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식의 건강365] 번개치듯 ‘콰광’, 뇌 MRI 찍어봐야 하나?…두통 Q&A

입력 2020.01.19 (08:00) 수정 2020.01.1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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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365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의 일요 건강이야기.

머리가 아프면 대부분 두통약 사 먹고 좋아집니다. 그런데 일반 두통약으로도 좋아지지 않은 원인 모를 두통도 많습니다. 이럴 땐 뇌를 찍어봐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서는데요. 오늘은 두통에 대해서 이광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Q&A로 짚어봅니다.

Q: 머리가 심하게 아플 때 뇌를 찍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A: 머리가 아파서 병원에 올 정도면 걱정돼서 오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환자뿐 아니라 의사도 환자의 뇌 안에 병이 있을까 봐 걱정하는 건 똑같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뇌 영상촬영이 꼭 필요한지 아닌지를 감별합니다. 그래서 머리 아프다고 다 찍는 건 아니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기준에 맞을 때만 찍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는 찍어야 하는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도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뇌 촬영을 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언제부터 아프셨습니까?" 물으면 "5년 됐어요, 10년 됐어요." 하면서 "뇌 촬영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불안하다면서 먼저 요청합니다. 하지만 5~10년 동안 똑같은 두통을 경험한 분이 촬영해서 이상이 발견될 가능성이 얼마 될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 기간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몇 년 된 만성 두통의 경우 오히려 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이처럼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두통은 뇌 안에 있을 수 있는 특정 질환(뇌출혈, 뇌종양 등)보다 편두통 같은 두통 질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뇌 영상촬영보다는 다른 쪽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Q: 그렇다면 정말 뇌 촬영을 해봐야 하는 두통은 어떤 경우인가요?

A: 뇌 안에 눈에 보일 정도의 병이 있다면 생명과 직결됩니다. 출혈이 있다거나 덩어리가 있다거나 염증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치료를 안 하면 환자분에게 장애가 생긴다거나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에 이런 질환이 의심될 때는 꼭 뇌를 찍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생전 두통이란 걸 겪어본 적이 없다가 나이 50대가 넘어 두통을 처음 경험한 경우는 찍어봐야 합니다. 또 갑자기 나타나는 '번개 두통'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천둥 치듯 번개 치듯 '콰광'한다고 많이 표현합니다. 갑자기 일생을 살면서 이렇게 아픈 두통은 처음이야! 그런 경우는 굉장히 위험한 신호입니다. 그래서 급작스럽게 번개 두통을 경험했다거나 50세 넘어서 첫 두통을 경험했으면 뇌 영상촬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고열과 구토가 있는 특정한 두통도 해당합니다. 특수한 경우이긴 하지만 이미 암을 진단받거나 에이즈를 진단받았는데 두통이 있다면 이 경우도 반드시 찍어봐야 합니다. 뇌로 암이 전이된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통이 있는데, 체중이 심하게 빠지는 등 여러 다양한 증상이 겹칠 땐 뇌 영상 검사를 반드시 하라고 권합니다.

Q: 두통은 있는데, 뇌 영상검사가 정상이면 안심해도 되는 건가요?

A; 두통이 있어 뇌 영상검사를 해보면 앞서 언급했듯이 뇌 안에 이상이 있어 심각한 경우는 1% 미만입니다. 99%는 뇌가 정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경우 비록 MRI, CT는 정상이지만 그 안에 여러 가지 화학변화와 우리 눈에 안 보이는 변화들이 일어나서 통증을 느낀다고 봐야 합니다. 그럴 때 고려하는 두통이 편두통이나 군집두통, 삼차 신경통 등을 고려합니다.

Q: 그러면 편두통은 머리 한쪽만 아픈 건가요?

A: 한쪽만 아픈 두통은 아닙니다. 편두통은 쉽게 얘기해서 최소 4시간 이상 3일까지 두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보통 아플 때 대개는 반나절 아니면 하루 정도입니다. 그래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반나절 또는 하루 정도 고생하는지 물어봐서 그렇다고 하면 편두통을 의심합니다.

