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쏘아 올린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② “시민 노력이 눈에 보여야”

입력 2020.0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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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요일별 분리배출은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지난 2018년 봄,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시행 성과를 발표하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한 말입니다.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24시간 개방돼 재활용품과 매립·소각 쓰레기가 무차별로 섞여 분리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기존 클린하우스(폐기물 분리 배출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건데요.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맞춰, 정해진 쓰레기만 배출토록 하는 제도입니다.

제도 시행 이후 제주도는 해마다 인구가 늘면서 전체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늘었지만, 1인당 하루 배출하는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6년 1.97kg에서 2018년 1.91kg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는데요. 동시에 재활용 수거량이 470톤에서 559톤으로 19% 늘고, 음식물 쓰레기를 포함한 재활용률도 53.4%에서 58.7%까지 느는 성과도 냈습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모든 품목을 동시에 배출하도록 하면 혼합 배출로 이어질 경우가 많아서, 요일에 제약을 두고 배출하는 방식으로 유도하면 혼합 수거를 줄여 재활용률을 굉장히 높일 수 있다"며 "제주에서 시행하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가 발표한 '2019 제주 사회조사 및 사회지표'에서 제도 시행 이후 쓰레기가 얼마나 감소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보통' 38.7%, '감소하지 않음' 30.9%, '감소함' 30.4% 순으로 나타나 제주도민들의 체감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여전히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불신이 이어지고 이유는 뭘까. 우리보다 먼저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한 일본은 어떤 식으로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는지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배출부터 자원화까지 '시민이 중심'…"자원물의 행방 투명하게 알린다"


일본 교토시의 한 마을, 할아버지가 차곡차곡 모은 신문 뭉치를 들고 집을 나섭니다. 지역 공동체에서 요일별 배출 품목 중 하나인 종이를 내놓기로 정해놓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배출 약속 장소에는 회수업자 이름이 적혀 있는데, 해당 재활용업체가 와서 직접 가져갑니다.

다카마츠 레이코 후쿠치오지 여성회 회장은 "한 달 동안 신문지 같은 것을 모아둬야 하는 것도 힘들고 그 무거운 것을 옮기는 것도 힘들긴 하지만, 자원을 소중히 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교토시에서 '커뮤니티 회수 제도'를 운영하는 공동체는 3천여 곳으로, 자원화하고 싶은 품목과 날짜는 시민들 스스로 정합니다.

쓰레기를 자원화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인식은 교토시의 생활 쓰레기를 10년 전보다 7만 톤 가까이 줄게 만들었습니다. 10년 새 인구는 10만 명 넘게 늘었는데, 생활폐기물은 2007년 28만 9천 톤에서 2018년 21만 3천 톤으로 크게 줄어든 겁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뒤에는 자원물의 행방을 알리려는 교토시 행정당국의 노력이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생활 쓰레기들이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알리고, 재활용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공개합니다. 분리배출을 돕기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운영해 지역마다 다른 요일별 배출 품목을 안내하고, 쓰레기 감량을 통해 꽃을 피워내는 도전도 있습니다.

오쿠모토 미츠오 교토시 환경정책국 계장은 "어떤 식으로 최종적으로 활용해 갈 것인가에 대한 이해를 얻음으로써 더욱더 순환형 사회에 대한 의식의 확대와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습니다.

'어린이가 실천 원동력'…분류배출 상세히 돕는 '안내책' 배포


인구 370만 명의 요코하마시의 토츠카 자원선별센터엔 재활용품 분류 작업으로 분주한 건물 한 쪽에 학생들을 위한 학습공간이 있습니다. 요일별 분리배출을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하는지, 동영상을 보여주고 게임으로 체험하도록 합니다.

