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에서 반정부로…이란 사태 급반전

입력 2020.01.13 (08:07) 수정 2020.01.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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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란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한 사실을 인정한 이후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습니다.

국제 사회의 여론 악화는 물론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수세에 몰린 형국입니다.

미국 정부로선 반전의 기회가 찾아온 셈인데요,

친절한 뉴스 이윤희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대치로 세계가 긴장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갑자기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새 이슈로 떠올랐어요,

왜 이렇게 된 건가요?

[기자]

미국과 이란이 서로 한 방 씩 주고 받으며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중동 정세가 이란의 어이없는 실수로 급반전되는 모양샙니다.

양국의 대립 와중에 벌어진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모두 176명이 희생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실은 이란군 미사일에 의해 그것도 '실수'로 격추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란내 반미 감정이 순식간에 반정부 시위로 돌아선 것입니다.

여객기 희생자 가운데는 이란인이 80여 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란 다음으로 희생자가 많았던 캐나다인들도 대부분 이란계 젊은이들로 알려졌습니다.

이란 정부가 미국을 향해 '결사 항전'을 외치며 피의 복수에 앞장섰지만, 정작 자국민들 피만 흘리게 만들었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한 것입니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이틀째 반 정부 집회가 열렸습니다.

수백 명이 샤히드 베헤쉬티 대학에 모여 희생자를 애도하고 정부와 군부에 항의했습니다.

'미국에 죽음을' 을 외치던 시위 구호는 '독재자에게 죽음을'로 바뀌었습니다.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살인자"란 문구도 등장했습니다.

이슬람 공화국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비판하는 건 극히 이례적으로, 이번 사태의 파장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앵커]

이란 정부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럽겠군요?

[기자]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뒤 기세를 높였던 이란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재앙적 실수'에 깊이 유감을 표한다며 한껏 몸을 낮췄습니다.

이미 단교한 사이인 캐나다 정상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했습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역시 사건의 경위를 조사해 즉시 모든 내용을 공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해극이 되고만 복수전으로 인해 이란 군 위상도 크게 실추됐습니다.

오인 발사의 책임자인 이란 혁명수비대의 하지자데 사령관이 기자들 앞에서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들어보시죠.

[하지자데/이란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 : "민간 여객기가 격추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차라리 죽어서 이 일을 보지 않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상공에서 미군 무인정찰기를 이란산 대공미사일로 격추해 영웅이 됐던 인물입니다.

혁명수비대의 핵심 고위 장성이 공개적으로 작전 실패를 반성하는 모습은 이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런데 여객기 추락 당시 이란 정부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자신들 소행이라고 시인한 건 왜 그런건가요?

[기자]

이란 정부는 여객기 추락 당시 피격 배후로 지목되자 "악의적 심리전”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러더니 사흘 만에 자신들의 소행임을 실토했습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움찔한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 실수했을 수 있다"

즉, '우리는 실증 자료로 전모를 다 파악하고 있다’는 경고였을 수도 있고, ‘더 이상 확전을 원하지 않으니 알아서 대처하라’는 의미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 발언 이후 격추를 입증하는 자료들이 잇따라 보도됐습니다.

미국 정찰위성이 찍은 추격 당시 동영상에, 교신 감청 자료까지 제시되자 이란 정부가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조사관들이 현지에서 수집한 사진도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란측은 추락 직후 현장을 수습하면서 불도저를 동원해 동체 잔해를 서둘러 없앴습니다.

우크라이나 조사관들이 바로 이 불도저의 바퀴가 선명히 찍힌 사진을 확보해 이란의 증거 인멸 시도라며 제시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정부 등에서 사실상 피격설을 공식화하자 이란 정부가 이를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국가의 조사단이 공동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신속한 사실 인정이 그나마 이란의 체면을 살리는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의 상황이 미국으로서는 결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트럼프 대통령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기다렸다는듯 트럼프 대통령 지금의 이란 상황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국면 전환에 나섰습니다.

안 그래도 경제난에, 이란 정부의 부패 세력에 대한 불만으로 이미 지난해 말 이란 전역을 뒤흔들었던 반체제 시위가 이번 사태로 재개될 조짐을 보이자 앞장서 불을 지폈습니다.

이란 시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그는 트위터를 통해 "시위자들을 살해하지 마라,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루 전날엔 “용감히 오랫동안 견뎌온 이란 국민들에게 고한다". 내 임기가 시작된 이래 나는 당신들과 함께 서있었고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어로 작성된 트윗도 함께 올렸습니다.

