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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늘리는 면세 혜택…한도 상향은 ‘시기상조’
입력 2020.01.05 (15:00) 취재K
4월부터 제주도 '지정면세점' 600달러 한도 + 술·담배 별도 구매 가능

멋진 자연 풍광과 다양한 맛집이 많은 제주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1~10월까지 누적 관광객이 1,267만 명이나 됩니다. 1년 전보다 5%가 늘었고 사드 악재를 벗어나면서 외국인 관광객은 44.3%나 증가했습니다.

제주에 가면 쏠쏠한 혜택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해외 출국할 때만 가능한 면세품 구매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03년부터 시행됐습니다. 제주공항과 제주항, 제주컨벤션센터에 설치된 '지정 면세점' 4곳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한 번에 600달러 한도로 1년에 6번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4월부터는 정부가 이 지정 면세점에서 면세 한도 600달러에서 용량은 1ℓ, 가격은 400달러 이하인 술 1병과 담배 1보루를 빼주기로 했습니다. 제주 지정면세점은 제주를 떠나 국내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이용하는 거라 해외 반출이 불가능해 구매 한도 자체가 600달러입니다. 따라서 600달러에 추가로 술 1병, 담배 1보루를 더 살 수 있게 된다고 보면 됩니다.

해외에 다녀올 때 600달러 한도에 더해 같은 기준의 술 1병, 담배 1보루, 60㎖ 향수 1병을 예외로 해주는 것과 비슷하게 맞춘 것이기도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술, 담배는 여행객들이 주로 많이 구매하는 물품이라 형평성을 고려했고 향수는 별도로 인정할 실익이 크지 않아 제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3월부터는 입국장 면세점에서 담배 판매 허용

3월부터 가능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해외에서 귀국할 때 면세품을 살 수 있는 '입국장 면세점'에서 담배 판매를 허용한 겁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입국장 면세점을 개장하면서 담배를 판매하면 입국장이 혼잡해져 다른 공항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한 사람이 여러 보루를 사서 되팔면 국내 시장이 교란될 거란 이유 등을 들어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 운영해보니 생각보다 이용자 수가 많지 않았고, 기내 면세점에서 담배 판매를 허용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시장 교란 문제도 1인당 1보루만 판매하고 단속을 강화하면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어찌 보면 불합리했던 것을 고치는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소비를 늘려 보자는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2년 연속 정부가 대대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고 있지만, 민간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경기를 떠받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매 한도 5,600달러↑…입국장 면세점 전국 주요 공항 등으로 확대

이미 지난해 7월엔 면세점 구매 한도를 최대 5,600달러로 늘렸습니다. 시내와 출국장 면세점 한도를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높였고 여기에 입국장 면세점 600달러를 별도로 인정해준 겁니다.


입국장 면세점을 전격 허용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15년 동안 논의만 계속됐던 것을 2018년 9월 설치하기로 했고 지난해 5월 인천공항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앞으로는 김포, 김해 등 전국 주요 공항과 항만에 설치할 수 있게 길을 터주기로 했습니다.

얼마나 효과 있을까?…저소득층은 혜택 못 누리는 것도 문제

하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입국장 면세점의 초반 성적은 무척 부진합니다. 전체 입국자 가운데 입국장 면세점 이용 비율은 1.5%로 당초 예상인 3.8%를 크게 밑돌았고 하루 평균 매출도 1억5,700만 원으로 예상치의 72%에 그쳤습니다. 담배 판매를 허용하면 사정이 조금 나아지겠지만 당장 큰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과세 형평성입니다. 해외로 여행 가는 사람만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을 늘리는 게 과연 바람직하냔 얘기입니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은 누리기 힘든 혜택이란 점도 문제입니다. '2018 국민여행 실태조사'를 보면 해외여행 경험이 월 600만 원 이상 소득자는 29.9%인 반면 월 100만 원 미만은 5%에 불과했습니다.

면세 한도 600->800달러로 늘리자?…정부 "시기상조"

이런 이유로 해외 여행자 면세 한도를 더 늘리자는 법 개정에 정부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면세 한도를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이자는 내용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지난달 기재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기재부는 우리보다 면세 한도가 높은 나라가 일본, 중국, 아르헨티나 등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슷하거나 낮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데 면세 한도를 높여 해외 소비를 촉진하면 소비 여력이 한정된 만큼 오히려 국내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2014년에 면세 한도가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된 지 얼마 안 됐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입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선 일단 제주도에 있는 지정면세점과 입국장 면세점에서 구매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야금야금 늘리는 면세 혜택…한도 상향은 ‘시기상조’
    • 입력 2020-01-05 15:00:25
    취재K
4월부터 제주도 '지정면세점' 600달러 한도 + 술·담배 별도 구매 가능

멋진 자연 풍광과 다양한 맛집이 많은 제주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1~10월까지 누적 관광객이 1,267만 명이나 됩니다. 1년 전보다 5%가 늘었고 사드 악재를 벗어나면서 외국인 관광객은 44.3%나 증가했습니다.

