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확진자 쇼핑몰서 쓰러져?”…난무하는 ‘우한 괴담’

입력 2020.01.2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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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7일) 오전 국내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나왔습니다. 환자는 55살 한국인 남성으로, 중국 우한시를 방문했다가 지난 20일 귀국했습니다. 확진 환자가 또 나타나며, 일명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중심으로 질병에 관련된 검증되지 않은 '괴담'들이 퍼지고 있는데요. 사실인지 확인해봤습니다.


① "건대에서 중국인이 쓰러졌어요"

어젯밤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어 봤더니 중국인이었다'며, '건대 사시는 분들 조심해라'고 쓰여 있습니다. "빨리 도망쳐라", "조심해라." 등 댓글이 달렸고, 게시물은 트위터 등 SNS에서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사실일까요.

"중국인 취객일 뿐...가족에게 인계"

건대입구역의 근무자와 통화해 봤습니다. 역무원은 "사진 속 남성이 중국인은 맞지만, 아파서 쓰러진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해 쓰러졌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사진 속 상황이 어제(26일) 오후 5시쯤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남성이 바닥에 누워있고 구토를 하자 역무원이 상황 파악을 하러 현장으로 출동했고, 온몸에서 술 냄새가 났다고 전했습니다. 건대입구역 관계자는 해당 중국인 남성의 아내와 딸에게 연락해 남성을 귀가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② "3번째 확진자, 대형 쇼핑몰서 쓰러졌다더라"

국내 3번째 확진자인 54살 한국인 남성 A 씨는 확진 전까지 모두 74명을 접촉했다고 질병관리본부 측은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20일 오후 7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모친 자택에서 자진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A 씨가 경기도 고양시의 한 쇼핑몰을 방문해, 식당에서 쓰러졌다는 소문이 이 지역의 인터넷 카페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사람들이 밀집한 쇼핑몰에서 바이러스 감염자가 쓰러졌다는 소문에 인터넷에선 불안감을 호소하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질병관리본부 "방문한 적 없어"

역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환자가 해당 쇼핑몰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관계자는 "해당 확진자의 GPS 추적, 카드 사용 내역 조회, 또 본인에게 질문한 결과 쇼핑몰을 방문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쇼핑몰 측 관계자도 KBS와의 통화에서, 질병관리본부에서 연락받은 바가 없고 구급 환자가 발생한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괴담인 셈입니다.


③ 환자 때문에 서귀포의료원 폐쇄?

제주도에서도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제주 서귀포의료원에 감염 확진자가 발생해 병원을 폐쇄했다는 겁니다. 매우 짧은 글이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지역이다보니, 역시 급속도로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전혀 달랐습니다.

제주도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인한 혼란 방지 당부"

서귀포보건소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어제(26일) 서귀포의료원에 중국에서 학교에 다니는 13살 B 군과 중국에 거주하는 미국인 2명이 방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일반 감기 환자로, 보건소 현장 조사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상관없는 것으로 판정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괴담'과 관련해 도 차원의 보도자료까지 내고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있다면 제주도 방역대책상황실(064-710-2910)로 즉시 알려달라"라며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난무하는 '우한 괴담'…2015년 '메르스 괴담' 땐 게시글 삭제하기도

난무하는 이른바 '우한 괴담', 대책은 없을까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비슷하게 괴담이 돌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게시글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근거 없는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삭제하라는 시정요구를 하거나 작성자의 의견을 듣기로 했습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현재 퍼지고 있는 '우한 괴담'에 대해 "연휴가 길어 아직 허위 게시글들에 대해 논의하지 못했다"라며 허위 사실에 관한 심의를 관련 부서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경각심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근거 없는 괴담들은 불필요한 공포심만 조장하고, 혐오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괴담'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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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번째 확진자 쇼핑몰서 쓰러져?”…난무하는 ‘우한 괴담’
    • 입력 2020-01-27 16:37:23
    취재K
오늘(27일) 오전 국내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나왔습니다. 환자는 55살 한국인 남성으로, 중국 우한시를 방문했다가 지난 20일 귀국했습니다. 확진 환자가 또 나타나며, 일명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중심으로 질병에 관련된 검증되지 않은 '괴담'들이 퍼지고 있는데요. 사실인지 확인해봤습니다.


① "건대에서 중국인이 쓰러졌어요"

어젯밤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어 봤더니 중국인이었다'며, '건대 사시는 분들 조심해라'고 쓰여 있습니다. "빨리 도망쳐라", "조심해라." 등 댓글이 달렸고, 게시물은 트위터 등 SNS에서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사실일까요.

"중국인 취객일 뿐...가족에게 인계"

건대입구역의 근무자와 통화해 봤습니다. 역무원은 "사진 속 남성이 중국인은 맞지만, 아파서 쓰러진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해 쓰러졌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사진 속 상황이 어제(26일) 오후 5시쯤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남성이 바닥에 누워있고 구토를 하자 역무원이 상황 파악을 하러 현장으로 출동했고, 온몸에서 술 냄새가 났다고 전했습니다. 건대입구역 관계자는 해당 중국인 남성의 아내와 딸에게 연락해 남성을 귀가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② "3번째 확진자, 대형 쇼핑몰서 쓰러졌다더라"

국내 3번째 확진자인 54살 한국인 남성 A 씨는 확진 전까지 모두 74명을 접촉했다고 질병관리본부 측은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20일 오후 7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모친 자택에서 자진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A 씨가 경기도 고양시의 한 쇼핑몰을 방문해, 식당에서 쓰러졌다는 소문이 이 지역의 인터넷 카페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사람들이 밀집한 쇼핑몰에서 바이러스 감염자가 쓰러졌다는 소문에 인터넷에선 불안감을 호소하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질병관리본부 "방문한 적 없어"

역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환자가 해당 쇼핑몰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관계자는 "해당 확진자의 GPS 추적, 카드 사용 내역 조회, 또 본인에게 질문한 결과 쇼핑몰을 방문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쇼핑몰 측 관계자도 KBS와의 통화에서, 질병관리본부에서 연락받은 바가 없고 구급 환자가 발생한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괴담인 셈입니다.


③ 환자 때문에 서귀포의료원 폐쇄?

제주도에서도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제주 서귀포의료원에 감염 확진자가 발생해 병원을 폐쇄했다는 겁니다. 매우 짧은 글이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지역이다보니, 역시 급속도로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전혀 달랐습니다.

제주도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인한 혼란 방지 당부"

서귀포보건소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어제(26일) 서귀포의료원에 중국에서 학교에 다니는 13살 B 군과 중국에 거주하는 미국인 2명이 방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일반 감기 환자로, 보건소 현장 조사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상관없는 것으로 판정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괴담'과 관련해 도 차원의 보도자료까지 내고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있다면 제주도 방역대책상황실(064-710-2910)로 즉시 알려달라"라며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난무하는 '우한 괴담'…2015년 '메르스 괴담' 땐 게시글 삭제하기도

난무하는 이른바 '우한 괴담', 대책은 없을까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비슷하게 괴담이 돌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게시글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근거 없는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삭제하라는 시정요구를 하거나 작성자의 의견을 듣기로 했습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현재 퍼지고 있는 '우한 괴담'에 대해 "연휴가 길어 아직 허위 게시글들에 대해 논의하지 못했다"라며 허위 사실에 관한 심의를 관련 부서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경각심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근거 없는 괴담들은 불필요한 공포심만 조장하고, 혐오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괴담'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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