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과 흥행성 다 잡은 ‘기생충’…비결은 ‘봉테일’

입력 2020.02.11 (06:35) 수정 2020.02.11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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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년 전, '플란다스의 개'라는 상업영화로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봉준호 감독을 따라다니는 별명, 바로 '봉테일'입니다.

봉준호와 정교함을 뜻하는 '디테일'을 합친 말인데요.

이런 치열하고 꼼꼼한 구성 하나하나가 세계 영화인들을 사로잡은 성공 비결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철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영화 '마더'의 마지막 부분.

관광버스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어머니들이 춤을 춥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장면을 역광으로 촬영하기 위해 남북으로 쭉 뻗은 도로를 섭외하고, 이곳을 달리는 버스 창문을 태양광선이 수평으로 관통하는 날짜를 계산했습니다.

모든 시나리오를 직접 쓰면서, 이를 촬영대본으로 만들어 실제 영화에 그대로 구현하는 '봉테일'의 치밀함입니다.

이런 꼼꼼함은 영화 '기생충'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화면에 나타나지 않지만 반지하 촬영 현장에는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었습니다.

[이하준/'기생충' 미술감독 : "리얼 그 자체였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지하 특유의 곰팡이 냄새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일부러 만들려고 했었어요."]

이런 공간에서 오누이는 옆집 무선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헤맵니다.

["핸드폰도 다 끊기고, 와이파이도 다 끊기고..."]

웃음을 주면서도 적나라한 가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봉 감독은 이런 정교함을 바탕으로 시대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됩니다.

'설국열차'에서는 기차의 앞부분과 뒷부분, 수평적인 구조에 따라 계급을 드러냈다면, '기생충'에서는 지상과 반지하, 그리고 지하라는 수직적인 구조로 빈부 차를 표현했습니다.

이런 설정은 세계적인 공감을 얻었습니다.

자본주의가 초래한 양극화는 국적을 초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봉준호/지난해 5월/칸 영화제 현장 : "영국 사람은 와 가지고 이거 이 영화 그대로 런던 배경으로 리메이크하면 시나리오 하나도 고칠 필요없다고 하고. 홍콩분들도 와서 비슷한 완전 우리의 홍콩상황인데 이러고."]

봉준호 감독은 애초 '기생충'을 두고 한국 관객만이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지만, 그의 세심한 연출력은 전 세계 관객은 물론 평단까지 사로잡았습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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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성과 흥행성 다 잡은 ‘기생충’…비결은 ‘봉테일’
    • 입력 2020-02-11 06:41:42
    • 수정2020-02-11 06: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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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년 전, '플란다스의 개'라는 상업영화로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봉준호 감독을 따라다니는 별명, 바로 '봉테일'입니다.

봉준호와 정교함을 뜻하는 '디테일'을 합친 말인데요.

이런 치열하고 꼼꼼한 구성 하나하나가 세계 영화인들을 사로잡은 성공 비결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철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영화 '마더'의 마지막 부분.

관광버스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어머니들이 춤을 춥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장면을 역광으로 촬영하기 위해 남북으로 쭉 뻗은 도로를 섭외하고, 이곳을 달리는 버스 창문을 태양광선이 수평으로 관통하는 날짜를 계산했습니다.

모든 시나리오를 직접 쓰면서, 이를 촬영대본으로 만들어 실제 영화에 그대로 구현하는 '봉테일'의 치밀함입니다.

이런 꼼꼼함은 영화 '기생충'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화면에 나타나지 않지만 반지하 촬영 현장에는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었습니다.

[이하준/'기생충' 미술감독 : "리얼 그 자체였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지하 특유의 곰팡이 냄새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일부러 만들려고 했었어요."]

이런 공간에서 오누이는 옆집 무선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헤맵니다.

["핸드폰도 다 끊기고, 와이파이도 다 끊기고..."]

웃음을 주면서도 적나라한 가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봉 감독은 이런 정교함을 바탕으로 시대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됩니다.

'설국열차'에서는 기차의 앞부분과 뒷부분, 수평적인 구조에 따라 계급을 드러냈다면, '기생충'에서는 지상과 반지하, 그리고 지하라는 수직적인 구조로 빈부 차를 표현했습니다.

이런 설정은 세계적인 공감을 얻었습니다.

자본주의가 초래한 양극화는 국적을 초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봉준호/지난해 5월/칸 영화제 현장 : "영국 사람은 와 가지고 이거 이 영화 그대로 런던 배경으로 리메이크하면 시나리오 하나도 고칠 필요없다고 하고. 홍콩분들도 와서 비슷한 완전 우리의 홍콩상황인데 이러고."]

봉준호 감독은 애초 '기생충'을 두고 한국 관객만이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지만, 그의 세심한 연출력은 전 세계 관객은 물론 평단까지 사로잡았습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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