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 “공포·혐오·분열”에 감염된 언론

입력 2020.02.09 (21:41) 수정 2020.02.09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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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욱입니다. 드디어 <저널리즘 토크쇼 J>가 4주간의 휴식을 마치고 시즌 2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시즌 2를 맞이해서 저희가 새로이 단장을 좀 해봤는데요. 먼저 큰돈 들여서 세트를 싹 바꿨습니다. 그리고 새 얼굴들과 함께할 텐데요. 함께할 분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유일한 헌 얼굴입니다. 비평 끝판왕 강유정 강남대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강유정] 안녕하십니까? 강유정입니다.

[최욱] 반갑습니다. 시즌 2를 맞이했어요. 시즌 1에 비교하면 뭔가 좀 달라진 각오가 있을까요?

[강유정] 어색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한데. 그나저나 최욱 씨를, 이 자리에 앉아있는 최욱 씨를 거기 앉아 계신 거 보니까 KBS의 아들답게 더 라이브의 더블 MC를 넘어서서 이제 혼자 단독 MC 보시는 겁니까?

[최욱] 시즌 2는 실력 위주로 가기로, 철학의 방향을 틀었습니다. 아무튼 시즌 2, 더욱더 날카로운 비평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함께할 새 얼굴 영상으로 만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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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 2 새로운 출연자 소개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새로운 MC를 소개합니다.

-아나운서 이상호.
KBS2 라디오 <이상호의 드림팝> DJ.
前 KBS 시사 투나잇 진행.

-언론학자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前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변호사 임자운
‘반올림’ 활동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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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많은 분이 시즌 2를 지금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여러분을 제가 한 분 한 분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머리 색깔부터가 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공경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우리 손석춘 교수님, 대단하신 분이더라고요. 손석희, 백지연을 제치고 가장 좋아하는 언론인 1위, 희망을 주는 언론인 1위에 아주 예전에 선정된 바 있고요. 정말 대단한 분인데요.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석춘] 궁극적인 언론 주권자인 방송 시청자분들과 함께 행복 저널리즘의 품격을 높여가는 데 최선을 다해볼까 합니다.

[최욱] 우려했던 것보다 조금 더 재미가 없으시네요. 하지만 기품있는 비평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얼굴입니다. 살면서 처음 본 분인데요.

[임자운] 안녕하세요? 임자운입니다. 제가 소개해주셨듯이 ‘반올림’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일을 해왔고 지금도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데 기자들을 만날 일도 굉장히 많아요.

[최욱] 따뜻한 비평,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려한 만큼 재미가 없었던 것 같네요. <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 2의 진행자도 역시 바뀌었습니다. 시즌 1에서 정세진 아나운서의 역할이 대단했었는데 시즌 2는 KBS의 이상호 아나운서가 함께합니다.

[이상호] 그러면 <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2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새로운 멤버들과의 시너지 효과, 많이 기대를 해주시고요. <저널리즘 토크쇼 J>,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상호] 오늘 다뤄볼 주제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언론 보도입니다. 특별히 KBS 김덕훈 기자, 오늘 함께할 텐데 김 기자가 감염병 전문 기자예요?

[김덕훈] 제 주제에 무슨 전문 기자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고요. 대신 좀 특이한 경험이 있는데, 제가 박근혜 정부 당시에 방역 당국이 놓친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직접 만나서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제가 만났던 분이 본인이 먼저 요구를 했거든요. 메르스 최초 확진자랑 굉장히 밀접 접촉을 해서 의심이 되니 나를 치료해달라고 했는데 그때 방역 당국에서 한 이야기가 “당신은 온도가 38도가 안 되니까, 집으로 돌아가시오.” 이 상황에서 제가 만나서 인터뷰를 했고, 며칠 뒤에 이 분이 실제로 확진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것까지 제가 기사로 쓰고, 저도 자가 격리에 들어갔죠.

[이상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지난해 12월 처음 중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 했죠. 그 후에 30곳 가까운 국가로 확산한 상태인데 지난 1월 20일이죠. 국내에서도 첫 환자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하루하루 급박하게, 지금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뭐 패널분들도 다 보도를 지금 보고 계실 텐데, 주목하고 계시죠?

[최욱] 우리 건강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관심도가 높지 않습니까? 그만큼 정보와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 보통 이럴 때 중간 중간에 가짜 뉴스가 섞여 있거든요. 저도 보고 굉장히 놀랐던 영상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래서 제가 준비를 해봤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유출 됐다.’라는 것을 설명하는 영상입니다.

[이상호] 영상 전개를 보시면, 꽤나 설득력이 있습니다. 정말 이런 연구소가 있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결국에는 어떻게 된 거죠, 최욱 씨?

[최욱] 2015년에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연관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거든요. 이 가짜 뉴스를 기성 언론에서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서 기사화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이건 더 확산 속도가 빨라지겠죠. 이게 굉장히 무서운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임자운] 이게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뭔가 유출되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은 조금 충격적이기는 한데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거든요. 제가 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좀비 영화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배경을 설명 하거든요. 그러면 언론의 입장에서는 사실 이건 분명히 의심할 만한 소재였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그것에 대한 의심 없이, 그리고 이게 기사를 통해서 재생산되는 순간 독자들이 빠르게 클릭할 거라는 판단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잖아요. 그 판단에 기대서 그냥 보도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강유정] 2015년에 우한에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다는 건 사실이고 그 사실들을 엉성하게 엮어냄으로써 확증 편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거든요. 이게 우리가 유튜브라든가 혹은 SNS, 미디어를 통해서 볼 때랑 기성 미디어를 통해서 볼 때의 신뢰감이 굉장히 문제가 되거든요. ‘기성 미디어라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신뢰감을 가지고 있는 기사겠거니’ 하는 사람들의 신뢰감이 형성되어 있어서, 이것은 장사를 위해서 어느 정도 공포를 활용한 비양심적인 언론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들긴 했습니다.

[손석춘] 자극적인 거. 이런 것에 호소하려는 그런 경향들이 있어요. 그러나 한 가지 더 생각해보실 것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유튜브나 이런 것에 대해서 그걸 언론주권자들은 내가 그 사람들의 돈벌이에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클릭함으로 인해서. 이런 것에 대한 성찰은 필요할 것 같아요. 언론의 책임이 물론 있고요.

[이상호] 질병은 곧 공포, 자극, 이런 것들은 돈이 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인데. 감염병에 대한 공포 마케팅,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멀리하는 게 당연한데 우리 언론이 비판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1월 28일이죠. 주요 일간지 1면을 들여다볼 텐데, 10대 일간지 중에서 무려 7개의 언론사에서 1면 헤드라인에 ‘뚫렸다’. ‘뚫렸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검역체계를 비판했는데, 이 기사들 보신 분들 계실 거예요. 어떻게들 보셨어요?

[강유정] 이게 뚫렸다고 일종의 피동사죠. 그러니까 당한 거예요. 당했다는 걸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데 뚫렸다는 말 자체가 굉장히 이 병이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되게 무능하다, 혹은 우리는 여기서 무대책인 것은 아니냐는 또 다른 불안감을 주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통한 재해석을 독자들 혹은 언론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했어야 될 표현인데, 흥미롭게도 모든 거의 종이 신문들이 다 뚫렸다는 표현을 약속이나 한 듯 같이 쓰고 있다는 것은 이런 언어 사용에 대한 철저한 자기의식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욱] 제가 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불감증보다는 과도한 반응 같은 것이 국민의 건강에는 어찌 됐든 결론적으로는 조금 더 도움이 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과도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 또는 과도한 정부 비판이 왜 나쁜 건가요?

[손석춘] 마치 나라가 곧 무너질 것처럼 이렇게 이야기하거든요. 날마다예요, 날마다. 날마다 신문 사설에 그렇게 나오고, 그리고 종편 방송을 통해서 계속해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건 자제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전염병과 생명권에 관한 한은 국민이 그래도 정부를 믿을 수 있도록, 이렇게 해 나가는 게 중요한 거고요. 그리고 정부 정책의 어떤 문제점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 차분하게 그것도, 문제, 의제 설정을 해 나가야 방식으로 방송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강유정] 위약 효과, 말 그대로 나는 아무렇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다고 충분히 고민하고 공포에 빠질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더욱 중앙집권적인 대처 방안에 대해서 비판을 할 수 있지만, 흔들지는 말아야 하는데 대개의 언론에서 많은 부분에서 흔들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소비자가 공감하고 있는 형국 아닌가 싶습니다.

[임자운] 공중보건전문가라는 분들이 일치되게 말하는 해법이, 공공의 시스템에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그러니까 증상이 있는 사람이건 그게 의심되는 사람이건 그걸 발견한 사람이건 그 이웃에 있는 사람이 모두 신뢰하고 드러내서 이게 공적인 영역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이야기들을 사실 전부 다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말씀하셨듯이 그러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계속 만들어 내버리면 나 같아도 그럴 것 같아요. 증상이 있는데, 내가 저기 수용됐다가는 내가 더 아플 수 있다, 저 사람들이 날 치료 제대로 못 할 수도 있다. 차라리 여기 숨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사실상 하게끔 만드는 보도라는 생각도 드는 거예요.

[이상호] 지난 1월 28일 조선일보 기자의 우한 탈출기, 이건 아마 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이 우한 지역에 들어간 후에 중국 당국의 봉쇄령을 뚫고, 여기도 ‘뚫고’가 나오네요. 뚫고 탈출하는 과정을 보도 했습니다. “검문소에서는 경찰과 방역복을 입은 사람이 차를 돌려세우고 있었다. 공사 중인 도로를 포함해 비포장도로를 달렸지만 세 차례나 막다른 길에서 차를 돌렸다. 지도에 없는 고가 및 도로에 들어간 끝에 기자가 탄 차는 검문소를 우회하는 데 성공했다. 차량 수십 대가 기자가 탄 택시와 함께 우한을 빠져나왔다.” 기사라기보다는 거의 진짜 탈출기, 정말 본인들이 그렇게 제목을 붙이긴 했어요. 무용담 같은 거, 무용담에 가까운 기사 아닙니까? 어떻게 보셨어요?

[강유정] 이 기사는 전형적인 스토리텔링 기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일단은 자기가 주관적인 시점이 거의 100% 사실을 다, 전부 다 커버하고 있고요. 그 외에 어떤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스토리텔링을 했는데, 이 글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봤을 때는 목적을 알 수 없어요. 아비규환이었다, 힘들었다 그리고 공포스러웠다. 공포감을 재생산하는 것 외하고 이 글의 목적을 찾을 수 없다고 보면 그러면 이 글을 보면서 감염병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대개의 언론 소비자들이 이해 당사자라고 보거든요. 이 이해 당사자들이 이 글을 읽음으로써 뭘 얻을 수 있는가? 기사에 실을 때는 공익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임자운] 만약에 이 기사 말미에 이처럼 중국의 지금 관리가 허술하다는 분석이라도 있으면 그만한 공익성을 찾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이거 보고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마치 다 큰 어른이 차들이 쌩쌩 달리는 8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한 다음에, 그 체험기를 이야기하는 그런 느낌과 뭐가 다른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유정] 그러니까 이게.

[이상호] 해 봤더니 아무렇지 않았어.

[임자운] 그리고 굉장히 긴박하고 스릴 있었어. 그런데 나는 그걸 해냈어. 이런 느낌으로 들렸어요.