우츠이 유타카 토츠카 자원선별센터 소장은 "어릴 때부터 이런 분리수거를 배움으로써 나중에는 아이들 스스로 분리수거를 직접 하게 된다"며 "또 하나는 집에 돌아가서 분리수거에 관해 엄마 아빠에게 가르쳐주도록 하는 것이 여기에서 역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은 학교로 이어집니다. 요코하마시에서는 '요일별 배출제 교재'를 제작해 초등학교 4학년생들에게 배포하는데, 쓰레기를 어떻게 자원화하는지 등을 의무적으로 배우게 합니다.

요코하마시는 지난 2010년부터 쓰레기를 줄이고, 다시 쓰고, 재활용하는 3R 정책(줄이기 Reduce, 재사용 Reuse, 재활용 Recycle)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구 증가에도 10년 새 쓰레기 발생량은 43%가량 줄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연간 만 번 넘는 '홍보교육'이 있습니다.

에구치 요우토 요코하마 자원순환국 3R추진과장은 "학교나 보육원, 지역 등 여러 곳에 직접 나가서 계발운동을 하고 있다"며 "여러 곳에서 이런 쓰레기 문제를 전달함으로써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안내책을 쉽게 만들어 배포하고, 거주 외국인과 관광객까지 따라 할 수 있도록 외국어용도 제작합니다. 특히, 쓰레기를 태우는 형태로 버리는 게 아니라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품목의 배출 방법을 안내하는데 초점을 맞췄는데, 종이류만 해도 신문, 골판지, 종이팩, 잡지, 재활용할 수 없는 것 등으로 나눠 배출 방식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쓰레기로 쇼핑을…자원화 넘어 관광화까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2003년 일본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 마을'을 선포한 인구 천5백여 명의 가미카츠 마을에서 시작됐습니다.

작은 민박집을 운영하는 사토에씨는 집에서 7km나 떨어진 쓰레기 수거장으로 향하는데도 불평 한마디 없습니다. 40종이 넘는 재활용 분류품목을 차분히 하나하나 분류하면서도 시종일관 밝은 모습입니다.

키시사토에씨(70)는 "처음엔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쓰레기를 분리해서 마을을 깨끗하게 하고 리사이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쓰레기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제도가 있어서 버리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만든 '제로웨이스트 카드'는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에 동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흔히 소각 쓰레기로 취급하는 종이나 비닐, 칫솔 등을 분류해 재활용률을 높이면 카드에 포인트를 쌓아주는데, 적립된 포인트로는 지역 화폐나 다양한 생필품을 살 수 있습니다. 분리배출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수거장 옆엔 체육복과 식기 등 멀쩡한 물건을 무료로 나눠쓸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비영리단체가 위탁 운영하는 공방에서는 낡은 전통 옷이나 현수막을 가방이나 인형으로 재가공해 판매합니다. 다 쓴 세제 용기를 모아 다시 세제 생산기업으로 보내 조립식 장난감으로 제작한 뒤, 인근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기부하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RS)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겁니다.

이를 통해 가미카츠는 재활용률을 8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철저한 분리배출을 주민 스스로를 위한 일로 만든 비결을 배우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언론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제 마을에선 자원순환을 고민하는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머물 수 있도록, 흩어져있는 공간들을 한데 모으고 있습니다. 쓰레기 수거장부터 재사용 가게와 공방, 여기에 환경연구단체와 기업의 입주공간, 숙박시설까지 더한 '제로 웨이스트 센터'를 4월부터 운영할 계획입니다.

스가 미도리 가미카츠 환경정책과 주임은 "센터를 제로 웨이스트 정책의 거점으로 삼고 앞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 모두에게 제안하는 활동을 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노력으로 재활용률 80%가량을 달성했지만, 이 이상 쓰레기를 줄이기는 우리들로써는 역부족"이라며 "처음 생산단계에서부터 반드시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100%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분리 배출에 그치지 않고 쇼핑과 관광이란 새로운 영역으로까지 넓힌 재활용 쓰레기의 변신. 제도의 공감을 얻기 위한 끝없는 눈높이 교육과 설득, 여기에 불편을 감수하는 주민들의 노력이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게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관련기사] 제주서 쏘아 올린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① 쓰레기 대란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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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서 쏘아 올린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② “시민 노력이 눈에 보여야”
    • 입력 2020-01-09 09:00:24
    취재K
"재활용품 요일별 분리배출은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지난 2018년 봄,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시행 성과를 발표하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한 말입니다.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24시간 개방돼 재활용품과 매립·소각 쓰레기가 무차별로 섞여 분리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기존 클린하우스(폐기물 분리 배출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건데요.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맞춰, 정해진 쓰레기만 배출토록 하는 제도입니다.