이란 집권세력 흔들기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솔레이마니의 피살과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 그 가운데 벌어진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 등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중동 기류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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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미에서 반정부로…이란 사태 급반전
    • 입력 2020-01-13 08:08:30
    • 수정2020-01-13 09: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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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란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한 사실을 인정한 이후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습니다.

국제 사회의 여론 악화는 물론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수세에 몰린 형국입니다.

미국 정부로선 반전의 기회가 찾아온 셈인데요,

친절한 뉴스 이윤희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대치로 세계가 긴장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갑자기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새 이슈로 떠올랐어요,

왜 이렇게 된 건가요?

[기자]

미국과 이란이 서로 한 방 씩 주고 받으며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중동 정세가 이란의 어이없는 실수로 급반전되는 모양샙니다.

양국의 대립 와중에 벌어진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모두 176명이 희생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실은 이란군 미사일에 의해 그것도 '실수'로 격추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란내 반미 감정이 순식간에 반정부 시위로 돌아선 것입니다.

여객기 희생자 가운데는 이란인이 80여 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란 다음으로 희생자가 많았던 캐나다인들도 대부분 이란계 젊은이들로 알려졌습니다.

이란 정부가 미국을 향해 '결사 항전'을 외치며 피의 복수에 앞장섰지만, 정작 자국민들 피만 흘리게 만들었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한 것입니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이틀째 반 정부 집회가 열렸습니다.

수백 명이 샤히드 베헤쉬티 대학에 모여 희생자를 애도하고 정부와 군부에 항의했습니다.

'미국에 죽음을' 을 외치던 시위 구호는 '독재자에게 죽음을'로 바뀌었습니다.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살인자"란 문구도 등장했습니다.

이슬람 공화국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비판하는 건 극히 이례적으로, 이번 사태의 파장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앵커]

이란 정부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럽겠군요?

[기자]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뒤 기세를 높였던 이란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재앙적 실수'에 깊이 유감을 표한다며 한껏 몸을 낮췄습니다.

이미 단교한 사이인 캐나다 정상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했습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역시 사건의 경위를 조사해 즉시 모든 내용을 공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해극이 되고만 복수전으로 인해 이란 군 위상도 크게 실추됐습니다.

오인 발사의 책임자인 이란 혁명수비대의 하지자데 사령관이 기자들 앞에서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들어보시죠.

[하지자데/이란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 : "민간 여객기가 격추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차라리 죽어서 이 일을 보지 않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상공에서 미군 무인정찰기를 이란산 대공미사일로 격추해 영웅이 됐던 인물입니다.

혁명수비대의 핵심 고위 장성이 공개적으로 작전 실패를 반성하는 모습은 이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런데 여객기 추락 당시 이란 정부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자신들 소행이라고 시인한 건 왜 그런건가요?

[기자]

이란 정부는 여객기 추락 당시 피격 배후로 지목되자 "악의적 심리전”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러더니 사흘 만에 자신들의 소행임을 실토했습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움찔한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 실수했을 수 있다"

즉, '우리는 실증 자료로 전모를 다 파악하고 있다’는 경고였을 수도 있고, ‘더 이상 확전을 원하지 않으니 알아서 대처하라’는 의미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 발언 이후 격추를 입증하는 자료들이 잇따라 보도됐습니다.

미국 정찰위성이 찍은 추격 당시 동영상에, 교신 감청 자료까지 제시되자 이란 정부가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조사관들이 현지에서 수집한 사진도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란측은 추락 직후 현장을 수습하면서 불도저를 동원해 동체 잔해를 서둘러 없앴습니다.

우크라이나 조사관들이 바로 이 불도저의 바퀴가 선명히 찍힌 사진을 확보해 이란의 증거 인멸 시도라며 제시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정부 등에서 사실상 피격설을 공식화하자 이란 정부가 이를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국가의 조사단이 공동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신속한 사실 인정이 그나마 이란의 체면을 살리는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의 상황이 미국으로서는 결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트럼프 대통령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기다렸다는듯 트럼프 대통령 지금의 이란 상황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국면 전환에 나섰습니다.

안 그래도 경제난에, 이란 정부의 부패 세력에 대한 불만으로 이미 지난해 말 이란 전역을 뒤흔들었던 반체제 시위가 이번 사태로 재개될 조짐을 보이자 앞장서 불을 지폈습니다.

이란 시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그는 트위터를 통해 "시위자들을 살해하지 마라,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루 전날엔 “용감히 오랫동안 견뎌온 이란 국민들에게 고한다". 내 임기가 시작된 이래 나는 당신들과 함께 서있었고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어로 작성된 트윗도 함께 올렸습니다.

이란 집권세력 흔들기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솔레이마니의 피살과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 그 가운데 벌어진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 등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중동 기류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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