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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지방은 사각지대…재활은 꿈도 못 꿔
입력 2020.01.27 (21:45) 수정 2020.01.27 (22:16)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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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뇌기능 장애로 망상 등이 생기는조현병 환자들이 종종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요.

국내, 특히 지방에선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재활 치료 여건이 매우 열악한 실정입니다.

반면 일부 유럽 국가에선 지역사회가 조현병 환자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는 데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최세진, 차주하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강원도 삼척의 한 아파트 단지.

조현병 투병 중인 26살 A씨는 끼니도 약도 거르며 방 안에서 꼼짝하지 않습니다.

조현병이 발병한 지 10년째이지만 호전되기는커녕 나날이 악화합니다.

["약 먹자. 말 좀 들어…."]

부근에 치료 가능한 병원이 없어 3시간 거리의 서울까지 오가야 하다 보니 진료를 받기 힘겹습니다.

겨우 입원했다가 호전돼 퇴원해도, 회복할 재활기관이 없어 병증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조현병 환자 가족/음성변조 : "인근 병원에 갔는데 자기들로는 불가능하다고….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전혀 없는 상태고요. 이 녀석이 혼자 남겨졌을 때는 어떡해요."]

뇌 기능 장애로 환청이 들리고 망상이 생기는 조현병은 A씨처럼 집에 고립될 경우 현실과 망상 구분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전국 기초자치단체 백여 곳에는 이런 환자들을 도울 재활기관이 아예 없고, 그나마 있는 재활기관의 절반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최준호/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 : "지역 사회로 의사들이 환자를 내놓았을 때 맡길 믿을 만한 시설이 없었다는 게 (현실입니다)."]

조현병 환자들의 경우 치료와 재활, 사회 활동을 병행하면 병이 호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립도 가능합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부족한 병원 치료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환자들이 지역 사회 속에서 재활을 하면서 자립도 할 수 있도록 보건과 복지가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최세진입니다.

▼ 재활과 사회 활동이 핵심, 선진국서 배운다

인구 20만여 명이 사는 이탈리아 북부 트리에스테.

기타, 트럼펫 등 악기를 든 사람들이 모여 합주 연습에 한창입니다.

이들은 조현병 환자와 지역 시민들, 환자 재활 치료인 동시에 시민과 교류하는 모임인 겁니다.

[파벨/조현병 환자 : "화요일에는 음악 연주 모임과 라디오 출연, 금요일도 라디오 출연이 있어요. 이제 우울함이 활기로 바뀌어서 이겨냈어요."]

이탈리아는 1978년부터 전국의 정신병원을 없애고 환자를 사회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들을 돌볼 정신보건센터를 중심으로 예술, 운동 등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일자리도 만들어 줬습니다.

[마우라 바논/정신보건센터 수간호사 : "이제 과거와는 다른 치료를 받아요. 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살 곳과 직업을 찾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도록 재활을 돕죠."]

지역사회에서의 재활 치료 이후 조현병 관련 사건·사고가 줄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됐다고 합니다.

[클라우디오 다마리오/이탈리아 보건부 예방건강국장 : "비용이 많이 절약됐어요. 특히 중간 서비스 면에서요. 간호사가 필요했던 병상에서 보건센터로 바뀌었으니까요."]

40년 넘게 지역사회 중심의 재활치료를 이어온 이탈리아, 정신장애인의 회복은 물론 사회 안정까지 일궈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경기도 화성에서 지역사회가 조현병 환자를 돌보는 시범 사업이 지난해 도입됐습니다.

퇴원 가능한 환자에게 임시 주거지를 제공하고, 재활과 주민과의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합니다.

[전준희/경기도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 : "우리가 선순환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조현병 환자가) 퇴원해서 지역에 나오면 갈 곳이 있게 만들어 줘야 합니다. 낮시간을 보낼 곳, 지역 전문가들의 약간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 같은 재활 사업이 뿌리내리려면 사회적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 ‘조현병’ 지방은 사각지대…재활은 꿈도 못 꿔
    • 입력 2020-01-27 21:49:48
    • 수정2020-01-27 22:16:35
    뉴스 9
[앵커]

뇌기능 장애로 망상 등이 생기는조현병 환자들이 종종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요.

