초고층 건축물 116개동 가운데 38개동이 부산에 집중돼 있습니다.

대부분 아파트입니다.

바다 보이는 집 찾는 사람이 많으니까, 건설사들이 앞다퉈 바다와 가까운 곳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올린 겁니다.

하지만 이런 초고층 건물의 건설 과정에는 항상 특혜 시비와 함께, 초고층 난개발에 대한 비판과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이슬 기자가 어떤 논란들이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에 100층 시대를 연 '엘시티'는 토착 건설 비리의 상징으로 불립니다.

자연경관 보존을 위한 해안가 높이 제한 규정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도시 계획 행정가들은 사업자 입맛에 맞게 규제를 풀어줬고, 그러다 들통이 나 정관계 인사들까지 무더기로 구속됐습니다.

[안용대/건축가 : "거기에는 분명히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시공사의 경제적 추구를 행정이 규제하지 못하고 일정 부분 도와주는 역할을 분명히 했었고요."]

천혜의 해안 경관을 따라 우뚝 선 대규모 초고층 건물들.

허가 과정에서 지구단위계획은 함부로 변경됐고, 관련 규정은 무시됐습니다.

소수의 경관 독점은 다수의 조망권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성학명/부산 해운대구 : "천장밖에 못 본다고 이제는. 건물이 들어서면. 그렇지만 할 수 없다 아니가."]

부산시는 뒤늦게 '경관별 맞춤형 규제'를 실시하는 등 경관 보존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인철/부산시 총괄건축가 : "(초고층을)세우더라도 위치 조건이나 이런 것들을 잘 선택을 하고, 그 다음에 그것이 세워졌을 때 나 혼자 위에 우뚝 서 있다가 아니라 그 주변과 어떻게 어울리게 서 있는가 라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초고층 건물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지난 2010년 해운대 초고층 화재 이후 초고층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연구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외장재가 불에 약한 데다, 골든타임 안에 대피하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이원호/광운대 건축학과 교수 : "불의 이동 경로라든지 또 화염의 이동 경로가 사람의 대피 이동 경로와 중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보셔야 될 겁니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2003년, 320여 명이 감염된 홍콩 사스와 2년 전 일본 최고층 건물에서 발생한 집단 홍역은, 고립돼 있는 고층 건물이 전염병의 감염에 취약함을 보여줍니다.

고층 건물에서의 고립된 삶을 비유하는 '고층난민'이란 말도 생겼습니다.

[후미오 오사카/도카이대 의대 : "고층에 사는 것에 의해 영향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고층에 거주할수록 밖에 나가지 않게 되거나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호황기를 누린 초고층 개발에 제동을 거는 경고의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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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규제 없는 질주, 초고층의 경고
    • 입력 2020-01-03 21:43:29
    • 수정2020-01-03 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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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완공된 부산의 초고층 건물 '엘시티'입니다.

높이 410미터, 101층 규모로 부산에서 가장 높고, 서울 롯데월드타워 다음으로, 전국에서 2번째로 높습니다.

세계 초고층 건축학회는 50층 이상, 높이 200미터 이상을 '초고층'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곳은 부산입니다.

전국 초고층 건축물 116개동 가운데 38개동이 부산에 집중돼 있습니다.

대부분 아파트입니다.

바다 보이는 집 찾는 사람이 많으니까, 건설사들이 앞다퉈 바다와 가까운 곳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올린 겁니다.

하지만 이런 초고층 건물의 건설 과정에는 항상 특혜 시비와 함께, 초고층 난개발에 대한 비판과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이슬 기자가 어떤 논란들이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에 100층 시대를 연 '엘시티'는 토착 건설 비리의 상징으로 불립니다.

자연경관 보존을 위한 해안가 높이 제한 규정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도시 계획 행정가들은 사업자 입맛에 맞게 규제를 풀어줬고, 그러다 들통이 나 정관계 인사들까지 무더기로 구속됐습니다.

[안용대/건축가 : "거기에는 분명히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시공사의 경제적 추구를 행정이 규제하지 못하고 일정 부분 도와주는 역할을 분명히 했었고요."]

천혜의 해안 경관을 따라 우뚝 선 대규모 초고층 건물들.

허가 과정에서 지구단위계획은 함부로 변경됐고, 관련 규정은 무시됐습니다.

소수의 경관 독점은 다수의 조망권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성학명/부산 해운대구 : "천장밖에 못 본다고 이제는. 건물이 들어서면. 그렇지만 할 수 없다 아니가."]

부산시는 뒤늦게 '경관별 맞춤형 규제'를 실시하는 등 경관 보존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인철/부산시 총괄건축가 : "(초고층을)세우더라도 위치 조건이나 이런 것들을 잘 선택을 하고, 그 다음에 그것이 세워졌을 때 나 혼자 위에 우뚝 서 있다가 아니라 그 주변과 어떻게 어울리게 서 있는가 라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초고층 건물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지난 2010년 해운대 초고층 화재 이후 초고층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연구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외장재가 불에 약한 데다, 골든타임 안에 대피하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이원호/광운대 건축학과 교수 : "불의 이동 경로라든지 또 화염의 이동 경로가 사람의 대피 이동 경로와 중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보셔야 될 겁니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2003년, 320여 명이 감염된 홍콩 사스와 2년 전 일본 최고층 건물에서 발생한 집단 홍역은, 고립돼 있는 고층 건물이 전염병의 감염에 취약함을 보여줍니다.

고층 건물에서의 고립된 삶을 비유하는 '고층난민'이란 말도 생겼습니다.

[후미오 오사카/도카이대 의대 : "고층에 사는 것에 의해 영향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고층에 거주할수록 밖에 나가지 않게 되거나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호황기를 누린 초고층 개발에 제동을 거는 경고의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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