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유포자에서 영웅으로…리원량은 누구?

입력 2020.02.07 (08:13) 수정 2020.02.07 (09:3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의사 리원량, 중국 우한대 의대 04학번 올해 나이 서른 넷입니다.

앞서 보도한대로 신종 코로나 발병을 최초로 경고한 중국 의사입니다.

그에게 불길한 조짐이 포착된 건 지난해 12월 30일입니다.

우한 중앙병원에서 평소처럼 환자를 돌보던 그에게 깜짝 놀랄 보고서 하나가 접수됩니다.

기침과 고열 호흡 곤란에 시달리는 환자에 대한 검사 보고서였는데, 그 환자에게서 2003년 전 세계를 공포로 떨게 한 사스(SARS)와 매우 흡사한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온 것입니다.

그는 즉각 중국의 카카오톡 격인 웨이신 채팅방을 통해 이런 내용을 의대 동기 의사들과 공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일 증세를 보이는 확진자가 한 명이 아니라 7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우한에서 사스 유사 환자 7명이 발생했다"는 내용으로 새로운 전염병 창궐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고 간 신종 코로나에 대한 최초 경고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채팅방 논의 사흘 만에 중국 공안국 소속 경찰이 병원에 들이닥칩니다.

근거 없는 헛소문, 괴담을 유포시켜 사회를 불안하게 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리원량 등 8명의 의사는 공안국에 소환돼 잘못을 인정하는 자술서를 쓰고 유언비어를 유포하지 않겠다는 교육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는 데는 한 달이 걸렸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자 중국 당국이 이를 뒤늦게 시인한 것입니다.

[CCTV 아나운서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서열을 얻어 핵산 검사를 겨쳤습니다. 15건의 양성 결과를 검출했습니다."]

쩡광(曾光) 중국 질병 예방통제센터 수석연구원은 CCTV와 인터뷰에서 리원량 등 8명을 존경할 만한 '제갈량'으로 추켜세웠습니다.

괴담 유포자로 취급하던 이들을 불과 한 달 만에 중국 역사상 최고의 지략가급 반열에 올려놓은 순간입니다.

중국 법원 역시 리원량 등 의사 8인의 사례를 들어 우리의 보도자료 격인 '발표문'을 냈습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진실을 숨기려는 어떤 시도도 헛된 것이 됐다"며 당국을 질타했습니다.

뒤늦은 자책과 사과도 이어졌습니다.

저우셴왕 우한 시장은 "직을 그만둬 천하에 사죄하고 싶다."고 외쳤습니다.

우한시 공산당 서기 마궈창은 "좀 더 일찍 결정했더라면,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매 순간 자책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중국 CCTV 보도 :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는) 이번 전염병이 우리의 통치 체계와 능력에 대한 큰 시험이며, 반드시 경험과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늦은 후회였습니다.

리 박사는 환자를 치료하다 지난달 8일 발열 증상을 나타내 정밀검사를 받았습니다.

10일부터는 기침 증세가, 11일부터는 고열이 시작됐고, 12일엔 환자 자격으로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일 웨이보를 통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했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리 박사에게 중국인들의 지지와 응원이 이어졌습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리 박사를 ‘우한 영웅’이라고 칭했습니다.

여기서 뇌리를 스치는 또 한 명의 영웅이 있습니다.

2003년 '사스 영웅'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입니다.

당시 광저우 호흡기질환연구소장으로 '사스 창궐' 사실을 숨김없이 밝혔습니다.

그러고는 "치료할 수 있다. 가장 위중한 환자를 내게 보내라"고 했습니다.

38시간 연속 응급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그 뒤로 전염병이 퍼지면 중국인은 정부 발표보다 중난산 말에 더 귀를 기울였습니다.

2009년 신종플루, 2013년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도 이번 신종코로나 때도 중국인들은 중난산의 경고에 먼저 신뢰를 보냈습니다.

그의 뒤를 이어 다시 등장한 영웅 리원량

그는 병상에 누워서도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줄기차게 경고해 왔습니다.

"환자를 돌보다 내가 감염됐고, 동료 의사와 간호사들이 감염돼 입원하고 있는데 중국 보건 당국이 사람간 전염이 안 된다고 발표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당국 발표에 의심을 제기해 왔습니다.

최근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빨리 회복돼 다시 환자를 돌보고 싶다는 뜻을 강력히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일 확진판정을 받은 리 박사는 자신의 병세를 낙관했지만 어제부터 급속히 악화됐고, 결국 기관 쇠약에 의한 심박정지로 숨을 거뒀습니다.

