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신종코로나, ‘공기로 전파’…전문가 의견들어보니

입력 2020.02.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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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중국 상하이시가 기자회견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 경로 중 '에어로졸(공기 중에 부유할 수 있는 미세한 입자) 전파' 즉, 공기 중 전파를 언급했습니다. 상하이시 민정국 청췬 부국장은 "현재 확정적인 신종 코로나 감염 주요 경로는 직접 전파, 에어로졸 전파, 접촉을 통한 전파"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4일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장룽멍 주임이 "20도의 온도에서 에어컨 환경이 적합하고 습도가 40~50%에 달하면 과거 연구에서 (바이러스가) 5일간 생존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나온 이 같은 발언들을 근거로 국내 SNS나 커뮤니티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공기 감염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사실인지 따져봤습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증거 확실치 않다"

지난 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아직 신종 코로나가 에어로졸이나 분변을 통한 경로로 전파된다는 증거는 확실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장룽멍 주임이 바이러스 생존 가능 기간을 5일로 밝혔지만, 공기 중 전파가 감염 경로라는 명확한 근거는 아직 없다고 선을 그은 것입니다.

발언 당사자인 장룽멍 주임도 4일, 같은 기자회견에서 "인체에서 나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공중에서 떠다니지는 않기 때문에 공기 중에는 이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메르스는 '공기 감염' 됐나?

2015년 메르스가 확산할 때도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가 가능한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런 중에 당시 대한감염학회는 '공기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정리했습니다.

같은 해 6월, 대한감염학회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메르스 바이러스의 공기 감염은 '병원 내 의료시술 상황'이 아닌 이상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래는 보도자료 내용입니다.

"공기 감염에 해당하려면 기침, 재채기 할 때 나오는 침방울의 크기가 5마이크론으로 매우 작아서 공기에 장시간 떠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최근 발표에서 WHO와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메르스의 지역사회 내 공기감염 가능성을 부정하였으며, 대한감염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에서도 일상생활 중에 메르스가 공기감염으로 확산될 우려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중략) 메르스의 전파양식은 병원 내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관지 삽관, 기관지 내시경, 네뷸라이저 등 의료시술을 시행할 때 에어로졸이 형성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오랜 시간 떠 있어 공기감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메르스 뿐 아니라 대부분의 호흡기 감염 병원체에 해당되며 역시 병원 내에 국한된 상황입니다. 이상의 의료시술이 있을 수 없는 지역사회에서 메르스의 공기감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국내 전문가들 "신종 코로나 공기 감염, 특수 조건에서만 가능"

국내 전문가들도 대부분 비슷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수한 조건일 경우에만 공기 감염이 가능'하다는 게 공통 의견입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시민들이 다니는 거리라든지 개방된 일상 공간에서는 비말과 접촉 감염, 환경 오염에 의한 전파가 신종 코로나의 주 전파 기전"이라면서 "공기 감염은 의료 현장에서 기관지 내시경이나 석션, 네뷸라이저(의료용 분무기), 벤틸레이터(인공 호흡기) 등의 의료 시술을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공기 중에서 바이러스가 수일 동안 살아남는다는 것과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별개의 문제"라고 못 박았습니다.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5일 동안 공기 중에 살아있을 수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이건 실험실 조건이지 어느 정도 환기가되는 일상적인 공간에서는 공기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환기만 된다면 공기 감염 가능성이 낮다"면서 "오픈된 환경에서 공기 감염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병원 내에서 네뷸라이저를 하거나 기관 삽관, 기관지 내시경을 하는 경우에는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감염 조건을 설명했습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 역시 "병원에서 내시경을 한다든지 가래를 뽑아주는 등 시술을 하는 조건에서만 에어로졸 발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존재하는 것과 전염력은 또 다른 문제"라면서 "메르스 때도 확진 환자 동선에서 바이러스가 계속 나왔지만,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다 감염되진 않았다"면서 공기 감염 가능성을 낮게 예상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현재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역학조사나 감염학적 특성이 많이 나오지 않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면서도 "공기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있다"고 밝혔습니다. "공기 감염이 감염 경로로 확정된다면 방역 방법 등이 모두 바뀌어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신중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것(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은 결핵균처럼 공기를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작은 비말(비말핵)이 공기를 떠돌 수 있지만 이것이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폐쇄된 공간인 경우에 한한다. 개방된 곳에서는 증발하거나 희석되어 먼 거리로 이동해서 감염을 일으키지 못한다. (중략) 코로나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떠돌아 다니다가 길에서 감염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 "지역 사회에서는 공기 전파 가능성 거의 없어"