[최욱] 그 비슷한 비판의 댓글들이 실제로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아까 우리 변호사님이 좀비 영화 좋아한다고 하셨죠? 거기에 빗댄 재미있는 댓글이 있습니다. 영화로 치자면 주인공이 탈출한 것이 아니라, 좀비가 방역 망을 뚫은 것이다. 이건 민폐다, 그런 류의 비판의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뭐 유일하게 기자분이 나와 계시니까, 이거 뭐, 취재 매뉴얼 같은 거 따로 없습니까?

[김덕훈] 취재보도 준칙이라는 게 모든 언론사가 자기들만의 기준을 갖고 있을 것이고 우리 KBS도 현장이나 그다음에 취재 윤리상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거든요. 이 기사가 KBS 보도, 재난보도준칙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어떤 부분을 어겼느냐 하면 준칙에는 ‘취재에 의해 감염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고, 또 ‘본질을 호도할 수 있는 즉흥적이거나 흥미 위주의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이 탈출기는 이제 이 취재로 인해 감염 확대 가능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을뿐더러 게다가 이게, 일단 적어도 이 기사를 놓고만 보면 흥미 위주라는 게 거의 분명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요. SBS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우한에 기자를 보내서 르포 형식의 취재를 하려다가 접은 바가 있고요. KBS 같은 경우에도 우한에 다녀온 현지 중국 특파원을 따로 격리해서 중국지국의 다른 직원들과 따로 관리하고 있거든요. 조금 더 조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탈출기를 썼다는 것이 썩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석춘] 아마 저걸 조선일보가 신문 지면에까지 부각해서 보도 한 데는 현장감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지금 저 신문의 기자와 그리고 저 데스크 그리고 편집국장의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건 저 현장의 고통을 모른다는 거죠. 우한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아픔이나, 아니면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 고난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기자들에게 현장은, 그러니까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게 현장이어야 하는데 기자들이 저런 기사를 쓰고 또 그것을 아무런 성찰 없이 편집해내고 이랬을 때 신문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호] 이번 사태에서 이 바이러스의 확산만큼이나 우려스러운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인데, 그리고 차별에 편승하거나 혐오를 부추기는 언론 보도도 문제가 되고 있죠. 헤럴드경제가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대한 르포를 실었는데 그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에도 노상에 진열한 채 비위생적으로 판매하는 음식이 여전했으며, 맨손으로 길거리에 진열되어 있는 탕후루를 만지는 관광객과 묵을 만지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중년 남성들이 모여 담배를 피운 후 가래침을 길바닥에 뱉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는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임자운] 정말 교과서적으로 나쁜 기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목만 보고 딱 읽기 싫었는데, 보기 싫었는데 뭐 사실 사람들이 하도 이야기를 하기에 읽어봤어요. 그런데 읽어보려고 스마트폰으로 들어갔더니 본문을 가릴 정도의 엄청난 광고 배너가 뜨더라고요, 이 사이트에. 그래서 아 결국 이 기사의 목적은 클릭 장사였구나. 사실 이런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잖아요. 선정적으로 자극적으로 보도해서 결국에는 돈이 되게 만드는 기사를 쓴다는 건 사실 일반적인 현상이었고 항상 비판되는 부분인데 판은 좀 봐가면서 장사판을 깔았으면 좋겠다.

[이상호] 강 교수님.

[강유정] 혐오 장사죠. 혐오가 상당히 장사가 잘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거 처음 대하는 거 같지만 이미 <범죄도시>나 <황해> 같은 영화들을 보면 중국 동포에 대해서 어떻게 대중문화에서 소비하고 있는지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대중문화 속에서 어느 정도 합의된 이미지가 뭐냐 하면 무법천지다, 굉장히 폭력적이다, 아무도 저기를 컨트롤할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는 구역이라는 이야기가 박혀있는 가운데, 감염병 사태라는 초유의 사태가 있는 데다가 이런 기사는 말 그대로 만연해있는 편견과 선입견에 불씨를 더 던지는 격이죠. 그리고 저는 이 기자분이 그리고 이 언론사가 편견과 선입견에 불씨를 붙여줌으로써 돈이 된다는 걸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분명히 알았을 거라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무책임한 기사라는 거죠.

[최욱] 논리적으로도 너무 맞지 않잖아요. 중국에 갔다 온 한국인보다 중국에 안 갔다 온, 중국인이 더 안전한 거 아닙니까? 이게 논리적으로도 전혀 맞지 않는 걸 가지고 이렇게 써서 저는 뭐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상호] 이런 인종차별적 보도에서 KBS도 사실 자유롭지 않습니다. 1월 28일 자 KBS 아침뉴스타임에서 “중국발 전염병, 왜 많을까”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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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KBS 아침뉴스타임 1.28. <‘차이나 엑소더스’ 본격 중국발 전염병 왜 많을까>

[기자] 중국인들의 식문화를 꼽기도 합니다. 깔끔하게 포장된 육류·생선을 파는 서구식 대형 마트가 중국에선 이상하리만치 인기가 없습니다. "오래된 걸 눈속임한 건지 어떻게 아느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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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눈여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선일보의 칼럼 내용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그래서 뭐 깜짝 놀랐다는 분들도 많이 계셨거든요.

[최욱] 이 리포터는 결과론적으로도 나쁜 리포트입니다. 왜냐하면, 댓글을 보면 중국인 혐오로 가득 차 있어요. 그러니까 어찌 됐든 혐오를 부추겼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우리 같이 생활을 하는 기자가 나와 있으니까 기자를 혐오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거 좀 비판 좀 해주시죠.

[김덕훈] 이게 비판이라기보다는 저는 취재를 하는 사람이니까.

[최욱] 해명을 좀 해 볼까요?

[김덕훈] 해당 팀에 가서 질문 했는데 첫 번째 혐오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제가 여기 나왔으니까 그대로 입장을 읽어드릴게요. 신선한 것과 야생동물을 선호하는 문화가 발병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에서 중국의 식문화를 언급한 것이다. 기사로 중국인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을 했고요. 그다음에 조선일보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는 그런 지적과 관련해서는 “조선일보 기사를 따라 썼다는 지적에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판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최욱] 조선일보와 협업한 건 아니죠?

[김덕훈] 그런 건 아니죠.

[최욱] 미안합니다.

[임자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쓴 기사는 아니다. 우리는 그런 나쁜 의도를 애초에 가지고 있는 팀이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의도를 묻는 게 아니죠, 사실. 시청자들이나 저희도 이 기사에 대해서 비판을 할 때는 나쁜 의도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나쁜 영향력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고 언론이라면, 특히나 KBS라면 당연히 누구보다 그 영향력에 대해서 엄격하게 생각을 했어야 되었는데,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성찰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이 해명에 한 줄이라도 나왔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 이런 생각은 드네요.

[이상호] 이번 사태에서도 공포와 편견의 대상이 된 게 중국인만이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지난 1월 29일 우한 교민들을 국내로 데려와서 아산, 진천 지역의 시설에 격리 수용을 하겠다고 발표를 했죠. 그러면서 관련 내용이 다음 날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했는데 해당 지역 주민과의 갈등 상황을 부각시키는 보도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엄청난 양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죠.

[임자운] 이건 어떻게 보면, 우리 언론이 특히 보수적인 언론들이 집회 시위를 보도하는 전형적인 상황이긴 해요. 특별하다기보다는 많은 경우 집회 시위가 벌어지는 의미, 그 이유, 이들이 왜 거리에 나서게 됐는지를 짚기보다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적인 양상, 이미지, 싸우는 이미지, 이런 걸 부각한다는 거죠. 이번 사태에서 그래도 좀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언론이 그런 식의 집회 시위 보도를 했던 이유는 집회 시위하는 당사자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기 위해 그들이 집단 이기주의이고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그 메시지를 위해서 그랬다면, 이번에 이런 보도는 정부를 향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어떤 위험한 질병이 창궐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 보니까 국민들끼리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의도가 좀 보였던 것 같아요.

[강유정] 이번에 사실 많이 쓰인 비유 중 하나가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비유예요. 만약에 전염병 위험 때문에 이 작품을 인용하신 거라면 잘못 인용한 거죠. 왜냐하면 전염병이 위험한 게 아니라, 전염병을 둘러싼 인간의 폭력성을 위험을 보여주는 게 이 작품이에요. 전염병의 위험을 보여주는 게 아니에요. 잘못하면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거고요. 그중에 하나 인상적인 보도가 JTBC 뉴스가 2020년 1월 31일에 보도된 내용인데, <격리시설 둘러보니… 산책로 연결되고 울타리 없는 곳도>라는 제목을 달고 그곳을 직접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기사입니까? 누구를 위한. 정말 어렵게 그곳에 격리 수용되어 계신 분들이 있는데, 그곳을 가지 않도록 안내하고 혹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당연한 합의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것이 뚫려있는 듯한 언론 보도를 만들어낸다는 건 기껏 해서 균형을 잡은 갈등 상황에 있어서 또 한 번 불씨를 던지는 어떤 행위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왜 언론이 나서서 이렇게 갈등을 조장하고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이상호] 접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한 교민이 수용된 시설을 몰래 찍은 사진들을 보셨을 거예요.

[임자운] 제가 만약에 저 이미지 속의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일단 굉장히 불쾌할 거 같고 나를 무슨 하나의 취급했다, 나쁜 존재로 취급 했다 혹은 골치 아픈 존재로 취급했다는 인상이 바로 들 거 같아요. 이런 식의 보도는 사실 뭐, 굉장히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의 가십 기사에서 많이 보이잖아요. 저는 그러한 식의 보도가 옳은지도 따져봐야겠지만 그럴 때 항상 언론에서 하는 이야기는 저 사람들은 공인이고 대중의 사랑을 받아서 돈을 벌고 있으므로 저런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그러면 이분들은 왜 감내해야 하는지 한번 기자들 스스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사실 아무런 이유가 없거든요. 본인들이 책임져야 할 상황은 전혀 아니고 공인 신분 절대 아니고, 잘못한 건 하나도 없고, 그런데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기자들도 아마 설명 못 할 거예요.

[손석춘] 그런데 저렇게 격리되어있으신 분들도 그렇고요, 그리고 아산, 진천에 살고 계시는 분들도 그렇고요. 어떻게 보면 참 큰 피해자 같아요. 사실 아산, 진천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갑자기 지역이기주의라는 그런 오명을 쓰게 되었고, 다는 아니지만. 그리고 또 이렇게 격리되신 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접하면서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받았겠어요? 그런데 사실은 이걸 따지고 보면, 한국 언론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정확하게 이걸 첫 보도를 한 신문사가 중앙일보입니다. 1월 28일 오전 11시인데요. 아직 신문 마감 시간은 아니죠. 그러니까 인터넷에 단독 보도라고 띄운 거예요. 사실 오후에 발표가 예정이 되어 있었고요. 예정되기 전에 먼저 그 소식을 자기 나름대로 취재해서 보도한 거죠. 그런데 사실 이런 식의 단독 보도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번 짚어봐야 하는데요. 보도준칙에 그런 게 있습니다. 이런 전염병이 돌고, 재난 상황에서의 보도준칙에는 공식 발표 자료에 근거하라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공식 발표가 아니거든요. 아직 사실 관계당국은 아직 검토 중이었다는 거지 않습니까? 그리고 워낙 수용 인원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검토 중이었다고 했는데 중앙일보가 오전 11시에 이걸 보도하면서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중앙일보는 오후 4시 40분입니다. 천안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런 기사가 나오죠. 실제로 얼마나 반발했는지 아직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호] 현장 분위기가 안 그럴 수도 있는 거고, 그렇죠.