또, 편두통이니까 한쪽만 아플 거라고 오해를 많이 하는데 실제 편두통 환자를 조사해 보면 '한쪽만 아파요.'라는 분은 절반 정도고 나머지는 양쪽 다 아프다고 말합니다.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동시에 아프기도 하고 그래서 아픈 부위가 한쪽이냐 양쪽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편두통의 중요한 특징은 일상생활에 내가 방해를 받는다는 겁니다. 두통이 있지만 내가 할 일을 다 할 정도면 가벼운 두통인데 이건 편두통 기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편두통이려면 일단 학교에 못 갑니다. 또, 직장을 못 나갑니다. 집안 일을 못합니다. 식사준비를 못 합니다. 아이를 돌보지 못합니다. 아프니까 방 안에 들어가서 누워야 합니다. 빛, 소리에 예민해 아프면 방에 들어가서 커튼을 치고 소리를 차단하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문을 잠그고 주무십니다. 자고 나면 많이 좋아집니다. 편두통의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게다가 구역질이 동반돼 토하기도 합니다. 위장장애까지 어우러지는 아주 복합적인 두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편두통은 '전신질환의 두통'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단순히 머리 아픈 게 아니고 정말 환자분들은 괴롭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합니다.

Q: 그러면 군집두통은 무엇입니까?

A: 군집두통은 편두통에 비해서 한쪽을 주로 호소하는 특이한 두통입니다. 게다가 예전에는 군집두통을 '자살 두통'이라고 외국에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환자분들이 너무 괴로우니까 자기 머리를 벽에 찧는 것 같다거나 송곳으로 눈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두통과 함께 아플 때 보니까 한쪽 눈이 빨갛게 충혈되면서 눈도 작아지는 것 같고 분비물이 한쪽 눈하고 코에서 흐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괴로운 두통이 2~3시간 있다가 없어지는 겁니다. 그러다가 조금 있다가 또 나타나며 반복됩니다. 그래서 환자 입장에선 그런 두통을 경험하면 너무 끔찍하고 내 안에 분명 뭔가 있을 거라는 오해도 많이 합니다.

Q: 편두통과 군집두통 잘 오는 사람들이 있나요?

A: 주로 편두통이 잘 오는 사람은 20~30대 여성입니다. 여성호르몬과 너무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게 또 편두통입니다. 월경 때만 아픈 것을 월경성 두통이라고 부를 정도로 생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또 폐경이 되면 편두통이 굉장히 많이 좋아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반면 군집두통은 오히려 남자분들이 많이 경험합니다. 술 마시고 특히 적색 포도주를 먹고 잤는데 새벽에 2~3시에 너무 심한 두통 때문에 잠을 깨서 괴로워하는 게 특징적입니다.

(좌)이광수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우)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좌)이광수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우)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Q: 두통이 있을 때 쉽게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는데요. 나중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나요?

A: 두통약이 실제로 듣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약국 가서 약을 사 먹었는데 점점 반응이 없는 거죠. 처음엔 듣다가 나중엔 안 듣는 겁니다. 두통이 더 세져서 약물의 힘을 이긴다고 표현합니다.

이럴 때는 편두통 전문치료제를 쓰면 굉장히 많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 해결이 안 되는 편두통의 경우 진료를 받고 전문의약품을 적절히 사용하면 편두통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에 오는 게 귀찮거나 무서워서 본인이 임으로 약을 사 먹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자꾸 약의 알 수가 늘어납니다. 옛날에는 1~2알 복용하던 분이 병원에 오셔서 이제는 하루에 18~20알 먹는다고 말씀하는 분도 있습니다.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소량으로 약이 듣지 않으면 빨리 전문가를 만나는 게 안전한 방법입니다.

Q: 앞서 편두통하고 군집두통을 나누는 건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입니까?

A: 네, 그렇습니다. 발생기전도 전혀 다르고 치료법도 다릅니다. 군집두통인 경우 일반 두통약이 도움되지 않습니다. 일반 진통소염제로는 거의 듣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군집두통에 쓰는 특수 약물들이 따로 있습니다. 약물이 아니더라도 군집두통에 도움이 되는 게 산소입니다. 산소를 흡입시켰을 때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게 군집두통의 특징입니다.

