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평화’ 17차례 언급…北 호응할까

입력 2020.01.07 (20:36) 수정 2020.01.0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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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늘(7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임기 후반 국정 운영의 '큰 그림'을 국민들에게 제시했습니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크게 얼어붙었고, 많은 국민들이 연말과 연초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노동당 전원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웠기에 문 대통령이 이번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그림'을 내놓을 지도 큰 관심이었습니다.

'평화' 17차례 최다…'남북'·'북미'도 비중있게 언급

먼저 키워드로 살펴보면, 이번 신년사의 양대 화두는 '경제'와 '평화'였습니다. 두 단어는 똑같이 가장 많은 17번씩 언급됐는데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경제'는 지난해 35차례 언급된 것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평화'는 지난해 13번 보다도 더 많이 언급됐습니다.


'남북'도 그 다음으로 많은 14차례나 언급됐고, '북미'가 6차례, '북한'은 5차례 등장하는 등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구축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후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 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초부터 숨가쁘게 추진해 왔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구상이 벽에 부딪힌 현 상황을 인정하고, 남북이 함께 다시 방법을 모색하자는 뜻으로 읽힙니다.

'답방' 카드 꺼내며 '운신의 폭' 강조…다방면 남북협력 모색

이번 신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지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부분입니다.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이던 '답방' 가능성은 그해 말 잠시 구체적으로 거론되다 지난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답방' 카드를 꺼낸 것은 김 위원장의 답방이 갖는 '파급력'에 주목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북미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미 대화를 견인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지난해 독자적인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북미 협상의 교착 국면에 남북관계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아쉬움도 묻어납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남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1년간 남북 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남북관계에 있어 '운신의 폭'을 넓히며, 이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대화 진전의 '선순환'을 다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를 위한 다방면의 남북 협력도 제안했습니다.

먼저, 남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며 접경지역 협력을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지난해 북유럽 순방 당시 '오슬로 연설'에서 남북을 '생명공동체'로 지칭하며 접경지역의 화재, 홍수, 산사태, 병충해 등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또, 남북정상간 합의사항인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스포츠 교류도 제안했습니다. 남북을 잇는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현실적인 방안도 찾자고 했고,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공동등재 하자고도 했습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며 '평화경제'에 대한 의지도 거듭 밝혔습니다.

北, 최근 공식 비난 자제…신년사 호응할까

문제는 이 같은 제안에 북한이 과연 호응할까 하는 점입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지난해 내내 대남 비난과 냉대, 무시 등의 태도로 일관해 왔습니다.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라며 거칠게 비난하기도 했고, 지난 연말 나흘간이나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 보도에도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당장 긍정적 호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지금 가장 듣고싶어 하는 얘기가 한미연합훈련과 제재 관련한 얘기인데 그런 언급은 없었다"며 "냉철하게 보면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진단했습니다. 홍 실장은 "다만 그동안 북미관계의 한발짝 뒤에서 남북관계가 가겠다고 하던 것을 이제 북미와 남북관계를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취지의 언급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간 남북간 합의사항이 제재 때문에 이행되지 못한 것을 서로 아는 상황에서 구체적 내용이 없는 이 정도의 수세적 모호성은 북한 입장에서 별로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고 있지는 않고 있는 만큼 향후 상황 변화 등에 따라 대화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물론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 대외선전매체들에서는 문 대통령과 한미연합훈련 등을 비난하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관영매체들은 최근 50일 가까이 남측을 향한 비난이나 언급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1일 조선중앙통신이'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문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한 내용을 공개하고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남북관계의 조정 및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정면돌파 전략을 제시한 상황에서 당장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정세 변화에 따라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습니다. 임 교수는 "현실적으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의 발전과 어느정도 연계할 수밖에 없고, 이런 현실을 김 위원장은 잘 알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틀 안에서도 가능한 협력은 시작하자는 메시지가 신년사에 담겨있는 만큼, 점진적으로라도 과감하게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북한의 대남 입장을 변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매년 1월 말이나 2월 초 쯤, 최고지도자가 새해 밝힌 대남정책의 이행 차원에서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열어 '조선 민족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형태로 그해의 대남정책 기조와 방향, 실천조치 등을 발표해 왔습니다. 올해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 없이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로 갈음했고, 여기에도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요.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거듭 밝힌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해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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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7 20:36:50
    • 수정2020-01-07 22: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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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늘(7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임기 후반 국정 운영의 '큰 그림'을 국민들에게 제시했습니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크게 얼어붙었고, 많은 국민들이 연말과 연초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노동당 전원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웠기에 문 대통령이 이번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그림'을 내놓을 지도 큰 관심이었습니다.

