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문제인데?”…국립박물관 채용시험에 ‘문제 재탕’?

입력 2020.0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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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관 예정인 국립항공박물관은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역사와 위상을 알리기 위해 김포국제공항 내에 건립됐습니다. 지금은 신규 직원들을 뽑는 채용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 박물관에서 작품과 유물에 대한 전시 및 관리를 총괄하는 '학예사(큐레이터)'를 뽑는 필기시험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전에 출제된 국가자격시험 문제를 그대로 인용한 겁니다. 급기야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 "'베끼지 말라' 지시에도 기출문제 5~6개 이상 그대로 출제"

국립항공박물관 직원 채용 필기시험은 지난 8일 토요일 오후에 있었습니다. 총 3교시로 진행된 시험 중 2교시는 '직무능력시험'으로 진행됐는데요. 말 그대로 지원한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는 시험인 만큼 필기시험 중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필기시험 직후, 신입직 학예사 응시자들 사이에서 박물관학 문제 중 일부가 이전에 출제된 국가자격시험 문제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2년 전 출제된 '박물관 및 미술관 준학예사' 시험 문제 중 최소 5~6문제가 이번 필기시험에 그대로 출제됐다는 겁니다.

주무기관인 국토교통부는 당초 채용 절차를 대행업체에 맡기면서 '기존 기출문제를 그대로 인용한 문제를 출제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채용 대행업체 선정을 위해 작성한 과업지시서내 문제 출제 지침국토교통부가 채용 대행업체 선정을 위해 작성한 과업지시서내 문제 출제 지침

응시자들은 항공박물관이 '국립항공박물관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인 점, 또 국토부가 5천만 원 가량의 용역을 맡겨 문제를 출제했음에도 대행업체가 지시 사항을 위반한 게 명백하다며 진상조사와 필기시험 재시험을 요구했습니다.

■ 박물관 측, "기출문제가 출제됐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하지만 처음에 박물관 측은 응시자들의 이러한 문제제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만약 이전의 필기시험 문제가 그대로 출제됐다면 적절치 않긴 하다면서도, 그렇다 해도 국토부가 과업 지시를 위반한 대행 업체에 따질 일이지, 응시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응시자들이 '기존 기출문제를 그대로 출제하지 말라'고 해서 그 문제들만 빼고 공부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응시자들이 입은 피해도 확실하지 않고, 따라서 채용 과정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문제를 출제한 대행업체 측에는 기출문제 인용 여부를 포함한 출제 경위를 확인중이라고 했습니다.

■ 취재 시작되자..."필기시험 재시험 결정"

취재진은 응시자들의 말대로 정말 문제를 그대로 인용했는지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채용 과정 중인 박물관측의 실제 필기시험 문제를 확인해야 하는 만큼 박물관 측에 연락해 출제 문제지와 출제 경위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박물관 관계자는 사흘간 "교수 등을 비롯한 전문가들과 대행업체 관계자 등과 함께 출제 경위와 문제들 사이의 유사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당초 필기시험 결과는 오늘(14일) 오후 1시 발표 예정이었습니다. 박물관 측은 어제(13일) 오전까지, 그 다음엔 오후 2시까지 조사 결과를 확인해주겠다며 발표를 미루다가, 어제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답을 줬습니다. '인사위원회 결과, 재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그 이유는 명확히 밝힐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립 법인이 채용시험에 오류가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하며 재시험을 결정하고도 그 이유에 대해선 함구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입니다.

항공박물관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재시험을 결정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등에 대해선 끝까지 파헤쳐 추후 보도를 통해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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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서 본 문제인데?”…국립박물관 채용시험에 ‘문제 재탕’?
    • 입력 2020-02-14 07:00:05
    취재K
올해 개관 예정인 국립항공박물관은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역사와 위상을 알리기 위해 김포국제공항 내에 건립됐습니다. 지금은 신규 직원들을 뽑는 채용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 박물관에서 작품과 유물에 대한 전시 및 관리를 총괄하는 '학예사(큐레이터)'를 뽑는 필기시험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전에 출제된 국가자격시험 문제를 그대로 인용한 겁니다. 급기야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 "'베끼지 말라' 지시에도 기출문제 5~6개 이상 그대로 출제"

국립항공박물관 직원 채용 필기시험은 지난 8일 토요일 오후에 있었습니다. 총 3교시로 진행된 시험 중 2교시는 '직무능력시험'으로 진행됐는데요. 말 그대로 지원한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는 시험인 만큼 필기시험 중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필기시험 직후, 신입직 학예사 응시자들 사이에서 박물관학 문제 중 일부가 이전에 출제된 국가자격시험 문제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2년 전 출제된 '박물관 및 미술관 준학예사' 시험 문제 중 최소 5~6문제가 이번 필기시험에 그대로 출제됐다는 겁니다.

주무기관인 국토교통부는 당초 채용 절차를 대행업체에 맡기면서 '기존 기출문제를 그대로 인용한 문제를 출제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채용 대행업체 선정을 위해 작성한 과업지시서내 문제 출제 지침
응시자들은 항공박물관이 '국립항공박물관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인 점, 또 국토부가 5천만 원 가량의 용역을 맡겨 문제를 출제했음에도 대행업체가 지시 사항을 위반한 게 명백하다며 진상조사와 필기시험 재시험을 요구했습니다.

■ 박물관 측, "기출문제가 출제됐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하지만 처음에 박물관 측은 응시자들의 이러한 문제제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만약 이전의 필기시험 문제가 그대로 출제됐다면 적절치 않긴 하다면서도, 그렇다 해도 국토부가 과업 지시를 위반한 대행 업체에 따질 일이지, 응시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응시자들이 '기존 기출문제를 그대로 출제하지 말라'고 해서 그 문제들만 빼고 공부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응시자들이 입은 피해도 확실하지 않고, 따라서 채용 과정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문제를 출제한 대행업체 측에는 기출문제 인용 여부를 포함한 출제 경위를 확인중이라고 했습니다.

■ 취재 시작되자..."필기시험 재시험 결정"

취재진은 응시자들의 말대로 정말 문제를 그대로 인용했는지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채용 과정 중인 박물관측의 실제 필기시험 문제를 확인해야 하는 만큼 박물관 측에 연락해 출제 문제지와 출제 경위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박물관 관계자는 사흘간 "교수 등을 비롯한 전문가들과 대행업체 관계자 등과 함께 출제 경위와 문제들 사이의 유사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당초 필기시험 결과는 오늘(14일) 오후 1시 발표 예정이었습니다. 박물관 측은 어제(13일) 오전까지, 그 다음엔 오후 2시까지 조사 결과를 확인해주겠다며 발표를 미루다가, 어제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답을 줬습니다. '인사위원회 결과, 재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그 이유는 명확히 밝힐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립 법인이 채용시험에 오류가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하며 재시험을 결정하고도 그 이유에 대해선 함구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입니다.

항공박물관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재시험을 결정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등에 대해선 끝까지 파헤쳐 추후 보도를 통해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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