[손석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보도를 하고 그런 것들이 아산, 진천 주민들에게는 우리는 뭐, 천안에서 반대하니까 오냐, 이런 식으로 신문 제목들을 보면 정말 끔찍하죠? 뭐 충청도가 우습냐, 우리가 호구냐, 이런 식의 기사들을 거침없이 쏟아낸, 한국 언론의 책임에 대해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호] 그래서 저희 J에서 우한 교민의 국내 수송 당일이죠.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현장 분위기가 어떤지 기존 보도에서 접한 상황과는 실제 상황에 차이가 있었다고 하는데, 영상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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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J가 가본 아산·진천 시위 현장
MBN 뉴스파이터, 20.01.30
[앵커] 아산 주민들은 주변에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있어 사실상 동네 한가운데에 격리 시설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염병 옮길까 걱정된다”, 언론이 집중 조명한 반대 집회

[트랙터 농성 시위 노인] “차 빼? 박아?”

[경찰] 그만하세요. 어르신.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주민] 정부에서 그렇게 밀어 닥치는데 우리 주민 몇 명으로 감당이 돼요?

조선, 20.01.30, <천안 반발에 결정 바꾼 정부…아산·진천 “ 우릴 우롱하나”>

하지만 언론의 ‘님비’ 몰아가기에 반기 든 시민들

한겨레, 20.02.01, <마스크 쓴 교민들 긴장… 진천·아산 “편히 쉬다 가길” 위로>

[김○○, 아산시 거주민] 우리는 5000만이야. 근데 700명이야. 5000만이 700명을 안아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할 말이 없는 거지.

[트랙터 농성 시위 노인] 인정을 하긴 해. 들어오는 것은. 하지만 상의를 했어야지.

[기자] 서운하시다는 거네요? 위험하다고 생각 하지 않으세요?

[트랙터 농성 시위 노인] 응 우린 딴 거 없어.

지역주의로 볼 수 없다, 현장 기자들도 자성의 목소리

[기자] 존재하지도 않은 지역 갈등을 기사로 인해서 오히려 증폭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A언론사 기자] 100% 동의합니다.

[B 언론사 기자] 지역 이기주의 ‘님비’라는 것을 앞에 제목으로 뽑아 쓰게 되면서, 그런 매체가 몇 군데가 있었잖아요. 일단 이분들이 중점적으로 화가 났던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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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훈] “나 죽으면 안 되잖아”라고 트랙터 기사는 말씀하시잖아요. 사실 제가 저분한테 가서 “진짜로 감염될까봐 두려워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어봤더니 그거 아니라고.

[최욱] 그러면 뭐예요?

[강유정] 우리가 만만해 보이냐?

[김덕훈] 그렇죠. ‘왜 우리랑 합의를 안 하느냐’ 이런 서운함 때문에 사실 그런 거였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최욱] 언론이 부추긴 게 사실이네요. 이 인터뷰한 것만 보면.

[이상호] 실제 취재 보니까 분위기가 보도된 것하고는 완전히 다른 것 같군요.

[최욱] SNS를 보면, 실제로 지역 주민분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데 사실 이 중앙일보, 이 보도를 봤다면 저 같아도 주민들처럼 행동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최초의 갈등을 야기시킨 것은 중앙일보 책임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손석춘] 그런데 재미있는 건, 재미있다고 하는 게 어폐가 있는데요. 중앙일보가 아산·진천 에서 갈등이 불거진 책임이 사실 중앙일보 첫 보도 있기 때문인데 아산·진천에서 그렇게 반발이 있으니까, 바로 그 기자가 쓴 기사인데요, 다음날. <정부, 느닷없는 변심이 갈등 키웠다> 이런 기사를 써요. 사실 그 보도가 없었더라면 중앙일보의 그 단독 보도라는 그게 없었다면 뭐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현상이죠.

[최욱] 느닷없는 보도가 갈등을 키웠다, 이게 정확하겠죠?

[손석춘] 그렇죠.

[최욱] 고맙습니다.

[임자운] 그러니까 그 아산·진천 주민 중에서 당연히 그 과정 때문에 싫었을 사람들이 분명히 있겠죠. 왜 우리 지역으로 오느냐, 반발하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러한 이유를 따졌으니까 제일 합당하니까 오겠지 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 과도하게 저쪽에만 대표성을 부여하면서, 그분들이 집단이기주의 집단이 되어버린 거예요. 아산, 진천 주민들도 결국에는 반대 집회를 스스로 철회를 한 거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러니까 제가 조금 눈물이 많은 편인데 혼자서 울컥한 게 있어요. 저는 그거 보니까 확실히 나아지고 있구나, 제가 뭐 감히 평가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이게 언론에서 드러나는 수준보다 우리들의 수준이 훨씬 나아져 있구나, 이미.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언론이 어떠해야 하느냐, 국민의 수준에 맞추면 된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상호] 그렇다면 아산, 진천 지역의 우한 교민 수용과 관련된 보도, 김덕훈 기자. J에서 조금 더 중심이 잡힌 기사로 다시 한 번 써 본다면 이게 어떤 내용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요?

[김덕훈] 사건이 다 정리되고 보니 이렇게 쓰는 게 조금 더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사가 아니었을까 라는 취지에서 J 다시 쓰기를 준비했고.

[최욱] 취지는 매우 좋고요.

[김덕훈] 맞습니다.

[최욱] 그런데 그것이 김덕훈 기자라는 게 살짝, 안타깝습니다.

[김덕훈] 그게 안타까운 점이라고 일단 인정을 한 상태로.

[최욱] 좋습니다. 인정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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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J다시쓰기] "감염 공포 때문에 반발?"..'님비' 현장 가보니

[기자] 한 노인이 트랙터를 몰고 진입합니다.

[트랙터 농성 시위 노인] 나도 살아야 하잖아. 당신네들 나 죽이려고 하는 거야?

[기자] 주민들이 느끼는 감염 공포는 실제 어느 정도일까? 이 80대 노인 뜻밖의 대답을 합니다. 위험하다고는 생각은 하지 않으신 거예요?

[트랙터 농성 시위 노인] 안했지.

[기자] 그냥 말씀하신 거예요?

[트랙터 농성 시위 노인] 나도 인정을 하긴 해. (교민이) 들어오는 것은. 그러나 (정부가) 상의를 했어야지.

[기자] 주민 상당수는 감염 공포보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정부의 수용시설 결정 과정에 불만이 있다는 것입니다. 혐오시설을 피하는 지역 이기주의로 주민들을 몰아세운 보도에는 거부감도 드러냅니다.

[유○○/ 아산시 둔포면] 안 좋은 기사들을 많이 쓰다 보니, 그걸 보고 (지역 이기주의라고) 인식이 그렇게 박힌 거죠.

[기자] 우한 교민을 태운 버스 15대가 수용시설인 경찰 인재 개발원에 진입합니다. 주민 시위 대신 담담히 교민들의 안전을 기원했습니다.

*전체 영상은 KBS 홈페이지(www.kbs.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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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2003년의 사스, 2009년에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까지. 항간에서는 바이러스 6년 주기설이 돌 정도로 자주 경험을 했는데, 그리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당시 언론 보도 또한 또 낱낱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찾아봤습니다. 오늘의 코너, 과거의 보도를 통해서 언론의 태도를 돌아보는 ‘뉴스 강제소환’입니다. 2009년에 신종플루 감염자 수가 70만 명에 육박했고요. 2015년에는 한국이 메르스 발병국 세계 2위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죠. 이렇게 심각한 상황 속에서 언론 보도는 어땠을지, 최욱 씨가 자료를 좀 모아봤다고요.

[최욱] 자료를 쓱 한번 훑어봤었는데요.

[이상호] 어땠어요?

[최욱] 아까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신종플루, 메르스 때도 공포, 패닉, 이런 뭔가 좀 과격한 선정적인 단어가 들어간 헤드라인이 많이 있었습니다.

[강유정] 2015년 연합뉴스 같은 경우에는 좀 분노가 이는 그런 기사인데요. 마지막 환자가 죽었으니 메르스 종식이다, 결론적으로는 이겁니다. 메르스에 감염 되었지만 메르스 때문에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요. 림프종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돌아가셨는데 결국 이 말은 뭐냐 하면 이걸 뉴스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이 분을 숙주 취급만 한 겁니다. 최후의 숙주가 사라졌다는 말과 뭐가 다르냐는 거죠. 지금도 사실 우리가 이런 기사에서 자유롭나 생각을 하면 감염자 혹은 전염자들을 어떻게 우리가 대하고 있는가, 별로 달라진 바가 없다는 점에서 별로 나아진 건 없어 보입니다.

[최욱] 그건 진짜 충격적이네요.

[이상호] 마지막 환자가 죽었으니까 메르스 종식.

[최욱] 결국은 이제 안심하고 기뻐하라 이거 아닙니까?

[이상호] 참 이건 도의적인 측면에서 봐서 굉장히 잔인하네요. 두 번째로 짚어볼 게 소극성입니다. 감염병 보도 자체는 소극적이었다고 보는 이유, 단적인 예로 조선일보를 또 들 수가 있겠는데 국내에서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튿날인 2015년 5월 21일, 조선일보가 <치사율 40% 중동 사스, 국내에 첫 환자>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16면에 실었습니다. 그 후 일주일 동안 이루어진 보도가 지면 기준으로 해서 총 5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국내 확진자 발생 첫 보도 후에 일주일간 44건의 기사가 나왔던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메르스 보도가 조선일보 1면에 실린 건 첫 확진자 발생 열흘만인 5월 30일이었습니다. 메르스 기사를 일부러 피했다고밖에 생각이 드는 부분이 좀 있어요. 어떻게 보셨어요?

[손석춘] 사실 지금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정부의 대응 방침이 무대응이다, 완전 무방비다’ 이런 식의 보도를 하려면, 사실 조선일보는 이때 했어야 하죠.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소극적이라는 말도 사실 아까운데요. 거의 뭐 외면하듯이 보도했었던, 축소 보도했었던 이 신문이 지금은 거의 날마다, 날마다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없다’, 뭐 ‘완전 구멍 뚫렸다’ 이런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저는 그래요. 조선일보라고 해서 다 문제가 있는 보도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적어도 이런 보도와 관련해서는 조선일보 젊은 기자들이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상호] 당시 조선일보 5월 21일 자부터 5월 29일 자, 1면 기사를 저희가 좀 찾아봤는데 21일 같은 경우는 <북도 돌변, 반기문 맞고 핵 소형화 협박>, 23일에는 <충남 태양광 산업 메카로>. 25일에는 <막말과 조롱, 원조 친노의 귀환>. 27일, <박근혜 대통령 내달 14일 방미>. 29일, <58조 국고 보조금 노리는 도둑들>. 메르스 관련 기사는 1면에 없습니다, 아예. 그런데 사실 조선일보만 보는 분들이라면 진짜 메르스 관련 내용을 거의 접하지 못하셨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유정] 심지어 이때 당시에 메르스라는 질병이 워낙 낯설었기 때문에 신종플루도 역시 낯설었지만, 당연히 굉장히 먼 곳에서 일어났던 질병처럼 여기고 있던 대부분의 시민들과 언론 소비자들에게 뉴스화되지 않으면 도저히 병의 정체도 몰랐던 상황이라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얼마나 언론이, 이때는 워치독(watchdog, 감시인·감시 단체)으로서의 역할, 감시의 역할이라는 게 갈등을 만들어 내거나 없는 갈등을 만들어서 그걸 취재한 다음에 후 취재를 이어가는 게 아니라 현재 있는 팩트, 사실에 대한 취재와 보도라면 이때는 책임을 방기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상호] 그러다가 이제 조선일보가 2015년 6월 15일 자 1면 중앙에 대통령의 동대문 상가 방문 사진을 크게 실으면서 메르스 관련 보도를 하기 시작합니다. “한국의 관광지와 상점가가 안전함을 살려 정상적 경제 활동이 계속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대통령의 발언과 직접 머리핀과 원피스 두 벌을 구입하기도 했다”는 소식을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보수 언론과 경제지에서 청와대 메르스 경제위기론과 이걸 맞춰서 내보낸 기사가 참 많았거든요.