'평화' 17차례 최다…'남북'·'북미'도 비중있게 언급

먼저 키워드로 살펴보면, 이번 신년사의 양대 화두는 '경제'와 '평화'였습니다. 두 단어는 똑같이 가장 많은 17번씩 언급됐는데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경제'는 지난해 35차례 언급된 것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평화'는 지난해 13번 보다도 더 많이 언급됐습니다.


'남북'도 그 다음으로 많은 14차례나 언급됐고, '북미'가 6차례, '북한'은 5차례 등장하는 등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구축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후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 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초부터 숨가쁘게 추진해 왔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구상이 벽에 부딪힌 현 상황을 인정하고, 남북이 함께 다시 방법을 모색하자는 뜻으로 읽힙니다.

'답방' 카드 꺼내며 '운신의 폭' 강조…다방면 남북협력 모색

이번 신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지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부분입니다.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이던 '답방' 가능성은 그해 말 잠시 구체적으로 거론되다 지난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답방' 카드를 꺼낸 것은 김 위원장의 답방이 갖는 '파급력'에 주목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북미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미 대화를 견인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지난해 독자적인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북미 협상의 교착 국면에 남북관계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아쉬움도 묻어납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남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1년간 남북 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남북관계에 있어 '운신의 폭'을 넓히며, 이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대화 진전의 '선순환'을 다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를 위한 다방면의 남북 협력도 제안했습니다.

먼저, 남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며 접경지역 협력을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지난해 북유럽 순방 당시 '오슬로 연설'에서 남북을 '생명공동체'로 지칭하며 접경지역의 화재, 홍수, 산사태, 병충해 등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또, 남북정상간 합의사항인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스포츠 교류도 제안했습니다. 남북을 잇는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현실적인 방안도 찾자고 했고,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공동등재 하자고도 했습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며 '평화경제'에 대한 의지도 거듭 밝혔습니다.

北, 최근 공식 비난 자제…신년사 호응할까

문제는 이 같은 제안에 북한이 과연 호응할까 하는 점입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지난해 내내 대남 비난과 냉대, 무시 등의 태도로 일관해 왔습니다.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라며 거칠게 비난하기도 했고, 지난 연말 나흘간이나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 보도에도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당장 긍정적 호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지금 가장 듣고싶어 하는 얘기가 한미연합훈련과 제재 관련한 얘기인데 그런 언급은 없었다"며 "냉철하게 보면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진단했습니다. 홍 실장은 "다만 그동안 북미관계의 한발짝 뒤에서 남북관계가 가겠다고 하던 것을 이제 북미와 남북관계를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취지의 언급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간 남북간 합의사항이 제재 때문에 이행되지 못한 것을 서로 아는 상황에서 구체적 내용이 없는 이 정도의 수세적 모호성은 북한 입장에서 별로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고 있지는 않고 있는 만큼 향후 상황 변화 등에 따라 대화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물론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 대외선전매체들에서는 문 대통령과 한미연합훈련 등을 비난하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관영매체들은 최근 50일 가까이 남측을 향한 비난이나 언급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1일 조선중앙통신이'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문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한 내용을 공개하고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남북관계의 조정 및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정면돌파 전략을 제시한 상황에서 당장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정세 변화에 따라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습니다. 임 교수는 "현실적으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의 발전과 어느정도 연계할 수밖에 없고, 이런 현실을 김 위원장은 잘 알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틀 안에서도 가능한 협력은 시작하자는 메시지가 신년사에 담겨있는 만큼, 점진적으로라도 과감하게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북한의 대남 입장을 변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매년 1월 말이나 2월 초 쯤, 최고지도자가 새해 밝힌 대남정책의 이행 차원에서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열어 '조선 민족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형태로 그해의 대남정책 기조와 방향, 실천조치 등을 발표해 왔습니다. 올해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 없이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로 갈음했고, 여기에도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요.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거듭 밝힌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해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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