제도 시행 이후 제주도는 해마다 인구가 늘면서 전체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늘었지만, 1인당 하루 배출하는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6년 1.97kg에서 2018년 1.91kg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는데요. 동시에 재활용 수거량이 470톤에서 559톤으로 19% 늘고, 음식물 쓰레기를 포함한 재활용률도 53.4%에서 58.7%까지 느는 성과도 냈습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모든 품목을 동시에 배출하도록 하면 혼합 배출로 이어질 경우가 많아서, 요일에 제약을 두고 배출하는 방식으로 유도하면 혼합 수거를 줄여 재활용률을 굉장히 높일 수 있다"며 "제주에서 시행하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가 발표한 '2019 제주 사회조사 및 사회지표'에서 제도 시행 이후 쓰레기가 얼마나 감소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보통' 38.7%, '감소하지 않음' 30.9%, '감소함' 30.4% 순으로 나타나 제주도민들의 체감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여전히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불신이 이어지고 이유는 뭘까. 우리보다 먼저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한 일본은 어떤 식으로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는지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배출부터 자원화까지 '시민이 중심'…"자원물의 행방 투명하게 알린다"


일본 교토시의 한 마을, 할아버지가 차곡차곡 모은 신문 뭉치를 들고 집을 나섭니다. 지역 공동체에서 요일별 배출 품목 중 하나인 종이를 내놓기로 정해놓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배출 약속 장소에는 회수업자 이름이 적혀 있는데, 해당 재활용업체가 와서 직접 가져갑니다.

다카마츠 레이코 후쿠치오지 여성회 회장은 "한 달 동안 신문지 같은 것을 모아둬야 하는 것도 힘들고 그 무거운 것을 옮기는 것도 힘들긴 하지만, 자원을 소중히 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교토시에서 '커뮤니티 회수 제도'를 운영하는 공동체는 3천여 곳으로, 자원화하고 싶은 품목과 날짜는 시민들 스스로 정합니다.

쓰레기를 자원화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인식은 교토시의 생활 쓰레기를 10년 전보다 7만 톤 가까이 줄게 만들었습니다. 10년 새 인구는 10만 명 넘게 늘었는데, 생활폐기물은 2007년 28만 9천 톤에서 2018년 21만 3천 톤으로 크게 줄어든 겁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뒤에는 자원물의 행방을 알리려는 교토시 행정당국의 노력이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생활 쓰레기들이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알리고, 재활용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공개합니다. 분리배출을 돕기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운영해 지역마다 다른 요일별 배출 품목을 안내하고, 쓰레기 감량을 통해 꽃을 피워내는 도전도 있습니다.

오쿠모토 미츠오 교토시 환경정책국 계장은 "어떤 식으로 최종적으로 활용해 갈 것인가에 대한 이해를 얻음으로써 더욱더 순환형 사회에 대한 의식의 확대와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습니다.

'어린이가 실천 원동력'…분류배출 상세히 돕는 '안내책' 배포


인구 370만 명의 요코하마시의 토츠카 자원선별센터엔 재활용품 분류 작업으로 분주한 건물 한 쪽에 학생들을 위한 학습공간이 있습니다. 요일별 분리배출을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하는지, 동영상을 보여주고 게임으로 체험하도록 합니다.

