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화환 훔친 범인’ 잡고 보니…

입력 2020.01.14 (08:32) 수정 2020.01.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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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춘천의 한 개업 식당에서 축하 화환 40여 개가 무더기로 사라졌습니다.

누가 훔쳐갔는지 보니까 이 화환을 납품한 업체였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일까요?

지금 바로 그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최근 개업한 춘천의 한 식당 앞.

축하 화환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그런데 개업식 3일 만에 화환들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화환 절도 피해 식당 사장/음성변조 : "한 40개 정도 될 것 같아요. (사건 당일) 재고 확인하려고 (식당에) 들렀는데 화환이 없더라고요."]

화환이 사라질 당시가 CCTV에 찍혔습니다.

한 남성이 문 닫힌 식당 안을 한번 쳐다보더니, 잠시 후 또 다른 남성이 합세합니다.

둘은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유유히 화환들을 나르기 시작합니다.

식당 난간에 단단히 묶어둔 화환을 여유롭게 떼어내는 모습도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화환 절도 피해 식당 사장/음성변조 : "이게(화환이) 넘어질까 봐 펜스에 철사로 감아놨는데 그것도 다 절단기로 자르고 가져가더라고요."]

피해자가 주장하는 도난당한 화환 개수는 모두 40여 개, 수백만 원 어칩니다.

[화환 절도 피해 식당 사장/음성변조 : "개업한 지 2, 3일 만에 도난당하고 그러니까 개업한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이 되게 안 좋았죠. (화환은) 개업했다고 알리는 홍보 같은 건데..."]

경찰이 CCTV에 찍힌 얼굴과 차량번호를 토대로 신고 두 시간 만에 용의자를 붙잡았는데요.

누구였을까요.

황당하게도 이 화환을 주문받아 제작하고 배달한 업체 중 한 곳의 직원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화환을 재사용하려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A 화환 제작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뼈대는 우리가 만드는 거니까 쓰고. 원래대 로 그렇게 했으니까 저도 아무 생각 없이 했다가 그게 이렇게 큰일이 될 줄 몰랐죠. (주인과) 이야기가 되고 나서 뺐어야 되는데 이번에는 그런 부분은 잘못을 인정하죠."]

이번 사건 처럼 화환을 수거한 다음 재사용해서 새것처럼 되파는 행위는 이미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입니다.

[화환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네들끼리 이렇게 경쟁을 해요. 남의 것 집어가려고 막 싸우고. 가격은 (새것처럼) 똑같이 받죠. 가져갈 때는 그냥 가져가고. 쓰기 나름이죠. 근데 저기 갖다 세워 놓으니까 누가 건드리지 않는 이상 (꽃이) 망가질 리가 없죠."]

특히, 결혼식의 경우 한 건물 안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식이 있어서, 현장에서 리본만 바꿔 화환을 다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훼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결혼식장 같은 경우는 꽃 화환 하나 가지고 세 번, 네 번씩도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그 런 일이 비일비재 하니까. 장례식장에도 그 런 형태고요."]

화환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큰 일을 치뤄서 화환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또 화환에 불만이 있어도 대부분 선물로 받은 거여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환 구매자/음성 변조 : "소비자로서 그게 재활용된다는 걸 인지하고 구매를 하게 된 것도 아니고 10만 원 정도 금액으로 구입한 화환이 재활용된다는 사실 을 몰라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당 황했었어요."]

한해 쓰이는 화환은 대략 700만여 개.

이 중에서 20~30%는 재사용 화환으로 추정됩니다.

원인은 업체간 출혈 경쟁 탓입니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다보니 여러 업체들이 경쟁해 그만큼 가격 경쟁도 치열해진 것에 대한 부작용 탓입니다.

[재사용 화환 제작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그게 (재사용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 단 가를 맞추려면. 지금 어떤 상황이냐면 밑에 지방은 28,000원짜리도 있어요. 자꾸 단가 는 낮아지고 그러면 재사용은 계속 해야 되 고..."]

업계의 설명을 보면 3단 화환 기준으로 기본 부자재 단가는 만 4천 원에서 2만 원 정돕니다.

여기에 꽃값과 인건비, 배송비를 더하면 원가는 최소 7만 원이 넘습니다.

그래서 재사용하지 않고 저가 화환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재사용 화환 제작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제가요, 꽃과 모든 자재를 새 걸로 해서 이 단가를 매겨봤어요. 배송하고 뭐 하려면 적자예요."]

재사용 피해는 소비자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꽃 소비가 줄어드니까 화훼 농가에도 피해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김윤식/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회장 : "화훼 유통의 질서를 지금 어지럽히니까 화 훼 농가에도 피해가 많고 전국에 화훼 농가 들이 계속 지금 줄어들고 화훼 산업에 위기 가 온 거죠."]

정부가 대책을 내놓긴 했습니다.

화환 재사용 표시를 하지 않으면 올 8월부터 최고 천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정현주/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 : "화훼 소비가 감소하고 소비자는 재사용 화 환인지 모르고 (화환을) 구입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재사용 화환 표시제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실효성 문제를 제기합니다.

[화환 제작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내가 돈을 주고 시켰는데 재사용 화환이라고 (붙여서) 배달돼서 다른 사람이 보면 그게 얼마나 창피한 거예요. 안 쓰죠, 그걸."]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계속 넘기기엔 뭔가 찝찝한 화환 재사용 문제.