[임자운] 사실 우리 언론이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경제 문제로 치환하는 습관이 있어요. 그러니까 노동 문제도 경제 문제이고, 인권의 문제도 경제 문제이고, 사실 그건 사람 문제거든요. 그래서 본질을 결국에는 흐트러뜨리고, 그러면서 취하는 방식이 있죠. 노동과 인권의 문제는 특정 집단 이익의 문제인데 경제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고, 국가의 문제이다.

[최욱] 매우 중요한 말씀 같기는 한데, 건강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긴 하겠습니다만 또 생계의 문제도 빼놓을 수는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현실적으로. 그런 것도 잘못이라고 봐야 합니다.

[임자운] 그렇죠. 그래서 분명히 메르스 사태가 있었을 때나 지금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있으므로 인해서 경제적으로 타격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거기에 대한 우려가 필요한 건 맞는데요.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이 사태가 빨리 종식되도록 사실 언론이 기여해야 한다는 거죠. 지금 경제가 어떠니, 저러니, 지금의 현상을 이야기하는 게 이 사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예요. 또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말하는 경제라는 게 특정 기업, 특정 재벌의 이익에 집중되는 측면이 또 있거든요.

[강유정]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사실이 하나가 뭐냐 하면요. 2015년 당시 메르스 사태의 상황에서 경제적 파장에 대한 보수 언론들의 기사 목적은 경제적 파장을 입은 생계의 고민을 하는 국민들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경제적 파장 때문에 혹시나 리더십 위기를 겪을지도 모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기사가 많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주체가 달라요. 2015년 6월 10일 조선일보, <박 대통령, 메르스 경제적 파장 최소화>하면서 “국민도 불안하겠지만 경제 활동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하면서 박 대통령은 이곳을 언급하는 데 굉장히 노력했다”라는 것. 정말 경제적 위기를 걱정하는 기사가 아니라 경제적 위기로 인해서 대통령의 어떤 지지도가 떨어진다거나 리더십이 위기가 생기면 어떨까를 걱정하고 있다는 건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거죠.

[이상호] 2009년 신종플루 당시에도 KBS가 비슷한 보도를 많이 했거든요. 이명박 대통령의 초등학교 방문기 혹시 기억이 나시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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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KBS 뉴스9, 09.11.11, <이 대통령, 백신 접종 초등학교 방문>

백신 접종 현장 점검차 학교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혹시라도 열은 없는지 직접 학생들의 이마를 짚어 봅니다.

주사 맞기가 겁이 나는 어린이에게는 대통령을 쳐다보라며 안심을 시키기도 합니다.

<녹취> 이명박 대통령: "알지? 목욕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이 대통령은 백신 접종을 마친 어린이들에게 다가가 팔뚝 주사 부위를 만져 보면서 학생들의 건강을 챙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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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잘은 모르지만, 저렇게 감염병이 유행할 때 손 안 씻고 여러 사람을 이렇게 동시에 만지는 건 일단 금기 사항 아닙니까? 이번에 WHO 회장도, 자신이 기침이 나올 때 옷소매로 막는 훌륭한 대응력을 보여줬잖아요. 그런데 저 장면을 뉴스에서 보기에는 좀 위험해 보이네요.

[최욱] 지금 말고 당시에 봤다면, 아 참 자상하시고 아이들을 생각을 많이 하시고, 아이들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구나. 이렇게 생각 했을 것 같습니다.

[김덕훈] 이명박 대통령이 친절해 보인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이 리포트의 효과는 그거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기사 같아요. 이 기사가 누굴 향하고 있는지가 거의 명확해 보이기 때문에 시간 낭비 같아 보여요.

[이상호]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현재 상황을 지난 정권과 연결을 해서 비판하는 경향도 보이는데 다소 무리한 논조가 눈에 띄거든요. 월간조선에 <세월호가 박근혜 책임이라는 논리대로라면 우한 폐렴은 문재인 책임 아닌가>라는 기사거든요. “27일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과 관련해 최초 발생지인 중국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서 전수조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우한 폐렴 관련 보도가 나온 지 열흘, 장 대사가 한국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 지 8일 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세월호 사태의 대처가 7시간 늦어 탄핵이 됐다. 이 사실을 가장 아프게 공격한 게 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다. 그들에 대한 진짜 민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라면서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기승전 총선이네요.

[강유정] 아전인수의 기사의 대표적인 예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차라리 사스,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서 이 이야기를 했다면 나름의 일관성은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비약적 논리를 활용해서 그냥 정치적으로 1:1 등식을 만들고자 하는 논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최욱] 저는 이게 매우 잔인하게 느껴지는데 세월호 사고로 국민들을 잃어서 슬픈 게 아니라 세월호 사고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욕을 먹어서 슬프다는 게 전제에 깔려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손석춘] 우한 폐렴이 문재인 책임이다? 이건 아무런 인과성이 없는 이야기인데 기자가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주가 지금 총선 국면에서 어쨌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호응인지,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개탄스러운 기사라고 할 수밖에 없죠.

[강유정] 저도 흥미로운 기사 하나 봤는데, 데일리안에서 2월 2일에 제목이 <원희룡이 옳았다>예요. 제주 무사증 입국 금지를 한 것에 대한 것인데, 2월 4일자 중앙일보에서도 “뼈를 깎는 원희룡 지사의 고통”이라는 표현이 쓰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부 자신들과 어떤 정파적인 공통성이 있는 경우에는 굉장히 강조해서 부각하고 있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고 반대로 그런 공과의 문제가 있어서 조그마한 실수라도 하게 되면 그것을 굉장히 크게 혹은 무관심, 무관한 일조차도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처럼 엮어내고 있는 건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보여져서 어떤 재난이라는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언론이 예나 지금이나 너무 좀 과도하게 하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국면입니다.

[이상호] 기승전 총선 말고도 하나 더 발견한 게 있다면서요, 최욱 씨.

[최욱] 제가 시즌 1에 출연하면서 보수 언론들의 면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보면 기승전 최저임금, 기승전 탈원전. 기승전 주52시간, 이런 패턴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우한 폐렴이 초비상사태인데 한국산 마스크를 만드는 국내 제조사가 주 52시간에 발목이 잡혔다” 이런 류의 기사가 역시나 있었습니다.

[손석춘] 파이낸셜뉴스는 사설에 <마스크 연장 근로 반대, 노동계 이기심에 경악>. 노동계는 아예 자기 이기심에 가득 차 있는 것으로 이야기했고요. 문화일보 사설은 <52시간제 부당성 보여준 마스크 사태와 노총 어깃장>, 이제 이런 식의 아주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쓰거든요. 마스크를 지금 부족하기 때문에 생산해야 하지 않느냐. 지금도 생산할 수 있어요. 현행법으로도 재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예외조항을 둘 수 있다는 게 현행법에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실관계를 빼놓고 노동,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이렇게 비판하는 한국 언론의 보도는, 이건 사실,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 안 되어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악마화 하는 거죠. 만약에 이런 기사들이나 사설을 의도하지 않고 썼다면 왜 자신이 이런 무의식중에 이런 기사를 쓰는지, 이런 논평을 하는지에 대해서 한번 짚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최욱] 오늘 성찰을 많이 요구하시네요.

[손석춘]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이상호] KBS가 아시다시피 유일한 재난방송주관사입니다. 재난 발생 시에 관련 당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소식을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국민에게 제공할 책임이 있는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KBS의 보도, 재난방송주관사로서 어땠는지, 어떻게 보셨는지.

[최욱] KBS의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에서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매일 이 아이템을 다루더라고요. 그런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정보는 충족시켜 주고 과도한 공포심은 줄여주는 아주 멋진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김덕훈] 본인이요? 계속 홍보하시는 거예요? 시청률이 생각보다 많이 안 나오시나 보네요.

[강유정] 지금 종합편성 채널에서라든가 SNS, 혹은 유튜브에서 너무나 많은 가짜뉴스가 생성 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재난 방송 주관사로서 좀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는, 미디어가 너무 난립하고 있기 때문에 더 요구되고 있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어서, 아까 잠깐 비난도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관사로서의 역할이 있음과 그리고 책임에 대해서 좀 더 생각 하셨으면 합니다.

[이상호] 이번 주에 처음으로 확진자의 완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다른 환자들도 하루빨리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 가져봅니다. 언론의 감염병 보도,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총평을 좀 해주시면.

[강유정]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기사 중 하나가 뭐냐 하면 <대학생이 만든 것을 왜 정부는 못 만드나요>라는 머니투데이의 기사였습니다. 굉장히 많이 회자되기도 했었는데, 이런 거 언론이 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맵 만들고 하는 거. 이건 충분히 언론사가 할 수 있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조차 정부 탓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왜 언론의 역할은 재난에 대해서 내부자로서 같이 이 재난을 극복해가는 주체가 아니라 극복하는 주체는 정부로 한정해 놓은 채, 어떻게든 비난할 여지 혹은 실수를 찾는 이때만 워치독 역할을 하는가, 그게 아니라 언론 역시 확성기이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내부자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합니다.

[손석춘] 적어도 최소한 국민들의 생명권인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정부를 불신하지 않도록 좀 함께 노력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렇게 했을 때 나중에 조선일보나 TV조선, 동아일보나 채널A가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할 때 조금 더 설득력이 있을 거예요.

[임자운] 이 인류가 겪은 감염병 사태가 아주 많잖아요. 흑사병, 뭐 스페인 독감, 에볼라, 메르스, 쭉 이어지는데 그 안에서 발생한 아주 많은 희생자가 있단 말이죠. 그런데 우리 인류가 그 과정에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 옆에서 연구하고 고통스러웠지만 계속 그 상황을 살피고 했던 지식이 있어요. 그 지혜가 뭐냐 하면 혐오하지 말라는 거거든요. 사실. 그 경향신문의 박하선 박사가 하셨던 말이, “감염자나 접촉자가 자신의 증상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 말은 이 전문가 개인의 말이 결코 아닐 겁니다. 여러 고통스러운 역사를 쌓아오는 과정에서 인류가 감염병이랑 투쟁했던 역사의 과정을 겪으면서 인류가 갖게 된 굉장히 소중한 지혜거든요. 그런데 혐오를 하게 되면 그 유산이 무력화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이걸 지켜야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혐오하면 안 된다, 혐오를 양산하는 정치인, 혐오를 양산하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마음으로 비판하고 저항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언론 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 9시 40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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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영상) 에필로그. 조선·동아 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광화문 1인 시위
1970년대, 유신독재에 저항하다 조선·동아일보에서 해고된 100여 명의 기자들. 창간 100주년을 맞는 조선·동아일보에 과거사 청산과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조선·동아일보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조선·동아일보의 과거. 첫 번째 이야기, 친일.

[조강래/ 前 동아일보 라디오 PD] 큰 잘못 중에 가장 중요한 잘못이죠. 윤봉길 의사 거사가 있었을 때 뭐라고 보도를 했냐하면 흉행, 아주 흉측한 행동이다. 이런 식으로 보도를 했죠. 과거에 대해서 사과 한 마디 없이 그냥 지나가면 다 끝나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구민들이 그거를 모르는 것은 아니거든요.