우리 보건당국도 같은 입장입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9일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묻자 "지역 사회에서는 공기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답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아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로 '에어로졸'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비말 감염'과 '직접 접촉'만 WHO가 확정하는 감염 경로입니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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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신종코로나, ‘공기로 전파’…전문가 의견들어보니
    • 입력 2020-02-11 13:00:20
    팩트체크K
지난 8일 중국 상하이시가 기자회견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 경로 중 '에어로졸(공기 중에 부유할 수 있는 미세한 입자) 전파' 즉, 공기 중 전파를 언급했습니다. 상하이시 민정국 청췬 부국장은 "현재 확정적인 신종 코로나 감염 주요 경로는 직접 전파, 에어로졸 전파, 접촉을 통한 전파"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4일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장룽멍 주임이 "20도의 온도에서 에어컨 환경이 적합하고 습도가 40~50%에 달하면 과거 연구에서 (바이러스가) 5일간 생존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나온 이 같은 발언들을 근거로 국내 SNS나 커뮤니티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공기 감염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사실인지 따져봤습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증거 확실치 않다"

지난 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아직 신종 코로나가 에어로졸이나 분변을 통한 경로로 전파된다는 증거는 확실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장룽멍 주임이 바이러스 생존 가능 기간을 5일로 밝혔지만, 공기 중 전파가 감염 경로라는 명확한 근거는 아직 없다고 선을 그은 것입니다.

발언 당사자인 장룽멍 주임도 4일, 같은 기자회견에서 "인체에서 나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공중에서 떠다니지는 않기 때문에 공기 중에는 이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메르스는 '공기 감염' 됐나?

2015년 메르스가 확산할 때도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가 가능한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런 중에 당시 대한감염학회는 '공기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정리했습니다.

같은 해 6월, 대한감염학회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메르스 바이러스의 공기 감염은 '병원 내 의료시술 상황'이 아닌 이상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래는 보도자료 내용입니다.

"공기 감염에 해당하려면 기침, 재채기 할 때 나오는 침방울의 크기가 5마이크론으로 매우 작아서 공기에 장시간 떠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최근 발표에서 WHO와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메르스의 지역사회 내 공기감염 가능성을 부정하였으며, 대한감염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에서도 일상생활 중에 메르스가 공기감염으로 확산될 우려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중략) 메르스의 전파양식은 병원 내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관지 삽관, 기관지 내시경, 네뷸라이저 등 의료시술을 시행할 때 에어로졸이 형성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오랜 시간 떠 있어 공기감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메르스 뿐 아니라 대부분의 호흡기 감염 병원체에 해당되며 역시 병원 내에 국한된 상황입니다. 이상의 의료시술이 있을 수 없는 지역사회에서 메르스의 공기감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국내 전문가들 "신종 코로나 공기 감염, 특수 조건에서만 가능"

국내 전문가들도 대부분 비슷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수한 조건일 경우에만 공기 감염이 가능'하다는 게 공통 의견입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시민들이 다니는 거리라든지 개방된 일상 공간에서는 비말과 접촉 감염, 환경 오염에 의한 전파가 신종 코로나의 주 전파 기전"이라면서 "공기 감염은 의료 현장에서 기관지 내시경이나 석션, 네뷸라이저(의료용 분무기), 벤틸레이터(인공 호흡기) 등의 의료 시술을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공기 중에서 바이러스가 수일 동안 살아남는다는 것과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별개의 문제"라고 못 박았습니다.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5일 동안 공기 중에 살아있을 수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이건 실험실 조건이지 어느 정도 환기가되는 일상적인 공간에서는 공기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환기만 된다면 공기 감염 가능성이 낮다"면서 "오픈된 환경에서 공기 감염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병원 내에서 네뷸라이저를 하거나 기관 삽관, 기관지 내시경을 하는 경우에는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감염 조건을 설명했습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 역시 "병원에서 내시경을 한다든지 가래를 뽑아주는 등 시술을 하는 조건에서만 에어로졸 발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존재하는 것과 전염력은 또 다른 문제"라면서 "메르스 때도 확진 환자 동선에서 바이러스가 계속 나왔지만,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다 감염되진 않았다"면서 공기 감염 가능성을 낮게 예상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현재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역학조사나 감염학적 특성이 많이 나오지 않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면서도 "공기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있다"고 밝혔습니다. "공기 감염이 감염 경로로 확정된다면 방역 방법 등이 모두 바뀌어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신중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것(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은 결핵균처럼 공기를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작은 비말(비말핵)이 공기를 떠돌 수 있지만 이것이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폐쇄된 공간인 경우에 한한다. 개방된 곳에서는 증발하거나 희석되어 먼 거리로 이동해서 감염을 일으키지 못한다. (중략) 코로나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떠돌아 다니다가 길에서 감염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 "지역 사회에서는 공기 전파 가능성 거의 없어"

우리 보건당국도 같은 입장입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9일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묻자 "지역 사회에서는 공기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답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아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로 '에어로졸'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비말 감염'과 '직접 접촉'만 WHO가 확정하는 감염 경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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