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인지 예산④]"행안부 지침 따랐다"… 실체는 딴판

입력 2020.01.10 (17:40) 수정 2020.01.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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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저희가 연속으로 보도하고 있는 '성 인지 예산'이 엉뚱하게 집행되는 데 대해 지자체들이 공통적으로 해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행정안전부 지침대로 했다"는 건데요.

그런데 지침을 어긴 사업이 수두룩합니다.

최위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노인 틀니 사업이나 해수욕장 백사장 정비에 쓰인 '성 인지' 예산.

왜 이런 곳에 썼냐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행정안전부 지침'입니다.

[녹취] 지자체 공무원
"근데 이 사업이 행안부에서 매년 예산 편성 운영 기준이 내려오는데 거기 성 인지 사업 예시로 올라가 있거든요."

행안부 지침대로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성 인지 예산을 쓴다는 부산 동구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행안부는 남성과 여성 장애인의 선호도 차이를 고려해 여성 일자리를 지원하도록 사업 시책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동구는 성별 격차와 아무 관련 없는, 단순한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사업의 목표로 잡았습니다.

연제구 '재난 취약가구 안전점검' 사업도 비교해 봤습니다.

여성 가구주와 여성 독거노인 비율을 분석해 재난 취약과의 연관성을 따진 행안부 지침과 달리, 연제구는 성별 개념을 아예 배제했습니다.

다들 행안부 지침 사례의 제목만 갖다쓴 수준입니다.

[녹취] 지자체 공무원
"저희가 공무원이라서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까…."

사업은 해야 하는데 어떤 사업을 할지 모르다 보니 주먹구구로 예산을 쓰는 겁니다.

행안부는 각 지자체가 사업 목적에 맞게, 지역 상황을 고려해 예산을 써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행정안전부 관계자 
"그거는 자치단체의 하나의 핑계인 거 같고요. 내용을 봐서 자치단체에서 정확히 좀 걸러내야 되는 거죠. 사업 내용에 따라서 판단을 해야 하는데 사업명 가지고 예시로 보고 했다는 건 좀..."

취지와 실효성에 대한 고민 없이 일단 하고 보자는 식으로 시행되고 있는 성평등 정책에 한해 1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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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 인지 예산④]"행안부 지침 따랐다"… 실체는 딴판
    • 입력 2020-01-11 03:12:02
    • 수정2020-01-11 10:23:08
    뉴스9(부산)
[앵커멘트] 저희가 연속으로 보도하고 있는 '성 인지 예산'이 엉뚱하게 집행되는 데 대해 지자체들이 공통적으로 해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행정안전부 지침대로 했다"는 건데요. 그런데 지침을 어긴 사업이 수두룩합니다. 최위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노인 틀니 사업이나 해수욕장 백사장 정비에 쓰인 '성 인지' 예산. 왜 이런 곳에 썼냐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행정안전부 지침'입니다. [녹취] 지자체 공무원 "근데 이 사업이 행안부에서 매년 예산 편성 운영 기준이 내려오는데 거기 성 인지 사업 예시로 올라가 있거든요." 행안부 지침대로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성 인지 예산을 쓴다는 부산 동구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행안부는 남성과 여성 장애인의 선호도 차이를 고려해 여성 일자리를 지원하도록 사업 시책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동구는 성별 격차와 아무 관련 없는, 단순한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사업의 목표로 잡았습니다. 연제구 '재난 취약가구 안전점검' 사업도 비교해 봤습니다. 여성 가구주와 여성 독거노인 비율을 분석해 재난 취약과의 연관성을 따진 행안부 지침과 달리, 연제구는 성별 개념을 아예 배제했습니다. 다들 행안부 지침 사례의 제목만 갖다쓴 수준입니다. [녹취] 지자체 공무원 "저희가 공무원이라서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까…." 사업은 해야 하는데 어떤 사업을 할지 모르다 보니 주먹구구로 예산을 쓰는 겁니다. 행안부는 각 지자체가 사업 목적에 맞게, 지역 상황을 고려해 예산을 써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행정안전부 관계자  "그거는 자치단체의 하나의 핑계인 거 같고요. 내용을 봐서 자치단체에서 정확히 좀 걸러내야 되는 거죠. 사업 내용에 따라서 판단을 해야 하는데 사업명 가지고 예시로 보고 했다는 건 좀..." 취지와 실효성에 대한 고민 없이 일단 하고 보자는 식으로 시행되고 있는 성평등 정책에 한해 1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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