100주년 신문의 과거를 J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다음 이 시간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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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널리즘토크쇼J] “공포·혐오·분열”에 감염된 언론
    • 입력 2020-02-09 21:44:25
    • 수정2020-02-09 22:56:30
    저널리즘 토크쇼 J
[최욱]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욱입니다. 드디어 <저널리즘 토크쇼 J>가 4주간의 휴식을 마치고 시즌 2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시즌 2를 맞이해서 저희가 새로이 단장을 좀 해봤는데요. 먼저 큰돈 들여서 세트를 싹 바꿨습니다. 그리고 새 얼굴들과 함께할 텐데요. 함께할 분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유일한 헌 얼굴입니다. 비평 끝판왕 강유정 강남대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강유정] 안녕하십니까? 강유정입니다.

[최욱] 반갑습니다. 시즌 2를 맞이했어요. 시즌 1에 비교하면 뭔가 좀 달라진 각오가 있을까요?

[강유정] 어색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한데. 그나저나 최욱 씨를, 이 자리에 앉아있는 최욱 씨를 거기 앉아 계신 거 보니까 KBS의 아들답게 더 라이브의 더블 MC를 넘어서서 이제 혼자 단독 MC 보시는 겁니까?

[최욱] 시즌 2는 실력 위주로 가기로, 철학의 방향을 틀었습니다. 아무튼 시즌 2, 더욱더 날카로운 비평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함께할 새 얼굴 영상으로 만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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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 2 새로운 출연자 소개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새로운 MC를 소개합니다.

-아나운서 이상호.
KBS2 라디오 <이상호의 드림팝> DJ.
前 KBS 시사 투나잇 진행.

-언론학자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前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변호사 임자운
‘반올림’ 활동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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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많은 분이 시즌 2를 지금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여러분을 제가 한 분 한 분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머리 색깔부터가 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공경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우리 손석춘 교수님, 대단하신 분이더라고요. 손석희, 백지연을 제치고 가장 좋아하는 언론인 1위, 희망을 주는 언론인 1위에 아주 예전에 선정된 바 있고요. 정말 대단한 분인데요.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석춘] 궁극적인 언론 주권자인 방송 시청자분들과 함께 행복 저널리즘의 품격을 높여가는 데 최선을 다해볼까 합니다.

[최욱] 우려했던 것보다 조금 더 재미가 없으시네요. 하지만 기품있는 비평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얼굴입니다. 살면서 처음 본 분인데요.

[임자운] 안녕하세요? 임자운입니다. 제가 소개해주셨듯이 ‘반올림’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일을 해왔고 지금도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데 기자들을 만날 일도 굉장히 많아요.

[최욱] 따뜻한 비평,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려한 만큼 재미가 없었던 것 같네요. <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 2의 진행자도 역시 바뀌었습니다. 시즌 1에서 정세진 아나운서의 역할이 대단했었는데 시즌 2는 KBS의 이상호 아나운서가 함께합니다.

[이상호] 그러면 <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2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새로운 멤버들과의 시너지 효과, 많이 기대를 해주시고요. <저널리즘 토크쇼 J>,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상호] 오늘 다뤄볼 주제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언론 보도입니다. 특별히 KBS 김덕훈 기자, 오늘 함께할 텐데 김 기자가 감염병 전문 기자예요?

[김덕훈] 제 주제에 무슨 전문 기자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고요. 대신 좀 특이한 경험이 있는데, 제가 박근혜 정부 당시에 방역 당국이 놓친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직접 만나서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제가 만났던 분이 본인이 먼저 요구를 했거든요. 메르스 최초 확진자랑 굉장히 밀접 접촉을 해서 의심이 되니 나를 치료해달라고 했는데 그때 방역 당국에서 한 이야기가 “당신은 온도가 38도가 안 되니까, 집으로 돌아가시오.” 이 상황에서 제가 만나서 인터뷰를 했고, 며칠 뒤에 이 분이 실제로 확진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것까지 제가 기사로 쓰고, 저도 자가 격리에 들어갔죠.

[이상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지난해 12월 처음 중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 했죠. 그 후에 30곳 가까운 국가로 확산한 상태인데 지난 1월 20일이죠. 국내에서도 첫 환자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하루하루 급박하게, 지금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뭐 패널분들도 다 보도를 지금 보고 계실 텐데, 주목하고 계시죠?

[최욱] 우리 건강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관심도가 높지 않습니까? 그만큼 정보와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 보통 이럴 때 중간 중간에 가짜 뉴스가 섞여 있거든요. 저도 보고 굉장히 놀랐던 영상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래서 제가 준비를 해봤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유출 됐다.’라는 것을 설명하는 영상입니다.

[이상호] 영상 전개를 보시면, 꽤나 설득력이 있습니다. 정말 이런 연구소가 있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결국에는 어떻게 된 거죠, 최욱 씨?

[최욱] 2015년에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연관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거든요. 이 가짜 뉴스를 기성 언론에서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서 기사화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이건 더 확산 속도가 빨라지겠죠. 이게 굉장히 무서운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임자운] 이게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뭔가 유출되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은 조금 충격적이기는 한데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거든요. 제가 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좀비 영화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배경을 설명 하거든요. 그러면 언론의 입장에서는 사실 이건 분명히 의심할 만한 소재였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그것에 대한 의심 없이, 그리고 이게 기사를 통해서 재생산되는 순간 독자들이 빠르게 클릭할 거라는 판단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잖아요. 그 판단에 기대서 그냥 보도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강유정] 2015년에 우한에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다는 건 사실이고 그 사실들을 엉성하게 엮어냄으로써 확증 편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거든요. 이게 우리가 유튜브라든가 혹은 SNS, 미디어를 통해서 볼 때랑 기성 미디어를 통해서 볼 때의 신뢰감이 굉장히 문제가 되거든요. ‘기성 미디어라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신뢰감을 가지고 있는 기사겠거니’ 하는 사람들의 신뢰감이 형성되어 있어서, 이것은 장사를 위해서 어느 정도 공포를 활용한 비양심적인 언론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들긴 했습니다.

[손석춘] 자극적인 거. 이런 것에 호소하려는 그런 경향들이 있어요. 그러나 한 가지 더 생각해보실 것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유튜브나 이런 것에 대해서 그걸 언론주권자들은 내가 그 사람들의 돈벌이에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클릭함으로 인해서. 이런 것에 대한 성찰은 필요할 것 같아요. 언론의 책임이 물론 있고요.

[이상호] 질병은 곧 공포, 자극, 이런 것들은 돈이 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인데. 감염병에 대한 공포 마케팅,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멀리하는 게 당연한데 우리 언론이 비판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1월 28일이죠. 주요 일간지 1면을 들여다볼 텐데, 10대 일간지 중에서 무려 7개의 언론사에서 1면 헤드라인에 ‘뚫렸다’. ‘뚫렸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검역체계를 비판했는데, 이 기사들 보신 분들 계실 거예요. 어떻게들 보셨어요?

[강유정] 이게 뚫렸다고 일종의 피동사죠. 그러니까 당한 거예요. 당했다는 걸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데 뚫렸다는 말 자체가 굉장히 이 병이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되게 무능하다, 혹은 우리는 여기서 무대책인 것은 아니냐는 또 다른 불안감을 주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통한 재해석을 독자들 혹은 언론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했어야 될 표현인데, 흥미롭게도 모든 거의 종이 신문들이 다 뚫렸다는 표현을 약속이나 한 듯 같이 쓰고 있다는 것은 이런 언어 사용에 대한 철저한 자기의식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욱] 제가 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불감증보다는 과도한 반응 같은 것이 국민의 건강에는 어찌 됐든 결론적으로는 조금 더 도움이 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과도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 또는 과도한 정부 비판이 왜 나쁜 건가요?

[손석춘] 마치 나라가 곧 무너질 것처럼 이렇게 이야기하거든요. 날마다예요, 날마다. 날마다 신문 사설에 그렇게 나오고, 그리고 종편 방송을 통해서 계속해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건 자제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전염병과 생명권에 관한 한은 국민이 그래도 정부를 믿을 수 있도록, 이렇게 해 나가는 게 중요한 거고요. 그리고 정부 정책의 어떤 문제점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 차분하게 그것도, 문제, 의제 설정을 해 나가야 방식으로 방송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강유정] 위약 효과, 말 그대로 나는 아무렇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다고 충분히 고민하고 공포에 빠질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더욱 중앙집권적인 대처 방안에 대해서 비판을 할 수 있지만, 흔들지는 말아야 하는데 대개의 언론에서 많은 부분에서 흔들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소비자가 공감하고 있는 형국 아닌가 싶습니다.

[임자운] 공중보건전문가라는 분들이 일치되게 말하는 해법이, 공공의 시스템에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그러니까 증상이 있는 사람이건 그게 의심되는 사람이건 그걸 발견한 사람이건 그 이웃에 있는 사람이 모두 신뢰하고 드러내서 이게 공적인 영역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이야기들을 사실 전부 다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말씀하셨듯이 그러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계속 만들어 내버리면 나 같아도 그럴 것 같아요. 증상이 있는데, 내가 저기 수용됐다가는 내가 더 아플 수 있다, 저 사람들이 날 치료 제대로 못 할 수도 있다. 차라리 여기 숨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사실상 하게끔 만드는 보도라는 생각도 드는 거예요.

[이상호] 지난 1월 28일 조선일보 기자의 우한 탈출기, 이건 아마 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이 우한 지역에 들어간 후에 중국 당국의 봉쇄령을 뚫고, 여기도 ‘뚫고’가 나오네요. 뚫고 탈출하는 과정을 보도 했습니다. “검문소에서는 경찰과 방역복을 입은 사람이 차를 돌려세우고 있었다. 공사 중인 도로를 포함해 비포장도로를 달렸지만 세 차례나 막다른 길에서 차를 돌렸다. 지도에 없는 고가 및 도로에 들어간 끝에 기자가 탄 차는 검문소를 우회하는 데 성공했다. 차량 수십 대가 기자가 탄 택시와 함께 우한을 빠져나왔다.” 기사라기보다는 거의 진짜 탈출기, 정말 본인들이 그렇게 제목을 붙이긴 했어요. 무용담 같은 거, 무용담에 가까운 기사 아닙니까? 어떻게 보셨어요?

[강유정] 이 기사는 전형적인 스토리텔링 기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일단은 자기가 주관적인 시점이 거의 100% 사실을 다, 전부 다 커버하고 있고요. 그 외에 어떤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스토리텔링을 했는데, 이 글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봤을 때는 목적을 알 수 없어요. 아비규환이었다, 힘들었다 그리고 공포스러웠다. 공포감을 재생산하는 것 외하고 이 글의 목적을 찾을 수 없다고 보면 그러면 이 글을 보면서 감염병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대개의 언론 소비자들이 이해 당사자라고 보거든요. 이 이해 당사자들이 이 글을 읽음으로써 뭘 얻을 수 있는가? 기사에 실을 때는 공익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임자운] 만약에 이 기사 말미에 이처럼 중국의 지금 관리가 허술하다는 분석이라도 있으면 그만한 공익성을 찾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이거 보고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마치 다 큰 어른이 차들이 쌩쌩 달리는 8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한 다음에, 그 체험기를 이야기하는 그런 느낌과 뭐가 다른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유정] 그러니까 이게.

[이상호] 해 봤더니 아무렇지 않았어.

[임자운] 그리고 굉장히 긴박하고 스릴 있었어. 그런데 나는 그걸 해냈어. 이런 느낌으로 들렸어요.

