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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한국과 가치 공유”…아베의 속내는?
입력 2020.01.20 (17:29) 취재K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늘 국회에서 한해 국정 방침을 밝히는 연설을 했습니다. 관심은 한국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아베 총리는 강제동원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자 지난해 연설 땐 한국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한국을 두 차례 언급하면서,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표현을 6년 만에 다시 사용했습니다.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나라'라는 표현도 3년 만에 다시 썼습니다. 다만 "나라와 나라 사이의 약속을 지키길 기대한다"면서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일 청구권 협정을 지키라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베 총리, 6년 만에 "한국과 가치 공유" 언급

아베 총리는 오늘 시정 연설에서 "한국은 원래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2012년 말 집권한 아베 총리는 2013년과 2014년 시정 연설에서 한국을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표현했습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공유한다는 의미로, 중요성을 부여한 외교적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로 갈등이 심화된 2015년에는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만 남겨뒀습니다.

그러다 북한의 도발이 이어진 2016년과 2017년엔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표현을 또 바꿨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안보 공조 필요성을 강조한 표현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8년부터는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나라"라는 표현도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이 나온 2019년 연설에선 아예 한국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올해 6년 만에,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이란 표현을 다시 사용한 겁니다. 다만 전에 없던 "원래"라는 표현을 추가로 사용함으로써, 조건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2019년 12월 24일 한일 정상회담2019년 12월 24일 한일 정상회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는 긍정적"

다만 6년 만에 이 표현을 다시 사용했다는 점, 또 중국, 러시아보다 한국을 앞서 언급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아베 총리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우세합니다.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과거에 안 쓴 표현을 다시 씀으로써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원래'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다시 '기본적 가치 공유' 표현이 들어간 건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아베 총리가 인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역시 "아베 총리가 정권 임기 후반에 외교적 성과 전무한 상태에서, 미·일 동맹, 한미일 안보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제동원 문제에 기존 입장 고수…실질적 관계 개선엔 한계"

아베 총리는 전반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는 드러냈지만,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선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지켜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한국이 한일 청구권 협정을 지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해법을 내놓으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도 함께 해법을 찾아보자"고 했지만, 다시 한 번 한일 청구권 협정을 강조함으로써 공을 한국에 넘긴 겁니다. 일본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양기호 교수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인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가 진행되면, 한일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나중에 한일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일본 입장에서는 일단 명분을 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본은 오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을 통해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는 억지 주장을 반복했는데, 이 역시 한일 관계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오늘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일본 외무상이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또다시 부당한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아베 일본 총리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아베 일본 총리

북일 관계 개선 의지…실현 가능성은 '글쎄'

아베 총리는 또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북·일 평양선언에 바탕을 두고 북한과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조건 없는 대화도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조건을 붙이지 않고 나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할 결의다"라고 한 겁니다.

북한의 응답이 관건인데,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입니다. 신각수 전 대사는 "북한 관계는 대화가 열려있다는 입장은 유지했는데, 현실적으로는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작다"면서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이 일본으로부터 원하는 걸 받을 수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 6년 만에 “한국과 가치 공유”…아베의 속내는?
    • 입력 2020-01-20 17:29:41
    취재K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늘 국회에서 한해 국정 방침을 밝히는 연설을 했습니다. 관심은 한국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아베 총리는 강제동원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자 지난해 연설 땐 한국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한국을 두 차례 언급하면서,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표현을 6년 만에 다시 사용했습니다.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나라'라는 표현도 3년 만에 다시 썼습니다. 다만 "나라와 나라 사이의 약속을 지키길 기대한다"면서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일 청구권 협정을 지키라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베 총리, 6년 만에 "한국과 가치 공유" 언급

아베 총리는 오늘 시정 연설에서 "한국은 원래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2012년 말 집권한 아베 총리는 2013년과 2014년 시정 연설에서 한국을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표현했습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공유한다는 의미로, 중요성을 부여한 외교적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로 갈등이 심화된 2015년에는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만 남겨뒀습니다.

그러다 북한의 도발이 이어진 2016년과 2017년엔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표현을 또 바꿨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안보 공조 필요성을 강조한 표현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8년부터는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나라"라는 표현도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이 나온 2019년 연설에선 아예 한국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올해 6년 만에,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이란 표현을 다시 사용한 겁니다. 다만 전에 없던 "원래"라는 표현을 추가로 사용함으로써, 조건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2019년 12월 24일 한일 정상회담2019년 12월 24일 한일 정상회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는 긍정적"

다만 6년 만에 이 표현을 다시 사용했다는 점, 또 중국, 러시아보다 한국을 앞서 언급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아베 총리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우세합니다.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과거에 안 쓴 표현을 다시 씀으로써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원래'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다시 '기본적 가치 공유' 표현이 들어간 건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아베 총리가 인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역시 "아베 총리가 정권 임기 후반에 외교적 성과 전무한 상태에서, 미·일 동맹, 한미일 안보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제동원 문제에 기존 입장 고수…실질적 관계 개선엔 한계"

아베 총리는 전반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는 드러냈지만,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선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지켜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한국이 한일 청구권 협정을 지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해법을 내놓으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도 함께 해법을 찾아보자"고 했지만, 다시 한 번 한일 청구권 협정을 강조함으로써 공을 한국에 넘긴 겁니다. 일본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양기호 교수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인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가 진행되면, 한일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나중에 한일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일본 입장에서는 일단 명분을 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본은 오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을 통해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는 억지 주장을 반복했는데, 이 역시 한일 관계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오늘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일본 외무상이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또다시 부당한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아베 일본 총리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아베 일본 총리

북일 관계 개선 의지…실현 가능성은 '글쎄'

아베 총리는 또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북·일 평양선언에 바탕을 두고 북한과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조건 없는 대화도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조건을 붙이지 않고 나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할 결의다"라고 한 겁니다.

북한의 응답이 관건인데,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입니다. 신각수 전 대사는 "북한 관계는 대화가 열려있다는 입장은 유지했는데, 현실적으로는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작다"면서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이 일본으로부터 원하는 걸 받을 수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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