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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관련’일까 ‘관계’일까
입력 2020.01.14 (09:18) 수정 2020.01.14 (09:19) 취재K
맥스터 증설, 급한 불은 껐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0일, '월성 1~4호기 사용후핵연료 2단계 조밀 건식 저장시설 증설 안'을 의결했습니다. 이 결정에 따라 경북 경주의 월성 원전에는 조밀 건식 저장시설, 이른바 맥스터 7기가 추가 건설됩니다. 맥스터(MACSTOR)는 중수형 원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하는 구조물을 의미합니다.

현재 속도라면, 월성원전은 내년 11월에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도달합니다. 맥스터가 7기 늘어나면, 사용후핵연료 16만 8천 다발을 추가 저장할 수 있게 됩니다. 저장시설포화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는 일단 막을 수 있게 될 듯합니다. 일단은.

월성 원전 1단계 맥스터월성 원전 1단계 맥스터

관련 시설? 관계 시설?

그런데 증설은 결정됐지만, 논란은 여전합니다. 당장 이 맥스터는 원자력발전 '관련'시설일까요? 아니면 '관계'시설일까요?

국어사전을 보면 '관계'는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또는 그런 관련"이라고 돼 있습니다. '관련'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계를 맺어 매여 있음. 또는 그 관계"라고 돼 있습니다. 이 정의만 놓고 보면 '관련'과 '관계' 두 단어는 사실상 동의어로 보입니다. 실생활에서도 비슷하게 혼용되고 있을 거고요.

월성 원전 캐니스터, 이곳에도 사용후핵연료가 임시 저장됩니다.월성 원전 캐니스터, 이곳에도 사용후핵연료가 임시 저장됩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 분야로 들어오면 두 단어의 차이는 어마어마해집니다. '관련'시설은 안 되고, '관계' 시설은 되기 때문입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제18조에 "사용후핵연료의 관련 시설은 유치지역에 건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법에서 지정한 유치지원지역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있는 경주를 뜻합니다.

특별법에 따라 경주에는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 즉 고준위 폐기물을 두면 안 됩니다. 맥스터가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인 만큼 일부 주민들과 환경단체에는 당연히 관련 시설입니다. 이 조항을 근거로 맥스터 증설 결정은 법 위반이자 정부가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관계 시설은 됩니다. 〈원자력 안전법〉 제2조와 시행령 9조에는 "원자력발전소 안에 위치한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시설, 배출시설 및 저장시설"은 관계 시설로 규정돼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맥스터는 관계 시설이 되고, 추가 건설이 가능한 것이죠.

주민들이 반발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법은 명확해야 하는데, 정작 법은 엉성하게 만들어 두고, 관계 시설/관련 시설처럼 뭔가 말장난식 대처로 당장 어려움을 빠져나가려 한다고 것이죠.

원전 내부 시설물 모형원전 내부 시설물 모형

해답은 어디에?

경주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을 감안하면 맥스터 건설 일정이 빠듯하다는 점, 인정합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 논의는 꼼수로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는 국내 모든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 처리 방안을 논의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지난해 출범했습니다. 공론화와 합의를 통해 맥스터 건설은 물론, 중간처분시설, 최종처분시설의 필요성 여부와 입지까지 모두 결정한다는 겁니다.

만약 공론화를 통해 중간 처분장, 최종 처분장 위치가 결정된다면, 맥스터 증설에 반발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맥스터가 말 그대로 임시 보관 역할만 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중간, 최종 처분장 입지 결정 없이 맥스터만 늘어나면, 경주가 사용후핵연료 중간, 최종 처분 지역이 될 것이라는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해답은 기본에 있습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충분한 소통. 원전 이슈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아주 어려운 분야입니다. 특히 처분장 입지 결정에는 막대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됩니다. 꼼수와 말장난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입니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원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재검토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련 기관, 관계 기관들은 가시밭길을 걸을 준비가 돼 있을까요? 맥스터 증설을 둘러싼 논란은 시작일 뿐입니다.
  • 월성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관련’일까 ‘관계’일까
    • 입력 2020-01-14 09:18:12
    • 수정2020-01-14 09:19:00
    취재K
맥스터 증설, 급한 불은 껐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0일, '월성 1~4호기 사용후핵연료 2단계 조밀 건식 저장시설 증설 안'을 의결했습니다. 이 결정에 따라 경북 경주의 월성 원전에는 조밀 건식 저장시설, 이른바 맥스터 7기가 추가 건설됩니다. 맥스터(MACSTOR)는 중수형 원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하는 구조물을 의미합니다.