[최욱] 그 비슷한 비판의 댓글들이 실제로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아까 우리 변호사님이 좀비 영화 좋아한다고 하셨죠? 거기에 빗댄 재미있는 댓글이 있습니다. 영화로 치자면 주인공이 탈출한 것이 아니라, 좀비가 방역 망을 뚫은 것이다. 이건 민폐다, 그런 류의 비판의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뭐 유일하게 기자분이 나와 계시니까, 이거 뭐, 취재 매뉴얼 같은 거 따로 없습니까?

[김덕훈] 취재보도 준칙이라는 게 모든 언론사가 자기들만의 기준을 갖고 있을 것이고 우리 KBS도 현장이나 그다음에 취재 윤리상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거든요. 이 기사가 KBS 보도, 재난보도준칙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어떤 부분을 어겼느냐 하면 준칙에는 ‘취재에 의해 감염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고, 또 ‘본질을 호도할 수 있는 즉흥적이거나 흥미 위주의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이 탈출기는 이제 이 취재로 인해 감염 확대 가능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을뿐더러 게다가 이게, 일단 적어도 이 기사를 놓고만 보면 흥미 위주라는 게 거의 분명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요. SBS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우한에 기자를 보내서 르포 형식의 취재를 하려다가 접은 바가 있고요. KBS 같은 경우에도 우한에 다녀온 현지 중국 특파원을 따로 격리해서 중국지국의 다른 직원들과 따로 관리하고 있거든요. 조금 더 조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탈출기를 썼다는 것이 썩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석춘] 아마 저걸 조선일보가 신문 지면에까지 부각해서 보도 한 데는 현장감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지금 저 신문의 기자와 그리고 저 데스크 그리고 편집국장의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건 저 현장의 고통을 모른다는 거죠. 우한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아픔이나, 아니면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 고난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기자들에게 현장은, 그러니까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게 현장이어야 하는데 기자들이 저런 기사를 쓰고 또 그것을 아무런 성찰 없이 편집해내고 이랬을 때 신문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호] 이번 사태에서 이 바이러스의 확산만큼이나 우려스러운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인데, 그리고 차별에 편승하거나 혐오를 부추기는 언론 보도도 문제가 되고 있죠. 헤럴드경제가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대한 르포를 실었는데 그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에도 노상에 진열한 채 비위생적으로 판매하는 음식이 여전했으며, 맨손으로 길거리에 진열되어 있는 탕후루를 만지는 관광객과 묵을 만지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중년 남성들이 모여 담배를 피운 후 가래침을 길바닥에 뱉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는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임자운] 정말 교과서적으로 나쁜 기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목만 보고 딱 읽기 싫었는데, 보기 싫었는데 뭐 사실 사람들이 하도 이야기를 하기에 읽어봤어요. 그런데 읽어보려고 스마트폰으로 들어갔더니 본문을 가릴 정도의 엄청난 광고 배너가 뜨더라고요, 이 사이트에. 그래서 아 결국 이 기사의 목적은 클릭 장사였구나. 사실 이런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잖아요. 선정적으로 자극적으로 보도해서 결국에는 돈이 되게 만드는 기사를 쓴다는 건 사실 일반적인 현상이었고 항상 비판되는 부분인데 판은 좀 봐가면서 장사판을 깔았으면 좋겠다.

[이상호] 강 교수님.

[강유정] 혐오 장사죠. 혐오가 상당히 장사가 잘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거 처음 대하는 거 같지만 이미 <범죄도시>나 <황해> 같은 영화들을 보면 중국 동포에 대해서 어떻게 대중문화에서 소비하고 있는지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대중문화 속에서 어느 정도 합의된 이미지가 뭐냐 하면 무법천지다, 굉장히 폭력적이다, 아무도 저기를 컨트롤할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는 구역이라는 이야기가 박혀있는 가운데, 감염병 사태라는 초유의 사태가 있는 데다가 이런 기사는 말 그대로 만연해있는 편견과 선입견에 불씨를 더 던지는 격이죠. 그리고 저는 이 기자분이 그리고 이 언론사가 편견과 선입견에 불씨를 붙여줌으로써 돈이 된다는 걸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분명히 알았을 거라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무책임한 기사라는 거죠.

[최욱] 논리적으로도 너무 맞지 않잖아요. 중국에 갔다 온 한국인보다 중국에 안 갔다 온, 중국인이 더 안전한 거 아닙니까? 이게 논리적으로도 전혀 맞지 않는 걸 가지고 이렇게 써서 저는 뭐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상호] 이런 인종차별적 보도에서 KBS도 사실 자유롭지 않습니다. 1월 28일 자 KBS 아침뉴스타임에서 “중국발 전염병, 왜 많을까”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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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KBS 아침뉴스타임 1.28. <‘차이나 엑소더스’ 본격 중국발 전염병 왜 많을까>

[기자] 중국인들의 식문화를 꼽기도 합니다. 깔끔하게 포장된 육류·생선을 파는 서구식 대형 마트가 중국에선 이상하리만치 인기가 없습니다. "오래된 걸 눈속임한 건지 어떻게 아느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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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눈여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선일보의 칼럼 내용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그래서 뭐 깜짝 놀랐다는 분들도 많이 계셨거든요.

[최욱] 이 리포터는 결과론적으로도 나쁜 리포트입니다. 왜냐하면, 댓글을 보면 중국인 혐오로 가득 차 있어요. 그러니까 어찌 됐든 혐오를 부추겼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우리 같이 생활을 하는 기자가 나와 있으니까 기자를 혐오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거 좀 비판 좀 해주시죠.

[김덕훈] 이게 비판이라기보다는 저는 취재를 하는 사람이니까.

[최욱] 해명을 좀 해 볼까요?

[김덕훈] 해당 팀에 가서 질문 했는데 첫 번째 혐오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제가 여기 나왔으니까 그대로 입장을 읽어드릴게요. 신선한 것과 야생동물을 선호하는 문화가 발병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에서 중국의 식문화를 언급한 것이다. 기사로 중국인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을 했고요. 그다음에 조선일보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는 그런 지적과 관련해서는 “조선일보 기사를 따라 썼다는 지적에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판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최욱] 조선일보와 협업한 건 아니죠?

[김덕훈] 그런 건 아니죠.

[최욱] 미안합니다.

[임자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쓴 기사는 아니다. 우리는 그런 나쁜 의도를 애초에 가지고 있는 팀이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의도를 묻는 게 아니죠, 사실. 시청자들이나 저희도 이 기사에 대해서 비판을 할 때는 나쁜 의도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나쁜 영향력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고 언론이라면, 특히나 KBS라면 당연히 누구보다 그 영향력에 대해서 엄격하게 생각을 했어야 되었는데,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성찰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이 해명에 한 줄이라도 나왔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 이런 생각은 드네요.

[이상호] 이번 사태에서도 공포와 편견의 대상이 된 게 중국인만이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지난 1월 29일 우한 교민들을 국내로 데려와서 아산, 진천 지역의 시설에 격리 수용을 하겠다고 발표를 했죠. 그러면서 관련 내용이 다음 날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했는데 해당 지역 주민과의 갈등 상황을 부각시키는 보도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엄청난 양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죠.

[임자운] 이건 어떻게 보면, 우리 언론이 특히 보수적인 언론들이 집회 시위를 보도하는 전형적인 상황이긴 해요. 특별하다기보다는 많은 경우 집회 시위가 벌어지는 의미, 그 이유, 이들이 왜 거리에 나서게 됐는지를 짚기보다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적인 양상, 이미지, 싸우는 이미지, 이런 걸 부각한다는 거죠. 이번 사태에서 그래도 좀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언론이 그런 식의 집회 시위 보도를 했던 이유는 집회 시위하는 당사자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기 위해 그들이 집단 이기주의이고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그 메시지를 위해서 그랬다면, 이번에 이런 보도는 정부를 향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어떤 위험한 질병이 창궐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 보니까 국민들끼리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의도가 좀 보였던 것 같아요.

[강유정] 이번에 사실 많이 쓰인 비유 중 하나가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비유예요. 만약에 전염병 위험 때문에 이 작품을 인용하신 거라면 잘못 인용한 거죠. 왜냐하면 전염병이 위험한 게 아니라, 전염병을 둘러싼 인간의 폭력성을 위험을 보여주는 게 이 작품이에요. 전염병의 위험을 보여주는 게 아니에요. 잘못하면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거고요. 그중에 하나 인상적인 보도가 JTBC 뉴스가 2020년 1월 31일에 보도된 내용인데, <격리시설 둘러보니… 산책로 연결되고 울타리 없는 곳도>라는 제목을 달고 그곳을 직접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기사입니까? 누구를 위한. 정말 어렵게 그곳에 격리 수용되어 계신 분들이 있는데, 그곳을 가지 않도록 안내하고 혹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당연한 합의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것이 뚫려있는 듯한 언론 보도를 만들어낸다는 건 기껏 해서 균형을 잡은 갈등 상황에 있어서 또 한 번 불씨를 던지는 어떤 행위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왜 언론이 나서서 이렇게 갈등을 조장하고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이상호] 접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한 교민이 수용된 시설을 몰래 찍은 사진들을 보셨을 거예요.

[임자운] 제가 만약에 저 이미지 속의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일단 굉장히 불쾌할 거 같고 나를 무슨 하나의 취급했다, 나쁜 존재로 취급 했다 혹은 골치 아픈 존재로 취급했다는 인상이 바로 들 거 같아요. 이런 식의 보도는 사실 뭐, 굉장히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의 가십 기사에서 많이 보이잖아요. 저는 그러한 식의 보도가 옳은지도 따져봐야겠지만 그럴 때 항상 언론에서 하는 이야기는 저 사람들은 공인이고 대중의 사랑을 받아서 돈을 벌고 있으므로 저런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그러면 이분들은 왜 감내해야 하는지 한번 기자들 스스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사실 아무런 이유가 없거든요. 본인들이 책임져야 할 상황은 전혀 아니고 공인 신분 절대 아니고, 잘못한 건 하나도 없고, 그런데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기자들도 아마 설명 못 할 거예요.

[손석춘] 그런데 저렇게 격리되어있으신 분들도 그렇고요, 그리고 아산, 진천에 살고 계시는 분들도 그렇고요. 어떻게 보면 참 큰 피해자 같아요. 사실 아산, 진천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갑자기 지역이기주의라는 그런 오명을 쓰게 되었고, 다는 아니지만. 그리고 또 이렇게 격리되신 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접하면서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받았겠어요? 그런데 사실은 이걸 따지고 보면, 한국 언론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정확하게 이걸 첫 보도를 한 신문사가 중앙일보입니다. 1월 28일 오전 11시인데요. 아직 신문 마감 시간은 아니죠. 그러니까 인터넷에 단독 보도라고 띄운 거예요. 사실 오후에 발표가 예정이 되어 있었고요. 예정되기 전에 먼저 그 소식을 자기 나름대로 취재해서 보도한 거죠. 그런데 사실 이런 식의 단독 보도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번 짚어봐야 하는데요. 보도준칙에 그런 게 있습니다. 이런 전염병이 돌고, 재난 상황에서의 보도준칙에는 공식 발표 자료에 근거하라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공식 발표가 아니거든요. 아직 사실 관계당국은 아직 검토 중이었다는 거지 않습니까? 그리고 워낙 수용 인원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검토 중이었다고 했는데 중앙일보가 오전 11시에 이걸 보도하면서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중앙일보는 오후 4시 40분입니다. 천안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런 기사가 나오죠. 실제로 얼마나 반발했는지 아직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호] 현장 분위기가 안 그럴 수도 있는 거고, 그렇죠.