Q: 두통이 있을 때 끈으로 머리를 묶어주거나 관자놀이를 눌러주는 게 도움이 될까요?

A: 개인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의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두통이 있을 때 약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해볼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따져보려면 먼저 두통을 유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해봐야 합니다.

두통과 가장 연관이 많은 게 바로 수면입니다. 수면 부족, 수면 과다가 가장 대표적인데요. 그래서 '일요일 아침 두통'이라는 재미있는 명칭도 있습니다. 평소 바쁘게 생활하다가 일요일에 잠을 몰아서 많이 잡니다. 지나치게 많이 자니까 두통 때문에 욱신욱신해서 잠을 깨게 되는 현상입니다. 이런 경우 커피하고도 연관이 깊습니다. 평소 커피를 마시며 잠이 부족한 상태로 생활하다가 주말에 한꺼번에 많이 잠을 자고 커피도 건너뛰면서 수면 과다와 카페인 금단이 같이 겹쳐 편두통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수면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중요한 게 스트레스하고 식사습관이 두통과 밀접합니다.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두통이 잘 생기고 또 불규칙한 식사를 하거나 식사를 건너뛰면 공복 상태에서 두통이 잘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면과 스트레스, 식습관을 바로 잡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운동을 권유합니다.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와 식사습관, 수면을 좋게 바꿔주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운동을 통해서 생활습관을 교정만 해도 편두통 발생률은 많이 좋아집니다.

※박광식의 '건강365', 더 자세한 내용은 KBS 라디오, KBS 홈페이지, KBS 콩, 유튜브, 팟캐스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명: KBS 건강365
▶ 진행: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 출연: 이광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 방송일시: 2020.1.19(일)
: 오전 5시~(KBS 1라디오 FM 97.3MHz)
: 오전 8시~(KBS 3라디오 FM 104.9MHz)
: 오후 4시~(KBS 3라디오 FM 104.9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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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광식의 건강365] 번개치듯 ‘콰광’, 뇌 MRI 찍어봐야 하나?…두통 Q&A
    • 입력 2020-01-19 08:00:23
    • 수정2020-01-19 08:14:17
    박광식의 건강 365
건강365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의 일요 건강이야기.

머리가 아프면 대부분 두통약 사 먹고 좋아집니다. 그런데 일반 두통약으로도 좋아지지 않은 원인 모를 두통도 많습니다. 이럴 땐 뇌를 찍어봐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서는데요. 오늘은 두통에 대해서 이광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Q&A로 짚어봅니다.

Q: 머리가 심하게 아플 때 뇌를 찍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A: 머리가 아파서 병원에 올 정도면 걱정돼서 오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환자뿐 아니라 의사도 환자의 뇌 안에 병이 있을까 봐 걱정하는 건 똑같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뇌 영상촬영이 꼭 필요한지 아닌지를 감별합니다. 그래서 머리 아프다고 다 찍는 건 아니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기준에 맞을 때만 찍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는 찍어야 하는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도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뇌 촬영을 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언제부터 아프셨습니까?" 물으면 "5년 됐어요, 10년 됐어요." 하면서 "뇌 촬영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불안하다면서 먼저 요청합니다. 하지만 5~10년 동안 똑같은 두통을 경험한 분이 촬영해서 이상이 발견될 가능성이 얼마 될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 기간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몇 년 된 만성 두통의 경우 오히려 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이처럼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두통은 뇌 안에 있을 수 있는 특정 질환(뇌출혈, 뇌종양 등)보다 편두통 같은 두통 질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뇌 영상촬영보다는 다른 쪽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Q: 그렇다면 정말 뇌 촬영을 해봐야 하는 두통은 어떤 경우인가요?

