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섬’ 日 크루즈…승객들 “도와주세요”

입력 2020.02.12 (08:09) 수정 2020.0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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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넉 달 가까이 호화 여객선을 타고 세계 각지를 누비는 대형 유람선, 크루즈는 낭만 여행의 대명사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다른 나라에 도착해 있는 것이 크루즈 여행의 큰 매력이죠,

영화 속 타이타닉호는 4만6천 톤이었습니다만, 갈수록 몸집을 키우며 현재는 22만8천 톤 급, 무려 8천8백 명이 탈 수 있는 초대형 크루즈선까지 등장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승객과 승무원 3700여 명이 탄 채 일본을 출발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역시 시작은 낭만이었습니다.

홍콩 베트남 타이완 등을 거쳐 다시 요코하마로 돌아오는 일정은 예정대로라면 지난 4일 끝났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5일 오전 8시 ‘신종 코로나 10명 확진’이라는 선내 방송이 나온 뒤부터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일단 객실 문을 열면 승무원이 막아섭니다.

식사는 룸서비스로 바뀌었습니다.

선내 집단 감염 우려에, 승객과 승무원 전원에게 14일간의 격리 명령이 내려진 것입니다.

여객선은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격리 형태로 정박 중입니다.

3천여 명의 탑승자들이 사실상 '바다 위 감옥'에서 지낸 지 오늘로 8일 째 감염자 수는 130명을 넘어섰습니다.

파란색과 흰색 천으로 둘러싼 하선 통로로 연일 감염자 이송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안으로 못 들어가니까 나가 주세요."]

졸지에 감금 신세가 된 승객들은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선내 소식을 알리고 있습니다.

크루즈 승무원 1000여명 가운데 인도인이 132명인데요, 이 배의 요리사 사르카르는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배가 마치 작은 마을 같다” “병이 쉽게 퍼질 수 있다”며 인도 정부에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400번 이상 공유됐지만, 현재까지 인도 정부의 답변은 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인도 NDTV 방송 : "배 안이 완전히 공포에 가득 차 있다면서 인도 정부에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탑승객들의 일상도 감옥이나 다름없습니다.

하루에 단 몇 분간만 갑판 위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나마도 걸을 수 있는 공간이 1미터 가량이라고 전했습니다.

선실 아래에선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팔꿈치를 부딪칠 정도로 공간이 좁습니다.

화장실은 네 명이 한 곳을 나눠 씁니다.

미국 CNN는 크루즈선을 '떠다니는 바이러스 배양접시 (Perti dish)'라고 표현했습니다.

CNN 인터뷰에 응한 한 미국인 부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헬기를 보내 우리를 구하러 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이 배의 3등석 가장 저렴한 방을 택한 승객의 경우, 객실은 겨우 잠만 잘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알려졌습니다.

배 안에서 다양한 시설을 즐길 수 있으니 방은 작아도 된다고 여겼겠지만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겠죠.

창문 커튼 사이로 빼꼼히 얼굴만 내민 승객 갑판에서 혈압약이 떨어졌다며 호소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크루즈선 승객 : "중병이 있는 사람들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의료상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요."]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일본 후생노동성 장관은 탑승자 전원을 검사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전원 검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면서 정부 내 엇박자만 노출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 "전원 검사에 대해서는 하루 검사 건수에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관광객을 몰고 오는 크루즈선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 환영의 대상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지금, 각국의 기피 대상이 됐습니다.

신종 코로나와 관련없는 배조차 크루즈선이라는 이유로 입항을 거부당해 바다를 떠도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 부산항에도 한시적으로 크루즈선 입항 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어제 오늘 기항 예정이었던 크루즈선 2척이 들어올 수 없게 됐고, 다른 크루즈선들도 선박 연료나 물품 공급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제외하고는 입항이 제한됩니다.

일본 크루즈선 이야기로 돌아가, 현재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엔 우리 국민 14명이 탑승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건강 상태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격리 상태에서 생활하는 고통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죠.

