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살해 후 극단 선택’ 잇따라…막을 수 없나?

입력 2020.02.14 (21:29) 수정 2020.02.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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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0대 중반의 한의사가 부인과 아이 등 가족 3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죠.

아무 죄도 없고 저항할 수조차 없는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이 같은 '가족 살해 후 자살 사건'은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를 찾아보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문예슬, 우한솔 두 기자가 연속 보도합니다.

[리포트]

두 아이의 아빠인 한의사 A 씨가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목동의 한 거리입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잠깐 멈춰 서서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보니까 옆에 여자분이 이미 신고를 하고 계셔서(저는)신고는 안 했고."]

집 안에선 A 씨의 아내와 5살 아들, 한살배기 갓난아기 등 가족 3명이 나란히 누워 숨져 있었습니다.

A 씨는 A4 8장 짜리 유서도 남겼습니다.

경찰은 한의사였던 A 씨가 최근 병원을 리모델링해 운영하면서, 경제적인 문제와 심적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 창원지법에서는 아내와 자식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30대 후반 남성에게 징역 25년 형이 선고됐습니다.

살해된 자녀들은 4살과 5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었습니다.

자녀를 살해한 아버지는 아들과 딸이 부모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지난 2015년 서울 서초동에서 있었던 아버지에 의한 세 모녀 살해 사건의 경우는 빚보다 자산이 많았고 할아버지 등 경제능력이 있는 다른 가족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사는 것보다, 모두 같이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는게 생존한 아버지의 말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아버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자식 살해 후 자살 사건은, 공식 통계조차 없지만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따져봐도 25건이나 됩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리포트]

전문가들에게 우선 어제 발생한 일가족 사망 사건을 어떻게 봤는지부터 물었습니다.

[김은정/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 : "자녀의 생명까지 좌지우지 하고 생명까지 앗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실제로 실행을 하는, 그리고 그 현상이 줄어들지 않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 비극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수정/경기대 교수 : "서초구에서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나 지금 사건은 굉장히 흡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데대 극빈층이 아니다. 뭐 중산층보다 오히려 더 좀 여유로운 계층이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고..."]

'가족 살해 뒤 자살'.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조차 없습니다.

통계로 산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수정/경기대 교수 :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경우에는 '비속 살해'인데 비속 살해라는 죄명은 없어요. 몇 퍼센트 정도 발생하는지 사실은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동반 자살'이 아닌, '살해 후 자살'이라는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곤 있지만 '잘못된 온정주의' 문화 등은 여전합니다.

[김은정/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 : "가정 내에서 그런 자살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냥 '한 가정이 선택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끝' 이렇게 하고 말더라고요."]

[이수정/경기대 교수 : "더 심각한 문제는 자살을 굉장히 미화해서 생각한다는 거예요. 남겨둔 내 가족은 내가 모두 끌어안고 간다는 식의 아주 잘못된 사고를 하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이런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식 전환은 뭘까.

[이수정/경기대 교수 : "피해자 중심주의가 꼭 필요한 거예요. 아이들이 본인이 어떻게 되는지 영문도 모르면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숨을 거둘까를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살해 후 자살'은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라고 인식하고 정확하게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조언합니다.

[김은정/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 : "부모가 미성년자를 살해하는 이 건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라고 봐야 하는 인식, 그리고 그걸 지표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학대로 인식한다면 걸맞은 대응 방법을 보다 더 분명히, 적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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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 살해 후 극단 선택’ 잇따라…막을 수 없나?
    • 입력 2020-02-14 21:33:06
    • 수정2020-02-14 22:02:26
    뉴스 9
[앵커]

30대 중반의 한의사가 부인과 아이 등 가족 3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죠.

아무 죄도 없고 저항할 수조차 없는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이 같은 '가족 살해 후 자살 사건'은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를 찾아보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문예슬, 우한솔 두 기자가 연속 보도합니다.

[리포트]

두 아이의 아빠인 한의사 A 씨가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목동의 한 거리입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잠깐 멈춰 서서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보니까 옆에 여자분이 이미 신고를 하고 계셔서(저는)신고는 안 했고."]

집 안에선 A 씨의 아내와 5살 아들, 한살배기 갓난아기 등 가족 3명이 나란히 누워 숨져 있었습니다.

A 씨는 A4 8장 짜리 유서도 남겼습니다.

경찰은 한의사였던 A 씨가 최근 병원을 리모델링해 운영하면서, 경제적인 문제와 심적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 창원지법에서는 아내와 자식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30대 후반 남성에게 징역 25년 형이 선고됐습니다.

살해된 자녀들은 4살과 5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었습니다.

자녀를 살해한 아버지는 아들과 딸이 부모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지난 2015년 서울 서초동에서 있었던 아버지에 의한 세 모녀 살해 사건의 경우는 빚보다 자산이 많았고 할아버지 등 경제능력이 있는 다른 가족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사는 것보다, 모두 같이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는게 생존한 아버지의 말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아버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자식 살해 후 자살 사건은, 공식 통계조차 없지만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따져봐도 25건이나 됩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리포트]

전문가들에게 우선 어제 발생한 일가족 사망 사건을 어떻게 봤는지부터 물었습니다.

[김은정/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 : "자녀의 생명까지 좌지우지 하고 생명까지 앗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실제로 실행을 하는, 그리고 그 현상이 줄어들지 않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 비극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수정/경기대 교수 : "서초구에서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나 지금 사건은 굉장히 흡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데대 극빈층이 아니다. 뭐 중산층보다 오히려 더 좀 여유로운 계층이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고..."]

'가족 살해 뒤 자살'.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조차 없습니다.

통계로 산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수정/경기대 교수 :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경우에는 '비속 살해'인데 비속 살해라는 죄명은 없어요. 몇 퍼센트 정도 발생하는지 사실은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동반 자살'이 아닌, '살해 후 자살'이라는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곤 있지만 '잘못된 온정주의' 문화 등은 여전합니다.

[김은정/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 : "가정 내에서 그런 자살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냥 '한 가정이 선택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끝' 이렇게 하고 말더라고요."]

[이수정/경기대 교수 : "더 심각한 문제는 자살을 굉장히 미화해서 생각한다는 거예요. 남겨둔 내 가족은 내가 모두 끌어안고 간다는 식의 아주 잘못된 사고를 하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이런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식 전환은 뭘까.

[이수정/경기대 교수 : "피해자 중심주의가 꼭 필요한 거예요. 아이들이 본인이 어떻게 되는지 영문도 모르면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숨을 거둘까를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살해 후 자살'은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라고 인식하고 정확하게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조언합니다.

[김은정/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 : "부모가 미성년자를 살해하는 이 건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라고 봐야 하는 인식, 그리고 그걸 지표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학대로 인식한다면 걸맞은 대응 방법을 보다 더 분명히, 적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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