A: 뇌 안에 눈에 보일 정도의 병이 있다면 생명과 직결됩니다. 출혈이 있다거나 덩어리가 있다거나 염증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치료를 안 하면 환자분에게 장애가 생긴다거나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에 이런 질환이 의심될 때는 꼭 뇌를 찍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생전 두통이란 걸 겪어본 적이 없다가 나이 50대가 넘어 두통을 처음 경험한 경우는 찍어봐야 합니다. 또 갑자기 나타나는 '번개 두통'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천둥 치듯 번개 치듯 '콰광'한다고 많이 표현합니다. 갑자기 일생을 살면서 이렇게 아픈 두통은 처음이야! 그런 경우는 굉장히 위험한 신호입니다. 그래서 급작스럽게 번개 두통을 경험했다거나 50세 넘어서 첫 두통을 경험했으면 뇌 영상촬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고열과 구토가 있는 특정한 두통도 해당합니다. 특수한 경우이긴 하지만 이미 암을 진단받거나 에이즈를 진단받았는데 두통이 있다면 이 경우도 반드시 찍어봐야 합니다. 뇌로 암이 전이된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통이 있는데, 체중이 심하게 빠지는 등 여러 다양한 증상이 겹칠 땐 뇌 영상 검사를 반드시 하라고 권합니다.

Q: 두통은 있는데, 뇌 영상검사가 정상이면 안심해도 되는 건가요?

A; 두통이 있어 뇌 영상검사를 해보면 앞서 언급했듯이 뇌 안에 이상이 있어 심각한 경우는 1% 미만입니다. 99%는 뇌가 정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경우 비록 MRI, CT는 정상이지만 그 안에 여러 가지 화학변화와 우리 눈에 안 보이는 변화들이 일어나서 통증을 느낀다고 봐야 합니다. 그럴 때 고려하는 두통이 편두통이나 군집두통, 삼차 신경통 등을 고려합니다.

Q: 그러면 편두통은 머리 한쪽만 아픈 건가요?

A: 한쪽만 아픈 두통은 아닙니다. 편두통은 쉽게 얘기해서 최소 4시간 이상 3일까지 두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보통 아플 때 대개는 반나절 아니면 하루 정도입니다. 그래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반나절 또는 하루 정도 고생하는지 물어봐서 그렇다고 하면 편두통을 의심합니다.

또, 편두통이니까 한쪽만 아플 거라고 오해를 많이 하는데 실제 편두통 환자를 조사해 보면 '한쪽만 아파요.'라는 분은 절반 정도고 나머지는 양쪽 다 아프다고 말합니다.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동시에 아프기도 하고 그래서 아픈 부위가 한쪽이냐 양쪽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편두통의 중요한 특징은 일상생활에 내가 방해를 받는다는 겁니다. 두통이 있지만 내가 할 일을 다 할 정도면 가벼운 두통인데 이건 편두통 기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편두통이려면 일단 학교에 못 갑니다. 또, 직장을 못 나갑니다. 집안 일을 못합니다. 식사준비를 못 합니다. 아이를 돌보지 못합니다. 아프니까 방 안에 들어가서 누워야 합니다. 빛, 소리에 예민해 아프면 방에 들어가서 커튼을 치고 소리를 차단하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문을 잠그고 주무십니다. 자고 나면 많이 좋아집니다. 편두통의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게다가 구역질이 동반돼 토하기도 합니다. 위장장애까지 어우러지는 아주 복합적인 두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편두통은 '전신질환의 두통'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단순히 머리 아픈 게 아니고 정말 환자분들은 괴롭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합니다.

Q: 그러면 군집두통은 무엇입니까?

A: 군집두통은 편두통에 비해서 한쪽을 주로 호소하는 특이한 두통입니다. 게다가 예전에는 군집두통을 '자살 두통'이라고 외국에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환자분들이 너무 괴로우니까 자기 머리를 벽에 찧는 것 같다거나 송곳으로 눈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두통과 함께 아플 때 보니까 한쪽 눈이 빨갛게 충혈되면서 눈도 작아지는 것 같고 분비물이 한쪽 눈하고 코에서 흐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괴로운 두통이 2~3시간 있다가 없어지는 겁니다. 그러다가 조금 있다가 또 나타나며 반복됩니다. 그래서 환자 입장에선 그런 두통을 경험하면 너무 끔찍하고 내 안에 분명 뭔가 있을 거라는 오해도 많이 합니다.