뚜렷한 대책 없이 오늘도 화환 재사용은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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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화환 훔친 범인’ 잡고 보니…
    • 입력 2020-01-14 08:34:21
    • 수정2020-01-14 09: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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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춘천의 한 개업 식당에서 축하 화환 40여 개가 무더기로 사라졌습니다.

누가 훔쳐갔는지 보니까 이 화환을 납품한 업체였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일까요?

지금 바로 그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최근 개업한 춘천의 한 식당 앞.

축하 화환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그런데 개업식 3일 만에 화환들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화환 절도 피해 식당 사장/음성변조 : "한 40개 정도 될 것 같아요. (사건 당일) 재고 확인하려고 (식당에) 들렀는데 화환이 없더라고요."]

화환이 사라질 당시가 CCTV에 찍혔습니다.

한 남성이 문 닫힌 식당 안을 한번 쳐다보더니, 잠시 후 또 다른 남성이 합세합니다.

둘은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유유히 화환들을 나르기 시작합니다.

식당 난간에 단단히 묶어둔 화환을 여유롭게 떼어내는 모습도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화환 절도 피해 식당 사장/음성변조 : "이게(화환이) 넘어질까 봐 펜스에 철사로 감아놨는데 그것도 다 절단기로 자르고 가져가더라고요."]

피해자가 주장하는 도난당한 화환 개수는 모두 40여 개, 수백만 원 어칩니다.

[화환 절도 피해 식당 사장/음성변조 : "개업한 지 2, 3일 만에 도난당하고 그러니까 개업한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이 되게 안 좋았죠. (화환은) 개업했다고 알리는 홍보 같은 건데..."]

경찰이 CCTV에 찍힌 얼굴과 차량번호를 토대로 신고 두 시간 만에 용의자를 붙잡았는데요.

누구였을까요.

황당하게도 이 화환을 주문받아 제작하고 배달한 업체 중 한 곳의 직원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화환을 재사용하려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A 화환 제작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뼈대는 우리가 만드는 거니까 쓰고. 원래대 로 그렇게 했으니까 저도 아무 생각 없이 했다가 그게 이렇게 큰일이 될 줄 몰랐죠. (주인과) 이야기가 되고 나서 뺐어야 되는데 이번에는 그런 부분은 잘못을 인정하죠."]

이번 사건 처럼 화환을 수거한 다음 재사용해서 새것처럼 되파는 행위는 이미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입니다.

[화환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네들끼리 이렇게 경쟁을 해요. 남의 것 집어가려고 막 싸우고. 가격은 (새것처럼) 똑같이 받죠. 가져갈 때는 그냥 가져가고. 쓰기 나름이죠. 근데 저기 갖다 세워 놓으니까 누가 건드리지 않는 이상 (꽃이) 망가질 리가 없죠."]

특히, 결혼식의 경우 한 건물 안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식이 있어서, 현장에서 리본만 바꿔 화환을 다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훼 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결혼식장 같은 경우는 꽃 화환 하나 가지고 세 번, 네 번씩도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그 런 일이 비일비재 하니까. 장례식장에도 그 런 형태고요."]

화환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큰 일을 치뤄서 화환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또 화환에 불만이 있어도 대부분 선물로 받은 거여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환 구매자/음성 변조 : "소비자로서 그게 재활용된다는 걸 인지하고 구매를 하게 된 것도 아니고 10만 원 정도 금액으로 구입한 화환이 재활용된다는 사실 을 몰라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당 황했었어요."]

한해 쓰이는 화환은 대략 700만여 개.

이 중에서 20~30%는 재사용 화환으로 추정됩니다.

원인은 업체간 출혈 경쟁 탓입니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다보니 여러 업체들이 경쟁해 그만큼 가격 경쟁도 치열해진 것에 대한 부작용 탓입니다.

[재사용 화환 제작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그게 (재사용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 단 가를 맞추려면. 지금 어떤 상황이냐면 밑에 지방은 28,000원짜리도 있어요. 자꾸 단가 는 낮아지고 그러면 재사용은 계속 해야 되 고..."]

업계의 설명을 보면 3단 화환 기준으로 기본 부자재 단가는 만 4천 원에서 2만 원 정돕니다.

여기에 꽃값과 인건비, 배송비를 더하면 원가는 최소 7만 원이 넘습니다.

그래서 재사용하지 않고 저가 화환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재사용 화환 제작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제가요, 꽃과 모든 자재를 새 걸로 해서 이 단가를 매겨봤어요. 배송하고 뭐 하려면 적자예요."]

재사용 피해는 소비자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꽃 소비가 줄어드니까 화훼 농가에도 피해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김윤식/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회장 : "화훼 유통의 질서를 지금 어지럽히니까 화 훼 농가에도 피해가 많고 전국에 화훼 농가 들이 계속 지금 줄어들고 화훼 산업에 위기 가 온 거죠."]

정부가 대책을 내놓긴 했습니다.

화환 재사용 표시를 하지 않으면 올 8월부터 최고 천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정현주/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 : "화훼 소비가 감소하고 소비자는 재사용 화 환인지 모르고 (화환을) 구입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재사용 화환 표시제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실효성 문제를 제기합니다.

[화환 제작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내가 돈을 주고 시켰는데 재사용 화환이라고 (붙여서) 배달돼서 다른 사람이 보면 그게 얼마나 창피한 거예요. 안 쓰죠, 그걸."]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계속 넘기기엔 뭔가 찝찝한 화환 재사용 문제.

뚜렷한 대책 없이 오늘도 화환 재사용은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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