현재 속도라면, 월성원전은 내년 11월에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도달합니다. 맥스터가 7기 늘어나면, 사용후핵연료 16만 8천 다발을 추가 저장할 수 있게 됩니다. 저장시설포화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는 일단 막을 수 있게 될 듯합니다. 일단은.

월성 원전 1단계 맥스터월성 원전 1단계 맥스터

관련 시설? 관계 시설?

그런데 증설은 결정됐지만, 논란은 여전합니다. 당장 이 맥스터는 원자력발전 '관련'시설일까요? 아니면 '관계'시설일까요?

국어사전을 보면 '관계'는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또는 그런 관련"이라고 돼 있습니다. '관련'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계를 맺어 매여 있음. 또는 그 관계"라고 돼 있습니다. 이 정의만 놓고 보면 '관련'과 '관계' 두 단어는 사실상 동의어로 보입니다. 실생활에서도 비슷하게 혼용되고 있을 거고요.

월성 원전 캐니스터, 이곳에도 사용후핵연료가 임시 저장됩니다.월성 원전 캐니스터, 이곳에도 사용후핵연료가 임시 저장됩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 분야로 들어오면 두 단어의 차이는 어마어마해집니다. '관련'시설은 안 되고, '관계' 시설은 되기 때문입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제18조에 "사용후핵연료의 관련 시설은 유치지역에 건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법에서 지정한 유치지원지역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있는 경주를 뜻합니다.

특별법에 따라 경주에는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 즉 고준위 폐기물을 두면 안 됩니다. 맥스터가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인 만큼 일부 주민들과 환경단체에는 당연히 관련 시설입니다. 이 조항을 근거로 맥스터 증설 결정은 법 위반이자 정부가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관계 시설은 됩니다. 〈원자력 안전법〉 제2조와 시행령 9조에는 "원자력발전소 안에 위치한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시설, 배출시설 및 저장시설"은 관계 시설로 규정돼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맥스터는 관계 시설이 되고, 추가 건설이 가능한 것이죠.

주민들이 반발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법은 명확해야 하는데, 정작 법은 엉성하게 만들어 두고, 관계 시설/관련 시설처럼 뭔가 말장난식 대처로 당장 어려움을 빠져나가려 한다고 것이죠.

원전 내부 시설물 모형원전 내부 시설물 모형

해답은 어디에?

경주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을 감안하면 맥스터 건설 일정이 빠듯하다는 점, 인정합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 논의는 꼼수로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는 국내 모든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 처리 방안을 논의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지난해 출범했습니다. 공론화와 합의를 통해 맥스터 건설은 물론, 중간처분시설, 최종처분시설의 필요성 여부와 입지까지 모두 결정한다는 겁니다.

만약 공론화를 통해 중간 처분장, 최종 처분장 위치가 결정된다면, 맥스터 증설에 반발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맥스터가 말 그대로 임시 보관 역할만 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중간, 최종 처분장 입지 결정 없이 맥스터만 늘어나면, 경주가 사용후핵연료 중간, 최종 처분 지역이 될 것이라는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해답은 기본에 있습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충분한 소통. 원전 이슈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아주 어려운 분야입니다. 특히 처분장 입지 결정에는 막대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됩니다. 꼼수와 말장난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입니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원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재검토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련 기관, 관계 기관들은 가시밭길을 걸을 준비가 돼 있을까요? 맥스터 증설을 둘러싼 논란은 시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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