제주에 가면 쏠쏠한 혜택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해외 출국할 때만 가능한 면세품 구매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03년부터 시행됐습니다. 제주공항과 제주항, 제주컨벤션센터에 설치된 '지정 면세점' 4곳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한 번에 600달러 한도로 1년에 6번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4월부터는 정부가 이 지정 면세점에서 면세 한도 600달러에서 용량은 1ℓ, 가격은 400달러 이하인 술 1병과 담배 1보루를 빼주기로 했습니다. 제주 지정면세점은 제주를 떠나 국내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이용하는 거라 해외 반출이 불가능해 구매 한도 자체가 600달러입니다. 따라서 600달러에 추가로 술 1병, 담배 1보루를 더 살 수 있게 된다고 보면 됩니다.

해외에 다녀올 때 600달러 한도에 더해 같은 기준의 술 1병, 담배 1보루, 60㎖ 향수 1병을 예외로 해주는 것과 비슷하게 맞춘 것이기도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술, 담배는 여행객들이 주로 많이 구매하는 물품이라 형평성을 고려했고 향수는 별도로 인정할 실익이 크지 않아 제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3월부터는 입국장 면세점에서 담배 판매 허용

3월부터 가능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해외에서 귀국할 때 면세품을 살 수 있는 '입국장 면세점'에서 담배 판매를 허용한 겁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입국장 면세점을 개장하면서 담배를 판매하면 입국장이 혼잡해져 다른 공항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한 사람이 여러 보루를 사서 되팔면 국내 시장이 교란될 거란 이유 등을 들어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 운영해보니 생각보다 이용자 수가 많지 않았고, 기내 면세점에서 담배 판매를 허용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시장 교란 문제도 1인당 1보루만 판매하고 단속을 강화하면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어찌 보면 불합리했던 것을 고치는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소비를 늘려 보자는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2년 연속 정부가 대대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고 있지만, 민간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경기를 떠받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매 한도 5,600달러↑…입국장 면세점 전국 주요 공항 등으로 확대

이미 지난해 7월엔 면세점 구매 한도를 최대 5,600달러로 늘렸습니다. 시내와 출국장 면세점 한도를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높였고 여기에 입국장 면세점 600달러를 별도로 인정해준 겁니다.


입국장 면세점을 전격 허용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15년 동안 논의만 계속됐던 것을 2018년 9월 설치하기로 했고 지난해 5월 인천공항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앞으로는 김포, 김해 등 전국 주요 공항과 항만에 설치할 수 있게 길을 터주기로 했습니다.

얼마나 효과 있을까?…저소득층은 혜택 못 누리는 것도 문제

하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입국장 면세점의 초반 성적은 무척 부진합니다. 전체 입국자 가운데 입국장 면세점 이용 비율은 1.5%로 당초 예상인 3.8%를 크게 밑돌았고 하루 평균 매출도 1억5,700만 원으로 예상치의 72%에 그쳤습니다. 담배 판매를 허용하면 사정이 조금 나아지겠지만 당장 큰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과세 형평성입니다. 해외로 여행 가는 사람만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을 늘리는 게 과연 바람직하냔 얘기입니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은 누리기 힘든 혜택이란 점도 문제입니다. '2018 국민여행 실태조사'를 보면 해외여행 경험이 월 600만 원 이상 소득자는 29.9%인 반면 월 100만 원 미만은 5%에 불과했습니다.

면세 한도 600->800달러로 늘리자?…정부 "시기상조"

이런 이유로 해외 여행자 면세 한도를 더 늘리자는 법 개정에 정부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면세 한도를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이자는 내용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지난달 기재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기재부는 우리보다 면세 한도가 높은 나라가 일본, 중국, 아르헨티나 등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슷하거나 낮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데 면세 한도를 높여 해외 소비를 촉진하면 소비 여력이 한정된 만큼 오히려 국내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2014년에 면세 한도가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된 지 얼마 안 됐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입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선 일단 제주도에 있는 지정면세점과 입국장 면세점에서 구매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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