국내, 특히 지방에선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재활 치료 여건이 매우 열악한 실정입니다.

반면 일부 유럽 국가에선 지역사회가 조현병 환자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는 데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최세진, 차주하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강원도 삼척의 한 아파트 단지.

조현병 투병 중인 26살 A씨는 끼니도 약도 거르며 방 안에서 꼼짝하지 않습니다.

조현병이 발병한 지 10년째이지만 호전되기는커녕 나날이 악화합니다.

["약 먹자. 말 좀 들어…."]

부근에 치료 가능한 병원이 없어 3시간 거리의 서울까지 오가야 하다 보니 진료를 받기 힘겹습니다.

겨우 입원했다가 호전돼 퇴원해도, 회복할 재활기관이 없어 병증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조현병 환자 가족/음성변조 : "인근 병원에 갔는데 자기들로는 불가능하다고….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전혀 없는 상태고요. 이 녀석이 혼자 남겨졌을 때는 어떡해요."]

뇌 기능 장애로 환청이 들리고 망상이 생기는 조현병은 A씨처럼 집에 고립될 경우 현실과 망상 구분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전국 기초자치단체 백여 곳에는 이런 환자들을 도울 재활기관이 아예 없고, 그나마 있는 재활기관의 절반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최준호/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 : "지역 사회로 의사들이 환자를 내놓았을 때 맡길 믿을 만한 시설이 없었다는 게 (현실입니다)."]

조현병 환자들의 경우 치료와 재활, 사회 활동을 병행하면 병이 호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립도 가능합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부족한 병원 치료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환자들이 지역 사회 속에서 재활을 하면서 자립도 할 수 있도록 보건과 복지가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최세진입니다.

▼ 재활과 사회 활동이 핵심, 선진국서 배운다

인구 20만여 명이 사는 이탈리아 북부 트리에스테.

기타, 트럼펫 등 악기를 든 사람들이 모여 합주 연습에 한창입니다.

이들은 조현병 환자와 지역 시민들, 환자 재활 치료인 동시에 시민과 교류하는 모임인 겁니다.

[파벨/조현병 환자 : "화요일에는 음악 연주 모임과 라디오 출연, 금요일도 라디오 출연이 있어요. 이제 우울함이 활기로 바뀌어서 이겨냈어요."]

이탈리아는 1978년부터 전국의 정신병원을 없애고 환자를 사회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들을 돌볼 정신보건센터를 중심으로 예술, 운동 등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일자리도 만들어 줬습니다.

[마우라 바논/정신보건센터 수간호사 : "이제 과거와는 다른 치료를 받아요. 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살 곳과 직업을 찾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도록 재활을 돕죠."]

지역사회에서의 재활 치료 이후 조현병 관련 사건·사고가 줄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됐다고 합니다.

[클라우디오 다마리오/이탈리아 보건부 예방건강국장 : "비용이 많이 절약됐어요. 특히 중간 서비스 면에서요. 간호사가 필요했던 병상에서 보건센터로 바뀌었으니까요."]

40년 넘게 지역사회 중심의 재활치료를 이어온 이탈리아, 정신장애인의 회복은 물론 사회 안정까지 일궈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경기도 화성에서 지역사회가 조현병 환자를 돌보는 시범 사업이 지난해 도입됐습니다.

퇴원 가능한 환자에게 임시 주거지를 제공하고, 재활과 주민과의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합니다.

[전준희/경기도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 : "우리가 선순환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조현병 환자가) 퇴원해서 지역에 나오면 갈 곳이 있게 만들어 줘야 합니다. 낮시간을 보낼 곳, 지역 전문가들의 약간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 같은 재활 사업이 뿌리내리려면 사회적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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