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공소장 보니…참여정부 인사들의 ‘유재수 구하기’

입력 2020.01.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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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위법하게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지난 17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가 국회에 제출한 조 전 수석의 공소장에는 유재수 씨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키기 위해 여권과 청와대 인사들이 어떻게 '구명운동'을 벌여왔는지, 또 이러한 청탁이 어떻게 '감찰 중단'에 영향을 미쳤는지 적시돼 있습니다.

친문인사 '전방위 구명운동'…"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고생한 사람"

유재수 씨는 청와대 감찰을 받기 시작한 시점부터 평소 친분이 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에게 수시로 연락해 구명운동을 벌였습니다.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 때문에 보수정권에서 제대로 된 보직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됐는데 갑자기 감찰을 받게 돼 억울하다",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해달라"는 취지였죠.

이런 청탁을 받은 김경수 지사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 "지금 감찰을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잘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예 백원우 전 비서관에게 연락해 유재수 씨에 대한 감찰 진행 상황을 파악한 다음, 유 씨에게 "금융정책국장 자리를 계속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답을 주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도 평소 업무적 접촉이 잦았던 백원우 전 비서관과 유재수 씨 감찰 건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사람으로 나와도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천경득 행정관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만나 "참여정부에서도 근무한 유재수를 왜 감찰하느냐",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재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유 씨에 대한 감찰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천 행정관은 과거 유재수 씨와 금융위 고위직 인사 문제를 협의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유재수를 봐주는 건 어떻겠냐"…백원우는 공범·박형철은 피해자?

친문 인사들의 이러한 전방위 청탁의 창구는 유 씨에 대한 감찰을 담당하고 있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이 아니라 평소 친분이 있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었습니다.

백 전 비서관은 급기야 박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를 봐주는 건 어떻겠냐"는 취지로 제안했지만 한 차례 거절당했습니다. 그러자 얼마 후 다시 "유재수의 사표만 받고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박형철 전 비서관은 재차 "감찰을 계속해야 하고 수사 의뢰까지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부정적 답변을 내놓았다고 공소장에는 나와 있습니다.

백 전 비서관은 감찰 중단이 결정된 뒤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기획재정부 제1차관)에게 이를 직접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담당 비서관인 박형철 전 비서관이 맡아야 할 역할이었습니다.

백 전 비서관은 구체적인 비위 사실은 알려주지 않은 채 "유재수 비위에 대해 청와대의 감찰이 있었는데, 대부분 클리어되었고 일부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만 있으니 인사에 참고하라"는 취지만 전달했다고 합니다.

김용범 전 부위원장은 백 전 비서관에게 "비위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문의했지만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 전 부위원장이 청와대 감찰까지 받았던 유 씨를 국회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추천해도 되는지 백 전 비서관에게 문의하자, 백 전 비서관은 "민정은 이견이 없다"고 통보해 이를 허용했습니다.

결국 유재수 씨는 2018년 3월,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기 위한 절차로서 금융위를 명예퇴직하며 퇴직금 1억 2천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백 전 비서관을 '공범'으로 보고 있는 검찰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수석을 기소하면서 "다른 관여자들에 대한 공범 여부는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한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소 4차례 보고받은 조국…유재수 감찰은 '없었던 것처럼'?

검찰은 조국 전 수석이 최소 4차례에 걸쳐 감찰 내용을 보고받으며 이 모든 과정을 충분히 파악한 뒤, 민정수석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해 유재수 씨에 대한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 전 수석 자신도 직접 참여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유재수 씨 감찰에 대한 문의를 받는 상황에서, 백원우 전 비서관에게 각종 청탁 내용과 "정권 초기에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유재수의 비위가 크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의견까지 전달받게 되자 무마를 결심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이 당시 유재수 씨의 금융위 국장 자리 사직 의사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직처리를 내세워 특감반의 감찰을 중단시키고 기왕의 감찰은 없었던 것처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주장합니다.

조 전 수석은 결국 2017년 12월 초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계속 진행하거나 수사 의뢰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박형철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가 사표를 낸다고 하니 감찰을 더 할 필요가 없다"며 감찰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정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조 전 수석은 기소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감찰 종료 후 보고를 받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치를 결정한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해서 (법정에서) 그 허구성을 밝히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재수 씨 감찰 중단 과정에 어떤 청탁이 오갔고 어떤 영향력이 작용했는지,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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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공소장 보니…참여정부 인사들의 ‘유재수 구하기’
    • 입력 2020-01-20 14:19:35
    취재K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위법하게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지난 17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가 국회에 제출한 조 전 수석의 공소장에는 유재수 씨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키기 위해 여권과 청와대 인사들이 어떻게 '구명운동'을 벌여왔는지, 또 이러한 청탁이 어떻게 '감찰 중단'에 영향을 미쳤는지 적시돼 있습니다.

