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선언’ 임종석의 정계복귀 가능성은?

입력 2020.01.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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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이 오랜만에 여의도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강·정책 연설자로 나서면서입니다.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는, 정계 은퇴 선언으로까지 읽히는 입장 발표 이후 두 달여 만의 첫 공식 행보입니다.

사실상의 정계 복귀 신호탄이 아닌가,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그런데, 임 전 실장은 연설 첫머리에서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후에는 산에도 많이 다니고 요리도 하고"라며 굳이 '총선 불출마' 얘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정계에 복귀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이런 얘기, 다시 상기시킬 필요 없었을 것입니다.

임 전 실장이 계속 호명되는 이유, 또 복귀 가능성, 어떻게 봐야 할까요?


"총선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당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임 전 실장의 정강·정책 연설을 정계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인사로 임 전 실장과도 친분이 있는 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정강·정책 연설과 임 전 실장의 정계복귀를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강·정책 연설은 당 정책위원회 등에서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고, 지도부에는 보고만 했다는 것입니다.

임 전 실장 또한 처음에는 연설자로 나서는 것을 고민했는데, 제도권 정치를 떠나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고 한 만큼 정부와 당의 통일정책을 알려달라는 설득 끝에 이를 수락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정강정책 연설은 '일회성 이벤트'로 봐야 할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연설과는 별개로 최근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임 전 실장을 직접 비공개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번 총선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임 전 실장이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전 실장은 그 자리에서 명확한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물밑에서 움직이던 것과 달리, 연설 이후 공개적인 '복귀 요청'을 시작했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오늘(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 관련 질문에 "당을 완전히 떠나신 건 아닌가 싶다"면서 "제가 모시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당의 많은 사람들, 지지자들이 임 전 실장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임 전 실장은 여전히 당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지도부가 설득 중이니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불출마 선언 번복할까?..임종석의 선택은?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임 전 실장과 최근에도 술자리 등에서 만났다"면서 "정계 복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불출마하겠다고 선언을 했는데, 그것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또 다른 의원도 "의중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불출마 선언이 깊은 고민, 근본적인 고민 끝에 나왔던 만큼 당 지도부가 이를 되돌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안팎의 설득에도 임 전 실장이 아직 확답을 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닿아있을 것입니다.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겠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 꿈이자 소명인 그 일(통일운동)을 이제는 민간영역에서 펼쳐보려 한다". 지난해 11월 이같이 선언했는데, 불과 두 달 만에 당이 요청한다고 해서 바로 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지난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당 안팎에서는 임 전 실장의 정강·정책 연설에 담긴 내용이 바로 그 '명분'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합니다.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은 지속됐지만, 지금은 잠시 멈춰 서 있습니다.", "정부를 믿고 대통령을 응원해주신다면 우리는 반드시 새로운 길을 찾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하는 민주당은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평화경제를 장착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임 전 실장이 이야기하는 '평화 경제', '한반도 신(新) 경제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의 입법적 뒷받침이 필수입니다. 국회에 들어가 직접 이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정계 복귀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불출마 번복에 대한 비난 여론과 최근 이른바 '울산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점은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TV 연설 한 번으로 정계 복귀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갈 정도로 정치인 임종석이 가진 정치적 자산은 적지 않습니다. 당내 분위기 일신, 총선 흥행, 청와대와의 가교 역할 등 '임종석 카드'로 민주당은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정계 복귀를 전제로, 전략공천지역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출마지역이 당내에서 거론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측근 인사의 말처럼 "정치인의 불출마는 전적으로 본인의 결심이듯, 출마 또한 본인의 결정"입니다. 임 전 실장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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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출마 선언’ 임종석의 정계복귀 가능성은?
    • 입력 2020-01-22 14:04:17
    취재K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이 오랜만에 여의도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강·정책 연설자로 나서면서입니다.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는, 정계 은퇴 선언으로까지 읽히는 입장 발표 이후 두 달여 만의 첫 공식 행보입니다.

사실상의 정계 복귀 신호탄이 아닌가,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그런데, 임 전 실장은 연설 첫머리에서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후에는 산에도 많이 다니고 요리도 하고"라며 굳이 '총선 불출마' 얘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정계에 복귀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이런 얘기, 다시 상기시킬 필요 없었을 것입니다.

임 전 실장이 계속 호명되는 이유, 또 복귀 가능성, 어떻게 봐야 할까요?


"총선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당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임 전 실장의 정강·정책 연설을 정계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인사로 임 전 실장과도 친분이 있는 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정강·정책 연설과 임 전 실장의 정계복귀를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강·정책 연설은 당 정책위원회 등에서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고, 지도부에는 보고만 했다는 것입니다.

임 전 실장 또한 처음에는 연설자로 나서는 것을 고민했는데, 제도권 정치를 떠나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고 한 만큼 정부와 당의 통일정책을 알려달라는 설득 끝에 이를 수락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정강정책 연설은 '일회성 이벤트'로 봐야 할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연설과는 별개로 최근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임 전 실장을 직접 비공개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번 총선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임 전 실장이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전 실장은 그 자리에서 명확한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물밑에서 움직이던 것과 달리, 연설 이후 공개적인 '복귀 요청'을 시작했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오늘(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 관련 질문에 "당을 완전히 떠나신 건 아닌가 싶다"면서 "제가 모시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당의 많은 사람들, 지지자들이 임 전 실장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임 전 실장은 여전히 당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지도부가 설득 중이니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불출마 선언 번복할까?..임종석의 선택은?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임 전 실장과 최근에도 술자리 등에서 만났다"면서 "정계 복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불출마하겠다고 선언을 했는데, 그것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또 다른 의원도 "의중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불출마 선언이 깊은 고민, 근본적인 고민 끝에 나왔던 만큼 당 지도부가 이를 되돌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안팎의 설득에도 임 전 실장이 아직 확답을 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닿아있을 것입니다.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겠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 꿈이자 소명인 그 일(통일운동)을 이제는 민간영역에서 펼쳐보려 한다". 지난해 11월 이같이 선언했는데, 불과 두 달 만에 당이 요청한다고 해서 바로 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지난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당 안팎에서는 임 전 실장의 정강·정책 연설에 담긴 내용이 바로 그 '명분'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합니다.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은 지속됐지만, 지금은 잠시 멈춰 서 있습니다.", "정부를 믿고 대통령을 응원해주신다면 우리는 반드시 새로운 길을 찾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하는 민주당은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평화경제를 장착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임 전 실장이 이야기하는 '평화 경제', '한반도 신(新) 경제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의 입법적 뒷받침이 필수입니다. 국회에 들어가 직접 이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정계 복귀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불출마 번복에 대한 비난 여론과 최근 이른바 '울산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점은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TV 연설 한 번으로 정계 복귀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갈 정도로 정치인 임종석이 가진 정치적 자산은 적지 않습니다. 당내 분위기 일신, 총선 흥행, 청와대와의 가교 역할 등 '임종석 카드'로 민주당은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정계 복귀를 전제로, 전략공천지역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출마지역이 당내에서 거론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측근 인사의 말처럼 "정치인의 불출마는 전적으로 본인의 결심이듯, 출마 또한 본인의 결정"입니다. 임 전 실장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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