[손석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보도를 하고 그런 것들이 아산, 진천 주민들에게는 우리는 뭐, 천안에서 반대하니까 오냐, 이런 식으로 신문 제목들을 보면 정말 끔찍하죠? 뭐 충청도가 우습냐, 우리가 호구냐, 이런 식의 기사들을 거침없이 쏟아낸, 한국 언론의 책임에 대해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호] 그래서 저희 J에서 우한 교민의 국내 수송 당일이죠.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현장 분위기가 어떤지 기존 보도에서 접한 상황과는 실제 상황에 차이가 있었다고 하는데, 영상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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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J가 가본 아산·진천 시위 현장
MBN 뉴스파이터, 20.01.30
[앵커] 아산 주민들은 주변에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있어 사실상 동네 한가운데에 격리 시설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염병 옮길까 걱정된다”, 언론이 집중 조명한 반대 집회

[트랙터 농성 시위 노인] “차 빼? 박아?”

[경찰] 그만하세요. 어르신.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주민] 정부에서 그렇게 밀어 닥치는데 우리 주민 몇 명으로 감당이 돼요?

조선, 20.01.30, <천안 반발에 결정 바꾼 정부…아산·진천 “ 우릴 우롱하나”>

하지만 언론의 ‘님비’ 몰아가기에 반기 든 시민들

한겨레, 20.02.01, <마스크 쓴 교민들 긴장… 진천·아산 “편히 쉬다 가길” 위로>

[김○○, 아산시 거주민] 우리는 5000만이야. 근데 700명이야. 5000만이 700명을 안아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할 말이 없는 거지.

[트랙터 농성 시위 노인] 인정을 하긴 해. 들어오는 것은. 하지만 상의를 했어야지.

[기자] 서운하시다는 거네요? 위험하다고 생각 하지 않으세요?

[트랙터 농성 시위 노인] 응 우린 딴 거 없어.

지역주의로 볼 수 없다, 현장 기자들도 자성의 목소리

[기자] 존재하지도 않은 지역 갈등을 기사로 인해서 오히려 증폭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A언론사 기자] 100% 동의합니다.

[B 언론사 기자] 지역 이기주의 ‘님비’라는 것을 앞에 제목으로 뽑아 쓰게 되면서, 그런 매체가 몇 군데가 있었잖아요. 일단 이분들이 중점적으로 화가 났던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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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훈] “나 죽으면 안 되잖아”라고 트랙터 기사는 말씀하시잖아요. 사실 제가 저분한테 가서 “진짜로 감염될까봐 두려워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어봤더니 그거 아니라고.

[최욱] 그러면 뭐예요?

[강유정] 우리가 만만해 보이냐?

[김덕훈] 그렇죠. ‘왜 우리랑 합의를 안 하느냐’ 이런 서운함 때문에 사실 그런 거였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최욱] 언론이 부추긴 게 사실이네요. 이 인터뷰한 것만 보면.

[이상호] 실제 취재 보니까 분위기가 보도된 것하고는 완전히 다른 것 같군요.

[최욱] SNS를 보면, 실제로 지역 주민분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데 사실 이 중앙일보, 이 보도를 봤다면 저 같아도 주민들처럼 행동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최초의 갈등을 야기시킨 것은 중앙일보 책임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손석춘] 그런데 재미있는 건, 재미있다고 하는 게 어폐가 있는데요. 중앙일보가 아산·진천 에서 갈등이 불거진 책임이 사실 중앙일보 첫 보도 있기 때문인데 아산·진천에서 그렇게 반발이 있으니까, 바로 그 기자가 쓴 기사인데요, 다음날. <정부, 느닷없는 변심이 갈등 키웠다> 이런 기사를 써요. 사실 그 보도가 없었더라면 중앙일보의 그 단독 보도라는 그게 없었다면 뭐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현상이죠.

[최욱] 느닷없는 보도가 갈등을 키웠다, 이게 정확하겠죠?

[손석춘] 그렇죠.

[최욱] 고맙습니다.

[임자운] 그러니까 그 아산·진천 주민 중에서 당연히 그 과정 때문에 싫었을 사람들이 분명히 있겠죠. 왜 우리 지역으로 오느냐, 반발하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러한 이유를 따졌으니까 제일 합당하니까 오겠지 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 과도하게 저쪽에만 대표성을 부여하면서, 그분들이 집단이기주의 집단이 되어버린 거예요. 아산, 진천 주민들도 결국에는 반대 집회를 스스로 철회를 한 거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러니까 제가 조금 눈물이 많은 편인데 혼자서 울컥한 게 있어요. 저는 그거 보니까 확실히 나아지고 있구나, 제가 뭐 감히 평가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이게 언론에서 드러나는 수준보다 우리들의 수준이 훨씬 나아져 있구나, 이미.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언론이 어떠해야 하느냐, 국민의 수준에 맞추면 된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상호] 그렇다면 아산, 진천 지역의 우한 교민 수용과 관련된 보도, 김덕훈 기자. J에서 조금 더 중심이 잡힌 기사로 다시 한 번 써 본다면 이게 어떤 내용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요?

[김덕훈] 사건이 다 정리되고 보니 이렇게 쓰는 게 조금 더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사가 아니었을까 라는 취지에서 J 다시 쓰기를 준비했고.

[최욱] 취지는 매우 좋고요.

[김덕훈] 맞습니다.

[최욱] 그런데 그것이 김덕훈 기자라는 게 살짝, 안타깝습니다.

[김덕훈] 그게 안타까운 점이라고 일단 인정을 한 상태로.

[최욱] 좋습니다. 인정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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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J다시쓰기] "감염 공포 때문에 반발?"..'님비' 현장 가보니

[기자] 한 노인이 트랙터를 몰고 진입합니다.

[트랙터 농성 시위 노인] 나도 살아야 하잖아. 당신네들 나 죽이려고 하는 거야?

[기자] 주민들이 느끼는 감염 공포는 실제 어느 정도일까? 이 80대 노인 뜻밖의 대답을 합니다. 위험하다고는 생각은 하지 않으신 거예요?

[트랙터 농성 시위 노인] 안했지.

[기자] 그냥 말씀하신 거예요?

[트랙터 농성 시위 노인] 나도 인정을 하긴 해. (교민이) 들어오는 것은. 그러나 (정부가) 상의를 했어야지.

[기자] 주민 상당수는 감염 공포보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정부의 수용시설 결정 과정에 불만이 있다는 것입니다. 혐오시설을 피하는 지역 이기주의로 주민들을 몰아세운 보도에는 거부감도 드러냅니다.

[유○○/ 아산시 둔포면] 안 좋은 기사들을 많이 쓰다 보니, 그걸 보고 (지역 이기주의라고) 인식이 그렇게 박힌 거죠.

[기자] 우한 교민을 태운 버스 15대가 수용시설인 경찰 인재 개발원에 진입합니다. 주민 시위 대신 담담히 교민들의 안전을 기원했습니다.

*전체 영상은 KBS 홈페이지(www.kbs.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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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2003년의 사스, 2009년에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까지. 항간에서는 바이러스 6년 주기설이 돌 정도로 자주 경험을 했는데, 그리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당시 언론 보도 또한 또 낱낱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찾아봤습니다. 오늘의 코너, 과거의 보도를 통해서 언론의 태도를 돌아보는 ‘뉴스 강제소환’입니다. 2009년에 신종플루 감염자 수가 70만 명에 육박했고요. 2015년에는 한국이 메르스 발병국 세계 2위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죠. 이렇게 심각한 상황 속에서 언론 보도는 어땠을지, 최욱 씨가 자료를 좀 모아봤다고요.

[최욱] 자료를 쓱 한번 훑어봤었는데요.

[이상호] 어땠어요?

[최욱] 아까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신종플루, 메르스 때도 공포, 패닉, 이런 뭔가 좀 과격한 선정적인 단어가 들어간 헤드라인이 많이 있었습니다.

[강유정] 2015년 연합뉴스 같은 경우에는 좀 분노가 이는 그런 기사인데요. 마지막 환자가 죽었으니 메르스 종식이다, 결론적으로는 이겁니다. 메르스에 감염 되었지만 메르스 때문에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요. 림프종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돌아가셨는데 결국 이 말은 뭐냐 하면 이걸 뉴스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이 분을 숙주 취급만 한 겁니다. 최후의 숙주가 사라졌다는 말과 뭐가 다르냐는 거죠. 지금도 사실 우리가 이런 기사에서 자유롭나 생각을 하면 감염자 혹은 전염자들을 어떻게 우리가 대하고 있는가, 별로 달라진 바가 없다는 점에서 별로 나아진 건 없어 보입니다.

[최욱] 그건 진짜 충격적이네요.

[이상호] 마지막 환자가 죽었으니까 메르스 종식.

[최욱] 결국은 이제 안심하고 기뻐하라 이거 아닙니까?

[이상호] 참 이건 도의적인 측면에서 봐서 굉장히 잔인하네요. 두 번째로 짚어볼 게 소극성입니다. 감염병 보도 자체는 소극적이었다고 보는 이유, 단적인 예로 조선일보를 또 들 수가 있겠는데 국내에서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튿날인 2015년 5월 21일, 조선일보가 <치사율 40% 중동 사스, 국내에 첫 환자>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16면에 실었습니다. 그 후 일주일 동안 이루어진 보도가 지면 기준으로 해서 총 5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국내 확진자 발생 첫 보도 후에 일주일간 44건의 기사가 나왔던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메르스 보도가 조선일보 1면에 실린 건 첫 확진자 발생 열흘만인 5월 30일이었습니다. 메르스 기사를 일부러 피했다고밖에 생각이 드는 부분이 좀 있어요. 어떻게 보셨어요?

[손석춘] 사실 지금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정부의 대응 방침이 무대응이다, 완전 무방비다’ 이런 식의 보도를 하려면, 사실 조선일보는 이때 했어야 하죠.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소극적이라는 말도 사실 아까운데요. 거의 뭐 외면하듯이 보도했었던, 축소 보도했었던 이 신문이 지금은 거의 날마다, 날마다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없다’, 뭐 ‘완전 구멍 뚫렸다’ 이런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저는 그래요. 조선일보라고 해서 다 문제가 있는 보도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적어도 이런 보도와 관련해서는 조선일보 젊은 기자들이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상호] 당시 조선일보 5월 21일 자부터 5월 29일 자, 1면 기사를 저희가 좀 찾아봤는데 21일 같은 경우는 <북도 돌변, 반기문 맞고 핵 소형화 협박>, 23일에는 <충남 태양광 산업 메카로>. 25일에는 <막말과 조롱, 원조 친노의 귀환>. 27일, <박근혜 대통령 내달 14일 방미>. 29일, <58조 국고 보조금 노리는 도둑들>. 메르스 관련 기사는 1면에 없습니다, 아예. 그런데 사실 조선일보만 보는 분들이라면 진짜 메르스 관련 내용을 거의 접하지 못하셨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유정] 심지어 이때 당시에 메르스라는 질병이 워낙 낯설었기 때문에 신종플루도 역시 낯설었지만, 당연히 굉장히 먼 곳에서 일어났던 질병처럼 여기고 있던 대부분의 시민들과 언론 소비자들에게 뉴스화되지 않으면 도저히 병의 정체도 몰랐던 상황이라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얼마나 언론이, 이때는 워치독(watchdog, 감시인·감시 단체)으로서의 역할, 감시의 역할이라는 게 갈등을 만들어 내거나 없는 갈등을 만들어서 그걸 취재한 다음에 후 취재를 이어가는 게 아니라 현재 있는 팩트, 사실에 대한 취재와 보도라면 이때는 책임을 방기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상호] 그러다가 이제 조선일보가 2015년 6월 15일 자 1면 중앙에 대통령의 동대문 상가 방문 사진을 크게 실으면서 메르스 관련 보도를 하기 시작합니다. “한국의 관광지와 상점가가 안전함을 살려 정상적 경제 활동이 계속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대통령의 발언과 직접 머리핀과 원피스 두 벌을 구입하기도 했다”는 소식을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보수 언론과 경제지에서 청와대 메르스 경제위기론과 이걸 맞춰서 내보낸 기사가 참 많았거든요.