친문인사 '전방위 구명운동'…"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고생한 사람"

유재수 씨는 청와대 감찰을 받기 시작한 시점부터 평소 친분이 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에게 수시로 연락해 구명운동을 벌였습니다.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 때문에 보수정권에서 제대로 된 보직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됐는데 갑자기 감찰을 받게 돼 억울하다",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해달라"는 취지였죠.

이런 청탁을 받은 김경수 지사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 "지금 감찰을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잘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예 백원우 전 비서관에게 연락해 유재수 씨에 대한 감찰 진행 상황을 파악한 다음, 유 씨에게 "금융정책국장 자리를 계속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답을 주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도 평소 업무적 접촉이 잦았던 백원우 전 비서관과 유재수 씨 감찰 건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사람으로 나와도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천경득 행정관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만나 "참여정부에서도 근무한 유재수를 왜 감찰하느냐",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재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유 씨에 대한 감찰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천 행정관은 과거 유재수 씨와 금융위 고위직 인사 문제를 협의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유재수를 봐주는 건 어떻겠냐"…백원우는 공범·박형철은 피해자?

친문 인사들의 이러한 전방위 청탁의 창구는 유 씨에 대한 감찰을 담당하고 있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이 아니라 평소 친분이 있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었습니다.

백 전 비서관은 급기야 박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를 봐주는 건 어떻겠냐"는 취지로 제안했지만 한 차례 거절당했습니다. 그러자 얼마 후 다시 "유재수의 사표만 받고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박형철 전 비서관은 재차 "감찰을 계속해야 하고 수사 의뢰까지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부정적 답변을 내놓았다고 공소장에는 나와 있습니다.

백 전 비서관은 감찰 중단이 결정된 뒤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기획재정부 제1차관)에게 이를 직접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담당 비서관인 박형철 전 비서관이 맡아야 할 역할이었습니다.

백 전 비서관은 구체적인 비위 사실은 알려주지 않은 채 "유재수 비위에 대해 청와대의 감찰이 있었는데, 대부분 클리어되었고 일부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만 있으니 인사에 참고하라"는 취지만 전달했다고 합니다.

김용범 전 부위원장은 백 전 비서관에게 "비위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문의했지만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 전 부위원장이 청와대 감찰까지 받았던 유 씨를 국회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추천해도 되는지 백 전 비서관에게 문의하자, 백 전 비서관은 "민정은 이견이 없다"고 통보해 이를 허용했습니다.

결국 유재수 씨는 2018년 3월,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기 위한 절차로서 금융위를 명예퇴직하며 퇴직금 1억 2천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백 전 비서관을 '공범'으로 보고 있는 검찰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수석을 기소하면서 "다른 관여자들에 대한 공범 여부는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한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소 4차례 보고받은 조국…유재수 감찰은 '없었던 것처럼'?

검찰은 조국 전 수석이 최소 4차례에 걸쳐 감찰 내용을 보고받으며 이 모든 과정을 충분히 파악한 뒤, 민정수석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해 유재수 씨에 대한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 전 수석 자신도 직접 참여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유재수 씨 감찰에 대한 문의를 받는 상황에서, 백원우 전 비서관에게 각종 청탁 내용과 "정권 초기에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유재수의 비위가 크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의견까지 전달받게 되자 무마를 결심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이 당시 유재수 씨의 금융위 국장 자리 사직 의사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직처리를 내세워 특감반의 감찰을 중단시키고 기왕의 감찰은 없었던 것처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주장합니다.

조 전 수석은 결국 2017년 12월 초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계속 진행하거나 수사 의뢰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박형철 전 비서관에게 "유재수가 사표를 낸다고 하니 감찰을 더 할 필요가 없다"며 감찰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정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조 전 수석은 기소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감찰 종료 후 보고를 받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치를 결정한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해서 (법정에서) 그 허구성을 밝히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재수 씨 감찰 중단 과정에 어떤 청탁이 오갔고 어떤 영향력이 작용했는지,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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