우츠이 유타카 토츠카 자원선별센터 소장은 "어릴 때부터 이런 분리수거를 배움으로써 나중에는 아이들 스스로 분리수거를 직접 하게 된다"며 "또 하나는 집에 돌아가서 분리수거에 관해 엄마 아빠에게 가르쳐주도록 하는 것이 여기에서 역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은 학교로 이어집니다. 요코하마시에서는 '요일별 배출제 교재'를 제작해 초등학교 4학년생들에게 배포하는데, 쓰레기를 어떻게 자원화하는지 등을 의무적으로 배우게 합니다.

요코하마시는 지난 2010년부터 쓰레기를 줄이고, 다시 쓰고, 재활용하는 3R 정책(줄이기 Reduce, 재사용 Reuse, 재활용 Recycle)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구 증가에도 10년 새 쓰레기 발생량은 43%가량 줄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연간 만 번 넘는 '홍보교육'이 있습니다.

에구치 요우토 요코하마 자원순환국 3R추진과장은 "학교나 보육원, 지역 등 여러 곳에 직접 나가서 계발운동을 하고 있다"며 "여러 곳에서 이런 쓰레기 문제를 전달함으로써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안내책을 쉽게 만들어 배포하고, 거주 외국인과 관광객까지 따라 할 수 있도록 외국어용도 제작합니다. 특히, 쓰레기를 태우는 형태로 버리는 게 아니라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품목의 배출 방법을 안내하는데 초점을 맞췄는데, 종이류만 해도 신문, 골판지, 종이팩, 잡지, 재활용할 수 없는 것 등으로 나눠 배출 방식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쓰레기로 쇼핑을…자원화 넘어 관광화까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2003년 일본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 마을'을 선포한 인구 천5백여 명의 가미카츠 마을에서 시작됐습니다.

작은 민박집을 운영하는 사토에씨는 집에서 7km나 떨어진 쓰레기 수거장으로 향하는데도 불평 한마디 없습니다. 40종이 넘는 재활용 분류품목을 차분히 하나하나 분류하면서도 시종일관 밝은 모습입니다.

키시사토에씨(70)는 "처음엔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쓰레기를 분리해서 마을을 깨끗하게 하고 리사이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쓰레기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제도가 있어서 버리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만든 '제로웨이스트 카드'는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에 동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흔히 소각 쓰레기로 취급하는 종이나 비닐, 칫솔 등을 분류해 재활용률을 높이면 카드에 포인트를 쌓아주는데, 적립된 포인트로는 지역 화폐나 다양한 생필품을 살 수 있습니다. 분리배출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수거장 옆엔 체육복과 식기 등 멀쩡한 물건을 무료로 나눠쓸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비영리단체가 위탁 운영하는 공방에서는 낡은 전통 옷이나 현수막을 가방이나 인형으로 재가공해 판매합니다. 다 쓴 세제 용기를 모아 다시 세제 생산기업으로 보내 조립식 장난감으로 제작한 뒤, 인근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기부하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RS)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겁니다.

이를 통해 가미카츠는 재활용률을 8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철저한 분리배출을 주민 스스로를 위한 일로 만든 비결을 배우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언론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제 마을에선 자원순환을 고민하는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머물 수 있도록, 흩어져있는 공간들을 한데 모으고 있습니다. 쓰레기 수거장부터 재사용 가게와 공방, 여기에 환경연구단체와 기업의 입주공간, 숙박시설까지 더한 '제로 웨이스트 센터'를 4월부터 운영할 계획입니다.

스가 미도리 가미카츠 환경정책과 주임은 "센터를 제로 웨이스트 정책의 거점으로 삼고 앞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 모두에게 제안하는 활동을 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노력으로 재활용률 80%가량을 달성했지만, 이 이상 쓰레기를 줄이기는 우리들로써는 역부족"이라며 "처음 생산단계에서부터 반드시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100%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분리 배출에 그치지 않고 쇼핑과 관광이란 새로운 영역으로까지 넓힌 재활용 쓰레기의 변신. 제도의 공감을 얻기 위한 끝없는 눈높이 교육과 설득, 여기에 불편을 감수하는 주민들의 노력이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게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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