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英, 동거 커플도 ‘부부 권리’ 누린다

입력 2020.01.06 (20:39) 수정 2020.01.0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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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는 커플도 있는데요.

유럽에선 이 동거 커플도 법적 부부와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전통적으로 결혼과 가족문화에 보수적인 영국에서도‘시빌 파트너십’이라는 제도가 확대되고 있다는데요.

특파원 연결해서 자세히 듣겠습니다.

양민효 특파원, '시빌 파트너십' 우리에겐 낯선 개념인데, 어떤 제도인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는 결혼을 하는 대신 ‘시빌 파트너십’으로 등록을 해도 혼인한 부부와 똑같이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미 2004년부터 도입됐는데요.

원래는 법적으로 결혼이 불가능했던 동성 커플을 위한 제도였습니다.

영국 정부는 ‘시빌 파트너십'을 통해 동성 커플도 상속이나 세제 혜택 등에서 혼인한 부부와 같은 권리를 갖도록 했습니다.

2014년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이 허용된 이후에는 ‘결혼’ 또는 ‘시빌 파트너십’ 가운데 한 가지를 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도입 10여 년이 지나 다시 주목받는 건, 동성뿐 아니라 이성 커플도 ‘결혼’ 또는 ‘시빌 파트너십’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영국 정부가 공식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만큼 결혼 대신 동거, 시빌 파트너십을 원하는 남녀 커플이 늘고 있다, 이렇게 봐야 할까요?

[기자]

네, 영국에서만 동거를 선택한 이성 커플이 최대 330만 쌍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는 가부장적 성격이 강한 기존 결혼제도에 대한 거부감, 또 무엇보다 이혼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만 해도 여자 친구와 결혼하지 않은 파트너 관계로 총리 관저에 입성한 첫 커플이죠.

존슨 총리가 이혼 소송 중이기 때문이긴 하지만, 시대상의 변화를 드러냈는데요.

동거를 선택한 영국의 한 커플은 동성뿐 아니라 남녀 커플도 ‘결혼’과 ‘시빌 파트너십’ 중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찰스 케이단/2017년 : "결혼제도를 거부했다고 법적 인정이나 보호까지 거부돼선 안 됩니다."]

지난해 6월 영국 대법원이 시빌 파트너십을 동성 커플에게만 허용한 건 이성 커플에 대한 차별이다, 이렇게 결론을 내렸고요.

2019년 마지막 날, 시빌 파트너십을 맺은 최초의 이성 커플이 나왔습니다.

[찰스 케이단/지난달 31일 : "우리는 동등한 파트너로 이 순간을 기념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아이들을 양육하고 함께 해왔는지 본보기가 될 겁니다."]

결혼이 허용되지 않은 동성 커플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도입된 '시빌 파트너십'은 이제 결혼할 수 있지만,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이성 커플의 선택지로 확장됐고요.

영국 정부는 올해 8만 4천여 명의 남녀가 '시빌 파트너십'에 등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앵커]

유럽 사회가 동거 같은 가족 형태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배경이 뭘까요?

[기자]

네, 결혼과 혈연관계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희미해지는 현상, 영국 만의 일은 아닙니다.

많은 유럽 국가들에선 사실혼 관계인 커플에게 법적 부부와 다를 바 없는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데요.

스웨덴에서는 ‘삼보’라고 하는 파트너 등록법이 있고 커플 수가 180만 명에 이릅니다.

프랑스에서는 1999년부터 '팍스'라고 불리는 '시민연대협약'을 도입해서 동거 커플도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캐서린/영국 사회학자 : "결혼제도에는 가부장적인 면이 있습니다. '파트너십' 제도가 사회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비혼' 세대가 늘고 있는 지금,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유럽의 모습은 시사하는 점이 큽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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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英, 동거 커플도 ‘부부 권리’ 누린다
    • 입력 2020-01-06 20:39:28
    • 수정2020-01-06 20: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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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는 커플도 있는데요.

유럽에선 이 동거 커플도 법적 부부와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전통적으로 결혼과 가족문화에 보수적인 영국에서도‘시빌 파트너십’이라는 제도가 확대되고 있다는데요.

특파원 연결해서 자세히 듣겠습니다.

양민효 특파원, '시빌 파트너십' 우리에겐 낯선 개념인데, 어떤 제도인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는 결혼을 하는 대신 ‘시빌 파트너십’으로 등록을 해도 혼인한 부부와 똑같이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미 2004년부터 도입됐는데요.

원래는 법적으로 결혼이 불가능했던 동성 커플을 위한 제도였습니다.

영국 정부는 ‘시빌 파트너십'을 통해 동성 커플도 상속이나 세제 혜택 등에서 혼인한 부부와 같은 권리를 갖도록 했습니다.

2014년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이 허용된 이후에는 ‘결혼’ 또는 ‘시빌 파트너십’ 가운데 한 가지를 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도입 10여 년이 지나 다시 주목받는 건, 동성뿐 아니라 이성 커플도 ‘결혼’ 또는 ‘시빌 파트너십’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영국 정부가 공식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만큼 결혼 대신 동거, 시빌 파트너십을 원하는 남녀 커플이 늘고 있다, 이렇게 봐야 할까요?

[기자]

네, 영국에서만 동거를 선택한 이성 커플이 최대 330만 쌍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는 가부장적 성격이 강한 기존 결혼제도에 대한 거부감, 또 무엇보다 이혼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만 해도 여자 친구와 결혼하지 않은 파트너 관계로 총리 관저에 입성한 첫 커플이죠.

존슨 총리가 이혼 소송 중이기 때문이긴 하지만, 시대상의 변화를 드러냈는데요.

동거를 선택한 영국의 한 커플은 동성뿐 아니라 남녀 커플도 ‘결혼’과 ‘시빌 파트너십’ 중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찰스 케이단/2017년 : "결혼제도를 거부했다고 법적 인정이나 보호까지 거부돼선 안 됩니다."]

지난해 6월 영국 대법원이 시빌 파트너십을 동성 커플에게만 허용한 건 이성 커플에 대한 차별이다, 이렇게 결론을 내렸고요.

2019년 마지막 날, 시빌 파트너십을 맺은 최초의 이성 커플이 나왔습니다.

[찰스 케이단/지난달 31일 : "우리는 동등한 파트너로 이 순간을 기념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아이들을 양육하고 함께 해왔는지 본보기가 될 겁니다."]

결혼이 허용되지 않은 동성 커플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도입된 '시빌 파트너십'은 이제 결혼할 수 있지만,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이성 커플의 선택지로 확장됐고요.

영국 정부는 올해 8만 4천여 명의 남녀가 '시빌 파트너십'에 등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앵커]

유럽 사회가 동거 같은 가족 형태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배경이 뭘까요?

[기자]

네, 결혼과 혈연관계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희미해지는 현상, 영국 만의 일은 아닙니다.

많은 유럽 국가들에선 사실혼 관계인 커플에게 법적 부부와 다를 바 없는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데요.

스웨덴에서는 ‘삼보’라고 하는 파트너 등록법이 있고 커플 수가 180만 명에 이릅니다.

프랑스에서는 1999년부터 '팍스'라고 불리는 '시민연대협약'을 도입해서 동거 커플도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캐서린/영국 사회학자 : "결혼제도에는 가부장적인 면이 있습니다. '파트너십' 제도가 사회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비혼' 세대가 늘고 있는 지금,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유럽의 모습은 시사하는 점이 큽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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