[임자운] 사실 우리 언론이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경제 문제로 치환하는 습관이 있어요. 그러니까 노동 문제도 경제 문제이고, 인권의 문제도 경제 문제이고, 사실 그건 사람 문제거든요. 그래서 본질을 결국에는 흐트러뜨리고, 그러면서 취하는 방식이 있죠. 노동과 인권의 문제는 특정 집단 이익의 문제인데 경제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고, 국가의 문제이다.

[최욱] 매우 중요한 말씀 같기는 한데, 건강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긴 하겠습니다만 또 생계의 문제도 빼놓을 수는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현실적으로. 그런 것도 잘못이라고 봐야 합니다.

[임자운] 그렇죠. 그래서 분명히 메르스 사태가 있었을 때나 지금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있으므로 인해서 경제적으로 타격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거기에 대한 우려가 필요한 건 맞는데요.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이 사태가 빨리 종식되도록 사실 언론이 기여해야 한다는 거죠. 지금 경제가 어떠니, 저러니, 지금의 현상을 이야기하는 게 이 사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예요. 또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말하는 경제라는 게 특정 기업, 특정 재벌의 이익에 집중되는 측면이 또 있거든요.

[강유정]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사실이 하나가 뭐냐 하면요. 2015년 당시 메르스 사태의 상황에서 경제적 파장에 대한 보수 언론들의 기사 목적은 경제적 파장을 입은 생계의 고민을 하는 국민들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경제적 파장 때문에 혹시나 리더십 위기를 겪을지도 모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기사가 많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주체가 달라요. 2015년 6월 10일 조선일보, <박 대통령, 메르스 경제적 파장 최소화>하면서 “국민도 불안하겠지만 경제 활동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하면서 박 대통령은 이곳을 언급하는 데 굉장히 노력했다”라는 것. 정말 경제적 위기를 걱정하는 기사가 아니라 경제적 위기로 인해서 대통령의 어떤 지지도가 떨어진다거나 리더십이 위기가 생기면 어떨까를 걱정하고 있다는 건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거죠.

[이상호] 2009년 신종플루 당시에도 KBS가 비슷한 보도를 많이 했거든요. 이명박 대통령의 초등학교 방문기 혹시 기억이 나시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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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KBS 뉴스9, 09.11.11, <이 대통령, 백신 접종 초등학교 방문>

백신 접종 현장 점검차 학교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혹시라도 열은 없는지 직접 학생들의 이마를 짚어 봅니다.

주사 맞기가 겁이 나는 어린이에게는 대통령을 쳐다보라며 안심을 시키기도 합니다.

<녹취> 이명박 대통령: "알지? 목욕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이 대통령은 백신 접종을 마친 어린이들에게 다가가 팔뚝 주사 부위를 만져 보면서 학생들의 건강을 챙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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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잘은 모르지만, 저렇게 감염병이 유행할 때 손 안 씻고 여러 사람을 이렇게 동시에 만지는 건 일단 금기 사항 아닙니까? 이번에 WHO 회장도, 자신이 기침이 나올 때 옷소매로 막는 훌륭한 대응력을 보여줬잖아요. 그런데 저 장면을 뉴스에서 보기에는 좀 위험해 보이네요.

[최욱] 지금 말고 당시에 봤다면, 아 참 자상하시고 아이들을 생각을 많이 하시고, 아이들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구나. 이렇게 생각 했을 것 같습니다.

[김덕훈] 이명박 대통령이 친절해 보인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이 리포트의 효과는 그거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기사 같아요. 이 기사가 누굴 향하고 있는지가 거의 명확해 보이기 때문에 시간 낭비 같아 보여요.

[이상호]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현재 상황을 지난 정권과 연결을 해서 비판하는 경향도 보이는데 다소 무리한 논조가 눈에 띄거든요. 월간조선에 <세월호가 박근혜 책임이라는 논리대로라면 우한 폐렴은 문재인 책임 아닌가>라는 기사거든요. “27일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과 관련해 최초 발생지인 중국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서 전수조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우한 폐렴 관련 보도가 나온 지 열흘, 장 대사가 한국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 지 8일 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세월호 사태의 대처가 7시간 늦어 탄핵이 됐다. 이 사실을 가장 아프게 공격한 게 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다. 그들에 대한 진짜 민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라면서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기승전 총선이네요.

[강유정] 아전인수의 기사의 대표적인 예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차라리 사스,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서 이 이야기를 했다면 나름의 일관성은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비약적 논리를 활용해서 그냥 정치적으로 1:1 등식을 만들고자 하는 논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최욱] 저는 이게 매우 잔인하게 느껴지는데 세월호 사고로 국민들을 잃어서 슬픈 게 아니라 세월호 사고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욕을 먹어서 슬프다는 게 전제에 깔려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손석춘] 우한 폐렴이 문재인 책임이다? 이건 아무런 인과성이 없는 이야기인데 기자가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주가 지금 총선 국면에서 어쨌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호응인지,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개탄스러운 기사라고 할 수밖에 없죠.

[강유정] 저도 흥미로운 기사 하나 봤는데, 데일리안에서 2월 2일에 제목이 <원희룡이 옳았다>예요. 제주 무사증 입국 금지를 한 것에 대한 것인데, 2월 4일자 중앙일보에서도 “뼈를 깎는 원희룡 지사의 고통”이라는 표현이 쓰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부 자신들과 어떤 정파적인 공통성이 있는 경우에는 굉장히 강조해서 부각하고 있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고 반대로 그런 공과의 문제가 있어서 조그마한 실수라도 하게 되면 그것을 굉장히 크게 혹은 무관심, 무관한 일조차도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처럼 엮어내고 있는 건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보여져서 어떤 재난이라는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언론이 예나 지금이나 너무 좀 과도하게 하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국면입니다.

[이상호] 기승전 총선 말고도 하나 더 발견한 게 있다면서요, 최욱 씨.

[최욱] 제가 시즌 1에 출연하면서 보수 언론들의 면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보면 기승전 최저임금, 기승전 탈원전. 기승전 주52시간, 이런 패턴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우한 폐렴이 초비상사태인데 한국산 마스크를 만드는 국내 제조사가 주 52시간에 발목이 잡혔다” 이런 류의 기사가 역시나 있었습니다.

[손석춘] 파이낸셜뉴스는 사설에 <마스크 연장 근로 반대, 노동계 이기심에 경악>. 노동계는 아예 자기 이기심에 가득 차 있는 것으로 이야기했고요. 문화일보 사설은 <52시간제 부당성 보여준 마스크 사태와 노총 어깃장>, 이제 이런 식의 아주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쓰거든요. 마스크를 지금 부족하기 때문에 생산해야 하지 않느냐. 지금도 생산할 수 있어요. 현행법으로도 재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예외조항을 둘 수 있다는 게 현행법에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실관계를 빼놓고 노동,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이렇게 비판하는 한국 언론의 보도는, 이건 사실,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 안 되어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악마화 하는 거죠. 만약에 이런 기사들이나 사설을 의도하지 않고 썼다면 왜 자신이 이런 무의식중에 이런 기사를 쓰는지, 이런 논평을 하는지에 대해서 한번 짚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최욱] 오늘 성찰을 많이 요구하시네요.

[손석춘]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이상호] KBS가 아시다시피 유일한 재난방송주관사입니다. 재난 발생 시에 관련 당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소식을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국민에게 제공할 책임이 있는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KBS의 보도, 재난방송주관사로서 어땠는지, 어떻게 보셨는지.

[최욱] KBS의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에서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매일 이 아이템을 다루더라고요. 그런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정보는 충족시켜 주고 과도한 공포심은 줄여주는 아주 멋진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김덕훈] 본인이요? 계속 홍보하시는 거예요? 시청률이 생각보다 많이 안 나오시나 보네요.

[강유정] 지금 종합편성 채널에서라든가 SNS, 혹은 유튜브에서 너무나 많은 가짜뉴스가 생성 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재난 방송 주관사로서 좀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는, 미디어가 너무 난립하고 있기 때문에 더 요구되고 있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어서, 아까 잠깐 비난도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관사로서의 역할이 있음과 그리고 책임에 대해서 좀 더 생각 하셨으면 합니다.

[이상호] 이번 주에 처음으로 확진자의 완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다른 환자들도 하루빨리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 가져봅니다. 언론의 감염병 보도,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총평을 좀 해주시면.

[강유정]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기사 중 하나가 뭐냐 하면 <대학생이 만든 것을 왜 정부는 못 만드나요>라는 머니투데이의 기사였습니다. 굉장히 많이 회자되기도 했었는데, 이런 거 언론이 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맵 만들고 하는 거. 이건 충분히 언론사가 할 수 있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조차 정부 탓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왜 언론의 역할은 재난에 대해서 내부자로서 같이 이 재난을 극복해가는 주체가 아니라 극복하는 주체는 정부로 한정해 놓은 채, 어떻게든 비난할 여지 혹은 실수를 찾는 이때만 워치독 역할을 하는가, 그게 아니라 언론 역시 확성기이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내부자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합니다.

[손석춘] 적어도 최소한 국민들의 생명권인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정부를 불신하지 않도록 좀 함께 노력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렇게 했을 때 나중에 조선일보나 TV조선, 동아일보나 채널A가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할 때 조금 더 설득력이 있을 거예요.

[임자운] 이 인류가 겪은 감염병 사태가 아주 많잖아요. 흑사병, 뭐 스페인 독감, 에볼라, 메르스, 쭉 이어지는데 그 안에서 발생한 아주 많은 희생자가 있단 말이죠. 그런데 우리 인류가 그 과정에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 옆에서 연구하고 고통스러웠지만 계속 그 상황을 살피고 했던 지식이 있어요. 그 지혜가 뭐냐 하면 혐오하지 말라는 거거든요. 사실. 그 경향신문의 박하선 박사가 하셨던 말이, “감염자나 접촉자가 자신의 증상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 말은 이 전문가 개인의 말이 결코 아닐 겁니다. 여러 고통스러운 역사를 쌓아오는 과정에서 인류가 감염병이랑 투쟁했던 역사의 과정을 겪으면서 인류가 갖게 된 굉장히 소중한 지혜거든요. 그런데 혐오를 하게 되면 그 유산이 무력화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이걸 지켜야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혐오하면 안 된다, 혐오를 양산하는 정치인, 혐오를 양산하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마음으로 비판하고 저항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언론 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 9시 40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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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영상) 에필로그. 조선·동아 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광화문 1인 시위
1970년대, 유신독재에 저항하다 조선·동아일보에서 해고된 100여 명의 기자들. 창간 100주년을 맞는 조선·동아일보에 과거사 청산과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조선·동아일보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조선·동아일보의 과거. 첫 번째 이야기, 친일.

[조강래/ 前 동아일보 라디오 PD] 큰 잘못 중에 가장 중요한 잘못이죠. 윤봉길 의사 거사가 있었을 때 뭐라고 보도를 했냐하면 흉행, 아주 흉측한 행동이다. 이런 식으로 보도를 했죠. 과거에 대해서 사과 한 마디 없이 그냥 지나가면 다 끝나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구민들이 그거를 모르는 것은 아니거든요.

100주년 신문의 과거를 J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다음 이 시간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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