자가 격리든 집단 격리든 '격리 수용'은 첫 1주일이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세상과 차단된 채 오롯이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심리적 패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크루즈 선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격리 수용 중인 많은 이들이 자유를 찾게 될 날은 언제쯤일지.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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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의 섬’ 日 크루즈…승객들 “도와주세요”
    • 입력 2020-02-12 08:11:49
    • 수정2020-02-12 09: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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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넉 달 가까이 호화 여객선을 타고 세계 각지를 누비는 대형 유람선, 크루즈는 낭만 여행의 대명사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다른 나라에 도착해 있는 것이 크루즈 여행의 큰 매력이죠,

영화 속 타이타닉호는 4만6천 톤이었습니다만, 갈수록 몸집을 키우며 현재는 22만8천 톤 급, 무려 8천8백 명이 탈 수 있는 초대형 크루즈선까지 등장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승객과 승무원 3700여 명이 탄 채 일본을 출발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역시 시작은 낭만이었습니다.

홍콩 베트남 타이완 등을 거쳐 다시 요코하마로 돌아오는 일정은 예정대로라면 지난 4일 끝났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5일 오전 8시 ‘신종 코로나 10명 확진’이라는 선내 방송이 나온 뒤부터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일단 객실 문을 열면 승무원이 막아섭니다.

식사는 룸서비스로 바뀌었습니다.

선내 집단 감염 우려에, 승객과 승무원 전원에게 14일간의 격리 명령이 내려진 것입니다.

여객선은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격리 형태로 정박 중입니다.

3천여 명의 탑승자들이 사실상 '바다 위 감옥'에서 지낸 지 오늘로 8일 째 감염자 수는 130명을 넘어섰습니다.

파란색과 흰색 천으로 둘러싼 하선 통로로 연일 감염자 이송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안으로 못 들어가니까 나가 주세요."]

졸지에 감금 신세가 된 승객들은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선내 소식을 알리고 있습니다.

크루즈 승무원 1000여명 가운데 인도인이 132명인데요, 이 배의 요리사 사르카르는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배가 마치 작은 마을 같다” “병이 쉽게 퍼질 수 있다”며 인도 정부에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400번 이상 공유됐지만, 현재까지 인도 정부의 답변은 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인도 NDTV 방송 : "배 안이 완전히 공포에 가득 차 있다면서 인도 정부에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탑승객들의 일상도 감옥이나 다름없습니다.

하루에 단 몇 분간만 갑판 위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나마도 걸을 수 있는 공간이 1미터 가량이라고 전했습니다.

선실 아래에선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팔꿈치를 부딪칠 정도로 공간이 좁습니다.

화장실은 네 명이 한 곳을 나눠 씁니다.

미국 CNN는 크루즈선을 '떠다니는 바이러스 배양접시 (Perti dish)'라고 표현했습니다.

CNN 인터뷰에 응한 한 미국인 부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헬기를 보내 우리를 구하러 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이 배의 3등석 가장 저렴한 방을 택한 승객의 경우, 객실은 겨우 잠만 잘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알려졌습니다.

배 안에서 다양한 시설을 즐길 수 있으니 방은 작아도 된다고 여겼겠지만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겠죠.

창문 커튼 사이로 빼꼼히 얼굴만 내민 승객 갑판에서 혈압약이 떨어졌다며 호소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크루즈선 승객 : "중병이 있는 사람들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의료상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요."]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일본 후생노동성 장관은 탑승자 전원을 검사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전원 검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면서 정부 내 엇박자만 노출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 "전원 검사에 대해서는 하루 검사 건수에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관광객을 몰고 오는 크루즈선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 환영의 대상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지금, 각국의 기피 대상이 됐습니다.

신종 코로나와 관련없는 배조차 크루즈선이라는 이유로 입항을 거부당해 바다를 떠도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 부산항에도 한시적으로 크루즈선 입항 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어제 오늘 기항 예정이었던 크루즈선 2척이 들어올 수 없게 됐고, 다른 크루즈선들도 선박 연료나 물품 공급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제외하고는 입항이 제한됩니다.

일본 크루즈선 이야기로 돌아가, 현재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엔 우리 국민 14명이 탑승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건강 상태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격리 상태에서 생활하는 고통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죠.

자가 격리든 집단 격리든 '격리 수용'은 첫 1주일이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세상과 차단된 채 오롯이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심리적 패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크루즈 선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격리 수용 중인 많은 이들이 자유를 찾게 될 날은 언제쯤일지.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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