Q: 편두통과 군집두통 잘 오는 사람들이 있나요?

A: 주로 편두통이 잘 오는 사람은 20~30대 여성입니다. 여성호르몬과 너무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게 또 편두통입니다. 월경 때만 아픈 것을 월경성 두통이라고 부를 정도로 생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또 폐경이 되면 편두통이 굉장히 많이 좋아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반면 군집두통은 오히려 남자분들이 많이 경험합니다. 술 마시고 특히 적색 포도주를 먹고 잤는데 새벽에 2~3시에 너무 심한 두통 때문에 잠을 깨서 괴로워하는 게 특징적입니다.

(좌)이광수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우)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Q: 두통이 있을 때 쉽게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는데요. 나중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나요?

A: 두통약이 실제로 듣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약국 가서 약을 사 먹었는데 점점 반응이 없는 거죠. 처음엔 듣다가 나중엔 안 듣는 겁니다. 두통이 더 세져서 약물의 힘을 이긴다고 표현합니다.

이럴 때는 편두통 전문치료제를 쓰면 굉장히 많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 해결이 안 되는 편두통의 경우 진료를 받고 전문의약품을 적절히 사용하면 편두통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에 오는 게 귀찮거나 무서워서 본인이 임으로 약을 사 먹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자꾸 약의 알 수가 늘어납니다. 옛날에는 1~2알 복용하던 분이 병원에 오셔서 이제는 하루에 18~20알 먹는다고 말씀하는 분도 있습니다.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소량으로 약이 듣지 않으면 빨리 전문가를 만나는 게 안전한 방법입니다.

Q: 앞서 편두통하고 군집두통을 나누는 건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입니까?

A: 네, 그렇습니다. 발생기전도 전혀 다르고 치료법도 다릅니다. 군집두통인 경우 일반 두통약이 도움되지 않습니다. 일반 진통소염제로는 거의 듣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군집두통에 쓰는 특수 약물들이 따로 있습니다. 약물이 아니더라도 군집두통에 도움이 되는 게 산소입니다. 산소를 흡입시켰을 때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게 군집두통의 특징입니다.

Q: 두통이 있을 때 끈으로 머리를 묶어주거나 관자놀이를 눌러주는 게 도움이 될까요?

A: 개인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의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두통이 있을 때 약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해볼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따져보려면 먼저 두통을 유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해봐야 합니다.

두통과 가장 연관이 많은 게 바로 수면입니다. 수면 부족, 수면 과다가 가장 대표적인데요. 그래서 '일요일 아침 두통'이라는 재미있는 명칭도 있습니다. 평소 바쁘게 생활하다가 일요일에 잠을 몰아서 많이 잡니다. 지나치게 많이 자니까 두통 때문에 욱신욱신해서 잠을 깨게 되는 현상입니다. 이런 경우 커피하고도 연관이 깊습니다. 평소 커피를 마시며 잠이 부족한 상태로 생활하다가 주말에 한꺼번에 많이 잠을 자고 커피도 건너뛰면서 수면 과다와 카페인 금단이 같이 겹쳐 편두통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수면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중요한 게 스트레스하고 식사습관이 두통과 밀접합니다.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두통이 잘 생기고 또 불규칙한 식사를 하거나 식사를 건너뛰면 공복 상태에서 두통이 잘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면과 스트레스, 식습관을 바로 잡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운동을 권유합니다.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와 식사습관, 수면을 좋게 바꿔주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운동을 통해서 생활습관을 교정만 해도 편두통 발생률은 많이 좋아집니다.

※박광식의 '건강365', 더 자세한 내용은 KBS 라디오, KBS 홈페이지, KBS 콩, 유튜브, 팟캐스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명: KBS 건강365
▶ 진행: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 출연: 이광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 방송일시: 2020.1.19(일)
: 오전 5시~(KBS 1라디오 FM 97.3MHz)
: 오전 8시~(KBS 3라디오 FM 104.9MHz)
: 오후 4시~(KBS 3라디오 FM 104.9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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