중국 역사에서 숱한 영웅들이 활약했던 우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의사로서 사명을 다하고 떠난 고 리원량은 중국인 마음 속에 또 한 명의 우한 영웅으로 남게 됐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괴담 유포자에서 영웅으로…리원량은 누구?
    • 입력 2020-02-07 08:20:43
    • 수정2020-02-07 09:32:34
    아침뉴스타임
의사 리원량, 중국 우한대 의대 04학번 올해 나이 서른 넷입니다.

앞서 보도한대로 신종 코로나 발병을 최초로 경고한 중국 의사입니다.

그에게 불길한 조짐이 포착된 건 지난해 12월 30일입니다.

우한 중앙병원에서 평소처럼 환자를 돌보던 그에게 깜짝 놀랄 보고서 하나가 접수됩니다.

기침과 고열 호흡 곤란에 시달리는 환자에 대한 검사 보고서였는데, 그 환자에게서 2003년 전 세계를 공포로 떨게 한 사스(SARS)와 매우 흡사한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온 것입니다.

그는 즉각 중국의 카카오톡 격인 웨이신 채팅방을 통해 이런 내용을 의대 동기 의사들과 공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일 증세를 보이는 확진자가 한 명이 아니라 7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우한에서 사스 유사 환자 7명이 발생했다"는 내용으로 새로운 전염병 창궐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고 간 신종 코로나에 대한 최초 경고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채팅방 논의 사흘 만에 중국 공안국 소속 경찰이 병원에 들이닥칩니다.

근거 없는 헛소문, 괴담을 유포시켜 사회를 불안하게 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리원량 등 8명의 의사는 공안국에 소환돼 잘못을 인정하는 자술서를 쓰고 유언비어를 유포하지 않겠다는 교육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는 데는 한 달이 걸렸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자 중국 당국이 이를 뒤늦게 시인한 것입니다.

[CCTV 아나운서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서열을 얻어 핵산 검사를 겨쳤습니다. 15건의 양성 결과를 검출했습니다."]

쩡광(曾光) 중국 질병 예방통제센터 수석연구원은 CCTV와 인터뷰에서 리원량 등 8명을 존경할 만한 '제갈량'으로 추켜세웠습니다.

괴담 유포자로 취급하던 이들을 불과 한 달 만에 중국 역사상 최고의 지략가급 반열에 올려놓은 순간입니다.

중국 법원 역시 리원량 등 의사 8인의 사례를 들어 우리의 보도자료 격인 '발표문'을 냈습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진실을 숨기려는 어떤 시도도 헛된 것이 됐다"며 당국을 질타했습니다.

뒤늦은 자책과 사과도 이어졌습니다.

저우셴왕 우한 시장은 "직을 그만둬 천하에 사죄하고 싶다."고 외쳤습니다.

우한시 공산당 서기 마궈창은 "좀 더 일찍 결정했더라면,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매 순간 자책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중국 CCTV 보도 :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는) 이번 전염병이 우리의 통치 체계와 능력에 대한 큰 시험이며, 반드시 경험과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늦은 후회였습니다.

리 박사는 환자를 치료하다 지난달 8일 발열 증상을 나타내 정밀검사를 받았습니다.

10일부터는 기침 증세가, 11일부터는 고열이 시작됐고, 12일엔 환자 자격으로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일 웨이보를 통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했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리 박사에게 중국인들의 지지와 응원이 이어졌습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리 박사를 ‘우한 영웅’이라고 칭했습니다.

여기서 뇌리를 스치는 또 한 명의 영웅이 있습니다.

2003년 '사스 영웅'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입니다.

당시 광저우 호흡기질환연구소장으로 '사스 창궐' 사실을 숨김없이 밝혔습니다.

그러고는 "치료할 수 있다. 가장 위중한 환자를 내게 보내라"고 했습니다.

38시간 연속 응급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그 뒤로 전염병이 퍼지면 중국인은 정부 발표보다 중난산 말에 더 귀를 기울였습니다.

2009년 신종플루, 2013년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도 이번 신종코로나 때도 중국인들은 중난산의 경고에 먼저 신뢰를 보냈습니다.

그의 뒤를 이어 다시 등장한 영웅 리원량

그는 병상에 누워서도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줄기차게 경고해 왔습니다.

"환자를 돌보다 내가 감염됐고, 동료 의사와 간호사들이 감염돼 입원하고 있는데 중국 보건 당국이 사람간 전염이 안 된다고 발표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당국 발표에 의심을 제기해 왔습니다.

최근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빨리 회복돼 다시 환자를 돌보고 싶다는 뜻을 강력히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일 확진판정을 받은 리 박사는 자신의 병세를 낙관했지만 어제부터 급속히 악화됐고, 결국 기관 쇠약에 의한 심박정지로 숨을 거뒀습니다.

중국 역사에서 숱한 영웅들이 활약했던 우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의사로서 사명을 다하고 떠난 고 리원량은 중국인 마음 속에 또 한 명의 우한 영웅으로 남게 됐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