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손 들어준 금융당국…“징벌 매각 권한 내에 있었지만 안 했다”

입력 2020.01.18 (07:13) 수정 2020.01.1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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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2012년 상황으로 가 보겠습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되자 시민사회와 금융 당국이 대립합니다.

시민사회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일괄매각, 즉 누군가에게 통째로 넘기지 못하게,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하도록 이른바 '징벌 매각'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당시 금융 당국은 그럴 법적 권한이 없다고 거부했고 론스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런데 한국 측 문서를 보면 놀랍게도 금융 당국이 징벌적 매각을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석혜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론스타는 자동으로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합니다.

금융 당국은 법에 따라 론스타에 51%의 외환은행 지분 중 의결권이 인정되는 10%를 뺀 나머지 41%를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론스타를 처벌하라."]

당시 시민사회에서는 이른바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합니다.

국내에서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주식 처분 명령을 내릴 때 조건을 달라는 겁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징벌적 매각이라 하면 뭐냐 하면 주식시장에서 팔아라. 그러면 이제 조금 저속한 표현으로 쪼가리, 쪼가리 이렇게 해서 팔 수밖에 없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에요."]

그렇게 되면 외환은행 주식을 일괄 매각하지 못하게 되고 최소한 일괄 매각으로 론스타가 챙기려고 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론스타의 편에 섰습니다.

[김석동/금융위원장/2011년 12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 "은행법에서는 구체적인 처분방식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어 적격성 심사 제도 등의 목적, 과거 국내외 유사 사례, 소액주주 등의 재산 피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방식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이후 하나은행과의 계약이 성사되면서 론스타는 주식값으로는 7천7백억 원의 손해를 봤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1조 2천억 원을 받았습니다.

[김득의/금융정의시민연대 대표 : "징벌적으로 내릴 수 있는 재량권을 안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론스타가 소송하게 되면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렸을 때 우리가 패소한다. 이거 금융위원회가 단순 매각명령을 내렸을 때의 근거였거든요."]

2년 뒤 중재판정부에 제출된 한국 정부의 입장은 180도 바뀝니다.

문서에서 한국 정부는 시민단체와 언론, 정치인들이 론스타를 “벌하도록” 요청했지만 금융위는 거부했다, 이어 징벌적 매각 명령이 법적 권한 내에 있었다고 서술합니다.

[권영국/민변 노동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 : "그때 그 금융위원회 쪽은 재량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항변을 했습니다. 근데 지금 서면에 재량이 있음에도 행사하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국민들을 참 바보로 만든 거죠."]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일괄매각하도록 허용한 당시 금융 당국의 처분이 론스타에 준 특혜라는 사실을 금융 당국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입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사실 그 부분을 읽고 깜짝 놀랐어요. 왜냐하면, 이것은 2011년에 그 논쟁이 심하게 붙었을 때 감독 당국이 취했던 180도 다른 얘기거든요. 좀 경멸하는 어조까지를 담아서 너희가 법을 몰라서 그렇고 이거는 이렇게밖에 할 수가 없는 거야, 이 바보들아. 약간 이런 뉘앙스까지 있었거든요."]

추경호 의원은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습니다.

[추경호 : "(그 당시 판단이 미숙했다거나 그렇게 생각하진 않으세요?) 취재를 그렇게 무슨 전제를 갖고 하시는 거는 맞지 않아요."]

어느 쪽이 거짓말인지, 론스타에 특혜를 준 것이 맞다면 1조 2천억 원의 국부유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석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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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스타 손 들어준 금융당국…“징벌 매각 권한 내에 있었지만 안 했다”
    • 입력 2020-01-18 07:15:35
    • 수정2020-01-18 07: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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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2012년 상황으로 가 보겠습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되자 시민사회와 금융 당국이 대립합니다.

시민사회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일괄매각, 즉 누군가에게 통째로 넘기지 못하게,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하도록 이른바 '징벌 매각'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당시 금융 당국은 그럴 법적 권한이 없다고 거부했고 론스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런데 한국 측 문서를 보면 놀랍게도 금융 당국이 징벌적 매각을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석혜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론스타는 자동으로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합니다.

금융 당국은 법에 따라 론스타에 51%의 외환은행 지분 중 의결권이 인정되는 10%를 뺀 나머지 41%를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론스타를 처벌하라."]

당시 시민사회에서는 이른바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합니다.

국내에서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주식 처분 명령을 내릴 때 조건을 달라는 겁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징벌적 매각이라 하면 뭐냐 하면 주식시장에서 팔아라. 그러면 이제 조금 저속한 표현으로 쪼가리, 쪼가리 이렇게 해서 팔 수밖에 없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에요."]

그렇게 되면 외환은행 주식을 일괄 매각하지 못하게 되고 최소한 일괄 매각으로 론스타가 챙기려고 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론스타의 편에 섰습니다.

[김석동/금융위원장/2011년 12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 "은행법에서는 구체적인 처분방식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어 적격성 심사 제도 등의 목적, 과거 국내외 유사 사례, 소액주주 등의 재산 피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방식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이후 하나은행과의 계약이 성사되면서 론스타는 주식값으로는 7천7백억 원의 손해를 봤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1조 2천억 원을 받았습니다.

[김득의/금융정의시민연대 대표 : "징벌적으로 내릴 수 있는 재량권을 안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론스타가 소송하게 되면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렸을 때 우리가 패소한다. 이거 금융위원회가 단순 매각명령을 내렸을 때의 근거였거든요."]

2년 뒤 중재판정부에 제출된 한국 정부의 입장은 180도 바뀝니다.

문서에서 한국 정부는 시민단체와 언론, 정치인들이 론스타를 “벌하도록” 요청했지만 금융위는 거부했다, 이어 징벌적 매각 명령이 법적 권한 내에 있었다고 서술합니다.

[권영국/민변 노동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 : "그때 그 금융위원회 쪽은 재량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항변을 했습니다. 근데 지금 서면에 재량이 있음에도 행사하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국민들을 참 바보로 만든 거죠."]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일괄매각하도록 허용한 당시 금융 당국의 처분이 론스타에 준 특혜라는 사실을 금융 당국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입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사실 그 부분을 읽고 깜짝 놀랐어요. 왜냐하면, 이것은 2011년에 그 논쟁이 심하게 붙었을 때 감독 당국이 취했던 180도 다른 얘기거든요. 좀 경멸하는 어조까지를 담아서 너희가 법을 몰라서 그렇고 이거는 이렇게밖에 할 수가 없는 거야, 이 바보들아. 약간 이런 뉘앙스까지 있었거든요."]

추경호 의원은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습니다.

[추경호 : "(그 당시 판단이 미숙했다거나 그렇게 생각하진 않으세요?) 취재를 그렇게 무슨 전제를 갖고 하시는 거는 맞지 않아요."]

어느 쪽이 거짓말인지, 론스타에 특혜를 준 것이 맞다면 1조 2천억 원의 국부유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석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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