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환자 동선 공유’ 주의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20.02.07 (07:00) 수정 2020.02.0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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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번째 의심환자 개인정보 유출'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 혹은 확진자가 생길 때마다 따라 붙는 기사입니다. 주로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씨와 성별, 나이 등의 개인정보와 함께 구체적인 동선을 담은 글이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지난달에는 의심환자가 보건소에 자진신고한 지 몇 시간 만에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가 유포됐습니다. 이 환자는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큰 충격을 받았다고 알려졌습니다.

관공서의 공문 형태가 그대로 유출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확진자의 기저질환과 남편의 회사 이름과 같은, 감염 예방과는 크게 상관 없는 정보가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정보를 퍼나르지는 않을 겁니다. 대부분 처음엔 '미리 알고 예방하시라'는 선의에서 시작되고 퍼져나갑니다.

■ '정보 공유'라지만 주의해야

하지만 만약 당신이 환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정보를 공유받았다면, 이를 다시 공유하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내가 해당 정보를 최초로 유포한 '최초 유포자'라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업무 목적으로 수집하거나 이용하는 사람들이 당사자 동의 없이 이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들을 볼까요? 보건소(5번째 확진자), 구청(16번째 확진자), 경찰(의심환자)에서 유출된 정황이 짙습니다. 처음에 이 정보를 유포한 사람이 관계 공무원 등이라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해당 정보를 단순히 중간에서 전달만 한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이 정보를 만들어낸 적도 없고, 단순히 전달만 받았을 뿐이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조심하라는 뜻에서 선의로 전달한 경우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귀찮은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메신저나 인터넷을 통해 개인정보를 전달한다고 해서 정보통신망법상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지만, 피해자가 소송을 걸거나 수사 기관이 수사에 나선다면 민형사상 사생활 침해로 형사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 '김00, 남성, 30대'도 엄연한 '개인정보'

내가 전달하는 '의심환자 동선 공유'에는 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00시 거주, 김00,30대, 남성'과 같이 간단한 경우라도 그렇습니다.

더구나 이 정부는 개인의 동선(위치 정보)과 결합됩니다. 30대인 김 씨가 몇월 며칠에 장을 보고, 이후에 어떤 영화를 봤다는 정도의 정보라면 김 씨의 주변 사람들은 이 사람이 내가 아는 김 씨라는 사실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내가 공유하는 정보가 가짜뉴스일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경찰이 신종코로나 가짜뉴스에 대해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한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나는 몰랐다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가짜뉴스 중간 유포자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중앙사고수습본부 등 보건 당국에서 확진자의 동선을 정리해서 공유하기도 합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복지부 관련법에 따라 질병 확산의 예방 등을 위해서 본인의 동의 없이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당국이 취하는 제한적 조치이지, 일반 시민 누구나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알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미리 조치하고 공유했다면..."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건 개인정보가 아니라 알아야 되는 문제", "오죽했으면 카페에 올렸겠냐, 미리 조치하고 공유했으면 그럴 일이 없었을 텐데"라는 말이 나옵니다. "공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올리겠다"는 글도 있습니다.

보건당국이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발표하는 데 많게는 며칠씩 걸리는 상황을 보면, 이같은 우려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동선이 확실히 공개될 때까지 내가 갔던 모든 공간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더구나 당국은 무증상 환자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도 증세가 나타나기 이전 동선은 비공개하는 방침을 고수해 왔습니다. 그런가하면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의 이름을 틀리게 공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부의 정확도와 신속도가 떨어질수록 시민들은 자구책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정부가 환자의 개인정보를 최소화하도록 배려하면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동선을 공개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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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번째 환자 동선 공유’ 주의해야 하는 이유
    • 입력 2020-02-07 07:00:21
    • 수정2020-02-07 07:01:40
    취재K
■'N 번째 의심환자 개인정보 유출'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 혹은 확진자가 생길 때마다 따라 붙는 기사입니다. 주로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씨와 성별, 나이 등의 개인정보와 함께 구체적인 동선을 담은 글이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지난달에는 의심환자가 보건소에 자진신고한 지 몇 시간 만에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가 유포됐습니다. 이 환자는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큰 충격을 받았다고 알려졌습니다.

관공서의 공문 형태가 그대로 유출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확진자의 기저질환과 남편의 회사 이름과 같은, 감염 예방과는 크게 상관 없는 정보가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정보를 퍼나르지는 않을 겁니다. 대부분 처음엔 '미리 알고 예방하시라'는 선의에서 시작되고 퍼져나갑니다.

■ '정보 공유'라지만 주의해야

하지만 만약 당신이 환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정보를 공유받았다면, 이를 다시 공유하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내가 해당 정보를 최초로 유포한 '최초 유포자'라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업무 목적으로 수집하거나 이용하는 사람들이 당사자 동의 없이 이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들을 볼까요? 보건소(5번째 확진자), 구청(16번째 확진자), 경찰(의심환자)에서 유출된 정황이 짙습니다. 처음에 이 정보를 유포한 사람이 관계 공무원 등이라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해당 정보를 단순히 중간에서 전달만 한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이 정보를 만들어낸 적도 없고, 단순히 전달만 받았을 뿐이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조심하라는 뜻에서 선의로 전달한 경우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귀찮은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메신저나 인터넷을 통해 개인정보를 전달한다고 해서 정보통신망법상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지만, 피해자가 소송을 걸거나 수사 기관이 수사에 나선다면 민형사상 사생활 침해로 형사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 '김00, 남성, 30대'도 엄연한 '개인정보'

내가 전달하는 '의심환자 동선 공유'에는 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00시 거주, 김00,30대, 남성'과 같이 간단한 경우라도 그렇습니다.

더구나 이 정부는 개인의 동선(위치 정보)과 결합됩니다. 30대인 김 씨가 몇월 며칠에 장을 보고, 이후에 어떤 영화를 봤다는 정도의 정보라면 김 씨의 주변 사람들은 이 사람이 내가 아는 김 씨라는 사실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내가 공유하는 정보가 가짜뉴스일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경찰이 신종코로나 가짜뉴스에 대해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한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나는 몰랐다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가짜뉴스 중간 유포자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중앙사고수습본부 등 보건 당국에서 확진자의 동선을 정리해서 공유하기도 합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복지부 관련법에 따라 질병 확산의 예방 등을 위해서 본인의 동의 없이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당국이 취하는 제한적 조치이지, 일반 시민 누구나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알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미리 조치하고 공유했다면..."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건 개인정보가 아니라 알아야 되는 문제", "오죽했으면 카페에 올렸겠냐, 미리 조치하고 공유했으면 그럴 일이 없었을 텐데"라는 말이 나옵니다. "공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올리겠다"는 글도 있습니다.

보건당국이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발표하는 데 많게는 며칠씩 걸리는 상황을 보면, 이같은 우려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동선이 확실히 공개될 때까지 내가 갔던 모든 공간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더구나 당국은 무증상 환자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도 증세가 나타나기 이전 동선은 비공개하는 방침을 고수해 왔습니다. 그런가하면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의 이름을 틀리게 공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부의 정확도와 신속도가 떨어질수록 시민들은 자구책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정부가 환자의 개인정보를 최소화하도록 배려하면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동선을 공개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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