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말리는 상사와 술자리 갖다 사고사…법원 “업무상 재해”

입력 2020.01.27 (13:34) 수정 2020.01.2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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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의사를 밝힌 근로자가 이를 철회하도록 설득하는 상사와 술자리를 갖던 중 사고로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이 옳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홀 매니저로 근무하던 A씨는 2017년 11월 26일 영업을 마무리하던 중 상급자인 B씨에게서 업무와 관련한 지적을 받았습니다. 당시 음식점의 전체 관리자와 지배인이 출근하지 않아 B씨가 전체 직원 중 최선임이었습니다.

B씨에게 지적을 받고 화가 난 A씨는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겠다"며 퇴직 의사를 밝혔고, B씨는 퇴근하면서 A씨에게 술을 마시자고 권유했습니다. 술을 마시는 동안 오해를 푼 B씨가 사과의 뜻을 밝혔고, A씨도 퇴직 의사를 철회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이 술집을 나서는 과정에서 A씨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습니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공단은 "이 음식점의 전체 근로자 35명 중 2명만 자발적으로 가진 술자리이고, 회사가 술자리 비용을 변제한 것도 아니므로 업무의 연속 선상에 있는 공식적 행사로 볼 수 없다"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유족이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A씨는 업무를 준비·마무리하거나 업무에 따르는 필요적 부수 행위를 하던 중 재해로 사망한 것"이라며 공단의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B씨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술자리에서의 대화는 퇴직 의사 철회를 위한 인사관리 등에 관련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A씨가 실제로 퇴직할 경우 다음날 음식점의 문을 열 사람이 없었다는 점도 설득을 위한 술자리와 업무의 관련성을 인정할 요소라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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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7 13:34:57
    • 수정2020-01-27 13: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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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의사를 밝힌 근로자가 이를 철회하도록 설득하는 상사와 술자리를 갖던 중 사고로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이 옳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홀 매니저로 근무하던 A씨는 2017년 11월 26일 영업을 마무리하던 중 상급자인 B씨에게서 업무와 관련한 지적을 받았습니다. 당시 음식점의 전체 관리자와 지배인이 출근하지 않아 B씨가 전체 직원 중 최선임이었습니다.

B씨에게 지적을 받고 화가 난 A씨는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겠다"며 퇴직 의사를 밝혔고, B씨는 퇴근하면서 A씨에게 술을 마시자고 권유했습니다. 술을 마시는 동안 오해를 푼 B씨가 사과의 뜻을 밝혔고, A씨도 퇴직 의사를 철회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이 술집을 나서는 과정에서 A씨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습니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공단은 "이 음식점의 전체 근로자 35명 중 2명만 자발적으로 가진 술자리이고, 회사가 술자리 비용을 변제한 것도 아니므로 업무의 연속 선상에 있는 공식적 행사로 볼 수 없다"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유족이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A씨는 업무를 준비·마무리하거나 업무에 따르는 필요적 부수 행위를 하던 중 재해로 사망한 것"이라며 공단의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B씨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술자리에서의 대화는 퇴직 의사 철회를 위한 인사관리 등에 관련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A씨가 실제로 퇴직할 경우 다음날 음식점의 문을 열 사람이 없었다는 점도 설득을 위한 술자리와 업무의 관련성을 인정할 요소라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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